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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 시대가 ‘역사의 쓰레기시간’? 팔짝 뛰는 中공산당 - 나락으로 떨어지는 중국 경제, ‘쓰레기 시간’으로 표현 - 시진핑의 무능을 드러내는 ‘역사의 쓰레기 시간’ - 커지는 중국인들의 절망감, 시진핑은 극복할 수 있을까?
  • 기사등록 2024-07-30 04: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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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으로 떨어지는 중국 경제, ‘쓰레기 시간’으로 표현]


최근들어 중국의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구는 용어 중의 하나가 ‘역사의 가비지타임(garbage time·쓰레기시간)’이다. 여기에는 지금의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좌절과 한숨, 그리고 절망감까지 모두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용어를 글로벌 뉴스 매체들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데, 그만큼 ‘가비지타임’이라는 단어가 지금의 중국 상황을 너무나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영국의 가디언은 최근 “중국내의 위챗을 포함한 SNS들에서 지금의 중국 경제 상황을 가리켜 중국이 피할 수 없는 실패의 시기에 접어들었다면서 ‘역사의 쓰레기 시간’으로 이를 표현하자 중국 당국이 심한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블룸버그도 “지금의 중국 경제 둔화현상에 대해 '역사의 쓰레기 시대'로 여겨지는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최근의 다양한 주장에 중국 관영 언론은 강력하게 반격하고 있다”면서 “정작 당국은 지금의 경제상황에 대해 대중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징조로 보고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최근 중국 관영 베이징데일리를 비롯한 관영매체들이 지금의 중국 경제 현상에 대해 ‘쓰레기 시간’으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중국을 의도적으로 비방하려는 의도가 짙다고 비난하고 있다”면서 “지난 7월 11일에는 ‘역사의 쓰레기시대’라는 용어가 위챗에서 최고의 인기 관심 용어로 떠오르자 당국은 급히 일부에 대해 삭제조치와 함께 더 이상 번져 나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시진핑의 무능을 드러내는 ‘역사의 쓰레기 시간’]


그렇다면 지금의 중국 경제를 왜 ‘역사의 쓰레기 시대’라고 표현하는 것일까? 가비지타임(garbage time), 곧 ‘쓰레기시간’이란 원래 농구 경기 등에서 쓰이는 스포츠용어로 어떤 경기 중에서 한쪽이 너무 앞서가면서 남은 시간 동안 도저히 경기를 뒤집을 가능성이 없을 때 어차피 버린 게임의 남아 있는 시간을 의미한다. 이때 경기중 감독들은 주전을 빼고 2진을 기용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아예 버린 시간 개념으로 운용하게 된다. 바로 이 가비지타임을 중국에서는 쓰레기를 뜻하는 ‘라지(垃圾)’를 붙여 ‘라지스젠(垃圾時間)’이라 말한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중국에서 ‘쓰레기 시대’라는 새로운 용어가 탄생했는데, 이는 중국의 침체된 경제로 인해 일자리, 소득 및 기회의 회복 가능성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나타낸다”면서 “지금 중국의 투자자와 노동자들이 중국 경제 전망을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경제 지표는 중국인들의 자신감을 흔들었다. 지난 분기 성장률은 4.7%로 전망치에 못 미쳤으며, 부동산 위기가 장기화되고 소비 지출이 정체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중국 경제의 침체가 도저히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경제회복에 대한 실마리가 3중전회에서 제시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완전히 무너지면서 중국인들의 절망감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 한 달 동안 중국의 SNS에서 ‘역사의 쓰레기 시간’(歷史的垃圾時間)이라는 운명론적 태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는 밝혔다.


사실 중국내에서 ‘쓰레기 시간’이라는 용어는 지난해 9월 광저우의 소규모 출판사인 양성만보 편집자 후원후이가 처음 사용하면서 퍼지기 시작했는데, 과거 소련의 역사와 지금의 중국을 분석하면서 “전체적인 상황이 정해져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패배가 불가피하다면 그것은 헛된 투쟁일 뿐”이라 전제한 후 “역사의 쓰레기 같은 시간을 맞이한 불행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라고 물었다.


그는 이어 “소련 브레즈네프 시대를 다룬 글을 읽고 ‘역사의 쓰레기 시간’이란 용어가 떠올랐다”면서 “1979년 브레즈네프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신 차르 제국을 수렁에 빠뜨렸는데, 이때부터 1991년 소련 멸망까지를 ‘소련의 쓰레기 시간’으로 불러도 무방하다”고 썼다.


그는 중국 역사에서도 황소(黄巢)의 난 이후의 당(唐) 제국, 1630년 명(明)의 명장 원숭환(袁崇焕)을 숭정제가 처형한 뒤 1644년 멸망까지의 시기를 ‘역사의 쓰레기 시간’이라고 지칭했다.


후원후이의 이러한 도발적 질문은 그후 중국의 SNS를 타고 소리소문없이 퍼져 나갔다. 그리고 10개월여가 지난 지금 상당 수의 중국 지식인들이 공유하는 화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역사의 쓰레기 시간’이라는 용어가 퍼져 나갔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의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인민 대중이 봐도 중국 경제의 미래는 뻔한데 시진핑 정권은 지금 중국 경제가 제대로 갈 길을 가고 있다고 주장하니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저항하거나 피할 수도 없어서 아예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역사의 쓰레기 시간’으로 치부해 버리면서 그저 버텨나가자는 개념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중국의 경제전문지인 이코노믹옵서버의 마상양은 시진핑 시대를 암시하는 글을 썼는데 내용 자체가 아주 함축적이고 또한 의미심장하다. 그는 “중국 역사에서 주원장이 연 명 왕조는 전형적인 역사의 쓰레기시대였다”면서 “주원장은 가혹한 형벌과 법으로 제국의 꿈을 시작했고, 그는 그저 국가가 아닌 가문의 이름을 지키는데 모든 권력을 사용했다”고 짚었다. 그러한 주원장의 통치는 중국의 역사를 긍정적이 아닌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의 역사는 암흑기의 길이와 깊이만 연장했을 뿐 역사의 발전에는 도움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상양은 “명나라 당시의 쓰레기 시대가 ‘아시아의 심장’으로 부르는 지금의 중국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고 설파했다.


이렇게 중국 경제의 현실을 한탄하는 태그가 등장하자마자 관영언론들과 관변학자들은 벌떼같이 일어나 “중국 경제가 쓰레기 시간으로 접어들었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기 시작했다.


인민대학교의 금융학 교수이자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왕원은 “중국경제에 대해 ‘쓰레기 시대’라는 개념을 붙인다는 것은 암묵적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절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면서 “이는 중국의 현재 발전 상황을 완전히 부정하고 중국이 결국 실패할 것이라는 대중의 기대를 불러일으키려는 위험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왕원은 이어 “‘쓰레기 시대’라는 용어는 최근 몇 년동안 유행했던 탕핑보다 더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왕원의 지적대로 젊은이들에게 퍼졌던 탕핑이라는 개념보다 ‘역사의 쓰레기 시간’이라는 개념을 보면 훨씬 철학적이고 또한 능동적 표현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중국 상황을 누구보다도 냉철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고 단지 이에 대한 불만을 과격한 행동으로 표현하지는 못한다고 볼 수 있어서다.


중국 공산당 베이징 지부의 공식 매체인 ‘베이징 데일리’도 ‘역사의 쓰레기 시간?’이라는 제목의 3000자 분량의 기사를 통해 “우리 역사에 '쓰레기 시간'이 있을까? 이것은 반박할 가치가 없는 거짓 명제”라고 윽박질렀다.


[커지는 중국인들의 절망감, 시진핑은 극복할 수 있을까?]


가디언은 현재 중국사회의 분위기를 설명하면서 SNS에서 널리 공유되다가 요즘은 검열로 통제된 한 차트에 주목했다. ‘2024년 비참한 순위 그랜드슬램’이라는 제목의 이 그래픽은 올해 중국에서 개개인들이 당하는 불행의 요소들을 열거하고 있다.



여기서 첫 번째 별은 ‘실업(失業)’이고 둘째 별은 ‘방을 구하는 월세’, 셋째별은 부채(負債). 넷째별은 자녀양육, 다섯째별은 주식거래. 여섯째별은 질병, 일곱째별은 미완성주택, 마지막 8번째 별은 술로 유명한 브랜드인 마오타이 사재기다. 결론적으로 이 8가지 별들을 다 보유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최대의 불행이 모두 겹친 ‘불행의 그랜드슬램’을 등에 지고 살아간다는 의미다.


이들 8가지 요소들을 살펴보면 지금의 중국 경제와 관련된 현실을 들쳐볼 수 있다. 수입도 변변치 않거나 거의 없는 상황에서 주식거래를 통해 통장은 이미 마이너스가 되어 버렸고, 마오타이주를 사들여 차액으로 돈 좀 벌려했더니 그마저도 폭락해 속으로 끙끙 앓고 있는 지금의 중국인민들의 삶을 그대로 볼 수 있어서다. 그러니 희망이 아예 없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관영언론들까지 나서서 ‘역사의 쓰레기 시간’에 대해 여론 조작을 시도해 보지만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불안해진 중국 공산당은 이번에는 전략을 바꿔 무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그럼에도 중국내에서 ‘역사의 쓰레기 시간’이라는 용어는 계속 번져 나가고 있다. 그만큼 지금의 중국경제에 대해 실망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의 부교수인 알프레드 우는 “(지금의 현상은) 중국의 사회 발전 방향에 대한 사람들의 실망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대중은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상하이에서 급여 삭감에 실망한 한 금융권의 여직원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중국내 SNS에서는 ‘쓰레기 시간’에 대한 토론들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급여 삭감, 대량 해고, 기록적인 청년 실업률로 인한 경제 환경과 관련된 자살이라고 추측하면서 어려운 시기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중국내에서 시진핑의 시기를 ‘쓰레기 시대’로 비유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의 중국 정부에 대한 지식인들의 불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또 관영언론이 나서서 이러한 용어 확산을 가로막고자 했다면 그만큼 ‘중국의 쓰레기시간’이라는 용어 확산을 중국 당국도 경계하고 있으며 또한 주시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지금의 중국 경제상황에 대해 ‘역사의 쓰레기시간’이라 지칭했다는 것 자체가 중국 경제 위기의 원인이 인민이 아닌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에 있다고 설파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공산당도 뜨끔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체제 저항적 인민들이 많다는 것인데 시진핑은 과연 이러한 불만 가득한 민심을 어떻게 제어할까? 시진핑의 최우선 과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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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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