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솟는 집값, 정치 자유 억압 등 불만 누적 상황서 대형참사]
홍콩에서 77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홍푸원(宏福苑) 아파트 화재로 사망자 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나자 시민들의 분노가 홍콩 당국은 물론이고 그동안 홍콩에서의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는 강화한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 등으로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면서 영국에서 중국으로의 주권 이양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홍콩의 홍푸원(宏福苑) 대형화재가 베이징 당국의 통치력을 시험대에 오르게 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베이징이 홍콩의 정치 체제를 자신들의 이미지로 재편한 이후, 이번 화재는 새 체제가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지 시험대가 됐다”면서 “이번 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중국 소방차들이 국경에 대기하며 불빛을 깜빡이고 있는 모습이 담겼는데, 이들은 약 13km 떨어진 홍콩 북부에서 맹렬히 타오르는 화재를 진압하러 출동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 소방차들은 결국 홍콩으로 진입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홍콩 자체 소방차들이 하루 이상 지속된 화재를 진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결국 최소 128명의 사망자(29일 오후 현재)를 낸 가운데, 왜 홍콩이 중국 측의 소방 지원을 받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면서 “이 순간은 베이징의 지지를 받는 홍콩 행정장관 존리(李家超)가 직면한 미묘한 정치적 과제를 부각시켰다”고 짚었다.
NYT는 “존리 행정장관은 광범위한 정치적 개편 이후 베이징의 통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홍콩 정부가 이 같은 대규모 위기를 독자적으로 관리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 했다”면서 “만약 중국 본토의 긴급 구조대가 홍콩으로 진입했다면, 이는 홍콩이 자체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훼손하는 것으로 비춰질 위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급박한 위기의 상황에서 홍콩의 자치권이란 명분 때문에 중국 소방차와 진화부대의 지원을 사실상 거부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존리 장관이 그토록 중하게 여기는 자치권을 왜 그때만 그렇게 중하게 생각했는가의 여부다. 사실 중국의 홍콩에 대한 지배권이 강화된 이후 홍콩은 정치적 자치권을 완전히 상실했으며 심지어 선거의 자유까지 다 빼앗겼다.
이에 대해 NYT는 “2019년 반정부 시위 이후 베이징이 홍콩에 강제한 체제는 광범위한 국가보안법으로 반대를 억압하며 도시의 위기 대응 방식을 바꿔놓았다”면서 “야당 정치인들은 수감되었고, 언론은 새로운 제약 아래 운영되며, 거리 시위는 과거의 일이 되었고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문을 닫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편된 정치 체제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비판을 억누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中, 2019년 반정부 시위 후 통제는 강화, 민생안전엔 허점]
결국 진짜 자치권을 지켜야 할 것은 전혀 보호하지 못하고 베이징에 모조리 바쳐버리고, 진짜 도움을 받아야 할 초위기의 상황에서 자치권 타령을 한 홍콩 행정부에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동시에 모든 자치권을 다 빼앗아 가 사실상 자유를 박탈해 놓고 정말 시민들이 죽어나가는 초대형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베이징 당국, 곧 중국 공산당에 대해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치의 자유까지 앗아간 상황에서 반중인사들은 아예 선거에 출마할 자유까지 봉쇄해 버린 상황에서 친중인사들로만 의회를 꾸리다보니 ‘그들만의 리그’가 되면서 부패는 더욱 커져갔고, 그러다보니 시민들의 민원이나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뒷전으로 밀리다보니 이번에 초대형 화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실제로 베이징은 '애국자'로 인정된 사람만 입후보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편한 이후 민주진영 인사들은 아예 입후보 자체를 할 수 없도록 선거법을 개정했다.
이에 대해 영국에 거주하는 전 홍콩 구의원 마이클 모는 가디언에 “홍콩에서 민주 진영에 대한 대대적 단속으로 친민주 세력과 시민사회가 사실상 소멸한 이후 효과적으로 경고음을 낼 반대 세력이 없다”면서 “2019년 이전에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당국에 대한 견제가 있었지만, 이제는 이런 장치들이 사라졌고 정부를 더 효율적이고 책임 있게 만들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민정치의 부재는 당장 이번 화재의 원인 분석을 놓고도 시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홍콩 정부는 아파트 보수공사에 사용된 대나무 비계(건설 현장에서 고층 작업을 하기 위해 설치하는 임시 구조물)와 스티로폼 등이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공사업체가 화재에 취약한 자재를 사용하는 과정에 비리가 있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대규모 보수공사 중인 아파트단지도 전수조사해 안전 상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일부 홍콩인은 대나무 비계가 화재의 근본 원인이 아니고 실제로 불에 탄 건물 외벽에 대나무 비계가 남아 있는데도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데 분노하고 있다”면서 “당국이 미흡한 안전관리를 감추려고 홍콩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대나무 비계 탓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이처럼 당국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이번 화재는 중국 통치력과 그 정당성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현재 영국에 거주 중인 전 홍콩 구의원 우쿤타이(巫堃泰)도 “홍푸원(宏福苑) 주민들이 수개월간 건설사의 악질적인 행태를 계속해서 고발해 왔으나 제대로 된 관심을 받지 못했다”면서 “더욱 충격적인 것은 지난해 한 주민이 보수공사의 위험성을 문의했을 때 노동처가 ‘대나무 비계는 화재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답변했으며, 관련 법규에는 비계의 난연 기준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시민들은 정부가 책임을 대나무 비계 탓으로 돌리려는 것은 감독 부실이라는 사실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쿤타이(巫堃泰)는 이어 “이번 참사는 홍콩이 '국가안전법 시행 이후 시대'에 직면한 통치 위기를 드러냈다”면서 “베이징이 민주 진영과 시민사회를 완전히 제거한 이후 홍콩에는 효과적으로 경고를 발할 수 있는 반대 세력이 더 이상 없다”고 꼬집었다.
우쿤타이는 “2019년 이전에는 비록 완벽하지는 않았어도 최소한의 안전장치(guardrails)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정치 체제가 완전히 중국식으로 바뀌어버린 상황에서 정부가 더 효율적이거나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도 “이번 화재 참사가 2019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이후 변화해 온 중국의 홍콩 장악력에 대한 주요 시험대”라며 “대중의 분노가 건설사를 넘어 소방안전·건축물 규제 당국으로까지 확산할 수 있으며, 이번 사건에 대한 광범위하고 공개적인 조사를 요구하는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홍콩 입법원 선거 앞두고 정치적 분노 폭발할지 관심 집중]
문제는 지금 홍콩이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점이라는 점이다. 당장 12월 7일은 입법원 선거가 있다. 당연히 친중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이들만 출마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시민들은 아예 관심을 가지지도 않지만, 이번 입법원 선거를 기화로 그동안 눌려왔던 홍콩시민들의 정치적 분노가 폭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 중인 지미라이 빈과일보 발행인에 대한 선고가 곧 열릴 예정이어서 재판 결과에 따라 이 역시 홍콩의 민심에 불을 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지미라이의 석방을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존리 행정장관은 원래 12월 7일로 예정된 입법회 선거가 재난으로 인해 연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위기의식을 느껴서였을까? 중국 국방부는 27일,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군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고 법에 따라 홍콩을 수호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이례적인 성명을 내놓았다. 이는 사실상 베이징이 지금의 홍콩 분위기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고, 만일 불상사가 생길 경우 언제든지 인민해방군이 직접 개입할 수도 있다는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