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불황에 할인 경쟁 벌이는 중국 기업들]
중국의 경제가 소비자들의 대반란에 직면하면서 기업들도 살 길을 찾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결코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중국 정부의 과잉생산 밀어붙이기가 독이 되어 중국의 소비자들과 기업에게 돌아오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불룸버그는 6일(현지시간) “중국의 시진핑 정부가 이끌어 온 경제정책이 독이 되어 소비자들과 기업들에게 덮쳐오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은 아예 지갑을 열지 않고 있고 기업들은 그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 할인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블룸버그는 이어 현재의 중국 경제 상황에 당황한 시진핑 정부가 지난 3중전회에서 소비자 지출을 늘리도록 유도하고 기업간 악의적 경쟁을 억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과연 중국정부가 지금의 난제들을 해결할 능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중국은 지금 소비자들이 매일 대하는 커피나 차 등의 기초적인 시장부터 전기자동차나 AI와 같은 첨단 분야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돌입하면서 소비자들은 더욱 더 검소한 생활을 영위하려 하고 있고, 반대로 기업들은 파격적 할인 경쟁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려 하고 있다.
중국의 유명한 전기차업체인 BYD의 경우 올해 100개 이상의 모델에 대해 대대적인 가격인하를 단행했는데, 이는 지난 2022년말 테슬라가 촉발했던 가격 인하 정책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할인 경쟁은 중국의 기업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 이는 과도한 할인경쟁이 사실상 제살 깎아먹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판매가 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가운데 빠져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실례로 중국 본토에서 테슬라의 강력한 라이벌인 리 자동차는 7월에 전년대비 49.4% 증가한 51,000대를 판매했지만 1분기 영업 이익은 손실을 기록했다. 판매가 늘었음에도 오히려 영업이익은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이러한 소비시장은 이커머스 업계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틱톡의 소유주인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는 최근까지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최저가를 제시한 판매자만 부각되도록 했는데 이러한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틱톡의 중국본토 파트너인 더우인도 “온라인에서 가장 저렴한 제품들을 지나치게 홍보한 탓에 총 상품가치에 대한 내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최저가 또는 저렴한 가격의 제품들을 소비자의 눈에 보이도록 하는 알고리즘을 전면개편하기로 했다. 최저가의 값싼 제품의 판매가 이커머스 시장에 전혀 유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렇게 최저가 중심의 소비 경제가 대형 브랜드의 수익성 뿐만 아니라 공급망의 위 아래에 있는 소규모 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업계만 하더라도 당장 딜러들은 휘청거리고 있다. 많은 딜러들이 손해를 보고서라도 판매하려 하다보니 많은 문제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딜러나 소매상에게 밀어내기 식으로 판매량을 늘리려 하고 있고, 막상 딜러들은 그러한 판매량 목표가 부담스러워 이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중국 최대 자동차 딜러회사 중 하나인 차이나 그랜드 자동차 서비스 그룹은 상반기 순손실이 최소 5억 8,300만 위안(1124억원)으로 전년 대비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상황은 당장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7월 중순까지 주가는 20거래일 연속 1위안 미만으로 마감되어 증권 규정에 따라 강제 상장 폐지가 결정되었다.
소규모 온라인 판매자들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은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면서도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고 한다. 이들은 구매자가 불만족스러운 제품에 대해 반품하지 않고도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환불 전용' 정책을 채택했다. 물론 이 정책은 공짜만 원하는 사람들의 약탈적인 행동으로 이어졌다. 알리바바는 결국 이 기능을 폐지했다.
[소비 시장 확대위해 안간힘 쓰는 중국 정부]
지금 중국 경제의 이러한 상황은 기업들에겐 생존 그 자체를 위협하게 만드는 최악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아예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최악의 할인경쟁까지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마음은 냉랭하다. 그만큼 지금의 중국 소비자들은 돈을 쓰고 싶은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당황한 중국 정부는 소비자들이 돈을 더 많이 쓰도록 하기 위해 외식과 여행, 그리고 쇼핑을 적극 장려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기존 자동차를 전기차로 교체하는 사람들은 대당 2만 위안(386만원)의 현금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불과 3개월 전에 발표된 금액의 두 배에 해당한다.
그러나 시진핑 정부의 이러한 소비증진책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국 경제의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국 소비자들은 마음 문을 꼭 걸어 잠그고 매우 조심스러운 소비행태를 보이고 있다. 다시말해 꼭 필요한 것만 소비하고 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소비는 아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경향은 한마디로 불안에서 기인된다. 부동산 가격의 폭락으로 자산가치가 최소 절반이상 추락한 상황에서 당장 미래가 걱정되는 소비자들이 마음의 여유를 즐길 틈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그렇다보니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할인 경쟁에 나서는 것이고, 이러한 시장 상황은 소비자들에게 내일이면 가격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또 소비를 주저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1년간의 끊임없는 할인 전쟁 끝에 소비자들이 내일이면 모든 것이 더 저렴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익숙해지고 1위안이 큰돈이 된다는 생각에 익숙해진다면 어떻게 될까”라면서 “만약 12개월 후 최신 전기차 모델의 가격이 지금보다 10% 더 저렴해진다면 지금 당장 정부에서 지원하는 현금 보조금이 과연 매력적 지원책이라 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블룸버그는 그러면서 “이러한 디플레이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사고방식은 중국 정치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싸워야 할 가장 힘든 싸움이며, 중국의 과잉 경쟁적 행동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결국 이러한 시장상황에서는 기업들끼리의 제살 깎아먹기 경쟁도 끝을 모르고 혈투의 상황으로 진입하게 된다. 왜냐하면 가격 할인 경쟁으로 모두가 손해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서도 이익을 보는 기업은 한 두 개 있기 때문이다.
BYD의 경우 가격 인하로 전기차 판매가 급증했다. 2분기에 42만 6,000대를 판매하여 세계 최대 전기차 판매업체인 테슬라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왕촨푸 회장은 6월 초에 “경쟁은 기업이 받아들여야 하는 자연의 법칙”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BYD는 새로운 프리미엄 SUV의 가격을 14%에서 17%까지 인하했다.
[이젠 생존 소비까지 줄이는 중국인들, 경제반란은 진행중]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7월 20일, “중국의 소비자들이 과거와는 달리 그야말로 생존형 소비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경기 침체로 인해 지출을 크게 삭감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SCMP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친구들과의 외식에 최소 1000위안(19만원) 이상씩 쓰던 잘 나가던 금융업 종사자가 지금은 소비 규모를 20~30%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면서 “경기 침체와 고용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람들이 더욱 검소해지면서 중국에서는 소비자 지출 감소 추세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SCMP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로 인해 많은 기업이 가장 저렴하고 기본적인 메뉴를 뜻하는 '빈민층 식사'라는 용어로 알려진 실속형 메뉴를 출시하게 되었고, 이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맥도날드는 13.9위안(2700원)에 식사를 제공하고, 체인 레스토랑인 허푸누들과 라이스 빌리지는 각각 9위안(1700원)과 3위안(580원)까지 가격을 낮추는 등 브랜드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저렴한 가격의 식사는 이젠 대세가 되어버렸다. 그만큼 소비 심리가 민감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중국 이코노미스트 지춘 황은 “우리의 추정에 따르면 소비자 신뢰가 하락한 가운데 소비심리는 완전히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비자 지출은 계속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러한 경제상황은 시진핑 정부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지고 동시에 시진핑 주석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실업난에 시달리는 젊은 층들에서의 시진핑 정부에 대한 상실감 또는 배신감은 심각하다. 사실 이들이 그전에는 시진핑 주석에 대한 열렬한 지지층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 정부는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 나가려 할까?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민들이 허리띠를 풀도록 하는 것인데 시진핑 정부는 과연 그러한 정책을 펼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러한 기대는 아예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IMF의 권고도 거부한 시진핑 정부다. 그들에게는 중국 경제가 살아나 인민의 권리가 더욱 커지는 것보다 중국 공산당 정부가 흔들리지 않도록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