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발사하는 우크라이나 군 [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정상 담판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으나 양국의 깊은 불신만 확인하는 결과로 끝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서한에서 회담 기간 동안 완전한 정전을 실행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며 대면 일정을 확정하자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대화를 거부하는 상대방의 이미지를 부각해 국제사회에서 명분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짙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침공 초기부터 현 정권의 축출을 공언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러한 제안을 수용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 측은 예상대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회담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측의 서한을 확인했다고 전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요구한 직접 만남은 "아무 의미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자신의 나이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서한의 문구를 두고 불쾌감을 드러내는 한편, 상대방의 통치 정통성 결여를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계엄령을 구실로 선거를 치르지 않은 채 집권을 연장하는 행위는 법적 권한이 없는 범죄에 가깝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전시 상황에 따른 법적 금지 조항으로 임기가 지속해서 연장되는 상황이다.
상대의 거부 의사를 확인한 우크라이나 역시 즉각 역공에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렘린궁이 평화 대신 또다시 무력 충돌을 선택했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공방의 시점과 공습 시기를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가 파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분히 의도적으로 연출한 행보라고 진단한다. 특히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의 시작 시점에 맞춰 드론 공격을 감행한 뒤 대화를 제안한 점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평가다.
이번 외교적 승부수는 미국의 중재자 역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신속한 분쟁 종식을 공언하며 중재를 시도했으나, 양측의 현격한 입장 차이와 최근 발생한 중동 정세의 급변으로 인해 논의의 추진력을 잃은 상태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첨단 드론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전선의 방어력을 높인 현 상황을 부각하며, 미 행정부가 자국에 다시 주목하도록 외교적 이해관계를 자극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외신들 역시 이 같은 압박이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러시아의 전력 약화를 부각하려는 복합적인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