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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4-24 09: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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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파는 바로 호남과의 정치 투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주류의 자리에서 밀려났다. 사진은 지난 대선 당시 광주지역 유세를 펼치는 문재인 후보 모습 [사진: 뉴시스]


문재인 정권 들어선 이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국가의 미래와 민생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 서슴없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우려를 넘어 혐오스럽다고 표현해야 할 일들이 하루도 쉬지 않고 이어집니다.


우파의 입장에서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은 이렇게 문재인 정권의 패악이 심각한데도 국민들이 별다른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문재인 지지율이 추락했지만 40%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요? 저는 대한민국 주류가 교체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을 이만큼 발전시켜온 주역이었던 애국보수우파가 주류의 자리를 좌파세력에게 내준 것입니다.


우파는 왜 주류세력의 위치를 좌파에게 내주었을까요? 국정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하지만, 우파가 주도했던 대한민국의 발전은 세계적으로 드문 성공사례입니다. 경제와 안보 등 국정의 두 가지 기준에서 우파는 좌파에 비해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성공사례를 만들어낸 우파가 정치적으로는 처절하게 패배했습니다. 저는 우파의 이런 패배의 밑바닥에 호남 문제가 놓여있다고 봅니다.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우파는 바로 호남과의 정치 투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주류의 자리에서 밀려났다고 생각합니다.


87년 체제에서 대한민국의 선거는 100% 영호남 대립구도였습니다. 대한민국 선거의 핵심 이슈는 우파의 호남 포위 작전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여부였습니다.


우파는 이 대결에서 대부분 승리했습니다. 선거를 호남과 대한민국의 대립구도로 만들면 백전백승이었습니다. 하지만 재미난 골에 범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무기는 효과가 강력한 만큼 치명적인 부작용을 안고 있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우파 내부의 저열화가 심각해졌다는 점입니다. 진영 내부의 선순환 구조가 무너지고, 악순환 구조가 자리잡았습니다.


같은 민족에 대한 혐오와 소외를 무기로 하여 집권하는 세력이 건강한 인력 수혈과 정치 리더십 창출이라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는 우파가 이 점에서 명백하게 실패했고, 그 결과가 탄핵과 문재인 정권의 등장이라고 봅니다.


탄핵으로 인해 우파가 패배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제가 보기에 탄핵은 패배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탄핵이 없이 정상적인 정치 일정이 진행됐다 해도 과연 우파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을지 저는 의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야말로 우파 최후의 대통령이자, 우파가 더 이상 유력 대선주자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였습니다. 이 모든 게 우파 내부의 저열화, 악순환 구조를 입증하는 현상입니다.


우리나라 좌파는 정책 능력이나 도덕성 모두 허접합니다. 87년체제 성립 이후 몰락의 위기에 처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호남이 이들의 정치적 숙주가 되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전국 각지의 호남 2,3세 등 호남 성향 유권자들은 국내 최대 유권자 집단이라고 합니다. 그런 호남을 붙잡고 있는 한 좌파들은 거듭된 정치적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시 재기할 수 있었습니다.


좌파가 리버럴과 중도 성향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정당성을 어필하는 정치적 상징자산도 호남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5.18입니다. 문재인 정권의 핵심인 86세대는 80년대 학생운동을 통해 가치관이 형성된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강력한 투쟁력을 유지했던 데에는 5.18 등 호남의 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좌파와 호남의 결합이 만들어낸 정권입니다. 우파 불패의 무기였던 호남 소외, 호남 혐오가 오히려 우파의 덫이 됐습니다. 좌파와 호남의 결합은 앞으로도 좌파 집권의 절대 반지가 될 것 같습니다. 이 결합을 깨트리지 못하면 우파 승리와 집권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우파가 좌파의 패악으로부터 나라를 구해내고, 정권을 되찾아오려면 호남과 좌파를 분리시키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려면 좌파 이념의 포로가 되어있는 호남을 우파의 정치철학과 이념으로 설득해 변화시켜야 합니다.


우파 중에는 왜 호남을 설득해야 하느냐며 반발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이것은 선택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걸 못하면 우파는 집권을 포기하고 대한민국 정치의 영원한 마이너로 남게 될 것입니다.


호남 혐오를 버리지 않는 강경 우파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그 논리적 귀결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호남을 말 그대로 몰살시키는 것입니다. 일베 사이트에 가보면 “할아버지 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홍어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였으면 한 줄로 세워 모조리 머리에 바람구멍을 내야 한다”는 식의 글이 많이 올라옵니다.


이게 너무 심하다면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호남을 대한민국에서 배제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우파들이 현실적인 가능성을 떠나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습니다. 호남은 따로 나라를 만들고 나가서 남남으로 살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결과를 누가 가장 좋아할까요? 김씨조선과 중화인민공화국 아닙니까? 우파의 의도와 정반대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호남을 설득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5.18 등도 대한민국 역사의 자산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5.18을 무장 반란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로서는 펄쩍 뛰실 얘기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성공 신화에는 기적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후발 신생국가로서 단기간에 민주화를 달성했다는 성과도 빠지지 않습니다.


민주화와 인권 등은 인류 역사를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는 국제표준입니다. 이런 국제표준을 부정할 경우 김씨조선과의 체제경쟁에서 대한민국의 우월성도 상당부분 근거를 상실하게 됩니다.


결정적으로, 지난 몇십 년 동안 호남 소외와 혐오를 무기로 정권을 창출하고 유지해왔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우파의 고립과 소외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호남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요? 저는 우파의 어르신들과 지식인들이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호남 문제는 우리나라 지식인들에게 일종의 금기였습니다. 제가 호남 문제를 조사하면서 놀란 것은 우리나라 지식인들 특히 우파 지식인들의 호남 문제에 대한 발언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성경에 보면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라는 예수님 말씀이 나옵니다. 저는 호남 문제에 대해 지식인들이 침묵한 결과가 바로 일베 사이트의 등장이라고 봅니다.


일베야말로 우리나라 보수의 정서적 성감대입니다. 제가 서울대총학과 함께 혐오 발언 관련 행사를 할 때 듣기로 서울대 학생의 15% 정도가 일베 회원이라고 하더군요. 단순히 사이트 구경하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 동조하고 참여하는 학생들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베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루저들이 썼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 높은 글들이 적지 않습니다. 호남을 비하하고 공격하는 글 중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반박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았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 중에서도 일베 회원이 적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문제는 그렇게 적지 않은 정당성과 진실을 담은 메시지들이 왜 그렇게 패륜적인 발언을 통해서만 표현되느냐 하는 점입니다. 그 결과는 처참합니다. 흔히 메신저가 바로 메시지라고 하지 않습니까? 일베가 지금 우리 사회의 상식인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파 지식인들은 호남 문제에 침묵하고, 일베가 대신 발언했습니다. 그 패륜 발언들에 대해 또 우파 엘리트들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일베가 온갖 패륜 발언을 일삼을 때 우파의 리더 중에서 어느 한 분이라도 “너희들 의도는 알겠지만, 그런 패륜적 표현은 옳지 않다”고 말씀하셨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최소한 지금보다는 우파의 발언에 더 설득력이 생기지 않았을까요?


적어도 호남 문제에서는 일베가 우파의 발언을 대변했습니다. 우파는 호남에 대해서 정정당당하게 비판할만한 용기도, 정치적 정당성도, 애정도 갖지 못했습니다. 뒤에 숨어서 혐오만 했던 것입니다.
공자는 정자정야(政者正也,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정치는 정당성, 정의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호남에 대한 우파의 메시지가 정치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정치의 기능 중 하나가 공동체의 통합일 텐데, 호남을 인종주의적으로 혐오하는 우파가 대한민국 사회를 통합한다고 자신할 수 있겠습니까?


온라인에서 이 문제를 두고 우파들에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습니다. 당신들이 일상적으로 내뱉는 호남 혐오 메시지를 당신네 정당에서 공개적인 정책이나 요구 등으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고. 한 사람도 대답하지 못하더군요. 제가 그랬습니다. 공개적으로 내세우지도 못하는 반인륜적 혐오 메시지를 붙잡고 있다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 정치적인 패배라고.


호남 혐오는 인종주의적 성격이 강합니다. 호남이 정치적으로 잘못된 길을 갔다고 해도 인종주의적 혐오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파의 호남에 대한 비판이 정당성과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런 인종주의적 혐오와, 정치적 비판을 분명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저는 원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호남에게 진실을 얘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직이 최상의 정책’입니다. 우파가 대한민국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그 진정성을 담은 메시지를 호남에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메시지는 호남의 반기업, 반시장, 반자본주의, 반미반일, 반대한민국 정서를 버리지 않으면 호남도 불행해지고 대한민국도 망하게 된다는 것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게 우파의 가치를 집약한, 호남에게 해야 할 이야기 아닙니까?


이것은 이념적 내전입니다. 우파는 반드시 이 전쟁을 치러야 하고, 승리해야 합니다.


서울에서 성공하신 광주 출신 의사 선생님이 따님 결혼식을 광주에서 치르게 됐습니다. 광주의 4성급 호텔에서 예식을 치르는데 갑자기 정전이 됐습니다. 예식장 불이 나가고 암흑천지가 된 겁니다. 호텔에서 정전이 된 것도 황당한데 더 놀라운 일은 그 뒤에 일어났습니다. 정전이 되고 불이 나가자마자 호텔 측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수백 자루의 초를 갖고 와 불을 켜고 예식을 진행한 것입니다.


하객 한 분은 신부 아버지에게 “원래 화촉이란 말이 촛불 아닝가? 잘 산다는 조짐잉께 너무 맘 상하지 말소.” 이렇게 덕담을 건네셨다고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이 덕담 건네신 분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호남의 대표도시 광주의 호텔에서 벌어진 이 에피소드는 호남의 처참한 지역 인프라와 경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불이 꺼지자마자 수백 자루의 초를 대령했다는 것은 그런 일이 평상시에도 잦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 호텔은 폭우가 쏟아지면 복도에 물이 넘쳐서 카페트를 동원해 빨아들인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 역시 직접 목격한 분에게서 들은 것입니다.


호남에는 정반대 측면도 있습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서울 구청장 25명 가운데 20명이 호남 출신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현재 문재인 정권의 요직에 호남 출신들이 대거 진출했다는 사실도 잘 아실 겁니다.


처절한 경제적 무능력과 압도적인 정치적 우세. 이게 호남의 현실입니다. 압도적인 경제적인 성과와 대조되는 처절한 정치적 무능력을 보여주는 우파와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호남과 영남의 대립으로 상징되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대한민국의 모습이라고 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런 대립의 극복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봅니다. 호남은 그런 과제의 최전선 지역입니다. 호남 사람들이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다 해도 그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호남에 비판적인 얘기, 호남이 듣기 싫어하는 얘기, 호남의 반기업 반시장 반자본주의 반미반일 반대한민국 정서를 비판하는 얘기를 많이 해온 편입니다. 믿지 않으실지 모르지만, 제가 호남 현지에서 그런 얘기를 했을 때 “속이 후련하다”며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호남의 자기 검열 분위기 때문에 좌파를 비판하시는 분들도 공개적으로 그런 의견을 꺼내기 어렵습니다. 누군가 나서서 그 금기의식을 깨줘야 합니다. 저는 힘 닿는 한 그 일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능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고 합니다. 우파 지식인들과 오피니언리더들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광주에서 호남의 반기업 반시장 정서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대구와 부산에서도 호남에 대한 인종주의적 혐오를 버리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얘기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광주에 가서는 ‘민주화의 성지’라고 추켜세우고, 대구와 부산에 가면 ‘근대화의 주역’이라고 아부해왔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회피하는 방식입니다. 이제 달라져야 합니다.


우파는 좌파보다 더 뛰어난 정치를 하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습니다. 좌파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기술로 승리했지만, 우파는 나라를 구하는 기술로 승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출발점의 하나가 호남 문제에 대한 발언이라고 봅니다.


호남 혐오는 우파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입니다. 우파의 지성들이 호남 혐오와 비판을 구별해서, 정정당당한 비판으로 호남의 변화를 이끌어낼 때 우파는 진정으로 새로운 정치 리더십을 갖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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