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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또 위기로 치닫는 인도-중국 국경 분쟁 - 3448km 국경에 군대 추가 배치하는 인도와 중국 - '국경분쟁' 인도-중국군, 긴장완화 위한 협상 성과 없어 -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인도-중국 갈등
  • 기사등록 2021-10-12 13:27:37
  • 수정 2021-10-12 16: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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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분쟁' 인도-중국군 협상 성과 없어]


치열한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와 중국이 13차 군단장급 회담까지 열어 갈등 완화 방안을 협의했지만 결국 입장차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로이타와 AP통신 등이 11일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인도-중국 두 나라가 분쟁을 겪고 있는 라다크 지역의 중국측 몰도 전진기지에서 긴장완화를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입장차가 너무 커 결국 협상이 중단되었다.


이와 관련해 인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이 일방적으로 상황 변화를 시도하면서 대립을 촉발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인도 국방부는 또한 "우린 회담에서 (갈등이) 남아있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적 제안을 했지만, 중국 측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전향적 제안도 하지 않아 인도측도 진전된 방안을 제시할 수 없어 결국 결실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인도 군 관계자는 "현재 중국 군이 해당 지역에 대규모 진지를 구축하고 이같은 태세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동일한 규모의 시설 개발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 군이 계속 주둔한다면 인도 군 역시 계속 주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군 서부전구 사령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인도 측이 비이성적이고 비현실적인 요구를 고수하고 있는 점이 협상 진행에 추가적인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면서 인도측을 비난했다


이어 "주권을 수호하려는 중국의 결의는 확고하다"며 "인도 측이 상황을 오판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계속 고조되는 인도-중국 국경 갈등]


인도와 중국간의 국경 갈등은 지금도 최고조의 긴장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도 언론 ‘힌두스탄타임스’는 8일 “지난주 인도·중국 국경에서 두 나라 군대가 대치하며 한때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인도 당국 관계자는 힌두스탄타임스에 “인도 동북부에 자리 잡은 주인 아루나찰프라데시주(州) 타왕 지역의 실질 통제선(LAC, Line of Actual Control)에서 양쪽 군인 수십명이 여러 시간 대치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북부 라다크 지역 등과 함께 대표적인 중·인 국경 분쟁지로 꼽힌다.


이 지역은 오래 전부터 인도가 실효 지배를 하고 있는 곳이나 중국은 그간 아루나찰프라데시주의 9만㎢ 넓이 지역을 ‘짱난’(남티베트)이라고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해왔다.


그런데 바로 이곳에서 국경지역을 순찰하던 인도군과 중국군 병사들이 시비가 붙으면서 군사적 대치까지 가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이와 관련해 인도 당국 관계자는 “양쪽 군인들이 서로 상대에게 ‘우리 땅에서 물러서라’고 요구했다”며 “대치 상황은 두 나라 군대 사령관들끼리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지속됐다”고 힌두스탄타임스에 밝혔다. 대치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448km 국경에 군대 추가 배치하는 인도와 중국]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양국이 긴장완화를 원한다면서도 군사적 충돌에 대비해 무력을 추가 배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13차 군사회담을 앞두고 양국은 국경지역에 군사력 배치를 대폭 강화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인도군은 히말라야 지역의 실질 통제선(LAC) 지역에 5만 여명의 병력을 파견했으며, 장거리 미사일로 무장한 라팔전투기와 105mm야포, M777 곡사포와 K9 곡사포 등을 추가로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인도의 마노즈 나라버네(Manoj Naravane) 육군 참모총장이 북동부 라다크(Ladakh) 지역의 수도인 레(Leh)를 방문해 "군은 중국군의 위협에 적극 대응하고 있으며 어떤 상황에도 승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역시 인도와의 국경 충돌 지역에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지난 7월 2일, 인도 정보 기관과 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1만 5천명 정도 주둔하던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지난 몇 달간 최소 5만명 수준으로 늘렸다”면서 “이에 따라 인도 역시 수만명의 군대와 대포 등을 해당 지역으로 보냈다”고 전했다.


양국의 군사력이 집중하는 지역은 인도 카슈미르와 티베트에 걸쳐 있는 동부 라다크(Ladakh) 지역이다.


이와 관련해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10월 초 브리핑에서 “중국의 통제권을 시험하려는 인도의 처사에 반대한다”면서 “중국은 결코 군사력 증강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러한 중국의 발표에 대해 인도는 “인도의 군사력 증강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력 증강 때문이며 인도는 국경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력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왜 국경 분쟁이 일어난 것일까?]


인도와 중국간의 국경분쟁은 사실 중국의 영토 욕심 때문에 확대된 측면이 없지 않다.


인도는 1962년 두 나라 사이의 전쟁이 끝난 후 중국인들이 철수한 곳까지 지배권이 확대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그들의 통제권이 전쟁 전인 1959년에 중국군이 가졌던 곳까지 확대된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동쪽의 아루나찰 프라데시(Arunachal Pradesh, 약 9만㎢), 서쪽의 악사이 친(Aksai Chin, 3만8천㎢)고원이 중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는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이렇게 일부 지역들에서 양쪽이 주장하는 실질 통제선(LAC)의 위치가 달라 분쟁이 생길 때마다 서로 상대가 자신의 영토를 침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양국은 국경에서의 분쟁으로 인한 충돌을 막기 위해 국경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는 총을 소지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규정마저도 지난해 중국군에 의한 잔혹한 충돌, 곧 5월 판공호 난투극, 6월 갈완 계곡 '몽둥이 충돌', 9월 45년 만의 총기 사용 등 라다크 지역에서 여러 차례 충돌로 인해 현장의 지휘관들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바꿔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이젠 대대적인 군병력과 첨단 무기가 국경 지역에 투입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충돌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군사안보와 영토분쟁을 연구해 온 미국 MIT 대학의 테일러 프레이블 교수는 “중국의 입장이 갈수록 더 강경해지고 분쟁지역들은 언제든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열점(hot spot)이 되고 있다"면서 "중국은 강해진 국력을 바탕으로 자국의 입지나 장악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고, 주변국들은 이런 중국에 대항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 분석했다.


더불어 ”중국은 당장 군사적인 무력충돌을 통한 점령이 아니라 분쟁지역에 대해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어느샌가 모르게 분쟁지역을 장악해 더 이상 중국의 힘에 대들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린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인도와의 분쟁지역에서의 중국 전략 역시 엄청난 군병력을 동원해 실질 지배를 함으로써 사실상 중국 영토로 기정사실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중국에 비해 힘이 약한 나라들에게는 가능했을 것이나 그러한 전략에 대해 핵보유국인 인도는 그렇게 만만하게 당하지 않을 것이기에 군사적 충돌로 흘러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인도-중국 갈등]


이러한 인도와 중국간의 갈등은 감정싸움으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 8일 인도 매체들은 “지난 9월 28일 티베트 남부 국경지역에서 약 200명의 중국군이 인도 영토로 넘어와 토치카(전투용 진지)를 파괴하려다 일부가 억류됐다”면서 “양국 현지 지휘관의 교섭에 따라 석방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경이 확정되지 않아 중국군의 침범이 잇따르고 있지만 인도는 절차에 따라 단호히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중국군 일부를 포로로 잡았지만 “더이상 선 넘지 말라. 이번만은 봐 준다”면서 인도가 널리 아량을 베풀어 석방했다는 취지로 보도한 것이다.


그러자 해당지역을 관할하는 중국 서부전구는 9일 “장병들이 둥장지역을 정기 순찰하던 중 인도군이 길을 막았지만 완강히 거부하며 임무를 완수했다”며 “인도는 의도적 도발과 왜곡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인민해방군도 10일 “국경문제를 조작하는 노이즈마케팅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포퓰리즘을 자극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 지난해 6월 갈완계곡 충돌 당시 양국군 600여 명이 육탄전으로 맞붙었을 때 얻어터진 인도군 포로들의 굴욕적인 미공개 사진을 SNS에 유포하며 인도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중국의 반격은 이 일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지난해 6월 갈완계곡 충돌 당시 양국군 600여 명이 육탄전으로 맞붙었을 때 얻어터진 인도군 포로들의 굴욕적인 미공개 사진을 SNS에 유포하며 인도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 중국군에 의해 얻어 맞아 얼굴이 부은 인도군 사진


무장 해제된 수십 명의 인도군이 포로로 잡혀 중국군의 감시하에 줄을 맞춰 끌려가는 장면에서 머리에 붕대를 감거나 얼굴을 두들겨 맞아 멍이 든 처참한 인도군의 모습과 함께 손이 묶인 채 바닥에 누운 인도군을 살펴보는 중국 군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러자 인도 매체와 네티즌은 “모두 가짜 사진”이라며 “인도 정부도 중국 포로들의 비참한 몰골들을 즉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인도와 중국 양국간의 갈등은 이제 감정싸움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결코 화합할 수 없는 인도와 중국간의 관계]


인도와 중국은 1962년 국경 문제로 전쟁까지 치렀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양측이 주장하는 실질통제선의 위치가 달라 분쟁이 생길 때마다 서로 상대 측이 자국의 영토를 침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도 판공호지역에서 난투극이 있었으며 6월에도 갈완 계곡에서 몽둥이를 들고 난투극을 벌이는 충돌이 있었다. 이날 양국 군인간 충돌로 인해 인도군이 20명, 중국군은 4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중국군 40여명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 이후 인도에서는 대대적인 반중운동과 함께 틱톡, 위챗 등 중국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대해 영구 금지 조처를 내렸으며, 중국산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9월에는 라다크 지역에서 결국 45년만에 총기를 든 충돌도 벌어져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까지 발전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난해에만 3차례의 국경 충돌이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상황이 심각해지자 지난해 9월 양국 외교장관이 만나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하며 분쟁이 격화되는 것을 막자고 의견을 모았지만, 가시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 이번에 또다시 긴장완화를 위한 대화를 시도했으나 역시 불발되면서 대치 상황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언제든지 충돌 가능성 있는 인도와 중국]


중요한 것은 인도와 중국간의 충돌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1962년의 전면전 때도 그랬고 갈완계곡에서의 충돌 역시 양국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불과 3년여전까지만 해도 주중 인도 대사를 지내다가 지금은 은퇴한 한 외교관은 “중국은 인도와의 국경에서 군대를 철수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수시로 인도 국경을 넘어오고 있다”면서 “현재 인도와 중국간의 상황은 한 순간에 충돌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SCMP에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인도의 힌두신문은 인도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중국 인민해방군의 순찰 패턴은 양국간 실질통제선(LAC)을 대거 넘어와 인도의 대응 태도를 시험하는 방식”이라면서 “중국은 인도의 특별한 대응이 없으면 더더욱 남하하면서 아예 경계선으로 삼아버리는 식이어서 인도도 적극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쿼드 방패삼아 중국에 적극 대항하는 인도]


인도는 한때 중국의 적극적인 우방국이었고 비동맹주의 파트너였다. 인도와 중국이 손을 잡고 ‘아시아의 세기’를 만들자는 담론들도 오고갔다. 그랬던 양국간의 관계가 중국의 일방적 외교로 결국 원수지간으로 변모했다.


사실 중국이 인도를 밀쳐 냄으로 인해 인도는 어쩔 수 없이 미국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도는 미국·일본·호주와 4국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쿼드’에 각별한 공을 들이기 시작했고 미국과 양자 관계 개선에도 애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외교 실수가 인도라는 덩치큰 적대자가 등장하도록 만든 셈이고, 세계의 공장 역할을 인도로 넘길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중국의 외교가 스스로를 몰락의 길로 몰고 가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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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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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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