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공산당 4중전회의 의미, “최고 관심사는 경제”]
오늘(20일)부터 나흘간 중국 최대의 역사적 이벤트가 될 수도 있는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가 열린다. 그런데 최근 중국 역사에서 이번 4중전회만큼 정치적 소용돌이가 요동치는 때가 없었다는 점에서 과연 이번 4중전회를 통해 어떤 변화가 몰아칠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 시진핑 국가주석이 과연 그 직책을 유지할지, 아니면 일부 또는 전체 권력을 이양을 하게 될지에 쏠려 있다.

영국의 BBC는 17일, “중국 공산당은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베이징에서 제19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개최한다”면서 “공식 발표에 따르면, 주요 의제 중 하나는 중요한 경제 계획을 검토하는 것이지만 외부 세계는 당 내부의 인사 조정에 더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중국 공산당 지도자 시진핑이 후계자를 위한 어떤 조치를 취할지 추측할 단서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 중국공산당의 전체회의(중전회)는 분명한 패턴이 있다. 대체적으로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 이후, 1중전회와 2중전회는 인사 및 제도 정비에 전념한다. 일반적으로 1중전회에서는 정치국, 상무위원회, 서기처 등 당의 중앙 지도부를 선출하고, 2중전회에서는 국무원 구성 및 국가 제도 개편을 심도 있게 논의한다. 그리고 3중전회부터 7중전회까지 각 전체회의는 일반적으로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3중전회는 개혁과 경제 정책에 중점을 두고, 4중전회는 법률 제도에 중점을 두며, 5중전회는 차기 5개년 계획에 중점을 두고, 6중전회는 주로 당 건설에, 7중전회는 차기 당대회를 준비한다. 따라서 7중전회는 가끔 생략할 때도 있다. 이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3차부터 7차 전체회의의 의제는 인사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미리 정해진 주제로 진행되는 것이 상례다.
이러한 전통에 따르면 이번 4중전회에서는 이미 중앙정치국이 예고한 대로 지금 중국이 당면한 최대의 과제인 경제 문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4중전회는 원래 지난해에 열렸어야 하나 1년 연기되어 제15차 5개년 계획에 초점을 맞추도록 되어 있다. 그 말은 상무위원회나 정치국의 대대적인 개각이 없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이번 4중전회에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최고위급들의 인사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정치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중국의 군 지도부가 완전히 붕괴됐다. 특히 중앙군사위원회의 복원은 그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4중전회는 당연히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이 시급하다고 말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라도 우선적으로 중국 군부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를 가능하도록 만드는 단초를 이번 4중전회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1989년 4중전회에서도 지금과 같은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 6·4 천안문 시위의 영향으로 자오즈양(趙紫陽)이 해임되고 장쩌민(江澤民)이 총서기로 임시 승진한 적이 있다. 이것은 정치적 위기로 인한 강제적인 인사 개각이었다. 또한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에도 4중전회에서 유명한 린바오(林彪) 사건을 승인한 적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덩샤오핑 시대이래 최대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지금의 상황에 대해 역시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 지금의 경제 위기는 중국 지도부도 시인하고 있는 최대의 현안이기도 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나 이론지인 치우스까지 총동원되어 중국 경제가 그래도 살 길을 찾고 있다는 대대적 선전선동을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중국 군부가 이렇게 부패된 것도 결국 인사권자인 시진핑 책임이라는 주장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최근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에서 강력하게 주장한 내용도 바로 이런 것들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4중전회에서 시진핑에 대한 책임을 묻는 대사변이 일어나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시나리오 1: 시진핑 현재 직책 유지, ‘三下三上’ 불가능]
이런 차원에서 이번 4중전회의 첫 번째 시나리오는 원래 4중전회의 성격 그대로 경제 문제만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로 운영될 것이라는 주장이 강력하게 부각된다. 시진핑 책임론과 관련된 논의는 2027년 당대회에서나 하자는 것이다. 이는 결국 현재의 시진핑 체제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예측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대만 상바오(上報)는 17일, “이번 4중전회에서 정치국 위원 몇 명, 중앙위원 10여명 이상의 개편이 있기는 할 것이지만, 최근 제기되고 있는 삼하삼상(三下三上), 곧 시진핑(習近平), 리창(李強), 차이치(蔡奇)의 하야, 왕양(汪洋), 후춘화(胡春華), 인리(尹力)의 승계, 그리고 시진핑의 은둔은 4중전회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분석으로는 우선적으로 시진핑 주석이 그 자리를 내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특히 시진핑이 믿는 구석은 지금 주석직 교체 등의 대혼란이 벌어진다면 자칫 중국 공산당도 무너질 수도 있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말해 장유샤의 군부가 강제로 시진핑을 국가주석직에서 내려오도록 한다면 자칫 대 변란으로 확대될 수도 있고, 이렇게 되면 중국정치의 혼돈으로 이어지면서 중국 공산당도 붕괴될 수 있다는 ‘벼랑끝 전술’로 군부와 당 원로들을 협박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중국 공산당의 붕괴는 중국 지도부 어느 누구도 원치 않는 사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는 2027년의 당대회까지 시진핑의 사임을 미룰 수밖에 없는 국면이 형성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시나리오 2: 시진핑 국가주석직만 유지, 군사위-당서기 이양]
사실상 시니리오1이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한 군부는 이러한 분위기를 뒤집기 위해 지난 17일 허웨이둥(何衛東), 먀오화(苗華) 등 인민해방군 장군 9명을 ‘중대한 직무유기 혐의’로 당과 군에서 제명했다고 발표하는 압박전술을 펼쳤다.
확실하게 군부를 장악하고 있는 장유샤의 입장에서는 만약 시진핑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까지 계속 맡게 된다면 언제 시진핑의 칼에 의해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어찌 장유샤 뿐이겠는가? 그동안 그의 편에 줄을 섰던 군부의 지도자들도 함께 줄줄이 죽음의 길로 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유샤를 비롯한 군부 핵심들은 이번 4중전회에서 시진핑이 최소한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 만큼은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중국 군부를 이렇게 쑥대밭으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시진핑이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숙청당한 군부인사 대부분이 부패혐의와 연관되어 있는데 이들 모두를 시진핑이 직접 발탁해서 요소요소에 임명했다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시진핑이 앞으로 더 이상 군부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당연히 중국 공산당은 항상 ‘총은 당의 것’이라는 개념을 강조해 왔는데, 이는 군에 대한 지도력을 당이 가지고 있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당서기 또한 시진핑이 내려놓아야만 한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시진핑이 국가주석직은 유지하더라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과 당서기직은 이번에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은 이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에따라 장유샤도 시진핑을 향한 강력한 압박을 개시했다. 그 일환으로 ‘2025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공보 제5호'를 통해 “심각한 규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장린(张林), 가오다광(高大光), 왕즈빈(汪志斌), 왕춘닝(王春宁) 등 4명의 군 대표가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직에서 해임”한 것이고, 17일에는 국방부가 허웨이둥(何衛東), 먀오화(苗華) 등 인민해방군 장군 9명을 ‘중대한 직무유기 혐의’로 당과 군에서 제명한 것이다. 그리고 추가로 장비개발부장 쉬쉐창(许学强), 연합참모부 부참모장 쉬치링(徐起零), 로켓군 정치위원 쉬시성(徐西盛), 국방대학 총장 샤오톈량(肖天亮) 등도 제거하기로 한 것이다. 이 모두가 시진핑파 일원들이다.

장유샤는 또한 마치 대대적인 작전을 벌이듯 군병력을 대거 이동배치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더룬미디어(德润传媒)’는 18일, 전날 중국 네티즌들이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중국 여러 성의 고속도로에 수많은 군용 차량과 장갑차가 등장하고, 하늘에는 수많은 군용 헬리콥터가 떠다니는 모습이 촬영되었다”면서 “철도와 고속도로는 장갑차로 가득하다. 전쟁이 곧 시작되는 것 같다. 심지어 제대한 용사들이 재소집되고 있다. 푸젠, 산둥, 광둥은 군용 차량으로 가득하다. 대규모 병력이 집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군병력의 이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지금 중국에서 심상치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이들 병력이 장유샤측 부대인지, 아니면 시진핑 충성파들의 돌발적 결집인지 불분명하지만 지금 4중전회를 앞둔 중국 상황이 아슬아슬해 보인다.
[시나리오 3: 시진핑 하야, 지도부 전면 개편]
마지막 세 번째 시나리오는 시진핑이 모든 직을 내려놓고 하야한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시진핑 행동으로 봤을 때 이 시나리오가 작동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진핑 주석이 지난 2022년 사실상 영구집권을 할 수 있도록 당장을 개정했지만 그러한 영구집권의 꿈은 결코 실현될 수는 없을 것이란 점이다. 최근의 상황으로 볼 때 시진핑이 늦어도 2027년 당대회에서는 권좌를 어쩔 수 없이 내려놓게 되지 않겠나 하는 추측들이 많다.
[“시진핑 주석직 유지해야 중국공산당이 빨리 무너진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상당수의 중국 국민들이 시진핑 주석이 당분간 국가주석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고도 단순하다. 시진핑 주석이 좀 더 권좌에 있어야 중국 경제가 폭망하게 될 것이고, 그래야 중국 공산당도 붕괴되는 시간이 빨라지지 않겠냐 하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들을 하는 중국 국민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왜냐하면 이번 4중전회에서 설사 시진핑 주석이 일부 직책을 내려놓는다 할지라도 중국이라는 나라가 근본적으로 변화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이라는 기반 자체가 붕괴되어야 중국이라는 나라가 새로운 체제, 인민을 진짜로 중시하는 그런 나라로 변화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중국 국민들의 염원이 반드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