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왕이 외교부장, “우크라전쟁은 美의 중국 집중 막는 축복”]
외교의 달인이라 불렸던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유럽 방문 도중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발언한 내용이 EU는 물론이고 미국까지 경악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당장 왕이 부장에 대한 외교적 책임론이 불거질 정도로 후폭풍이 거세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4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유럽연합(EU)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대표와 브뤼셀에서 4시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는 미국이 중국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면서 “왕이 부장이 EU 관리들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중국에게는) 축복(a blessing)이었으며, 3년 넘게 진행되는 이 전쟁으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집중해야 했고, 만약 전쟁이 끝나면 미국은 모든 관심을 태평양에 쏟아 중국과 충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CNN도 4일(현지시간) “왕이의 발언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선호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면서 “이는 중국이 ‘중립적’이라는 대외 입장과는 달리, 우크라이나 분쟁에 훨씬 더 큰 지정학적 이해 관계를 두고 있다는 안보 전문가들의 분석과 일치한다”고 보도했다.
왕이부장의 이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당장 유럽 각국은 경악했다. 유럽내 일부 언론에서는 “왕이 부장이 큰 실수를 했다”면서 “중국의 외교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써 너무 노골적으로 중국의 진실을 말해 버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중국 공산당은 그동안 표면적으로는 사실상의 동맹국가인 러시아를 적극 지지한다고 말하지만 실제 속내로는 베이징 당국이 미국과 유럽에 맞서 싸우도록 뒤에서 부추기고 있는데, 그러한 이유는 순전히 중국의 국익을 위한 것으로 러시아와 유럽이 싸우는 것 자체가 미국이 중국에게 관심돌리지 못하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왕이 부장의 이러한 발언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내에서는 왕이 부장의 발언으로 인해 푸틴이 분노할 수도 있다면서 이번 일로 왕이 부장이 곤경에 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논란 커지는 왕이 부장의 발언, 파문 확산될 듯]
왕이 부장의 발언으로 인해 논란이 확산되자 중국 외교부의 마오닝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며, 사태의 조속한 정치적 해결을 지지한다. 우크라이나 위기의 장기화는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지만 왕이 부장의 발언으로 인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 중국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4월 18일에도 “중국이 러시아에 탄약 등의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며 “중국은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 분쟁의 어느 쪽에도 제공한 적이 없으며, 중국의 입장은 늘 명확했다. 휴전과 전쟁 종식, 평화 회담을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다른 이도 아닌 중국의 외교부장이 그동안 중국의 공식적 입장을 완전히 뒤집으면서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능한대로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동시에 러시아가 결코 패배를 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런 차원에서 SCMP는 “이 회담에 참석한 일부 EU 관리들은 왕이의 이같은 솔직한 발언에 놀랐다”고 전했다. SCMP는 이어 “회담에 동석한 EU 관리들은 왕이가 1년 전 EU 외교ㆍ안보 대표직을 맡은 칼라스 전 에스토니아 총리에게 ‘지정학적인 역사 교훈과 강의’를 했으며,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되면 미국은 모든 관심을 인도ㆍ태평양 지역으로 돌릴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밝힌 것이다.
이 회담 후 나온 EU 발표문에 따르면, 칼라스 EU 대표는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의 불법 전쟁을 지원함으로써 유럽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군산(軍産)복합체를 지원하는 모든 물질적 지지를 즉각 중단하라”고 중국 측에 요구했다. 이렇게 EU가 중국을 직격하는 발표를 했음에도 앞으로 중국은 더 이상 대응하기 어렵게 됐다. 중국의 외교부장이 그동안 중국이 주장해 왔던 중립적 입장을 전면 부인해서다.
[미국도 왕이 발언에 분노, 미중갈등 더 깊어질 수도...]
그런데 왕이 부장의 발언을 듣는 미국도 분노할 수밖에 없다. 왕이 부장의 발언은 러시아를 부추겨 전쟁을 지속시킴으로 미국이 이 전쟁에서 발을 빼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시말해 중국은 러시아가 미국을 지연시키고, 더 나아가 미국을 집어 삼키기를 원한다는 생각을 노골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왕이 부장의 생각과 발언은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속내를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말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립적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러시아에 지속적으로 무기를 지원해 주고 있으며, 그렇게 해서 전쟁을 오래 끌도록 하는 것 자체가 미국이 중국에 대해 관심을 갖지 못하도록 만드는 방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이 분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속마음 알아챈 유럽, 결국 중국과 거리두기]
왕이 부장의 발언이 나오기 직전 칼라스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중국 공산당이 한편으로는 유럽 내 전쟁을 부추기면서도 유럽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는데, 중국 공산당은 이러한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중국 기업들은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격에 생명줄을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칼라스 대표는 이어 “중국 공산당이 사이버 공격, EU 민주주의 간섭, 불공정 무역에 관여해서 유럽의 안보와 고용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유럽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칼라스 대표가 이런 말을 한 직후 왕이 부장이 솔직한 중국의 속내를 드러내는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칼라스는 유럽을 향한 중국의 태도를 완전히 꿰뚫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당장 EU는 시진핑 정부가 러시아의 전쟁을 조장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을 관계 개선의 주요 전제 조건 중 하나로 내세우면서 7월 말 중국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중국-EU 정상회의 의제도 절반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7월 3일부터 이틀간 예정된 중국-EU 정상회의 둘째 날 일정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측도 이러한 일정 단축에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다. 아마도 중국내 정치적 문제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당초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오 코스타 유럽이사회 상임의장은 오는 7월 24일 베이징을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과 리창 총리를 만난 후, 7월 25일 허페이에서 비즈니스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현재 베이징 일정은 단 하루로 제한되어 있다. 이 정도면 이미 잡혀진 일정이라 정상회담을 하기는 하지만 형식적 일정으로만 채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과 러시아, 서로 이용하려는 속내 그대로 드러냈다!]
이러한 중국과 러시아 관계와 관련해 중국전문가인 탕징은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서로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탕징은 이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경제가 중국 공산당의 수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경제뿐만 아니라 무기와 부품 등도 마찬가지이며, 심지어 시진핑을 협상카드로 내세우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려 한다”고 짚었다.
탕징은 이어 “시진핑 주석 역시 푸틴 주석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중국 공산당은 현재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으며,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러시아를 단결시켜 미국에 저항하는 전략을 계속 구사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외교전략들이 시진핑의 실각설과 맞물리면서 요동을 칠 가능성도 있다. 지금 공산당 원로들은 미국과는 평화, 러시아와는 거리두기를 선호하고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푸틴은 완전히 소외될 수밖에 없다.
[갑자기 불거진 왕이 부장의 2선 후퇴설, 류젠차오 급부상]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왕이 부장의 외교 대실수가 드러나면서 곧바로 왕이 부장의 교체설이 베이징 정가에서 크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왕이는 외교부장에서 물러났지만 지난 2022년 겨울, 후임이었던 친강이 갑자기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사퇴하자 임시방편으로 이듬해 7월말 다시 외교부장으로 복귀했다. 그런데 이번 유럽에서의 돌출발언도 있지만 시진핑 실각설과 맞물리면서 사실상 반미주의자라 할 수 있는 왕이 부장을 해임하고, 중국의 외교를 재편할 수 있는 사람으로 외교부장직을 맡겨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오는 8월의 4중전회에서 왕이가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로서는 왕이의 후임으로 류젠차오(劉建超·61) 당 중앙대외연락부장이 가장 신빙성있게 거론되지만 이번의 인사는 시진핑이 아닌 당 원로들이 결정한다는 점에서 후임자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평생의 라이벌인 마자오쉬(馬朝旭·62) 외교부 부부장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아직 단정할 수는 없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