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이란에 무력 경고, “미국이 달라졌다!” - 미국 핵잠수함 위치 공개하며 이란에 이례적 경고 - 니미츠함에 마킨 아일랜드함까지 아라비아해에 전개 - 이라크내 미군기지 공격땐 곧바로 이란 보복 의지
  • 기사등록 2020-12-23 14:23:45
  • 수정 2020-12-23 18:37:16
기사수정


▲ 미국 해군은 2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오하이오급 미국 핵 추진 잠수함 조지아호(USS Georgia)가 페르시아만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미극 해군]


[미국 핵잠수함 위치 공개하며 이란에 이례적 경고]


미국이 확실히 달라졌다. 그저 입으로만 엄포를 날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중무장한 핵잠수함의 위치와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이란이 만약 도발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드러냈다. 호랑이의 으르렁거리면서 포효하는 모습을 이란에 보여준 것이다.


미국 해군은 2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오하이오급 미국 핵 추진 잠수함 조지아호(USS Georgia)가 페르시아만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미 해군은 이날 성명문에서 “(핵잠수함의 존재는)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 모든 범위의 군사력을 가지고 언제라도 어떤 위협으로부터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또 핵 잠수함 조지아호는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154기를 탑재하고 특수부대원 66명을 태울 수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외신들은 "미국의 핵잠수함이 자신의 위치와 사진까지 공개하고 더불어 무장병력의 숫자까지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또 조지아호가 전함 ‘포트 로열’(USS Port Royal)과 이지스 순양함인 ‘필리핀 시’(USS Philippine Sea)의 호위를 받으며 해협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중동 산유국들의 주요 원유 수송로다. 북쪽으로는 이란, 남쪽으로는 아랍에미리트와 접한다.


▲ 지난 17일과 18일, 미 해군과 공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립 해군, 공군과 함께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사진=미국 해군]


[미군, 사우디군과 합동훈련, 위용 과시]


이러한 핵잠수함 조지아호의 위력과시와 함께 17일과 18일에는 미 해군과 공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립 해군, 공군과 함께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올해 들어서만 5번째 훈련이다.


이번 훈련에는 미 공군의 RSAFF-15, F-15E 스트라이크 이글, F-16C 파이팅 팰컨 전투기와 미 해군의 MH-60R Sea Hawk, RSNte MH-60S Night Hawk 헬리콥터가 참여했고 대잠 초계기인 P-8A 포세이돈도 공중에서 이들을 지원했다.


이란의 코앞에서는 핵잠수함이 위력을 과시했고 그 배후에서는 미군과 사우디 연합군이 이란을 위협한 셈이다.


[니미츠함과 마킨 아일랜드도 배후에서 작전 준비중]


이와 함께 이란과의 충돌이 확대될 것을 대비해 지난 11월 25일 핵 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CVN 68)을 걸프만에 배치됐다. 미 해군 5함대 사령부는 니미츠함의 배치가 이번 사안과는 관계가 없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주둔 미군의 감축과 관련이 있다고는 했지만 LHD-8 USS 마킨 아일랜드(Makin Island)함까지 추가로 배치되는 것을 보면 이란 사태와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미 해군의 항공모함인 니미츠함은 11항공모함 비행단이 주둔하며 2척의 페리급 호위함과 5척의 이지스함과 편제를 이루고 있다.


마킨 아일랜드함은 시해리어 수직이착륙 전투기 등 30여대를 탑재하고 있으며, 해병대 병력 1900여명과 M-1A1전차 5대 등 100여대의 차량을 수송할 수 있는 강습상륙함이다.


이렇게 기존의 니미츠함에 마킨 아일랜드함까지 동시에 아라비아해에 떴다는 것은 언제든지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전쟁도 불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그널이라 할 것이다.


[미국은 왜 이렇게 이란에 대해 강경한가?]


미국이 이렇게 핵추진 잠수함의 사진과 위치까지 공개하면서 이란에 대한 강경 자세를 보이는 것은 지난 11월 27일(현지시간)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있어 핵심 브레인이며 선구자로 알려진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암살된 후 중동지역에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국보급 보물처럼 여기는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는 지난 2011년 유엔에 의해 이란이 핵무기 기술 획득을 위해 노력한 주도적인 인물로 지목됐으며,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도 요주의 인물로 지목했었다. 그런 그가 수도 테헤란에서 동쪽으로 40㎞ 떨어진 소도시 아브사르드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바로 옆을 지나던 트럭에서 폭발물이 터지자, 승용차가 잠시 멈춘 순간 테러 공격을 받아 암살되었다.


이 사건은 이란에 큰 충격을 주었고 이스라엘과 미국을 향한 보복 요구가 잇따랐다.


*관련기사: [정세분석] 북한 연계 이란 핵 과학자 암살한 이스라엘

*관련 영상: [Why Times 정세분석 609] 북한 연계 이란 핵 과학자 암살한 이스라엘


여기에 지난 1월 3일 이란의 군부실세이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되던 권력자이던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이 이라크를 찾았다가 미군 무장무인기 공습에 사망했었는데 그의 1주기가 다가오면서 미국을 향한 테러 움직임들이 있다는 점도 이번 무력시위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중동에서 이란 대리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도발이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에는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등이 입주한 바그다드 내 고도 경비 구역인 '그린존'에 카투사 로켓(구소련이 개발한 다연장포) 8발이 떨어졌다. 미사일은 대부분 주거지역에 떨어졌으며, 이번 공격으로 이라크 병사 한 명이 다치고 일부 건물과 차량이 파손됐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대사관 부지가 다소 손상됐지만 사상자는 없다”고 밝히면서 “이라크 정부에 책임 세력을 처벌하고 예방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프랭크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이튿날 기자들에게 "미국은 언제든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에선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미국 대사관 등 미국과 관련된 시설이나 인물을 노린 로켓 공격이 적어도 39번 발생했다. 미국은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민병대를 공격의 배후로 보고 있다. 親이란 무장단체들은 미군 철수를 주장하며 이라크 정부를 압박해왔다.


지난 11월 28일에도 미군이 주둔중인 바그다드 공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로켓 발사 공격이 2차례 이뤄졌다. 로켓은 공항이 아니라 민가에 떨어져 일가족 3명을 포함해 5명이 숨졌다. 이날 현지 경찰은 “親이란계 시아파 민병대가 벌인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친이란계 시아파 민병대인 카타입헤즈볼라(KH)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심해진 뒤로 주기적으로 미국 대사관을 비롯해 각국 대사관이 몰려 있는 소위 ‘그린존’과 미군 주둔 바그다드 공항을 노린 공격을 감행해왔다.


이렇게 이란과 연계된 시아파 민병대들의 잇따른 공격에 대해 미국은 군사 보복 같은 강경 대처보다는 경제 제재 방침과 함께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의 철수를 검토해 왔었다.


실제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1월 26일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를 만난 자리서 미국인에 대한 안전보장을 요구하고, 만약 지금과 같은 위협이 지속될 경우 대사관을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20일 바르함 살리흐 이라크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서도 대사관 철수 가능성을 알렸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런데 이렇게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의 일시 철수 보도가 나간 후에 28일 바그다드 공항을 겨냥한 로켓 공격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라크 당국은 이러한 미국대사관 철수설에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보도 직후 이라크 대변인실은 “미국 정부가 다시 철수 계획을 고려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나섰고, 가디언 등 외신들은 이라크 알카드히미 총리가 유럽 국가들에 “미국이 대사관 철수에 나서지 않도록 설득해 달라”고 요청하며 상황 수습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이라크 정부가 우려하는 대로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을 철수한다면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들의 승리를 선언해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는 판단을 미국이 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미군에 의해 축출된 이래, 이라크 내 시아파 세력에 자금줄을 대면서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현재 친이란계 시아파 민병대는 이라크 정부군에 맞먹을 정도로 세력이 확대된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미국은 이란과 연계된 시아파 민병대가 득세를 하지 못하도록 이라크 정부를 도와주어야 할 입장에 처하자 미국 대사관의 철수 대신 이란을 직접 겨냥해 군사적으로 응징하는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달라졌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군사적 강경 대응 방안은 이미 정해졌다. 그동안 군사적 조치에 대해 소극적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마음을 바꿔 먹었다는 의미다.


이미 그러한 조짐이 있었다. 지난 10일 미국이 이란에 대한 무력시위 차원에서 장거리 전략 폭격기인 B-52H 2대를 걸프만에 출격시켰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B-52는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핵잠수함(SSBN)과 함께 3대 핵 전략자산 중 하나다.


B-52H 2대는 걸프만에서 2시간가량 머물렀는데, 이란 영공에서 ‘안전거리’를 두고 카타르와 바레인 인근 걸프만 서쪽 지역을 비행하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등 지역 동맹국 전투기와 합류한 뒤 사우디 영공을 거쳐 박스데일 기지로 복귀했다고 미국 국방부는 밝혔다.


미국은 지난달 21일에도 미국 노스다코다주 마이넛 공군기지에 배치된 B-52 2대를 걸프만에 파견해 동일한 무력시위를 한 바 있다.


이렇게 한 달에 두 차례 무력시위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이렇게 이란에 대한 미군의 응징 의지를 본격화하는 차원에서 이번에는 핵 잠수함 조지아호를 이란의 코앞 해상에 배치했고 또 니미츠함과 마킨 아일랜드함까지 걸프만에 보낸 것이다.


[미국의 달라진 의지가 중국과 북한에 주는 의미]


이란에 대한 미국의 강경 의지가 중국과 북한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걸프만에 실제 군사행동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중국을 향한 강경한 대응도 미국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국 군사행동 의지는 곧바로 북한에 대한 확실한 제압과도 직결된다.


미국이 과거와는 달리 말로만 겁박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군사적 응징으로 분명히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 이란과의 대치 현장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두고 보면 안다. 이렇게 미국이 강력한 경고를 했음에도 이란과 연계된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가 미군 시설을 공격해 온다면 미국은 곧바로 그 본거지인 이란에 대한 공습을 단행할 것이다.


지난 1월 미국은 솔레이마니를 암살할 때 국제적인 비난 여론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 대사관 4곳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고 있었다”면서 “솔레이마니의 암살은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도 "우리는 미 대사관 공격을 비롯한 임박한 위협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 이라크에서 이란의 사주를 받은 시아파 민병대들이 미국인에 대한 위협을 본격화하자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도피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면 대결로 군사적 응징을 통한 제압을 하겠다고 나섰다는 것은 미국 행정부의 생각이 기존의 방식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생각의 변화는 중국과 북한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향해서는 앞으로 단순한 항행의 자유 시위가 아닌 직접적으로 남중국해를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것이고, 북한을 향해서도 북한의 위협에 말로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적 응징을 통한 비핵화를 이끌어 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힘의 미국’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이란만이 아닌 중국과 북한에게도 같은 방식이 적용될지가 관심거리다.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759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