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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이스라엘 네타냐후가 휴전을 끝까지 반대하는 진짜 이유? - 모두가 원하는 가자전쟁 휴전, 네타냐후는 왜 반대할까? - 네타냐후, '궁지에 몰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짐승' - 네타냐후가 노벨상 수상자인 베긴의 길을 갈 가능성은?
  • 기사등록 2024-05-09 11: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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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원하는 가자전쟁 휴전, 네타냐후는 왜 반대할까?]


가자지구 전쟁을 두고 미국은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끝내 거부하면서 라파에서의 지상전을 고집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정밀폭탄의 선적을 지연시키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네타냐후가 이렇게 휴전을 끝까지 반대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8일, “많은 사람들에게 네타냐후 총리의 최근 행동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휴전안을 끝내 거부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이스라엘 정치분석가 등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석방이라는 이스라엘 국민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강행하는 것은 그가 권력을 유지하는데 더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네타냐후의 이러한 정치적 성향이 오래 전부터 보여왔던 행동양식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텔아비브 대학의 행동 과학자들은 “1990년대 후반 네타냐후 총리의 첫 임기 동안 네타냐후에게는 이데올로기보다 개인적 성공이 더 중요하며,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들은 이어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관점이 아닌 다른 관점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도 강한 자만 살아남고 약한 자는 무너지는 '정글의 법칙'에 의해 지배된다고 보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치적 수단도 정당화한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그런데 이러한 정치행동이 최근들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텔레그래프의 진단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스라엘 외부의 많은 사람들에게 지난 며칠 동안 네타냐후 총리의 행동거지가 비정상적으로 보였을 것이며, 심리 검사를 받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지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지속 가능한 평온'과 인질 석방 카드를 협상테이블에 올려두고 불과 며칠 전에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가 하마스가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돌연 주말에 하마스 소탕을 위해 라파 공격이 불가피하다고 돌아섰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최대의 뉴스방송인 채널12는 지난 5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은 어떠한 경우에도 인질 석방과 관련된 거래의 일환으로 전쟁을 끝내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브리핑했다. 당시 관계자는 “인질 석방을 위한 일시적 휴전 여부와 상관없이 이스라엘군(IDF)은 라파에 진입해 그곳에 남아있는 하마스 대대를 파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정상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이와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는 이러한 이스라엘군의 움직임이 휴전협상을 방해하려는 시도가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나중에 채널12에 브리핑을 한 익명의 소식통이 총리 자신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네타냐후 총리가 의도적으로 사실상 휴전협상을 방해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홀로코스트 추모일 전날 네타냐후는 “끔찍한 홀로코스트 당시 세계 지도자들이 이를 방관했고, 어떤 나라도 우리를 돕지 않았다”며 “이로 인한 첫 번째 교훈은 우리가 스스로를 방어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는 우리를 파괴하려는 적들과 다시 맞붙게 됐다”며 “이스라엘은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홀로서기도 감당하겠다는 이날의 발언은 휴전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사실상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추진하는 휴전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러한 네타냐후의 발언에 대해 이스라엘의 여론조사·정치 전문가인 달리아 셰인들린은 “네타냐후 총리는 이전에는 모두가 수치스럽다고 생각해서 하지 않았던 일들로 경력의 대부분을 채워왔다”며 “이스라엘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협상을 망치기 위해 안식일을 어겨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리 프로파일러들도 “네타냐후의 행동 중 일부는 다른 사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정도로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보인다”면서 “네타냐후의 또 다른 특징은 자신과 다른 관점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궁지에 몰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짐승']


이러한 네타냐후의 의외의 행동에 대해 이스라엘내에서는 ‘네타냐후답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텔레그래프는 이에 대해 “대부분의 이스라엘 정치분석가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궁지에 몰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짐승'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1996년 처음 집권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기간 집권했다. 그는 부패 혐의로 실각했다가 기존 정치권이 거리를 두던 극우파, 유대인 초정통파 세력을 끌어모아 2022년 12월 가까스로 권좌에 복귀했다.


이런 측면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은 부패 혐의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는 수단이었다는 시각이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네타냐후로서는 정권을 지탱하는 극우 연립정부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도 전쟁을 멈출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실제로 연립정부내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등 극우 인사들이 하마스와의 휴전을 적극 반대하면서 '완전한 승리'를 위한 끝장 투쟁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120석인 이스라엘 의회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은 겨우 64석만 차지하고 있어 단 4명만 이탈해도 실각의 위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 불사’를 요구하는 극우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그들의 요구대로 휴전이 아닌 전쟁을 선택해야만 자신의 총리직을 이어갈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


물론 야당에서는 인질을 구하기 위한 협상이라면 정부를 지지하겠다고 지속적으로 밝혀왔지만,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그러한 야당의 지원을 받기에도 거북스런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네타냐후가 노벨상 수상자인 베긴의 길을 갈 가능성은?]


일각에서는 그의 자존심과 생존 본능이 1979년 이집트와 역사적인 평화 협정을 체결한 이스라엘의 6대 총리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메나헴 베긴(Menachem Wolfovitch Begin)의 길을 택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는 미국인들이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격려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마스와 휴전협정을 체결하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역사적인 관계 정상화도 이룰 수 있고, 이를 통해 중동 지역의 평화를 가져오는 놀라운 역사를 창출해 갈 수 있다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이란을 제외한 사실상의 모든 중동 세력들이 하나로 묶여지면서 새로운 지역 동맹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베긴에 필적할만한 역사적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로운 길’로 걸어가는 것을 가로막는 것이 의회내의 구성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 협상에 합의하면 곧바로 이타마르 벤-그비르의 오츠마 예후디트 등 그의 연립정부가 의존하는 극우 정당들이 탈퇴할 것이다. 그들은 ‘완전한 승리’를 원하며 그 이하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에 야당은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을 적극 추진할 경우 적극 지지하면서 극우파의 공백을 대치해 줄 수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경제학자 마누엘 트라스텐버그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야당은 즉시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뛰어들 것이며, 반복해서 그렇게 말했고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야당의 지원 약속에도 네타냐후는 야당의 뜻대로 휴전을 성사시킬 경우 그 다음 어차피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고, 더불어 야당에게 끌려다닐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네타냐후는 끝내 버티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 국민들의 여론도 네타냐후에게는 호의적이지 않다. 이번에 총리직에서 물러나면 그는 영원히 정계 복귀를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당장 그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의해 전범으로 재판을 받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렇기 떄문에 자신의 퇴로가 불안한 네타냐후는 총리직을 사수하기 위해 전쟁 불사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정밀폭탄의 선적을 지연시키면서 네타냐후를 압박하고 있지만, 그러한 미국의 강압이 네타냐후의 고집을 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래저래 네타냐후 자신의 정치 생명 때문에 가자지구 전쟁은 당분간 해결될 기미가 없어 보인다. 그럴 경우 미국은 끝내 군사적 지원을 거부하면서 압박할 수 있을까? 싸움은 이렇게 바이든과 네타냐후간의 ‘러시안 룰렛 게임’으로 변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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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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