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닷새 만에 박살난 푸틴의 허세, 무너지는 5세대 전투기 신화]
“세계 최고의 전투기”라 자랑하던 푸틴의 허세가 바닥까지 추락했다. 세계 최고를 자처하던 러시아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Su-57이 정작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공개적으로 쏟아진 것이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이러한 비판이 서방이 아니라 러시아 내부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전쟁 당사국이자 생산국의 군사 전문가들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무기 논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4년째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 군사력의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그 균열을 러시아인들 스스로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군사, 안보 및 방위 산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독립 온라인 미디어 그룹인 디펜스뉴스(Defense News)는 지난 1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5일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인도에 Su-57 공동 생산을 제안하며 ‘Su-57은 5세대 항공기로, 현재까지 최고의 기체라고 생각한다’고 자랑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푸틴의 발언 직후 러시아 군사 블로거와 분석가들이 공개적으로 반박에 나섰으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벌이면서도 해당 영공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채 원거리 발사 역할에 머물러 온 Su-57의 제한적 전쟁 수행이야말로 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가장 치명적인 반증이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침공의 당사국이자 이 전투기의 생산국에서, 그것도 군사 프로그램 비판이 신변 위험을 수반하는 언론 환경 속에서 터져 나온 반박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디펜스뉴스는 이어 “반박의 선봉에 선 인물은 러시아의 저명한 독립 국방평론가 막심 칼라시니코프(Maxim Kalashnikov)였다”고 밝혔다. 그는 “Su-57이 그 악명 높은 F-35보다 더 나은 항공 복합체라면, 우크라이나에서는 어디에 있는가? 이스라엘 공군의 F-35들은 마치 방공망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이란을 상대로 작전했다. 그들은 방공 시스템을 타격하고 결정적으로 중요한 표적들을 명중시켰다. 그런데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Su-57의 유사한 행동을 보고 있는가? 아니다, 드론과 미사일뿐이다. Su-57이 그 공격 물결의 뒤를 따라가기라도 하는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우리는 이미 말은 충분히 들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디펜스뉴스는 “비판은 운용 방식을 넘어 기체의 '5세대' 자격 자체를 겨냥했다”면서 “푸틴 발언 보도에 달린 러시아 내 논평 중에는 ‘S-70 헌터(오호트니크) 없이는 Su-57 역시 박물관의 희귀품일 뿐이며, 엔진에서도, 항전장비에서도, 스텔스에서도 진정한 5세대 항공기가 되지 못했다. 그 결과는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모두가 보고 있다. 러시아 항공우주군은 경합 지역의 제공권 장악에 실패했고, 러시아 영토 상공의 제공권마저 상실했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짚었다. '세계 2위 군사강국'의 공군이 자국 하늘조차 지키지 못한다는 자조가 러시아인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이란 상공의 F-35, 전장 밖의 Su-57]
이와 관련해 글로벌 전략 과제, 국방 시스템, 방위 산업 및 안보 환경을 심층 분석하는 국제 안보/방산 전문 웹 미디어인 ’디펜스인포(Defense.Info)는 “칼라시니코프가 비교 잣대로 삼은 이스라엘 F-35의 전과는 Su-57의 부재를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면서 “이스라엘 공군은 12일간의 대이란 작전에서 1,400회 이상의 장거리 출격으로 약 1,600km 떨어진 표적까지 타격하면서 유인기를 단 한 대도 잃지 않았다. 2,879개 표적에 3,709발의 폭탄이 투하되는 동안 이란이 이스라엘 유인기를 향해 발사한 지대공미사일은 단 2발이었고, 그마저 표적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올해 3월에는 F-35I '아디르'가 테헤란 상공에서 이란 공군 야크(Yak)-130을 격추하며 F-35 사상 첫 유인기 공대공 격추 기록까지 세웠다”고 밝혔다.
디펜스인포는 이어 “같은 기간 Su-57의 행적은 초라하다”면서 “우크라이나와 서방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는 Su-57을 러시아 영공이나 점령지 상공에서 Kh-69 순항미사일 등 장거리 무기를 발사하는 '스탠드오프' 역할에 한정해 운용하며 우크라이나 방공망 권역 진입을 회피해 왔다”고 짚었다. 디펜스 인포는 이어 “러시아 항공우주군이 Su-57을 의미 있는 경합 영공 임무에 투입하는 대신 순항미사일과 샤헤드 드론, 활공폭탄에 의존해 왔다”면서 “적 방공망 침투라는 스텔스기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라고 짚었다.
이런 소극적 운용이 의도된 '은폐'였다는 증언도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인 유로마이단프레스는 “우크라이나 미그(MiG)-29 조종사는 올해 1월 돈바스 레알리이(Donbas.Realii)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당초 Su-57의 우크라이나 상공 실전 투입을 수출 홍보 캠페인으로 활용하려던 계획을 접고 기체를 적극적 작전에서 배제한 채 우랄 인근에 보관해 왔다”고 밝혔다. 실전에서 망신을 당해 수출 시장이 무너지는 것보다 차라리 숨기는 쪽을 택했다는 의미다.
[자기 윙맨을 격추한 스텔스기… S-70 사건의 굴욕]
디펜스뉴스는 “러시아 내부 논평이 굳이 풀어 말하지 않고 암시한 사건이 있다”면서 “2024년 10월 5일, Su-57의 '충성스러운 윙맨'으로 개발된 S-70 오호트니크 무인기 시제기가 기술 결함으로 지상 통제와의 연결이 끊긴 채 도네츠크주 코스탼티니우카 인근 우크라이나 통제 지역 쪽으로 표류하기 시작했는데, 러시아 최첨단 전투 드론이 온전한 상태로 적의 손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동행하던 Su-57 조종사는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해 자기 편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짚었다.
디펜스뉴스는 “잔해는 고스란히 우크라이나의 전리품이 됐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은 전선에서 약 16km 떨어진 지점에서 잔해를 수거했고, 우크라이나와 서방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는 이 드론의 첨단성에 대한 러시아 측 주장에 의문을 던졌다”고 밝혔다. 디펜스뉴스는 이어 “한 우크라이나 국방 전문가는 이를 러시아 홍보물이 선전해 온 정교한 스텔스 플랫폼이 아니라 ‘기본적인 비행 능력과 무선 조종 장치를 갖춘 글라이더에 가깝다’고 평가했다”면서 “S-70의 지휘 중계기이자 윙맨으로 설계된 Su-57이 자신의 파트너 기체를 격추해야 했던 이 사건은, 러시아 논평가들이 지금 Su-57 프로그램 전반에 제기하는 네트워킹·체계통합 격차를 정확히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구세대 엔진에 구세대 레이더… '5세대'라는 이름의 과장]
디펜스뉴스는 “기술적 실체도 '세계 최고'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현재 양산 중인 Su-57은 차세대 '프로덕트 30' 엔진이 아니라 Su-35 엔진의 파생형인 AL-41F1을 달고 비행한다”고 짚었다. 디펜스뉴스는 이어 “5세대기를 구분 짓는 핵심 성능인 초음속 순항 능력을 담보할 신형 엔진 사업은 수년째 지연 상태이며, 흡기구 설계와 외부 표면 처리 역시 F-22나 F-35가 달성한 수준의 스텔스 신호 관리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서방 분석기관들의 평가”라며 “5세대의 양대 요건인 스텔스와 초음속 순항 모두에서 미달이라는 의미”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내셔날시큐리티저널(National Security Journal)은 “레이더 격차는 더 구조적”이라면서 “서방 최신 AESA 레이더가 탐지거리를 70%가량 늘려주는 질화갈륨(GaN) 기반 송수신모듈로 이행한 반면, 러시아는 구세대 갈륨비소(GaAs) 기술에 묶여 있다”고 밝혔다. 내셔날시큐리티저널은 이어 “미국과 유럽의 현대 전투기 전반에 AESA가 보급된 것과 달리 러시아가 양산해낸 AESA는 Su-57의 N036 벨카 단 하나이며, 러시아 산업계 사정에 밝은 우크라이나 레이더 설계자들은 초기 러시아산 송수신모듈의 효율이 극히 낮았다고 증언했다”고 짚었다.
[우랄 뒤편에 숨겨도 드론이 찾아온다]
전장 상공을 피해 다닌 대가는 지상에서 치르고 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우크라이나 무인시스템군 사령관 로베르트 '마자르' 브로우디는 지난달 1일, 4월 25일 러시아 첼랴빈스크주 샤골(Shagol) 공군기지 드론 타격으로 Su-57 2대와 Su-34 1대를 포함한 전투기 4대를 명중시켰다고 확인했다”면서 “표적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700km 떨어진 지점에 있었는데, 분석그룹 엑실레노바 플러스(Exilenova+)의 위성사진이 피격 지점을 시각적으로 입증했으며, Su-57 피격은 러시아도 인정한 2024년 아스트라한주 아흐투빈스크 기지 타격에 이어 두 번째다. 우랄산맥 뒤편이라는 '금고'마저 뚫린 것”이라고 짚었다.
[고작 19대로 외치는 '세계 최고']
숫자는 더 냉정하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2025년 4월 기준 러시아 항공우주군의 Su-57 보유량은 19대에 불과하다”면서 “이 중 7대가 2023~2024년 2년간 인도된 물량으로 연간 16대라는 크렘린의 생산 목표와 실제 제조 속도의 간극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IISS는 이어 “초도비행 후 15년이 지나서야 알제리가 첫 수출 고객이 됐고, 알제리는 Su-57E 14대를 2025년 6대, 2026년 6대, 2027년 2대로 나눠 인도받는 일정이었는데, 미국이 F-35를 1,100대 이상 생산해 동맹국 전역에 배치한 것과 비교하면 '동급'이라는 표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분석과 전망] 무너지는 것은 전투기가 아니라 '강한 러시아'의 신화
Su-57 논란의 본질은 전투기 한 기종의 성능 논쟁이 아니다. 그것은 러시아 군사력 전체를 떠받쳐 온 ‘강한 러시아’의 서사가 실전에서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미다.
냉전 이후 러시아는 압도적인 군사 강국의 이미지를 전략 자산으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탱크, 흑해함대, 공군력에 이어 첨단 스텔스 전투기 신화마저 하나씩 해체하고 있다.
더욱 뼈아픈 것은 이러한 평가가 서방의 선전이 아니라 러시아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권위주의 체제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외부의 비판이 아니라 내부의 냉소가 확산될 때다.
이 균열은 한반도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심화 속에 항공 기술 이전을 기대하는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것의 상한선이 바로 이 Su-57의 실체다. 반면 한국 공군이 운용 중인 F-35A는 이란 상공에서 침투·생존 능력을 실전으로 입증한 바로 그 기체 계열이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칼라시니코프의 일갈은 러시아 무기 신화의 종언을 고하는 동시에, 한미 연합 공중전력이 가진 질적 우위의 실체를 역설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