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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포스트 스가’, 일본 총리 선거에 ‘초관심 집중’하는 중국 - 이시바 간사장 당선 원하는 중국, "판이 바뀔 수도 있다" 판단 - 미국도 관심 집중, 바이든 부통령 시절 일본 총리 5번이나 바뀌어 혼란 - 고노다로, 이시바 시게루, 기시다 후미오, 다카이치 등이 경쟁중
  • 기사등록 2021-09-06 13:55:03
  • 수정 2021-09-06 16: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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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사진=일본 총리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전격 사임]


지지율이 20%대까지 급락하면서 고전하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 3일, 오는 29일 예정된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스가 총리는 지병을 이유로 자민당 총재 임기를 1년 남겨 놓고 작년 9월 물러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뒤를 이어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었지만 아베 총리의 잔여임기만 수행한 후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스가 총리는 총리에 취임한 후 60%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다가 올해 1월부터 급 하락하기 시작한 후 8월에는 26%까지 떨어지면서 자민당내에서도 배척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스가 총리가 백기를 든 진짜 이유?]


사실 스가 총리는 사임 의사를 밝히기 직전인 2일까지만 해도 자민당 총재직 선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었다. 일본은 내각제라서 집권 여당인 자민당 총재가 되면 곧바로 총리직에 취임하게 되는 체제라서 지난 8월 말까지만 해도 다가오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과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해 나서게 될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랬던 스가 총리가 2일 밤 갑자기 마음을 바꿔 불출마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2일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가장 큰 요인은 전 총리였던 아베의 분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3일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재임 중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아베 전 총리에게 '임의 사정청취(조사)'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베 총리가 국가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 전야제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고급 호텔로 불러 그 비용의 일부를 대납했다는 이른바 '벚꽃 스캔들'과 관련해서다.


전임 총리에 대한 검찰 조사는 일본에서 드문 사건인데 바로 이렇게 진전되게 된 그 배후에 스가 총리의 암묵적 승인이 있었다는 추측들이 나돌았다.


취임하면서 ‘아베 계승’을 내세웠지만 오는 9월말의 자민당 총재직 선거를 앞두고 ‘아베의 재부상’을 막기 위해 스가 총리가 의도적인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던 것이다.


당시 일본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 아사히 신문의 지난해 12월 2일자 만평이다. 이 만평에서 스가는 어두운 방에서 ‘벚꽃 영수증’이라고 적힌 종이 뭉치로 ‘포스트 스가(스가의 후임)’라고 쓴 종이를 들고 있는 아베의 뒤통수를 내려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 만평이 상상(想像)이라면서도 ‘권력의 뒷방은 무시무시하다’는 제목을 달았다.


결국 스가 총리가 아베 전 총리와 거리두기를 하면서 홀로서기를 하려 했으나 오히려 그러한 배신으로 인해 아베 지지세력의 신망을 잃으면서 스가 총리가 더 이상 되돌아 올 수 없는 길로 가버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스가 총리의 무능도 한몫했다. 스가 총리는 일본 언론에서 “종이가 없으면 동공지진이 일어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에 출석해서도 민감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보좌진이 써준 종이를 그대로 읽는 답변 스타일이 문제가 된 것이다. 그래서 일본 언론은 스가를 가리켜 ‘대독총리’냐며 비아냥 거리면서 “한심하다. 자신의 말로 정치인의 의견을 피력하는 게 총리 역할 아닌가”라고 비판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여기에 올해 6월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싱크탱크인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야지마 야스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정부의 '포스트 코로나' 정책 부재가 얼마 남지 않은 일본의 강점들마저 망가뜨리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는 6월 18일 일본외신기자센터(FPCJ) 주최로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스가 내각의 양대 핵심정책인 디지털화와 탈석탄화의 허구성과 미중 패권전쟁에 대응하는 일본의 모순된 전략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파급효과는 컸다.


급기야 8월 들어 심각한 건강 이상설까지 흘러 나왔다. 8월 6일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린 ‘원폭 희생자 위령 평화기원식’ 행사에선 연설 원고를 한 단락 통째로 빼먹고 읽어 논란이 됐다. “총리 눈에서 힘이 빠졌다”는 측근의 말이 나왔다.


그러면서 자민당 내에서 본격적으로 총리 교체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상 일본의 집권여당 자민당 총재 선거는 결국 당내 파벌들의 지지로 결정된다.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당내 최대 계파인 호소다파(96명)에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아베 전 총리와 두 번째로 큰 파벌인 아소파(54명)의 수장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다. 그런데 이 두 계파가 모두 스가 총리로부터 돌아섰다.


그리고 스가 총리에게 지난 2일 최종적으로 아베 전 총리 등의 주요 계파가 스가 총리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은 후 스가 총리가 결국 총재 선거 입후보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또한 가족도 사퇴를 강하게 권유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당내 분위기가 이렇게 스가 총리에 대한 지지세력은 거의 보이지 않고 반대세력들이 대세를 잡게 된 것은 다가오는 중의원 선거에서 기존보다 수십 석 줄어들고 의회 내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정세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당내 동요가 확산한 탓이다.


특히 스가 총리 취임 후 실시된 여야 대결 구도의 선거가 8차례 있었는데 자민당이 사실상 전패하면서 당내의 분위기는 더욱 무거웠다. 그래서 “스가로는 안된다”는 여론이 당내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민당내 계파들의 지원도 없으니 스가의 몰락은 사실상 예상된 바였다.


일본의 닛케이는 지난 3일 “스가 총리를 사임하게 만든 결정적 순간 3가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첫째 중의원 해산 시기를 지난해 가을 코로나 본격 확산전으로 잡았어야 하나 시기를 놓친 것이 중요한 원인이며 둘째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대응 실패를 꼽았다. 스가 총리는 올림픽 개최를 통해 지지율 상승을 노렸지만 올림픽 기간중에 코로나 팬데믹은 더 확산되면서 모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결정적인 실수는 지난 8월 22일의 요코하마 시장선거에서의 패배로 스가는 급격하게 힘을 잃기 시작했다고 봤다.


한편, 일본내 여론도 스가 총리의 퇴진에 대해 호의적이다. 교도통신이 4∼5일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6.7%는 스가 총리가 물러나겠다는 의향을 표명한 것에 대해 "퇴진은 당연하다"고 반응했으며 반대 의사를 표한 이들은 35.3%에 불과했다.


스가 총리가 취임 후 약 1년간 보여준 코로나 팬데믹 대응에 관해 56.3%가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들은 40.4%였다.


스가 총리가 사임을 표명한 이후 자민당 지지율도 급상승했다. 6일 교도통신이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4∼5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집권 자민당 지지율이 46.0%로 지난달 14∼16일 조사 때보다 6.5% 포인트 상승했다.



[차기 총리 누가 될까?]


그렇다면 ‘포스트 스가’는 누가 될까? 일단 현재 거론되는 인물로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 등이다. 그리고 아베 전 총리의 후원을 받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도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다.


현재의 여론조사상으로는 고노 다로가 가장 앞서 있다. 교도통신이 4∼5일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로 어울리는 인물은 누구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31.9%는 고노를 선택한 것이다.


2위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으로 26.6%였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18.8%로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에서도 고노가 1위(23%)였고, 그 다음으로 이시바 전 간사장이 21%,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12%,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 11%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민당의 총재 선거는 사실 여론조사와는 무관하게 당내 파벌간의 연합으로 선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중의원과 참의원이 383표를 행사하고 당원들 투표를 통해 383표를 배정한다. 이 중 1위 후보가 과반을 넘으면 곧바로 총재에 당선되고 그렇지 못할 경우 1위와 2위 후보의 결선투표를 통해 총재가 결정된다.


그래서 당내 계파간 합종연횡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현재 당내에서는 기시다 후미오가 가장 유력하다고 말들 한다. 그는 지난번 총재 선거에서 스가 현 총리에게 압도적 표차로 패배했지만 지금의 기시다는 상당히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시다는 리버럴(자유주의) 성향의 정치인으로 분류되나 헌법 개정에 관해 "꼭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아베 전 총리가 주창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필요성도 언급했다.


고노 행정개혁담당상에 대해서는 자민당 내에서 "서 있는 위치를 잘 모르겠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그는 당내 보수 파벌인 아소(麻生)파 소속이지만, 당의 정책과는 다른 '탈원전'이나 보수층이 반대하는 '모계(母系) 일왕'을 검토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그리고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국민적 지지는 높지만 당내 지지가 낮다는 한계가 있는데 이번에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그는 아베 노선과 선을 긋는 대표적 정치인이다.


또한 최근 들어 갑자기 부상하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을 주목해야 한다. 그가 바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영향력을 업고 총리직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의 단골 참배객이기도 해 아베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보이며 자민당 최대 파벌 호소다(細田)파에서 복수의 의원이 다카이치의 추천인으로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가 입후보하면 1955년 자민당 창당 이후 총재 선거에 출마한 두 번째 여성 정치인이 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다카이치가 총재에 당선될지는 불투명하다. 여론의 지지도 극히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 관심 집중하는 미국과 중국]


사실 이번 일본 자민당의 총재선거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 나라는 아무래도 미국일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오바마대통령 시절 부통령으로 있을 때 일본의 내각은 5번이나 바뀌었다. 그것도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가는 일까지 벌어져 곤혹을 치른 경험이 있다. 그러면서 동맹을 강화할 기회를 잃었던 것이다.


이런 경험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스가 총리와 미일동맹 강화를 추구했던 것인데 차기 총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이 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면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구상도 상당한 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가 총리가 사임을 발표하자 미국 정가는 차기 총리 후보군에 대한 탐색에 열심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유력한 총리 후보들이 미국에 다 낯익은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미국은 안도하고 있다”고 일본의 닛케이가 4일 보도했다. 닛케이는 특히 “아베 전 총리가 자민당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환영할만한 일”이라 밝혔다고 워싱턴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중국 역시 일본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아무리 일본 자민당의 전반적 흐름이 ‘반중친미’이기는 하지만 누가 총리가 되느냐에 따라 중국과의 관계가 호전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절제되고 원론적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일본의 내정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며 "중일관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일관되고 분명하다. 우리는 중일 관계가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유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관영 매체를 비롯한 중국내 인터넷 포털 등에서는 일본의 차기 총리가 누구일지, 어떤 대 중국 정책을 취하게 될 지 등은 상당한 관심거리가 됐다.


일단 현재 드러난 바로 중국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가 만약 자민당 총재가 되어 일본 총리로 취임한다면 중일관계에 숨통이 트일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이시바가 전쟁 가능한 일본으로서의 방향에 이의를 제기하는 인물이라서 중국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기시다 전 외무상이 당선된다면 중일간 관계가 험악해질 수도 있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중국 매체 '관찰자망'은 기시다 전 외무상을 조명한 기사에서 그가 중국에 대응하는 것이 최우선 국정과제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고, 일본의 적(敵) 기지 선제공격력 확보 필요성을 강조한 사실을 전했다.


한편, 한일관계는 누가 자민당 총재가 되든 핵심 갈등 현안에 관한 양국의 입장 차이가 커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역시 이시바가 총리가 되면 아무래도 한일관계 개선에 가장 유리하지 않겠는가 하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결국 이시바의 당선이 한국이나 중국에게는 그나마 유리한 환경조성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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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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