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연계 韓 통신사가 터뜨린 뇌관]
미국이 첨단 AI 모델에 대한 전례 없는 수출통제를 단행하면서 한국 기업들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워싱턴은 AI 모델 자체를 반도체와 같은 전략자산으로 규정하기 시작했고, 중국 연계 가능성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기술 규제가 아니라,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는 새로운 시험대가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앤스로픽에 대해 수출통제를 결정한 것은 중국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에 앤스로픽이 기술을 공유한 데 따른 분쟁이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WP가 인용한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제의 기업은 앤스로픽이 미 정부에 제출한 미토스 우선 접근 권한 명단에 포함된 한국의 통신 회사였다. WP는 해당 기업명을 특정하지 않았다.
상무부는 지난 6월 1일 하워드 루트닉 장관 명의의 서한을 통해 앤스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에게 미토스5, 미토스 프리뷰, 페이블5의 수출·재수출·국내 이전에 대해 미국 국적자가 아닌 모든 이에게는 반드시 정부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앤스로픽은 6월 13일 이를 공식 준수한다고 발표했으며, 이 조치는 미국 내 거주 외국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미국의 국제정세 전문 매체인 세마포(Semafor)는 “백악관이 중국 연계 집단이 미토스에 접근했다는 의혹을 근거로 수출통제를 단행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미토스와 그 일반 공개 버전인 페이블5의 접근을 미국 시민권자에게만 한정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앤스로픽 내 외국 국적 직원들조차 자사 모델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사안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은 조치의 속도였다. 상무부는 6월 13일 수출통제를 발동해 앤스로픽이 미토스와 페이블5에 대한 전 세계 접속을 중단하도록 했다. 미 당국은 중국 연계 집단이 미토스에 접근해 이른바 '증류(distillation)' 기법을 통해 모델을 복제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앤스로픽은 API 세션 단위로 국적을 실시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모델 자체를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시키는 조치를 택했다.
['프로젝트 글래스윙'의 몰락… 한국 파트너 전원 차단]
이번 사태의 핵심 배경은 앤스로픽이 4월부터 운영해온 '프로젝트 글래스윙'이다. 앤스로픽은 미토스가 악성 해커들에게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사이버 취약점 방어 목적으로 검증된 기업과 기관에 한해 제한적으로 모델을 제공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약 12개의 주요 기업 파트너와 40여 개 추가 기관이 방어적 목적으로 접근 권한을 부여받았다.
프로젝트 글래스윙은 4월 약 50개 미국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출범해, 6월 초에는 15개국 이상, 150여 개 기관으로 확대됐다. 참여 기관에는 전력·수도·의료·통신 등 핵심 인프라 분야 기업들이 포함됐으며, 금융 인프라 기업 SWIFT·유로클리어·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 나토(NATO), EU 사이버보안기구(ENISA)도 이름을 올렸다.
SK텔레콤은 6월 4일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와 미토스 조기 접근 권한 확보를 공식 발표했다. SK텔레콤은 아시아 최초의 이동통신사 참여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발표로부터 채 10일도 지나지 않아, SK텔레콤을 포함한 한국의 모든 참여 기관은 접근 권한을 박탈당했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한국의 글래스윙 멤버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SK텔레콤, 삼성전자가 접속 차단 피해를 입었으며, 유럽의 글래스윙 파트너인 나토와 ENISA 역시 사전 통보 없이 차단됐다.
[왜 한국기업은 중국과 손을 잡는가]
이번 사태의 본질적 질문은 하나다. 왜 일부 한국기업은 미국의 첨단기술 접근이 걸린 상황에서도 중국과의 연계를 끊지 못하는가.
답은 구조적이다. 미국한국경제연구소(KEI)는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경제적 상호의존, 전략적 경쟁, 지역 안보 우려가 복합된 구조로, 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역대 한국 대통령 모두에게 핵심 과제였다”면서 “한국의 대중 관계는 사드(THAAD) 배치 이후 약 9년간 긴장 상태를 지속해왔으며, 중국은 이에 대응해 관광·한류 콘텐츠 수출 등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한 바 있다”고 짚었다.
여기에 더해 중국 시장은 여전히 한국 기업에게 거대한 수익원이다. CSIS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화학 소재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여전히 높으며, 중국과의 합작 사업이나 기술 협력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막대한 재무적 손실을 수반한다”면서 “미국의 동맹국들은 대중 수출통제에서 미국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은 독자적 산업기술보호법을 활용해 중국으로의 기술 이전을 일부 막아왔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포괄적 수출통제 체계는 아직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그 계산법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한국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를 통해 미국 AI 인프라의 핵심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그 반도체 위에서 구동되는 AI 모델의 최고 성능 버전에 접근조차 못하는 처지가 됐다. 반도체는 공급하면서 AI 두뇌는 사용할 수 없다는 역설이 현실이 된 셈이다.
[AI, 반도체에 이은 '무기화된 전략자산']
이번 사태가 중요한 이유는 선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AI 모델 자체가 반도체나 군사 기술과 동일한 수준의 수출통제 대상이 됐다는 것은, 앞으로의 기술 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뀐다는 선언이다.
이에 대해 한국경제미디어그룹에서 출범한 블루밍비트(Bloomingbit)는 “이번 앤스로픽 조치가 첨단 AI 모델이 정부 수출통제의 대상이 되는 전략자산으로 사실상 격상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이 평가했다”면서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AI 모델 자체를 첨단 반도체와 동등한 전략자산으로 규제하는 선례를 만들었으며, 글로벌 AI 기업의 기업가치 평가와 배포 전략에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토스5의 성능이 이 판단을 뒷받침한다. 미토스는 주요 운영체제와 브라우저 전반에서 수천 개의 고위험 제로데이(zero-day) 취약점을 탐지할 수 있으며, CyberGym 벤치마크에서 취약점 재현 정확도 83.1%를 기록했다. 27년 전 발견되지 않은 OpenBSD의 원격 충돌 취약점을 찾아냈으며, 리눅스 커널 익스플로잇을 연쇄적으로 조합해 완전한 권한 상승을 달성하는 능력도 갖췄다고 알려졌다. 그만큼 미토스5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 중국 AI 기관들의 전례도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한다. 2024년 10월 앤스로픽의 보안팀은 중국의 AI 연구소 세 곳—딥시크(DeepSeek), 문샷AI(Moonshot AI), 미니맥스(MiniMax)—이 2만 4,000개 이상의 가짜 계정을 만들어 클로드 모델을 대규모로 증류 추출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세 기관이 가짜 계정을 통해 클로드와 나눈 대화는 1,600만 건 이상에 달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상태에서, 미토스의 중국 연계 접근 의혹이 불거지자 워싱턴이 즉각 반응한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미국이 대한민국 정부에 보내는 경고]
이번 미국의 조치는 이재명 정부에게 특히 무거운 의미를 갖는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제, 정치, 비즈니스, 국제 관계 및 공공 정책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는 플랫폼인 동아시아포럼(East Asia Forum)은 “이재명 정부는 'AI 전민(全民)' 정책을 내세워 한국을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추진해왔다”면서 “그러나 이 AI 주권 전략이 현실화되면 될수록,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에서의 전략적 균형 유지가 더욱 절박한 과제로 부상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짚었다.
동아시아포럼은 이어 “이재명 정권은 출범 이후 한중 정상 간 고위 전략 대화를 복원했으며, 2026년 1월에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성사시켰다”면서 “이는 사드 갈등으로 9년간 냉각됐던 한중 관계를 복원하려는 외교적 행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지난 1년간 AI 분야에서 공격적인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 GPU 26만 개 확보, AI 예산 9조 9,000억 원(2026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확대를 달성했다. 스탠퍼드 인간중심AI연구소는 4월 “한국 기관이 개발한 AI 모델 8개를 주목할 만한 모델로 선정했으며, AI 경쟁력 추적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는 한국을 '세계 AI 3위 국가'로 명확히 분류했다”고 짚었다.
문제는, 미국이 보기에 이재명 정부의 대중 유화 노선과 AI 강국 전략이 충돌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미토스를 전략자산으로 규정하고 수출을 통제하는 이상, 중국과의 기술·경제 연계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최첨단 AI에 접근하는 것은 앞으로 불가능해진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에서는 자체 AI 능력, 이른바 '주권 AI(Sovereign AI)' 확보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전 AI 미래기획수석 하정우는 “이것이 AI 능력이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에 AI 기술에 의존할 때 벌어지는 일”이라며 “글로벌 협력을 추구하면서도 비상 상황을 위한 자체 역량을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망과 논평: 이것은 경고가 아니라 예고다]
이번 미토스 차단은 일회성 조치가 아니다. 미토스 차단 사태는 단순한 기술 규제가 아니다. 미국이 AI를 국가안보 자산으로 공식 취급하기 시작했다는 선언에 가깝다. 반도체에 이어 AI 모델까지 수출통제 체계 안으로 들어오면서, 동맹국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은 미국 AI 인프라의 핵심 반도체를 공급하는 나라이면서, 동시에 그 반도체 위에서 구동되는 AI 모델을 사용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처지에 놓였다. 이 구조적 모순의 해법은 하나뿐이다. 미중 사이의 '전략적 모호성'은 AI 시대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중국과의 기술·자본 연계를 명확히 정리하지 않는 한, 한국은 미국의 다음 통제 목록에서 더 깊숙이 거론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AI 전민' 전략(국가적 차원에서는 전 국민의 보편적 AI 접근성 보장 및 일상화를, 기업 및 산업 차원에서는 업무 본질을 바꾸는 전방위 인공지능 전환(AX, AI Transformation)을 의미)의 아킬레스건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미국의 AI를 활용하려면 중국과 손을 끊어야 하고,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유지하려면 미국의 첨단 기술에서 배제되는 딜레마—이 방정식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는 더 이상 외교적 수사로 미룰 수 없는 절대적 과제로 부상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