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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권력 4위 왕양 급부상, 시진핑 후계자? 차기총리? - 왕양, 시진핑 후계자설 나돌지만 차기 총리 가능성 높아 - 미중충돌 해소 위해 시진핑 사임하더라도 실권장악 유지 가능성 - 당 주석직 유지하면서 국가 주석만 내놓을 가능성도 있어
  • 기사등록 2021-08-26 21:32:39
  • 수정 2021-08-27 08: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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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산당 서열 4위 왕양, 중화권 매체에서 급부상]


중화권에서 갑자기 중국 서열 4위이면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인 왕양(汪洋·66)이 갑자기 부상하고 있다. 특히 왕양의 부각 시점이 베이다이허 회의 직후라는 점에서 당 원로들과 왕양의 거취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졌을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오면서 왕양이 과연 어디까지 부상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중화권 매체들의 왕양에 대한 보도는 시진핑 후계자설과 리커창 총리의 후임이라는 설들이 나돈다.


[왕양은 어떤 사람?]


현재 66세인 왕양 상무위원은 안후이(安徽)성 쑤저우(宿州)의 가난한 노동자 집안 아들로 태어난 흙수저에 속한다. 아버지를 일찍 여윈 왕양은 17살에 공장 노동자로 일하기 시작했으며 문화대혁명 말기에는 모범 노동자로 인정받으면서 지방 간부 양성학교 교사에 임명됐다.


이를 계기로 중국 공산당 간부 양성소라 할 수 있는 중앙당교에 입학해 사실상의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그리고 33세라는 젊은 나이에 안후이성 퉁링시장에 부임을 했고, 38살에는 급기야 안후이성 부성장에 발탁되면서 중국 최연소 부성장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전국적인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40대에 들어서면서 중국 최고 행정기관인 국무원에 진출해 요직들을 두루 거치며 각종 ‘국가 발전 계획’ 수립에 관여했고, 그때 중국 지도부의 눈에 들게 된다. 그래서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의 후원으로 중국 직할시인 충칭시와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성(省)인 광둥성의 당서기(1인자)까지 맡게 되었다.


이러한 성장 배경을 가진 왕양 상무위원의 정치적 배경은 후진타오가 이끄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파로 분류되지만 그렇다고 그 파벌에 깊이 매몰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지난 2017년에 중국 최고지도부인 7명의 상무위원회에 입성했을 당시 왕 상무위원을 어느 계파로 봐야 할지 전문가들 간에 의견이 엇갈렸을 정도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 때문에 시진핑 주석에게도 국무원 부총리로 발탁되어 2013년부터 5년간 대외무역, 빈곤대책 등 경제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평이 나온다.


왕양 상무위원의 경제 관련 가치관은 지금의 리커창 총리와 많이 비슷하다 할 정도로 시장 자유 경쟁주의자이다. 그는 “케이크 배분보다 케이크 크기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케이크 이론’을 일관되게 주창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를 통해 광둥성 서기 재임 기간(2007~2012년)에는 낙후 산업을 퇴출시키고 고부가 가치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등롱환조(騰籠換鳥, 새장을 비우고 새로운 새를 채워 넣는다)’ 전략을 펼치면서 경제의 체질 개선과 함께 경제진흥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지금도 그의 시장 중시정책을 일컬어 ‘광동모델’이라 할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에도 관내 금융기관과 중소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시장주의 원칙에 반하는 인위적인 지원은 없다”고 선언하면서 경제 체질 개선에도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왕양의 진로 1: 시진핑 후계자 가능성]


그러나 왕양 상무위원이 단순한 총리가 아닌 시진핑의 후계자로 낙점되었다는 설도 흘러 나온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명보(明報)는 25일, '시진핑 후임은 왕양?'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왕 상무위원이 최근 두 가지 점에서 주목받으면서 그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후계자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첫째는 왕 상무위원이 지난 17일 열린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 위원이 아님에도 이례적으로 참석했으며, 중앙재경위원회 위원인 왕후닝(王滬寧) 중앙위 서기처 서기와 한정(韓正) 부총리보다 앞서 거명되었다는 점을 든다. 실제로 당시 회의 기록에서 왕 상무위원은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에 이어 3번째로 기록됐다. 흥미로운 것은 중앙재경위원회 회의 참석이 이번만이 아니고 벌써 세 번째 참석했는데, 8차와 9차 회의에서는 왕후닝과 한정 뒤에 거론되었는데 10차때부터 이들 앞에 거명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10차 회의에서 시진핑이 최근 거론하는 ‘공동부유’가 논의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둘째는 왕 상무위원이 지난 19일 '티베트 평화 해방' 70주년 기념식에 중국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명보는 "앞서 2001년과 2011년에 열린 티베트 평화 해방 50주년, 60주년 기념식에는 당시 '왕세자'였던 후진타오(胡錦濤)와 시진핑이 정부 대표단을 이끌었다"고 했다. 그만큼 비중있는 자리에 왕양 상무위원을 보냈다는 것은 시진핑 주석의 의중이 실려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9일 열린 티베트 병합 70주년 기념 행사는 거의 시진핑 주석급의 예우를 받는 왕양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시진핑 후계자로서의 왕양론’은 특히 대만 매체들 사이에 강력하게 흘러 나온다. 그 중심에 대만 자유시보가 있다.


대만 자유시보는 23일 “티베트 병합 70주년 기념 행사에 왕양이 헤드로 참석한 것은 왕양이 시진핑 후계자로서 등극했다는 징조”라면서 “베이다이허 회의 이후 시진핑의 미국과의 충돌 상황에 대한 책임론 등으로 인한 권력투쟁 패배설이 촉발된 바 있는데 그 여파로서 나타난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한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이후 시 주석은 잠행하는 반면 왕 상무위원은 대외 행보에 적극적이라며 “그가 중국의 차기 지도자가 될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자유시보는 “시진핑이 과연 권력을 넘겨줄지는 의문이다”는 단서를 붙였다.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도 25일 “베이다이허 회의 이후 익명의 고위급 인사로부터 왕양 상무위원이 시 주석의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면서 “이러한 정보가 미중간 충돌 시점에서 미국의 분위기를 떠보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했다.


[왕양의 진로 2: 차기 총리 가능성]


그러나 이러한 후계자론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앞서 언급했던 홍콩의 명보는 “왕 상무위원의 시 주석 후계자론이 퍼지고 있지만, 실상은 허점이 많은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명보는 우선 2018년 개헌으로 국가주석의 2연임 제한 조항이 폐지된 상황에서 시 주석이 내년 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지휘봉을 넘길지 의문"이라며 "시 주석의 건강에 문제가 없는 한 그가 물러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보다 왕 상무위원은 시 주석보다 겨우 두 살 어려 후계자로서의 나이차가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왕양의 시진핑 후계자론은 “허술한 근거들에 기반한 소문”이라면서 “왕 상무위원이 아무리 정계에서 주목 받는 인물이라 해도 시 주석의 후계자라 단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명보는 10주년 단위로 성대하게 치러지는 티베트 기념일 행사에 왕양이 참석한데 대해서도 “과거에 정부 대표로 참석한 정치인들의 서열이 들쑥날쑥해 이를 ‘왕세자’의 징표라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왕 상무위원이 현재 맡고 있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일반적인 대외 업무에 티베트 주요 행사 방문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여기에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왕양 상무위원이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서도 “그가 부총리 시절 주력한 농촌지역의 빈곤 퇴치 문제가 당시 회의의 주요 주제였기 때문에 역시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보는 "일부 분석가들은 왕 상무위원이 시 주석을 잇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리커창 총리를 승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총리 임기 제한에 따라 리 총리는 내년에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홍콩의 명보의 주장같이 일단 중화권 소식통들의 상당 수 전망은 왕양 상무위원이 리커창 총리를 이은 차기 총리로 당 원로들과 베이다이허에서 합의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이 잇달아 나온다.


[왕양과 시진핑의 미래, 어떻게 될까?]


중화권 매체인 둬웨이(多維)는 지난 5월 4일 “누가 시진핑의 잠재적 후계자인가”라는 기사를 실었다.


그런데 둬웨이는 이미 미래의 중국 지도자로 인정받아 왔고 또 그렇게 흘러갈 것으로 예상했던 후춘화(胡春華·58) 부총리 외에도 시 주석의 부하그룹인 ‘즈장신군(之江新軍)’의 황태자 천민얼(陳敏爾·61) 충칭서기와 리창(李强·62) 상하이서기와 장칭웨이(張慶偉·60) 헤이룽장(黑龍江) 서기를 후보군으로 꼽았다.


특히 1960년생 천민얼은 시진핑이 키우는 중요 후계자로 꼽힌다고 했다. 그리고 1959년생 리창(李强)은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 일인자 시절 당 비서장을 역임한 전력이 있어서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왕양의 급부상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그래도 완전한 시진핑파가 아닌 중립적일 수도 있는 인물인 왕양을 후계자 또는 차기 총리로 내세웠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설사 시진핑 주석이 왕양을 후계자로 내세운다 할지라도 꼼수를 부릴 가능성은 오히려 크다. 즉, 미중충돌 상황에서 중국의 위기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자 이러한 중국의 몰락을 막기 위해 미국과의 타협안으로 시진핑 주석의 사임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시진핑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국가 주석직을 물러난다 할지라도 당 총서기나 군사위 주석직은 유지하면서 사실상의 수렴청정을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미 수많은 적을 양산한 시진핑 주석이 권좌에서 내려오게 되면 즉각적인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래서 은퇴 이후의 안전 보장을 위해 그가 막후 실권을 가진 채 명목상으로 국가 주석직만 내놓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중국에서의 국가주석은 국가를 대표하는 ‘얼굴마담’에 불과하다. ‘당이 정부를 영도한다’는 ‘이당영정(以黨領政)’ 원칙에 따라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국가주석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공식호칭도 ‘당 총서기-국가주석’ 순이다.


그런데 이 막강한 당총서기직은 임기 제한도 없다. ‘총서기’에 관해 규정한 당장 ‘제3장 제23조’는 “당의 중앙정치국,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 총서기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로 선출한다. 중앙위원회 총서기는 중앙정치국 회의와 중앙정치국 상무위 회의 소집을 책임지고, 중앙서기처의 업무를 주재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그래서 만약 시진핑 주석이 미국과의 갈등 상황 등을 고려해 국가주석직을 물러나고 후계자인 것처럼 왕양 또는 제3의 인물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당 총서기직을 유지하면서 실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흐름은 이러한 꼼수조차 시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은 이미 마오쩌둥의 반열로 올라섰고 시진핑 사상 연구원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이미 신격화 및 우상화 작업에 들어갔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누가 뭐래도 장기집권으로 가겠다는 신호일 것이다.


그래서 현재 상황에서는 왕양이 급부상한다 하더라도 총리직으로 기용해 국가경영의 책임을 좀 더 부여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가 설사 위기에 빠지더라도 희생양을 삼을 재목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중국의 권력구도는 출렁이고 있다. 겉으로는 잔잔한 파도일지 모르나 그 뒤에 따르는 이안류 파도, 곧 거꾸로 치는 역파도처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중국 정치를 뒤흔들지도 모른다. 중국이 지금 그런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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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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