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베트남 국빈방문 개시…'美 관세' 공동대응 호소]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을 우회하기 위해 동남아 순방에 나섰지만 미국의 관세에 공동대응하자는 그의 요구는 사실상 허공의 메아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평상시에는 갑(甲)의 위치에서 동남아 국가들을 막 대하다가 미국으로부터 압박을 받자 동남아 국가에 손을 벌리는 그 모습에 오히려 동남아 국가들이 코웃음을 치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공산당 기관지 난단(Nhandan; 인민보)은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및 총서기가 하노이에 도착해 1박 2일 일정으로 베트남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면서 “시진핑의 베트남 방문은 네 번째로 올해는 특히 베트남-중국 수교 75주년(1950~2025)으로 의미가 깊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시진핑의 이번 순방은 올해 첫 해외 방문이며, 주석직 취임 후 4번째 베트남 방문이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로부터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시진핑 총서기가 베트남을 방문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동남아 국가들이 힘을 합쳐 미국의 관세전쟁에 공동대응하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은 베트남에 이어 16~18일에는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를 연이어 방문한다.
이러한 시진핑의 생각은 이날 공산당 기관지 난단(인민보)에 기고한 “뜻과 길이 같은 사람들이 손잡고 나아가자(志同道合携手前行)”는 제목의 기고문 글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시진핑은 이 기고 글에서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보호주의에는 출구가 없다”면서 “다자간 무역체제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글로벌 산업·공급망 안정을 유지하며,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국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은 이어 “베트남과 중국은 운명공동체”라면서 “이를 위해 베트남과 중국을 잇는 3개 철도 노선 구축 사업, 스마트 항만 건설 사업에서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베트남의 럼 서기장도 중국 관영 인민일보 기고문에서 “중국 최고지도자 중 가장 많이 베트남을 찾은 시 주석이 '베트남의 진심 어린 동지이자 절친한 벗”이라고 화답하면서, “중국은 베트남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세 번째로 큰 외국인투자 국가”라고 말했다.
부이 타인 선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이번에 베트남이 철도·농업 무역·디지털·녹색 경제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으며, 양국이 여러 분야에서 약 40개 합의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진핑의 중국 우회거점 공장 확대 의도, “이룰 수 없는 꿈”]
이렇게 양국간에 우호적인 메시지들이 오갔지만 사실 시진핑 주석이 베트남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이미 언급했다시피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폭탄에 동남아 국가들이 힘을 합쳐 공동대응하자고 설득하려 함이다.
실제로 시진핑이 방문하는 3개 나라는 2018년 미·중 1차 관세 전쟁 이후 중국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 따라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급증한 국가들이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2차 관세 전쟁을 치르는 중국은 동남아를 ‘중국+1’ 방식은 물론 아예 중국 공장의 대체 시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제조 거점으로 삼아 우회 수출을 늘리는 등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여기서 ‘중국+1’이란 중국에 모(母) 공장을 두고 베트남에 ‘플러스 1’ 공장을 개설해 사실상 중국에서 제조를 하지만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의 택(Tag)에는 “메이드 인 베트남‘을 부착하기 위해 설립한 공장을 말한다. 중국은 그동안 이런 식으로 중국을 우회해 중국산이 아닌 것처럼 속여 미국에 수출해 왔었다.
이런 식으로 베트남은 중국산(産) 중간재를 대거 수입해 완성품을 만드는 국가로,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 가운데 가장 큰 2600억 달러(약 371조원·2024년)에 달했다. 그러다보니 베트남의 무역에서 중국 의존도는 26%에 달한다.
이런 측면에서 시진핑은 베트남 방문을 앞두고 미국을 겨냥해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면서 “중국과 베트남은 홍색(紅色·사회주의) 유전자를 계승하며, 양국은 산업·공급망과 5G·인공지능·친환경 발전 등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글을 베트남 난단(인민보)에 실었던 것이다.
그러나 눈여겨볼 점은 베트남은 이미 중국의 하청공장이 아닌 사실상 중국을 대체하는 서방기업들의 근거지로 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서방사회의 대 중국 압박 정책에 의해 중국에 있던 수많은 공장들이 이미 베트남으로 이전해 왔고, 앞으로는 아예 중국인이 대표인 공장들마저 베트남으로 대거 이주해 올 기세다. 이렇게 되면 이젠 중국 지도부의 손길이 닿는 것 자체가 베트남 입장에서는 거북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베트남이 이미 미중갈등의 최대 수혜국이 되어버렸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베트남을 중국산 상품의 대미 우회 수출 경로라고 콕 찍어 46%라는 초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은 베트남에게도 엄청난 자극제가 되었다. 일단 그런 관세가 90일간 유예가 되기는 했지만 만약 베트남이 중국산 상품의 대미 수출 우회경로라는 낙인을 벗어던지지 못한다면 베트남의 산업은 그대로 좌초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베트남은 미국의 초고율 관세를 맞추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그런 입장에서 첫 번째로 내놓은 방안이 중국산 제품을 베트남으로 들여와서 '베트남산'으로 생산국 표시만 바꿔 미국으로 수출하는 불법 환적 단속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또럼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과 협정을 맺을 수 있다면,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0%로 낮추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대미 수출을 정상화하고 양국 간 경제 관계를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럼 총서기는 아울러 “미국도 베트남산 제품에 대해 유사한 세율을 적용해줄 것”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양국은 가까운 시일 내 관련 협정 체결 가능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이를 통해 대미 수출을 지키고, 무역 불균형 해소도 함께 추진하려 하고 있다.
이렇게 베트남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국가이지만 이미 중국의 품에서 벗어나 있다. 실제로 베트남의 경우 미국으로의 수출이 10% 감소한다면 GDP성장률이 0.84% 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의류, 신발, 전자제품, 스마트폰 등 주요 수출 품목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미국과 중국이 디커플링의 길을 간다면 최대 수혜국이 베트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미 중국의 저가 상품들의 생산공장들이 베트남으로 이전해 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베트남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시진핑이 같은 공산당이 주도하는 동지 국가라고 말을 해도 베트남은 중국이 아닌 미국의 손을 잡고 가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니 시진핑이 아무리 베트남을 방문해 살살 달랜다고 해서 시진핑의 말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이다.
[반 트럼프 세력권 형성에 나선 시진핑, 꿈도 아무지다!]
이런 상황에 중국은 내친 김에 트럼프 관세 등에 대항하는 세력권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예 중국은 이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다자무역을 주장하는 공동선언문 발표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 협상 압박을 받는 나라의 정부 관리들에게 공식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의 한 외교관은 로이터에 “주요 20개국(G20)에 속한 몇몇 국가에도 중국이 공동선언문 동참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어 “이 서한에는 중국의 입장을 반영한 미 정책 비판도 담겼다”면서도 “하지만 선언문엔 중국의 과잉 생산능력, 보조금, 불공정 경쟁 등 중국에 대한 우려는 반영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차원에서 시진핑 총서기는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 방문도 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중국은 올해 아세안 순회 의장국에 오른 말레이시아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리창 중국 총리는 지난해 6월 중국 총리로서는 9년 만에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무역·투자·농업·제조·금융 등의 협력 강화를 합의했다. 이들 양국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에 전년보다 11.4% 늘어 사상 최대(2120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화교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다.
캄보디아 또한 경제 규모는 작지만, 동남아의 대표적 친중(親中)국가다. 지난 5일 중국의 독점 해군기지로 사용될 우려가 제기된 캄보디아 레암 해군기지가 개장했고, 중국·캄보디아 합동 군사훈련도 같은 날 진행됐다.
이렇게 중국은 항미연대를 모색하면서 동시에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연대'에 참가하는 국가에 대해서도 위협했다. 중국중앙방송(CC-TV)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SNS)인 위위안탄톈(玉淵譚天)은 13일 “만일 누구라도 중국의 이익을 갖고 미국에 항복문서로 바친다면 중국은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반미연대를 주창하면서도 이를 거부하는 국가들에 대해 위협을 한 것이다. 이는 미국이 추진하는 대중국 포위망에 동참할 경우 중국이 보복하겠다는 경고다.
중국의 관세 대응은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가 주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당 지도부는 상무부와 외교부 직원에게 모든 휴가를 취소하고 24시간 휴대전화를 켜두라는 ‘전시태세’를 발령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중국은 이미 사실상의 고립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아마도 미국은 반중국 정책 목표를 확실히 달성하기 위해 반 중국 대열에 선 국가들에게는 상당한 당근책을 제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럴수록 시진핑의 중국은 ‘갈라파고스의 섬’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이 이번에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 3국을 방문하기는 하지만 그렇다할 성과도 거두지 못하는 빈손 외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