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업계 헝다 사태’ 우려한 중국, ‘출혈 경쟁 단속’]
중국 최대의 전기차 업체인 BYD가 대대적 할인에 나서면서 나머지 전기차 업체들의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었는데, 결국 중국 당국이 이러한 제살깎아먹기 출혈 경쟁에 대해 단속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과거 부동산 재벌이었던 헝다그룹이 문어발 식으로 경영하다가 그룹 전체가 와해된 것처럼 전기차 업체들이 줄줄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중국 국영 중국중앙(CC)TV는 지난 5월 31일 “중국 공업정보화부 관계자가 중국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공정 경쟁 질서 유지 및 산업 건전 발전 촉진에 관한 행동 강령’에 동의하고, 이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자동차 산업의 내권식(內卷式·제 살 깎아 먹기) 경쟁에 대한 정비 역량을 강화하고 공정하고 질서 있는 시장 환경을 확고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사실 지금 중국 당국이 자동차 업계와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붕괴가 전기차 산업에까지 확산되는 것이다. 다시말해 부동산 업계에서 출혈경쟁을 야기했던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으로 인해 업계 전반이 몰락한 것처럼 자동차 업계 또한 도미노식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 중국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행동 강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앞서 지난해 기준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기업인 BYD는 다음 달 말까지 자사 전기차(EV)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모델(PHEV) 22종을 최대 34%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글로벌 전기차 판매 순위에서 각각 3위와 7위를 차지한 지리자동차와 체리자동차 역시 파격 할인 프로모션을 발표하며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BYD가 자체 배터리와 차량에 들어가는 많은 반도체를 자회사에서 만드는 수직통합 공급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있어서 가격 출혈 경쟁도 불사할 수 있지만, 나머지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BYD와 같이 가격 경쟁을 할 경우 이익률이 0이하로 떨어지면서 자칫 회사의 도산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BYD의 차량 가격 대폭 인하는 사실상 중국 자동차업계의 헝거게임이라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중국 자동차 업계의 성공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폭로도 잇따랐다. 창청(長城)자동차 웨이젠쥔 회장은 “자동차 산업에 ‘헝다’가 이미 존재하지만, 아직 (위기가) 터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문어발식 무리한 확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빚(약 443조원)을 진 부동산 개발업체로 기록된 헝다는 2021년 경기 둔화 속 자금난으로 파산했고, 그때부터 침체에 빠진 중국 부동산 경기가 현재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헝다는 2021년 디폴트를 선언하며 중국 경제를 장기 침체에 빠뜨렸던 당시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였다. 헝다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공사 착공 전 아파트·빌라를 대거 분양하고 이를 매출로 계상한 뒤, 이를 근거로 다시 채권을 발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막대한 버블을 일으켰다. 디폴트 후엔 150만여 채 아파트의 공사를 중단해, 구매자들은 집을 분양받지도 못한 채 모기지 부담만 떠안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중국의 자동차 업계가 바로 이 헝다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웨이 회장은 이어 “불과 몇 년 사이에 22만위안(약 4천200만원)짜리 차 가격이 12만위안(약 2천300만원)까지 떨어졌다”면서 “10만위안(약 1천900만원) 이상 가격을 낮추고도 품질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웨이 회장은 그러면서 “중국 자동차 업계의 구조가 가격경쟁으로 원가 절감 압박이 심해지면서 품질, 수익성, 공급망이 전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개 석상에서 작심 발언을 종종 해온 웨이 회장은 자신을 비판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업계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면, 내가 욕먹는 것은 괜찮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웨이젠쥔 회장의 이 발언은 지금 중국 전기차업계가 처한 심각한 위기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준다. 언제든 우르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그런 징조는 나타나고 있다.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과도 같았던 '주행거리 0㎞의 중고차' 판매 관행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판매실적을 올리기 위해 신차를 출고 처리한 뒤, 실제 운행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고차로 판매하는 수법을 말한다.
과거에도 이러한 편법은 존재해 왔으나, 최근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내세운 신에너지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 보조금 정책과 업체들의 재고 처리 부담 때문에 이런 현상이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웨이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중국 내 중고차 판매 사이트에 이런 중고차를 취급하는 업체가 3천 곳에서 4천 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중국 전기차 산업이 중국 내부에서는 무리한 확장과 왜곡된 유통 구조 속 이른바 '부실 성장'을 해온 것으로 나타나면서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분위기다.
[시진핑의 주력산업에 불나비같이 뛰어드는 중국 산업]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중국의 경우 시진핑 주석이 가장 염두에 두는 ‘핵심 관심 품목’이 등장하면 이를 통해 국가보조금도 받고 동시에 시진핑의 주목도 받으려는 회사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등장한 회사들의 말로는 뻔하다.
과거 시진핑 주석이 반도체 굴기에 나섰을 때, 대대적으로 뿌렸던 보조금을 타먹기 위해 수없이 많은 회사들이 만들어졌지만 성공한 회사는 거의 없었다. 심지어 몇 천억원 수준의 자금을 보조금으로 받아 놓고도 칩 하나 제대로 만들어보지 못하고 도산한 회사도 수두룩 하다.
그런데 전기차 역시 마찬가지다. 그 대표적인 회사 가운데 하나가 샤오미다. 사실 샤오미는 자동차산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대륙의 실수’라는 값싸고 질좋은 전자제품을 만드는 회사였지만, 전기차 산업이 중국 경제의 대세로 떠오르지 덜컥 자동차산업에 뛰어들었다. 과연 샤오미가 자동차산업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는 하지만, 이미 여러 번 사고도 내고 아직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그 미래도 뻔해 보인다.
화웨이 또한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를 만들어내는 회사인 화웨이가 지난 5월 30일 100만 위안(약 1억 9200만원)이 넘는 고급형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자동차산업에 뛰어들었다. 물론 고급차량이라는 차별성을 부각하고 있지만, 이미 중국의 전기차 산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는데 화웨이의 고급 자동차가 뿌리 내릴 수 있을지, 또 수량으로 산업의 근간을 휘어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회웨이 자동차의 성공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미 그런 사례는 있다. 헝다그룹의 자동차 회사가 바로 그것이다. 헝다는 회사가 디폴트에 이르기 전, 시진핑 주석의 눈에 들기 위해 자동차 회사를 만들어 전기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대대적으로 오픈 행사도 했지만 변변찮은 실적도 올리지 못하고 모회사가 붕괴되면서 함께 몰락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의 자동차 업계 전체가 생존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당연히 이익률은 마이너스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5월 20일, “중국 자동차 업계 영업이익률은 2020년 20%에서 2024년 약 10%로 줄었다”면서 “약 200개에 달한다고 알려진 중국 전기차 회사 중 지난해 그나마 이익을 낸 곳은 BYD·리오토·세레스 정도”라고 짚었다. 한마디로 흑자를 내는 중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겨우 1.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SCMP는 JP모건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4월 평균 16.8%의 할인율을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해 평균(8.3%)의 두 배에 달하는 역대 최고치”라고 밝혔다. 중복투자와 과잉 생산이 중국의 자동차산업을 몰락으로 몰고가고 있는 것이다.
[수습나선 중국 당국, “가격경쟁 하지 말라” 경고]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이렇게 위기 상황으로 몰려가자 정부 당국이 수습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공업정보화부 관계자는 “출혈 경쟁은 제품의 품질 및 성능과 서비스 수준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소비자 권익을 해치고 업계의 건강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협한다”며 “가격 전쟁에는 승자도, 미래도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상무부도 지난 27일 BYD와 둥펑자동차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 중국자동차유통협회(CADA), 중고차 판매 플랫폼 관계자들을 소집해 좌담회를 열고, '0km 중고차' 사태를 포함한 중고차 유통 전반에 대한 사안을 논의했다.
중국 당국이 이렇게 뒤늦게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나섰지만, 이미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자동차업계의 붕괴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의 사태를 초래한 당사자가 바로 중국 당국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의 지시사항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기차 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방치했고, 또 그 회사들이 막대한 국가보조금까지 주면서 생산을 독려한 주체가 바로 당국이었다. 그러한 과잉지원은 당연히 중복 투자를 불러왔고 동시에 과잉생산을 불러왔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고도 망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닌가?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