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인정하면서도 무대책, 무능, 무기력 드러낸 中]
최대의 경제 위기를 맞고 있는 중국의 공산당 지도부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를 마무리하면서도 그야말로 무대책과 무능함, 그리고 무기력함을 그대로 드러내 중국 경제의 앞날이 암담해 보인다는 비판들이 쏟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AJ)은 19일(현지시간) “중국의 지도부가 현재 부동산 위기, 지방정부의 부채 위기, 금융 위기, 국내 수요 부진 등의 문제들을 이례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이를 타개할 어떠한 대책이나 방안도 내놓지 못했다”면서 “많은 분석가들이 지금의 경제 위기를 불러온 경제 안보와 기술 우위에 초점을 맞춘 국가 주도의 발전 모델을 앞으로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런던의 SOAS 중국 연구소 소장 스티브 창은 WSJ에 “오늘날 중국이 직면한 심각한 도전, 특히 경제 분야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이 중국을 위해 설정한 접근 방식과 방향을 본질적으로 바꿀 의향이 전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라면서 “당내 테크노크라트들도 투자자만큼이나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지금 중국 경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지도부도 인정하기 시작했지만 그 원인이나 앞으로의 대책 등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도 18일(현지시간), “관영 언론은 시진핑을 ’덩샤오핑의 모범을 따른 개혁가‘라면서 극찬했지만 정작 시진핑은 지금의 경제 위기를 타개할만한 개혁적인 대책을 전혀 내세우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RFA는 이어 “중국 공산당은 경제와 관련된 실질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면서 대신 ’안정을 유지하면서 진보를 추구한다”는 식의 정치적인 허황된 용어들만 쏟아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3중전회는 미중간 충돌로 인한 공급망 단절 및 경제 부진 문제 등에 대해 안팎의 위기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날 공개된 공보엔 11년 전 18기 3중전회에서 1차례 언급에 그쳤던 ‘리스크’가 4회로 늘었고, ‘안보’는 6회에서 16회로 부쩍 강조됐다. 반면 ‘시장’은 22회에서 13회로 크게 줄었다.
특히 공보문에서는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표현들도 보인다. 우선적으로 과거 3중전회 공보문에 담겨 있었던 '시장이 경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문구를 삭제한 대신 '경제에서 시장 메커니즘 역할을 강화하고 한층 공정하고 역동적 시장 환경을 조성하며,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최적화한다'는 표현으로 대채했다.
이를 언뜻 보면 큰 차이가 없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 속내는 자유로운 시장경제 체제를 추구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중국 공산당이 경제 분야 전반에 깊숙이 개입해 국가주도의 경제를 펼쳐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 투자 및 해외투자 관리 시스템 개혁도 심화하고 사회 안정을 위해 소득 분배 시스템도 개선키로 했다. 이 대목에서도 외국인 투자 시스템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자유시장 경제체제라는 입장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를 해 왔던 관행을 바꾸겠다는 것이어서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주목 대상이다.
더불어 소득분배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쉽게 말해 공동부유를 더 철저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이어서 중국 경제는 또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회분야에서도 여론 지도를 강화하고 이념적 위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혀 앞으로 중국에서의 여론 통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으로 본다면 이번 3중전회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처음으로 ‘경제건설’ 중심을 버리고, ‘안보건설’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공산당의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리스크 인정한 중국공산당, 그만큼 위기감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중국 경제의 위기 자체를 전면 부인하면서 '경제 광명론(光明論)'을 강조해 왔던 중국 공산당이 그간 지적돼온 부동산·지방정부 부채·지방 은행 문제를 공식적인 위험 요소로 지목했다는 것은 현실을 조금이라도 깨닫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달리 생각해 보자면 지금 중국 경제 상황이 공산당 지도부마저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실제로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봉쇄 해제 2년 차를 맞은 올해도 뚜렷한 반등 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중국 경제 리스크를 만들어낸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는 바로 국내총생산(GDP) 20% 안팎을 차지해 경제 근간이라 할 부동산 위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부동산 위기를 자초한 장본인이 바로 시진핑 자신이라는 점이다. 무리한 공동부유 정책, 그리고 좀 더 원초적으로 말하자면 중국공산당이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부동산을 무기로 삼았던 과거가 지금의 위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주택 재고는 쌓여가고 대형 개발업체들의 부채난까지 겹치면서 덩달아 그들을 기반으로 손쉽게 돈벌이를 해 왔던 지방정부들마저 빚더미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작년 5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지방정부 총부채를 중국 GDP의 절반이 넘는 약 66조위안(약 1경2천680조원)으로 추산했다. 2018년 부채 규모(35조위안)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로 불어났다.
시진핑 정부가 안고 있는 진짜 문제는 부동산과 얽혀 있는 지방정부의 부채난을 해결할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이 문제가 안고 있는 폭발력은 가히 상상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자칫 곧바로 중국의 금융 위기로 전이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금융시장의 '체계적 리스크' 방지인데 지방은행과 중소은행의 부실 상황이 시장에 알려진 것보다 더 확대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 정책 '실세'로 통하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도 지난 5월 "지금 부동산 리스크와 지방정부 채무 리스크, 지방 중소 금융기관 리스크 등이 서로 교직된 리스크에 대한 엄정한 방지·통제를 잘 해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걱정과 우려가 앞서면서도 이를 해결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3중전회의 성명서에서도 중국공산당이 부동산 등 '핵심 리스크'에 대한 대응 방침을 밝혔음에도 구체적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경제 불안이 곧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중국 공산당은 안보를 사실상 국정 운영의 최우선 기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발전'과 '안보'를 통합하겠다고 공언해온 중국공산당은 이번 3중전회의 성명서에서도 “사회안전망을 조밀하게 하고, 사회 안정을 확실히 수호해야 한다”면서 “여론 인도를 강화해 이데올로기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예방·해소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시진핑이 바뀌지 않는 한 중국 경제 미래 없다!]
사실 이번 3중전회는 중국 안팎의 경제 여건 급변 속에서 덩샤오핑 주도로 중국 개혁개방 노선이 공식화한 1978년 12월 11기 3중전회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판단되어 왔고, 그렇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 대단한 결단 등이 뒤따라아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지만 한마디로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는 ‘소귀에 경 읽기’였다. 그들은 지금 중국 경제 회생보다 중국 공산당의 안위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단은 이미 예견되었던 현실이다. 작년 10월로 예상됐던 이번 3중전회가 무려 9개월 연기된 끝에 개최됐던 탓에 중국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의 기대가 컸지만 이는 역으로 지금 중국이 앓고 있는 경제 위기가 워낙 심각한데다 ‘시진핑 주석 하야’ 말고는 딱히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당연히 지금의 위기에 대한 해결책도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중국 경제의 위기를 되살릴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일까? 아니다. 분명히 있다. 딱 하나. 다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신으로 돌아가면 된다. 중국 공산당이 중심이 아닌 민간 경제가 중국 경제를 이끌고 나아가도록 하면 된다. 중국 공산당이 완전히 힘을 빼고 권력의 중심에서 뒤로 물러나면 중국 경제도 살아날 길이 보인다. 이를 위한 가장 빠른 길은 시진핑 주석이 물러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손쉬운 방법이 있음에도 결코 그 길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과욕, 특히 시진핑의 ‘중국몽’이 중국 공산당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이 아무리 ‘개혁 심화’을 외친다 한들 이는 그저 하무한 헛 구호일 뿐이고 이것들은 중국 인민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소리(VOA)는 예야오위안 미국 세인트토머스대 교수의 견해를 인용해 “'시진핑 사상'의 틀에서 경제와 연관된 새로운 내용이 나오기 어렵다”면서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치켜세워도 부진한 중국 경제를 구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 교수는 이어 “시진핑표 경제개혁은 과거로의 뒷걸음이며 ‘국진민퇴(國進民退·국유 부문은 팽창, 민영 부문은 축소)', 외자기업 통제의 방향으로 가는 것은 시장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이와 관련해 “중국 공산당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착각은 자신들이 결정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라면서 “그러한 착각이 중국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방해하는 것이고, 그러한 착각을 벗어던지지 않는한 중국의 문제들은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참으로 정확한 지적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