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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6-04 10:29:48
  • 수정 2018-06-04 14: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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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 프랑스의 소설가인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을 읽은 기억이 있다.

잔잔한 사랑이야기라는 것 이외에 줄거리는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나 “좁은 문”이라는 제목의 기원은 생각이 난다.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라.”라는 성경의 말씀으로 알고 있다.


최근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서 어느 새 내가 좁은 문, 그것도 매우 좁은 문 앞에 서 있다는 것을 느낀다.


▲ 김정은의 북핵 [Rabel Pepper via RFA]-


우리 국민들의 대부분은 북한과의 평화가 도래하고 있고, 협상을 통하여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가능하고, 미북 정상회담을 통하여 북핵 폐기를 위한 일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들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북핵 정책을 지지하지만, 나는 걱정하는 마음이 너무 크다.


성경 말씀의 반대로 넓은 문이 생명의 문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보기도 했고, 이 북핵문제를 적지 않게 연구한 사람으로서 성경말씀을 수용하면서 요약하여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넓은 문은 멸망으로 인도하고, 좁은 문이 생명으로 인도한다.”


나아가 “넓은 문 : 좁은 문”으로 대조하는 대신에 “쉬운 길 : 어려운 길”의 대조를 사용하고 싶다.


몇 번의 만남과 회담으로 남북한 간에 평화가 오고, 북핵도 폐기되고, 심지어 남북통일도 가능하다면 얼마나 쉬운 길인가?

이것은 분명히 답이 아니다.


우리 모두 인생을 살면서 느낀 것은 결국 모든 올바른 답은 “어려운 길”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왜 수십년 동안 해결하지 못하였을까?


더욱 쉽게 “특효약 : 장기복용약”의 대조를 제시하고자 한다.

특효약은 보기에 너무나 효과적이고, 금방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반하여 장기복용약은 답답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도 불확실하다.


그래서 대부분은 특효약을 선호하지만, 아름답게 보이지만 독이 있는 독버섯처럼 특효약은 언제나 부작용이 있고, 실제로는 특효약이 아니며,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다.


반면에 장기복용약은 호감이 가지는 않지만 부작용이 없고, 시간이 흐르면서 어쨌든 문제를 조금씩은 해결해 나간다.


우리 모두 인생을 살면서 어떤 일에도 특효약이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어떻게 몇 번에 걸친 실무진의 접촉, 합의서나 친서의 교환, 정상 간의 대화가 특효약처럼 수십년 동안 지속되어온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인가?


북한의 핵무기 폐기에 관하여 낙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나는 너무나 비관적이고, 자칫하면 북한에 의하여 적화통일이 될 수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현재대로 간다면, 북한의 핵무기는 폐기하지 못한 채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으로 유엔사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미동맹을 종결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것이 맞다고 누구도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가 틀린다면 북핵이 폐기되지 못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대비책을 강화하는 데 따른 비용지출만 감수하면 된다.


그러나 낙관하다가 틀리면 나라의 운명이 위태롭게 된다.

자식과 손자에 대한 책임의식을 피할 수 없는 여러분들은 어느 쪽을 선택하고자 하는가?


우리의 선조들이 넓은 문, 쉬운 문, 특효약, 낙관을 선택함으로써 임진왜란, 정묘/병자호란, 한일합방, 6.25 전쟁을 겪었음을 알면서도 동일한 선택을 하고자 하는가?


제발 좁은 문, 어려운 문, 장기복용약, 걱정하는 소수를 선택해보자.

이번에 잘못되면 핵전쟁을 초래하여 민족의 공멸까지도 각오해야 한다.

그럴수록 좁은 문, 어려운 문, 장기복용약, 걱정하는 소수를 선택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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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휘락 논설위원 박휘락 논설위원의 다른 기사 보기
  •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원장)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국제정치 박사
    미국국방대학교 대학원 국방안보 석사
    2014~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원장
    2012~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부교수
    1978~2009 대한민국 육군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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