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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이젠 헤즈볼라와 전면전, 전쟁 멈출 생각없는 이스라엘 - 전운 감도는 중동,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 정면 충돌 - 차원이 다른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깊이 우려하는 미국
  • 기사등록 2024-06-06 11:45:51
  • 수정 2024-06-06 11: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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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감도는 중동,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 정면 충돌]


이스라엘군이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국경 지역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사실상 결정하면서 중동전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그동안 맞상대를 해 왔던 하마스와는 잽도 안될 정도로 세력이 강한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휴전제안도 걷어차 버렸다는 점에서 전쟁을 끝낼 생각이 전혀 없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과연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최근들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의 적대감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헤즈볼라는 드론과 로켓 공격을 늘려 이스라엘의 중요한 군사 시설을 공격했으며, 이에 맞서 이스라엘도 레바논 남부 베카 계곡 깊숙한 곳에 있는 헤즈볼라 기지와 그룹 내 고위 군 관계자들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을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미국과 프랑스는 몇 달 동안 이스라엘과 레바논을 오가며 분쟁에 대한 외교적 해결책의 윤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그럼에도 레바논의 강력한 정당이기도 한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전쟁이 중단될 때까지 이스라엘과 어떤 외교 협정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결국 가자지구 휴전을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추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전쟁이 중단되려면 상당한 과제가 남아 있으며, 이스라엘은 최소한 올해말까지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WSJ에 따르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벌일 준비가 되어 있으며 어떠한 규칙이나 제한도 없이 싸울 것이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4일(현지시간) 육성 메시지를 통해 자국군이 레바논과 맞닿은 북부 국경 지역에서 공세를 펼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할레비 참모총장은 “우린 북쪽에서 공세로 전환하기 위해 작전참모까지 매우 훌륭한 훈련 과정을 거쳤다”며 “우리는 결정적인 시점에 다다르고 있다”고 말했다.


헤즈볼라 2인자인 셰이크 나임 카셈도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헤즈볼라의 결정은 확전 방지이지만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물러서지 않고 싸우겠다”면서 “가자지구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이스라엘 북부와 레바논 남부가 맞닿은 전선은 잠잠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헤즈볼라의 태도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는 공식적으로 일단 레바논 국경 지대에서 자국민을 대피시키면서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데이비드 멘서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북부 지역 전투는 지속 가능한 현실이 아니다”면서 “외교적인 수단으로 (분쟁 해결이) 달성될 수 있는지, 아니면 무력으로 달성될 수 있는지는 헤즈볼라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나라를 방어하고 있으며 우리의 대응에 누구도 놀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유보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의 충돌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3일밤 헤즈볼라가 발사한 로켓으로 이스라엘 점령지 골란고원과 헤르몬산 일대에 산불이 발생해 여의도 면적(2.9㎢) 3배가 넘는 약 10㎢가 소실됐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소방과 경찰, 군대가 출동해 밤새 진화 작업을 벌였고 큰 불길은 이날 아침 잡혔다. 이스라엘 예비군 장병 6명이 산불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된 것을 제외하면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양측간 크고 작은 충돌이 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우선적으로 헤즈볼라가 유엔의 결의 사항을 어기면서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 사이에 완충지대를 사실상 점유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척 프레일리치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양국간 경계선인) 리타니 강 너머로 밀어내는 작은 목표를 선택하거나 헤즈볼라를 무장 해제하고 단거리 로켓 무기고의 위협을 제거할 수 있어야만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중 어느 편을 택하든건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에는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지난번 하마스에게 당했던 것처럼 기습공격을 사전에 예방하려면 역사상 유례가 없는 수준의 파괴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저 모른 척하고 덮어둘 수도 없는 것이 지금 헤즈볼라가 가지고 있는 문제라는 것이 WSJ의 지적이다.


[차원이 다른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하마스와의 연대를 선언하며 지금까지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이스라엘군과 산발적인 포격전을 주고 받아 왔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헤즈볼라의 군사력이다. 로이터통신은 5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장세력 중 하나로, 레바논 정규군보다 강한 무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전체 병력 규모 추정치는 다양하지만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2021년 10월 기준 10만명의 훈련된 전사들을 보유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발행하는 '월드 팩트북'(World Factbook)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최대 4만5000명의 병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2만5000명이 예비전력, 2만명이 정규군으로 집계됐다.


헤즈볼라는 또한 미사일과 로켓을 약 15만기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웬만한 국가보다 보유량이 많은 수준이다. 이는 대부분 이란제로, 지대공 미사일, 대함미사일, 대전차미사일 등 다양한 종류와 이스라엘 영토 전체를 아우르는 사거리의 미사일이 포함된다. 특히 헤즈볼라는 2006년 이스라엘과 한 차례 전쟁을 치른 이후 정밀 유도 미사일의 보유량을 크게 늘려 왔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밝힌 자료에 사거리가 300㎞에 달해 이스라엘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이란제 파테 미사일을 수천기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스파이크' 미사일을 역설계·개발한 이란제 '알마스'(Almas) 대전차 미사일을 실전에서 사용하기도 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깊이 우려하는 미국]


헤즈불라의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미국은 그동안 헤즈볼라와의 직접 충돌은 자제하라고 권고해 왔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거론하면서도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은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 지도부가 자신들은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다고 말한 것을 우린 들었다. 이는 분명히 우리도 선호하는 것이며 우리가 추구하려는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월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 초기에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선제공격을 검토했으나 미국 정부가 뜯어말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빌랄 사브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충돌할 경우 레바논의 사상자 수가 30만~50만명에 이를 수 있으며, 이스라엘 북부 전체에 대규모 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의 긴장 고조 행위와 민간인 강제 이주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며 양측의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역내 분쟁 확산으로 승리할 수 있는 자는 없다”며 “상황 완화가 중동 내 분쟁 해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정면 충돌 일보 직전, 이스라엘은 전쟁을 원한다!]


이렇게 미국이 앞장서서 헤즈볼라와의 정면 충돌에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전면전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미국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왜 전쟁을 지속하려 하는 것일까?


CNN은 5일,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정치적 생명 연장을 위해 가자 전쟁을 멈추고 있지 않다는 취지로 언급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다가오는 11월의 대선을 앞두고 외교적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휴전 압박을 종용해 왔음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마이웨이를 외치면서 전쟁 불사를 강조하고 있는 와중에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CNN은 이어 미국 시사잡지 타임지가 이날 공개한 인터뷰 전문을 인용하면서 '네타냐후가 자국 내 정치적 이유로 하마스와 전쟁을 길게 끌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사람들이 그런 결론을 내리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가 국내적으로 취약한 정치적 입지 때문에 권력유지를 위해 전쟁을 9개월째 밀어붙이고 있다는 시각에 사실상 동조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CNN은 이에 대해 “바이든은 네타냐후가 정치적 생존을 위해 가자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는 점을 넌지시 내비쳤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1천200명이 살해된 것과 관련한 안보실패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따라서 만약 가자전쟁이 끝난다면 즉각적으로 당시 테러 첩보 수집 실패나 이스라엘군의 늑장 대응 등에 대한 대정부 조사가 개시될 것이고 이 경우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현재 자신을 총리로 만들어 준 연정 내 극우 정치인들로부터도 위협을 받고 있다. 이들은 미국과는 반대로 미국의 휴전협상을 네타냐후가 받아 들인다면 즉각 연정에서 탈퇴해 네타냐후 내각을 붕과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현재 연립정부 의석은 겨우 64석에 불과, 단 4명만 이탈해도 실각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이런 점에서 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진퇴양난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하마스 지도부가 미국이 제안한 휴전안을 거부하면서 대치 상황을 길게 해 준다면 네타냐후에겐 기사회생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네타냐후는 가자지구가 정상화되더라도 하마스는 더 이상 가자지구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고, 하마스측은 반대로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주도권을 쥘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엇갈림이 네타냐후에게 오히려 헤즈볼라와의 강공책을 낳게 된 배경이 아닌가하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연히 휴전으로 가는 길을 택하길 원하지만 중재에 나선 미국의 입장도 편해 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중동 전쟁은 또다시 확전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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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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