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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필리핀의 분노, 反美에서 反中선봉으로... - 反美 두테르테, 중국에 배신 당하자 다시 反中으로 변심 - 남중국해 휫선리프 등 필리핀 영유권 주장 섬들에 중국 욕심 - 필리핀 국민 80% 이상이 반중정서, 내년 대선에 큰 영향 미칠듯
  • 기사등록 2021-04-14 13:31:37
  • 수정 2021-04-14 15: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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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두테르테 대통령 트위터]


[분노한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필리핀이 달라졌다. 아니 필리핀이 달라졌다기 보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확 변했다. 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의 암초를 중국이 탈취하려는 시도가 잇따르자 미국에 도움을 청하고 더불어 미군과 합동군사훈련도 재개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이미 우리 신문이 몇 차례 분석 보도한 바 있었던 휫선리프(Whitsun Reef)를 향한 중국의 야욕은 필리핀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시들지 않고 있다. 필리핀 당국이 경전투기와 군함들을 보내며 반발하자 200여척 이상의 중국 선박들을 일단 퇴거시켰던 중국이 그동안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려 했던 사실도 드러나고 더불어 또다시 필리핀 인근의 섬과 암초들을 대상으로 탈취하려는 시도를 이어지자 그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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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정세분석] 中 남중국해 섬 탈취 실패, 美호통에 꼬리내려(3월 30일)

*관련영상: [Why Times 정세분석 748] 中 남중국해 섬 탈취 실패, 美호통에 꼬리내려


중국의 이러한 날강도적인 태도에 대해 필리핀 대통령실의 살바도르 파넬로 보좌관은 “중국 해양민병대 선박을 통한 휫선리프 등에 대한 도발은 양국 사이에 원치않는 적대 행위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우리의 주권은 결코 협상할 수 없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필리핀이 이렇게 중국의 도발적 행동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중국의 해양민병대 선박들이 200여척 넘게 대거 머물러 있다는 것은 이미 그 섬이나 암초들에 대한 중국화 작업에 착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해양민병대 파견은 중국이 1970년대부터 영유권 분쟁지를 접수할 때 써온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1994년 미스치프 산호초(팡가니방 산호초)나 2012년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黃巖島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 등을 점거할 때 중국 어선들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휫선리프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존슨 남(南) 암초와 180㎞ 떨어진 피어리 크로스(융수자오; 永暑礁) 암초도 같은 방식으로 점령하고 인공구조물을 세운 바 있다.


그런데 중국은 이번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휫선리프를 또 중국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휫선리프는 길이 13㎞, 면적 10㎢로 아주 작은 암초로, 필리핀에서는 약 320㎞, 중국에서는 약 1천60㎞ 떨어져 있다.


그런데 이 휫선리프에 대해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필리핀은 당연히 자신들의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지만 중국과 베트남 또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이렇게 휫선리프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휫선리프가 그동안 썰물 때만 수면 위로 드러나는 '간조노출지'여서 유엔해양법상 영해나 EEZ의 기점일 수 없었지만 최근들어 100m 길이 사구(沙丘)가 생겨 현재는 조석간만과 무관하게 관측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섬이나 만조노출지로 인정받으면 각각 영해·EEZ와 영해의 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南沙群島·베트남명 쯔엉사군도)의 주요 군도인 '유니언 뱅크' 동쪽 끝에 자리하고 있는 휫선리프는 전략적 가치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국이 이렇게 끈질기게 중국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화한다는 의미는 간단하다. 그 곳에 군사시설물을 건축하고 군인을 상주시켜 유인도화하면서 중국령으로 차지하고 버티는 것이다.


[미국에 긴급지원 요청한 필리핀]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자 필리핀은 미국에 SOS를 요청했다. 지난 8일에는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교장관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통화하면서 남중국해에 중국 선박 200여척이 정박중인 상황과 관련해 논의를 했고 미국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양국 장관은 1951년 체결한 상호 방위조약이 이번 사안에 적용된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고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밝혔다.


10일에도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부 장관은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휫선 암초에 머무는 중국 선박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이 로렌자나 장관에게 국방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남중국해 위협 상황인식'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협의의 결과로 12일부터 2주동안 미국과 필리핀은 합동 군사훈련인 '발리카탄'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필리핀에 코로나 상황도 엄중하지만 미군 700명, 필리핀군 1천여 명이 참가한다고 시릴리토 소베자나 필리핀군 합참의장은 밝혔다.


이 훈련에는 중국의 도발과 관련해 스플래틀리 군도 주변을 감시하고 있는 미 해군의 마킨 아일랜드 강습상륙함 전단도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필리핀은 그동안 두테르테 대통령이 2016년 취임 이후 파기를 공언해 왔던 미군과의 방문군 협정(VFA)을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집권 초기, 反美를 부르짖던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사실 필리핀이 이렇게 미국과 다시 동맹관계를 외치게 된 것은 상당히 의외라고 할 정도로 상황이 급변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집권하면서 反美를 공공연하게 외치면서 중국에 공을 들여왔다. 두테르테는 취임 직후 중국을 방문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급 대접을 받으면서 친중 가도를 ‘자랑스럽게’ 달려왔다.


그는 중국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중국인의 핏줄"이라며 "중-필리핀 관계가 경제 발전에 훈풍을 불어넣길 바란다"고 밝혔고, 중국 방문 도중 미국과의 결별도 선언했다. 그는 필리핀 교민을 만나는 자리에서 "이제 미국에 결별을 고할 때다"며 "더 이상 미국의 간섭은 없다. 미국의 군사훈련도 없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심지어 지난 2019년 6월에는 남중국해에서 중국 선박이 필리핀 어선을 들이받아 침몰시킨 사고가 났음에도 '단순 선박 충돌사고'라고 일축하면서 중국을 감싸기도 했고, 지난해 12월에는 ‘미국이 확보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필리핀에 제공하라’고 요구하면서 미국이 백신 제공을 안 한다면 양국 간 합동 군사훈련 ‘발리카탄’의 근거인 방문군협정(VFA)을 종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심지어 “백신 안 준다면 미군은 떠나라”는 막말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지난해 9월 화이자의 선구매 백신 계약 방식을 “미친 짓”이라고 공개 비판했었다. 그런 그의 태도가 표변한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갑자기 친중에서 친미로 다시 돌아서게 된 것은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남중국해의 필리핀 영유권 주장 섬들과 암초들에 대한 중국의 집요한 침략이 필리핀 국민들의 분노를 유발하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면 필리핀 경제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화려한 청사진을 예고해 왔지만 정작 아무런 변화도 없는 상태에서 남중국해의 섬과 암초들에 대한 중국의 침략 야욕이 불거지면서 코너에 몰리게 됐다.


이와 관련해 그레그 폴링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동남아시아 선임연구원은 CNBC에 "중국은 (필리핀에) 약속한 사회기반시설 건설 프로젝트 중 다리와 관개사업 각 1건만 착수했다"면서 "이마저도 사업이 완전히 무산될 수 있는 난관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군과 필리핀 민간인에 대한 공격도 멈추지 않고 있다"며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에 과한 저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자신의 재선이 걸린 내년의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필리핀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감정이 아주 좋지 않다는 문제도 불거졌다.


여론 조사기관 소셜웨더스테이션스(SWS)가 지난해 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필리핀인들은 중국보다 미국과 호주를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을 신뢰한다는 응답률은 지난해 12월 대비 큰폭으로 하락했다.


대체로 필리핀 국민들의 미국에 대한 신뢰도는 75% 안팎이나 중국에 대한 신뢰도는 20%내외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한때 국정지지율이 90%를 넘나들던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반감도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15일 필리핀 현지매체 비즈니스월드는 최근 필리핀을 둘러싼 국제상황으로 인해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사태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데다가 무리한 친중정책을 펼쳤음에도 오히려 국익에 엄청난 손해를 가져다 주었다는 것이 그 이유로 지적된다.


이 매체는 “내년 지지자들의 마음을 가를 주요 이슈 중 하나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두테르테 대통령 지지자인 릴리 터레니오(41)씨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강화를 우려하는 국민들이 80%를 넘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들도 나와 있어서 이 문제가 어차피 내년의 대통령 선거에 있어 주요한 이슈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헨리 유싱코 마닐라대 정책센터 연구원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 행보는 국민들이 반대하는 유일한 정책으로 생각된다”며 “대중 외교정책은 반드시 선거이슈로 다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을 활용해 이득을 챙겨보려다 손에 건진 것도 없고 코로나 백신의 도움은 약간 받았지만 중국산 시노팜 백신을 맞은 대통령의 경호팀마저 무더기로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창피만 당한 꼴이 됐다.


그러다가 오히려 중국의 영토 야욕에 희생제물이 될 상황에서 그동안의 反美를 버리고 다시 親美反中으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그동안 국민들은 실험실의 쥐 신세가 된 것이고, 코로나로 인한 희생만 늘어나게 됐다. 이것이 국제정세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현실이고 필리핀 국민들이 처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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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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