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선보다 후방을 노린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전략]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무게중심을 바꾸고 있다. 영토를 탈환하기 위한 정면 공세보다 러시아의 군수·통신·에너지 인프라를 정밀 타격해 전쟁 수행 능력 자체를 약화시키는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전선에서 1200㎞ 이상 떨어진 러시아 최대 가스화학단지가 공격받았고, 핵심 위성통신 시설과 드론 통제 거점도 잇따라 타격당했다. 전선에서는 러시아군의 병력 손실이 계속 누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나토 내부에서는 이러한 압박이 결국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매체인 인테르팍스 우크라이나(Interfax Ukraine)는 25일, “우크라이나 국방부 총참모부는 24일(현지시간) 자국 특수작전군(SOF) 산하 딥 스트라이크 부대가 러시아 남서부 오렌부르크의 가스화학 복합단지를 타격했다고 밝혔다”면서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된 발표에서 총참모부는 오렌부르크 가스처리공장과 러시아 유일의 헬륨공장이 단일 복합단지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 복합단지가 위치한 오렌부르크주는 카자흐스탄과 접경한 우랄산맥 남부 지역으로, 전선에서 직선거리로 1200㎞ 이상 떨어져 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러시아 최대 가스처리시설이 공격받은 이유]
우크라이나가 이 시설을 겨냥한 이유는 단순한 에너지 생산시설이 아니라 러시아 군수산업과 연결된 전략적 거점이기 때문이다. 인테르팍스 우크라이나는 “오렌부르크 가스처리공장은 정제 천연가스와 황을 생산하는데, 황은 폭발물과 화약 제조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라고 설명했다. 또한 “헬륨공장은 정제가스를 활용해 로켓 추진체계와 유도장비에 사용되는 헬륨과 군수산업에 필요한 에탄을 생산하는 시설”이라고 짚었다.
규모 역시 상당하다. 인테르팍스 우크라이나는 “이 공장은 연간 최대 450억㎥의 가스를 처리할 수 있는 러시아 최대급 시설 가운데 하나”라면서 “가스프롬 계열사인 가스프롬 페레라보트카가 처리하는 전체 가스 물량의 약 60%를 담당하는 핵심 거점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인테르팍스 우크라이나는 “헬륨 생산량도 러시아 최고 수준”이라면서 “오렌부르크 헬륨공장은 연간 880만㎥ 규모의 헬륨을 생산하는데, 이는 항공우주·정밀산업·군수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짚었다.
키이우포스트는 “이번 공격이 처음은 아니다”면서, “해당 시설은 2025년에도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으며, 당시 가스프롬이 가스 공급 차질을 보고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단발성 공격이 아니라 러시아 후방 군수망에 지속적인 누적 피해를 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성통신망과 드론 거점도 동시 타격]
이번 작전의 특징은 단일 목표가 아니라 러시아 후방 인프라를 동시에 겨냥했다는 점이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 인근 두브나 우주통신센터와 블라디미르 지역의 위성통신 시설도 공격했다”면서 “두브나 센터는 러시아 최대 규모의 지상 위성통신 시설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블라디미르 우주통신센터 건물 두 동이 파손되고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의 드론 운용 체계도 공격 대상이 됐다. 인테르팍스 우크라이나는 “고로드주 알렉세예브카의 드론 저장시설을 비롯해 도네츠크·쿠르스크·자포리자 지역의 무인기 통제 거점 다수가 타격을 받았다”면서 또한 “흑해 북서부 해역에서는 러시아 무인수상정 2척이 파괴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은 오렌부르크 가스처리공장이 공격받아 화재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피해 규모와 공격 수단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여단급 손실" 주장까지 나온 돈바스 전선]
오렌부르크 후방 타격과 별개로, 돈바스 전선에서는 러시아군의 인적 손실이 통제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는 현장 증언이 나왔다. 더타임스는 포크로우스크 인근 격전지 로디인스케에서 현지 취재를 통해 “우크라이나 제20 루바르트 여단장 바딤 크리쿤(Vadym Krykun) 중령은 자신의 부대와 교전 중인 러시아 제9독립차량화소총여단이 병력이 거의 전멸해 후방으로 철수를 강요받았다”면서 “그들이 일부 전술적 국지 성과를 거둔 것은 맞지만, 그 성과를 얻기 위해 쓴 자원은 완전히 불균형하다”고 말했다.
더타임스는 이어 “돈바스 전선 전체의 손실 규모는 하루에 여단 단위에 해당하는 병력을 잃고 있다”면서 “그야말로 막대한 인명 손실”이라고 밝혔다. 더타임스는 “러시아군 여단 편제가 통상 1500명에서 4000명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야전 지휘관의 현장 체감 추정치로서 상당한 강도의 손실을 시사하는 발언”이라면서 “다만 이는 단일 여단장의 전선 체감 발언으로, 러시아군 전체 손실 통계를 대표하는 공식 수치는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와 별도로 서방 정보당국의 공식 평가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킨다. 더타임스는 “나토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을 지낸 크리스토퍼 카볼리(Christopher Cavoli) 장군은 ‘러시아군이 월 3만~3만5000명의 손실을 보고 있어 전장에서 충원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다’고 평가했으며, 키이우 당국은 연말까지 이를 월 5만 명 수준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타임스는 “카볼리 장군의 집계로는 전쟁 전체 기간 러시아군 사상자가 150만 명에 달한다”고 했고. 텔레그래프도 “나토 측 평가를 인용해 이 전쟁으로 러시아인 50만 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병력 충원의 질적 저하도 두드러진다. 더타임스는 “최근 들어 러시아군 훈련 수준의 저하가 눈에 띈다”면서 “그들은 훈련장에서 바로 전투 지역으로 보내지는 경우가 많고, 그런 보병의 평균 생존 기간은 계약 체결 시점부터 단 2~3개월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더타임스는 또 “돌격부대 손실을 메우기 위해 운전병, 취사병, 통신병 등을 강제로 전출시키고 있으며, 돌격부대 배치는 경미한 위반에 대해서도 가장 흔하게 쓰이는 처벌 수단이 됐다”고 덧붙였다.
푸틴 정권의 병력 충원 방식도 갈수록 강압적으로 변하고 있다. 더타임스는 “크렘린이 거리에서 민간인을 붙잡아 폭력과 협박을 동원해 강제로 '자원입대'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경찰의 강제 징집 단속 영상이 러시아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일부 아프리카 출신 병사들도 러시아군 내에서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들 중 일부는 포로가 된 뒤 속아서 전투에 참여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푸틴 권좌 위협”…나토 고위 관계자들의 평가]
전선의 손실에 더해,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를 직접 겨냥한 공습을 강화하면서 이것이 푸틴 대통령의 국내 정치 기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토 내부에서 제기됐다. 텔레그래프는 “나토 고위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의 모스크바 타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력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러시아 방공망을 무력화시킨 드론 공격으로 인해 푸틴 대통령이 상당한 국내 압박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나토 고위 관계자들이 평소 러시아 국내 정치에 대해 공개 발언을 자제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평가는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나토 유럽연합군 부사령관 조니 스트링어 공군대장은 런던에서 열린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지상전 콘퍼런스에서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그(푸틴)라면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4년 넘게 끌어온 이 전쟁에서 일련의 좌절을 겪었다”고 평가했다.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도 유럽 5개국(E5) 정상회의에서 “러시아가 전선에서 영토를 잃고 경제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모스크바 내 분위기가 푸틴의 전쟁에 반대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들이 있다”며 “지금이 러시아 경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추가 제재를 부과하며,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군사 지원을 제공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크름반도와 벨라루스까지 압박 확대]
같은 시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점령 크름반도에도 화력을 집중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날 새벽 크름반도 최대 도시 세바스토폴에서 정전이 발생했으며, 크렘린이 임명한 세바스토폴 시장 미하일 라즈보자예프는 우크라이나 드론이 도시의 주요 변전소를 타격했다”고 확인하면서 “일부 지역은 25일 저녁까지 전력이 복구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미하일로 페도로프는 RUSI 콘퍼런스에서 “이러한 일련의 드론 공격이 러시아군을 고갈시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하며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주도권을 되찾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벨라루스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격 지원에 사용되는 장비를 철거하지 않을 경우 벨라루스 내 관련 시설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넘어 주변 지원망까지 압박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최근 전황의 핵심은 영토 확보가 아니라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 자체를 약화시키는 데 있다. 우크라이나는 가스화학단지, 위성통신망, 드론 운용체계, 전력 인프라를 연쇄적으로 공격하며 러시아 후방을 흔들고 있다. 전선의 소모전과 후방의 전략 타격이 동시에 이어지는 가운데, 전쟁의 부담은 점차 푸틴 정권 전체를 향해 축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