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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저사양 AI칩까지 中수출 막은 美, 관세전쟁 반도체로 확전 - 美, 저성능 AI칩도 中수출 통제… 관세전쟁, 반도체로 확전 - 엔비디아 ‘700조 원’ 읍소에도 中수출 막은 트럼프 - 美 AI칩 사용 금지시켰던 중국, 도대체 무슨 배짱이길래?
  • 기사등록 2025-04-18 11: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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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저성능 AI칩도 中수출 통제… 관세전쟁, 반도체로 확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의 저사양인 H20 칩의 중국 수출마저 제한하면서 미중간 관세전쟁이 이제 반도체로까지 확전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 중국 압박이 더욱 강화되었다는 점에서 미중간 충돌이 더욱 격화됨은 물론이고 미중간 디커플링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칩까지 수출을 제한하면서 실리콘 밸리 거대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고 월가의 기술주들이 타격을 입었다”면서 “엔비디아는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밤 늦게 제출한 규제신고서를 통해 미국 칩 제조업체의 중국 판매에 대한 새로운 미국 규제를 공개했으며, 이로 인해 약 55억 달러(약 7조 8천억원)의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FT는 이어 “이러한 규제조치는 미국 상무부에 의해 확정된 것으로, 이는 미중간 무역전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 행정부 때부터 부과해 온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수위를 한층 더 강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도 “미 상무부는 엔비디아의 H20 칩을 중국으로 수출할 때 새로운 수출 허가 요건을 적용한다고 밝혔다”면서 “AMD의 AI 칩 MI308을 비롯해 이에 상응하는 다른 칩들도 이번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고 상무부는 덧붙였다”고 짚었다.


엔비디아도 이날 지난 9일 미 정부로부터 H20 칩을 중국 수출 시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14일에는 이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는 통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엔비디아 ‘700조 원’ 읍소에도 中수출 막은 트럼프]


그렇다면 미국은 엔비디아 매출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저사양 인공지능(AI) 가속기 H20의 중국 수출까지 막은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엔비디아가 미국 본토 내에서 700조원 어치의 AI슈퍼컴퓨터를 생산하겠다고 읍소하다시피 했음에도 단호하게 엔비디아의 저사양 칩까지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막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미 상무부는 엔비디아의 H20 칩이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사용되거나 전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어서다. 다시 말해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AI기술을 끌어 올리면서 ‘저사양’ 칩도 미국을 겨누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2022년 바이든 전 행정부 때부터 안보를 이유로 미국산 최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규제해 왔다. 이에 엔비디아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기존 H100 칩에서 성능이 낮아진 H20 칩을 제작해 중국에 수출해왔는데, 이번에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규제를 강화하면서 성능이 낮은 H20 칩까지로 수출 제한 조치가 확장된 것이다. H20 칩은 그간 미국 정부의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한도 내에서 중국에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최고급 사양의 AI 칩이었다.


H20 칩은 연산 능력은 낮지만, 고속 메모리 및 기타 칩과의 연결성이 뛰어나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블랙웰보다 성능은 낮지만, 블랙웰에서 사용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장착돼 일부 성능이 개선됐다.


특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지난 1월 저가형 우수 AI 모델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H20은 딥시크가 AI 모델 학습에 사용한 칩 중 하나로 알려졌다. 바로 이 점을 미국 정부가 눈여겨본 것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2022년부터 대중 수출 제재를 실행하면서 반도체의 ‘연산 능력’과 ‘데이터 전송 대역폭’을 기준 삼아왔다.


그런데 H20은 엔비디아가 그 기준대로 성능을 낮춰 중국에 파는 AI 가속기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H20이 AI추론용으로 그 성능이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H20의 중국 수출도 막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그동안 제시되어 왔다.


사실 AI 훈련(모델 개발)에는 연산 능력이 중요하지만 추론(서비스)에는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이 중요한데, H20은 HBM3(4세대)을 장착해 충분한 성능을 낸다는 점을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해 왔다. 특히 이런 주장은 지난 1월 중국 딥시크가 고성능 추론 모델을 내놓으며 힘을 받았다.


[중국 우회 수출 루트도 철저히 봉쇄한 미국]


미국은 또한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 봉쇄에도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 정부와의 상호관세 협상에서 중국이 해당국을 거쳐 상품을 운송하는 걸 막아줄 것을 요구했다”면서 “중국 기업이 미국 관세 회피용으로 해당국에 회사를 설립하거나, 대미 수출이 막힌 중국산 공산품 수입을 막는 방안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우회 수출의 대포적인 국가가 베트남인데, 베트남 정부도 스스로 중국으로의 우회 수출을 철저하게 봉쇄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섰다.


[美 AI칩 사용 금지시켰던 중국, 도대체 무슨 배짱이길래?]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지난해 10월초,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에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인 미국 엔비디아 제품 대신 중국산 AI 칩을 구매하도록 '압력'을 가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지난해 9월 28일, “중국 당국이 미국의 제재 속에서 지난 3년간 중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스타트업들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진전을 이루며 번창했다”면서 “자국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고, 미국 제재에 대응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 제품 대신 중국산 AI 칩을 구매하도록 지침 등을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이 이렇게 중국산 AI칩을 사용하도록 강제했다는 것은 그만큼 AI반도체 개발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중국 당국의 주장대로 그러한 기술진보는 과연 이루어진 것일까? 중국 당국이 대외적으로 AI반도체의 기술 진전이 이미 미국의 AI칩에 견줄만할 정도로 기술 진전이 이루어진 것일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엔비디아의 AI칩을 수입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아무리 미국이 대 중국 수출 금지령을 내려도 꿈쩍도 안해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 이와 관련해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중국정보통신기술원(CAICT)은 지난해 10월 13일, 당국이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인 미국산 엔비디아 제품 대신 중국산 AI 칩을 구매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정반대 권고를 내놓았다.


중국정보통신기술원이 정작 당국의 뜻과 다르게 이런 의견을 내놓은 것은 엔비디아 제품이 아니라 중국산 AI칩으로 교체한다면 그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 뿐 아니라 성능도 제대로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중국이 개발했다는 AI칩은 외형은 엔비디아와 비슷하지만 그 성능은 형편없이 떨어지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지난해 10월 15일, “인민대학교의 스인홍 교수를 비롯한 많은 분석가들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세운 '높은 기술의 울타리'를 중국이 완전히 돌파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반도체 등의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이 서방의 기술을 뛰어넘는다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짚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싱크탱크인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소(CICIR)의 연구원인 천펑잉은 SCMP에 “하이엔드 반도체의 경우, 미국의 벽을 넘어서려면 앞으로도 엄청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우리가 결코 돌파구를 영원히 찾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이것이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베이징에 본사를 둔 독립 싱크탱크인 안바운드의 설립자인 찬쿵은 “중국의 기술 업그레이드가 주로 서구에서 훈련받은 인재에 의존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기술적인 진보를 이루려면 당연히 서방세계와 정상적인 교류를 유지해야만 하며, 그것이 담보되지 않는 한 중국이 기술 진보를 이루는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미국의 싱크탱크인 CSIS 같은 경우, “수출 통제로 인해 중국이 미국 기술의 대체 공급원을 찾고, 미국 기술을 완전히 우회하는 신기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가속화되고 확대되었으며, 궁극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미국에서 벗어나도록 촉진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첨단산업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실제로 중국의 현실보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자료들을 과대평가한 결과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SCMP의 보도 내용을 보면 더욱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 루샹은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한때는 비교 우위와 국제 노동 분업을 굳게 믿었기 때문에 전체 공급망에 걸쳐 제조 역량을 구축할 시급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중국이 극자외선 리소그래피(네덜란드 기업 ASML이 주도하고 있는 분야)와 같은 최첨단 칩 제조 기술을 완벽하게 터득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며, 중국이 현재 반도체 관련 첨단 기술과 관련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개발에 투자하는 규모도 전례가 없을 정도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워싱턴 스팀슨 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윤선도 SCMP에 “미국의 대 중국 제재는 강화의 문제가 아니라 진화와 확장의 문제”라면서 “미국은 중국이 따라잡을 수 있다 하더라도 빠르고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 시간 간격을 이용해 이 분야와 다른 분야에서 중국에 비해 더 많은 기술적 우위를 개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렇게 중국 반도체를 두고 말들이 참 많지만 중국내 전문가들이 스스로 고백하는 현실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 신문도 정세분석을 통해 자세히 설명했지만 화웨이가 7나노칩을 개발해 스마트폰에 사용했다는 것도 그 실체가 무엇인지 모두 드러났고, 중국의 AI기술이 미국을 추월할 의지조차 상실했다는 것도 우리 신문이 자세하게 보도해 드린 바 있다. 이것이 중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씩 흘러나오는 중국 첨단 산업의 일취월장 기사에 절대 흥분할 필요가 없다는 것, 다시 한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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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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