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들어요': 트럼프 관세로 마비된 중국 중소기업들]
미국과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수많은 중소기업들과 노동자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으면서 하루하루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시진핑 주석이나 중국 당국이 ‘끝까지 싸우겠다’며 큰 소리도 치고 대단히 센 척하지만 지금 중국 전역이 힘들어하고 있고 골병든 환자처럼 아파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BBC는 16일, 중국 저장성에 본사를 둔 소보테크놀로지라는 회사를 예로 들면서 “약 400명의 직원을 둔 이 회사에서 만든 제품의 절반 이상이 미국으로 수출되지만 지금은 그 길이 막히면서 재고가 고스란히 창고에 쌓여 있다”면서 “이 회사 뿐만 아니라 중국의 수많은 공장들이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이어 “광저우에서 열리는 거대한 무역박람회인 칸톤페어에 참가한 3만여 회사들이 주 고객사를 미국에 두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 회사들이 생산을 중단했다”면서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 물러서서 관세율을 낮춰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짚었다.
BBC는 “중국 내부에서는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히면 중국 내수 소비를 통해 판매를 늘리면 된다고 말하지만 효과가 없을 것”이라면서 “많은 중산층이 평생 저축한 돈으로 내 집 마련을 했지만, 지난 4년 동안 집값이 폭락하는 바람에 그들은 돈을 쓰려고 하는 마음조차 사라졌고 지금은 그저 움츠리고만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니 아무리 내수시장을 늘리고 싶어도 중산층들마저 돈을 쓰지 않으니 내수시장이 움직일 리가 없다는 것이다.
BBC는 그러면서 “중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이러한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더 나은 위치에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은 여전히 수출 주도형 경제라는 것”이라면서 “작년 중국 경제 성장의 약 절반은 수출이 차지했다”고 짚었다. 그러니 수출이 무너진다는 것은 중국 경제 전반이 흔들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BBC는 “중국은 여전히 세계의 공장으로 남아 있다”면서 “골드만삭스는 중국에서 대미 수출에만 약 1,000만~2,000만 명이 종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히면 이 엄청난 인구들이 고스란히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BBC는 이어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도 많은 문제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무역전쟁까지 겹치면서 예전에는 하루에 300~400위안(약 5만 8천원~8만 7천원)을 받았지만 이제는 하루에 100위안(약 1만 9천원)도 못버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그나마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어려워졌다”고 짚었다. BBC가 집중취재한 광둥성은 옷과 신발, 가방 등을 제조하는 소규모 업체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IT업체들이 몰린 선전시도 상황은 심각]
더욱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소위 중국의 미래산업을 선도한다고 하는 첨단 칩 산업까지도 관세전쟁으로 인한 직격타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중국 최대의 정보기술(IT)·스타트업 중심지인 광둥성 선전시 화창베이 전자상가는 무역전쟁으로 반도체 칩 소매점들이 파리만 날리고 있다”면서 “지난주 이후 주문이 급감했다”는 화창베이의 칩 유통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보도했다.
SCMP는 이어 “화창베이에서 유통되는 칩은 대부분 미국에서 공급돼 중국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전쟁을 촉발한 이후 화창베이의 인텔과 AMD의 CPU칩 가격은 10~40%가량 인상됐다”면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칩 가격이 계속 오르면 문을 닫고 잠시 쉴 예정’이라 말했고, 또다른 이는 ‘돈도 안 벌리고 가게를 열어두면 지출만 늘어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으로의 수출 끊기면 중국 경제는 고사된다!]
이런 상황에서 눈길이 가는 것은 중국으로부터 미국으로의 수출이 중단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실 그동안 중국과 미국은 샴쌍둥이와 같아서 분리될 수 없는 그런 관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미국과 중국간 상호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미국은 수입국이고 중국은 수출국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다급하면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장기적으로 수입선을 베트남 등지로 바꾸면서 어려움을 극복해 갈 수 있지만, 중국은 그렇게 수출 다변화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보다 중국이 받는 피해나 후유증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골드만삭스는 지난 13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대중국 수입품 중 36%(약 1,580억 달러 상당)에 대해 중국이 전체 공급량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상황이 이렇기 떄문에 상당한 관세 압력 하에서도 미국 수입업체들이 대체 공급원을 찾을 수 있는 단기적 유연성은 제한적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수치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에 미국이 수입하는 PC 모니터와 스마트폰의 70% 이상, 노트북의 66%를 공급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이 모든 수입선을 중국 이외 지역으로 바꿔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이 본격화되면 중국 기업들은 중국 이외지역, 곧 멕시코나 동남아의 다른 국가들로 공장을 이전해 미국으로의 수출길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공장이 살아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은 지난 1980년대와 1990년대 일본기업들에게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렇게 되었을 경우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이 폐허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중국 내 공장의 수도 줄어들 것이고, 이는 당장 일자리의 문제로 이어지면서 중국은 심각한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중국 공장의 동남아 대이전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관세폭탄이 쏟아지자마자 중국의 상당수 공장들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지로 공장 이전을 하기로 하고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에서도 가장 타격을 받는 업종이 패션산업이다. 그동안 미국 등에 초저가 의류를 판매해 왔던 중국 온라인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은 당장 비상이 걸렸다.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혔기 떄문이다. 그러다보니 쉬인의 공장들이 몰려있는 광저우시 판위구(區)는 지금 관세 폭풍의 한 가운데 처해 있다.
심지어 트럼프의 관세폭탄에 더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800달러(약 120만원) 미만 관세를 제외해주는 ‘소액 면세’까지 다음 달 2일 폐지하기로 하자 이들이 받는 충격은 더욱 크다.
광저우에는 쉬인 외에도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 미국을 공략하는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생산 거점이 몰려 있다. 그런데 이들 지역이 이번 트럼프의 관세폭탄으로 인해 받는 충격은 어마어마하다. 우선적으로 수출물량이 취소되면서 공장 가동은 중단되기 시작했고, 노동자들은 교대 휴무에 돌입했다.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큰 회사일수록 충격은 비참하다 할 정도로 클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니 중국 당국도 겉으로는 센 척하면서 미국을 향해 큰소리 땅땅 치지만 내심으로는 좌불안석이다. 중국 경제활동 인구 중 제조업 종사자 비율은 약 29%에 달해 미국(약 9%)보다 훨씬 많다. 그렇다보니 무역 분쟁으로 제조업이 타격을 입고 일자리가 줄어들 경우 중국 국민에게 가해지는 고통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중국이 6개월 이상 미국의 고율 관세가 이어지면 산업이 견디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 것이다.
그래서 중국 당국이 최근들어 강력하게 홍보하는 것 중의 하나가 14억명의 시장이 움직이는 내수 확대다. 또한 중국 국민들의 반미(反美) 감정에 기댄 ‘애국 소비’다. 저장성의 고급 남성화 위탁 생산(OEM) 업체 ‘더사이’의 사장은 11일 더우인(중국판 틱톡)에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이 닫혔다. (중국인) 여러분이 사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런데 이렇게 내수시장도 살아나기 힘들고 애국소비도 크게 움직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시진핑 주석까지 직접 나서 “미국의 압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면서 대미항전(對美抗戰)을 독려하고 나섰지만 그 흔했던 공산당 청년동맹마저 이에 호응해 주지도 않았고, 또 공산당내 애국 시위도 전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애국소비도, 또 내수시장 확대도 기대할 수 없고, 그럴수록 중국의 공동화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거세진 ‘中 저가 공습’, 한국도 경계하라!‘
이렇게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힌 중국의 저가상품들이 이웃나라인 한국으로 대대적 공습을 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니 그러한 공습은 이미 시작됐다. 실제로 올해 1분기(1∼3월) 중국에서 직구(직접구매)로 들어온 저가 상품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새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짝퉁, 유해 상품, 개인정보 유출 등 끊이지 않는 논란에도 중국 상품이 홍수처럼 밀고 들어오며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을 향한 관세폭탄으로 인해 이른바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관세’가 5월 2일부터 본격화하면 한국을 향한 중국발(發) 저가 공습은 더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내수가 침체해 있는 상황에서 국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타격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소액 직구 상품은 관세뿐만 아니라 소비자가격에 더해지는 부가세까지 면제받아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국내 업체들보다 더 유리하다는 점도 심각하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중국 상품의 내수 시장 장악, 국내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 지난해 소액 직구 면세 제도 개편을 검토했다가 이를 두고 일각에서 ‘서민과세’라고 주장하면서 폐지되었다. 이는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 장치라는 점에서 반드시 수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