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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3-13 18: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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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에서는 권력자의 자의적 협정 체결도 불가능하지만, 그 협정의 파기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협정 통한 핵문제 해결이 실패했던 근본 이유는 북한이 정상국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무시한 때문
-권력자에 대한 내부 견제력이 생길 수 있도록, 북한 통치체제가 정상화하는 게 핵 문제 해결의 관건

근대 이전 국가 간 협정은 실상 왕(실)들 간의 협정이었다.

그 협정에는 각국 백성들의 이해관계나 의회의 동의 등 국가 내부 견제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왕(실)들의 처지가 달라지면 협정은 휴지조각이 되는 경우가 흔했다.


“군주제가 자의적인 이유는 공공의 것(res-publica)이 아닌 자기 자신이 대상이 되는 권력을 갖기 때문”이라고, 미국의 공화주의자 토마스 페인은 지적한다.


‘정부는 일종의 법적 신탁’이라고 생각하고, 만일 정부가 그러한 일을 하는 데 실패한다면 인민이 정부에 저항하고 정부를 전복시킬 권리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당연하게 여기는 공화국에서는, 국민들의 동의가 없는 권력자의 자의에 의한 협정의 체결도 불가능하지만, 권력자의 자의에 의한 그 협정의 파기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체주의적 전제정 체제에서 ‘자기 자신이 대상이 되는 권력’을 가진 권력자는 국가 내부에 아무런 견제력이 없어, 체결된 어떤 협정도 그 권력자의 자의에 의해 언제든 취소될 수 있기 때문에, 실효성 있게 협정이 지켜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 북한은 공화국이 아니다.


북한은 공화국이 아니다!


지난 25여 년 동안 시도한 여러 협정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이 실패했던 근본 이유는 이것이다. 북한이 현대적 기준에 걸맞는 정상국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국가간 협정으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가정한 것이 잘못의 근원이다.


북한의 지배구조는 중동의 왕정국가와도 다르다. 중동의 왕정국가는 사실 신정일치 사상에 의한 왕정으로, 왕권이 신권에 의해 어느 정도 견제력을 받는 왕정국가이다.

이란처럼 왕을 권위적인 대통령으로 대체하더라도, 대통령이 자의적인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신정의 최고권위 호메이니는 따로 존재한다.


그러나 북한은 정당성은 없고 지배 권력만 남은 낡은 공산주의 관료제와 전제정이 결합하여 주민들의 일상생활까지 ‘생활총화’라는 이름으로 지배하는 극단적 독재체제로서, 권력자에게 내부적인 아무런 견제장치도 없는 나라이다. 따라서 어떤 협정이든 권력자의 변심에 의해 쉽게 취소될 수 있다.


북한과 협정을 맺으려면?


이런 통치권력과 어떻게 실효성 있는 협정을 맺을 것인가?


북한이 나라인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만일 나라라고 가정한다면, 최고 권력자에 대한 어느 정도 견제력이 작동하는 나라로 바꾸지 않고서는 실효성이 보장되는 국가간 협정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북한의 지배체제를 최소한 중국처럼 공산당 개혁을 통한 집단적 지도체제로 전환하도록 하여 최고 권력자에 대한 내부 견제력이 생기도록 개혁하고, 이후에 핵이든 경제협력이든 협정을 맺는 것이 핵문제 해결의 올바른 수순이라고 본다.


이 점은 사실 현재의 중국 지도부도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징조가 많이 드러났다.


최근 중국 대학 연구자들에 의해 제기되는, 핵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 체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를 증거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의 주요 대학 교수는 대개 중견 공산당원이다.


북한에 핵이 필요한 이유, 대한민국 때문이다!


근본적 질문으로 되돌아가보자.

북한에 왜 핵이 필요할까?

주민들이 정권을 지지한다면 정권은 무너질 리가 없는데 왜 핵이 필요할까?

사실 북한에 핵이 필요한 이유는 대한민국의 존재와 발전 때문이라고 본다.


자국 내 인민들에 의한 최소한의 정당성도 확보할 수 없는 전체주의 전제정 체제와 대비하여 정당성 있는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발전과 존재 자체가 북한 체제 존립의 위협요인이 되므로, 대한민국의 존재와 국민을 인질로 잡기 위하여 핵무기가 필요한 것이다.


핵을 들고 언제든 “전쟁할 거냐”고 위협하면 대한민국이 굴복할 것이고(이것이 소위 ‘저강도 전쟁’의 기본 개념이다), 그 과정에서 전제적 통치에 필요한 자원을 지원받을 것이고, 그런 자원을 통해 정당성 없는 독재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에 핵이 필요한 것이다.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 때문에 생존의 두려움을 느껴 핵을 보유하려 한다!


또 한 가지는 북한의 공산주의자 일당들은 자신들이 지배권을 놓는 순간 자신들이 지금까지 자기 인민들에게 저지른 악행 때문에라도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한미동맹의 균열을 내고, 미·북 합의를 빌미로 주한미군 철수를 이루어낸 후, 통일전선 전술에 의한 주사파 주도의 통일을 이뤄내 영속적인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복심도 있을 것이다.


이 점은 그동안 북한 정권과 궤를 같이해왔던 남한 내부 주사파들의 이해와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미봉책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 대목에서 관련 당사자들이 명심할 게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당장 자신의 입장에서 부담된다고 하여 눈앞에 닥친 위기만 해결하는 미봉책을 반복하다가는, 지금의 순간적 위기는 넘긴다 하더라도 이후 여러 가지 사유로 단일하게 집중화된 지배체제 내부에 조그마한 이상이라도 생길 경우 또다시 핵과 미사일을 만지작거리면서 세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국제사회 입장에서 북한의 핵을 용인할 수 있는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지금은 근원적 해결방안을 내놓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핵 문제는 정치 문제이다.


내부에 견제력이 작동하고 있어 정당성이 있는 권력에게는 굳이 핵이 필요하지 않다.


결국 북한 내부에 권력자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력이 생길 수 있도록, 북한의 통치체제가 정상적으로 전환토록 하는 게 핵문제 해결의 관건이다.


이를 위해 현재 실행중인 미국과 국제사회 주도의 ‘최대의 압박’은 북한의 현 통치체제가 바꿔질 때까지 지속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재 북한의 지배계층인 공산당원들이 체제 수호에 위기를 느낀다면, 이들과 함께 체제 전환을 위해 한·미·북 간 김정은 일가의 해외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협의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중국과는 북한 공산당 개혁 문제와 김정은 이후의 북한 정권의 성격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김정은 정권 퇴진 후 집권세력인 공산당에 의한 북한의 통치를 보장하면서 서서히 개방하여 경제발전을 이루고(현재로서는 대한민국이 당장 흡수통일할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일인독재 체체의 정당성 부족 때문에 필요했던 핵무기는 한·미·일이 공동으로 구매하여 폐기하고(사회간접자본 투자의 형태로 북한으로부터 매수하면 경제개발에도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게 된다), 김정은 이후 북한 정권은 기본적으로 중국처럼 당분간 공산당이 지배하는 정권이 될 것이므로 굳이 중국정권이 반대할 이유가 없으므로, 상당히 합리적인 해결책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북한 핵폐기 협정을 추진하는 당사자들에게 다른 저의가 없다면 위와 같은, 모두가 받아들일만한 대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계속하여 실패해온, 견제받지 않은 독재자와의 협정에 헛된 시간을 보낼 이유가 없다.


요컨대 내부에 권력자에 대한 견제가 없는 비정상 국가와의 협정은 실효성이 있을 수 없다는 걸 명심해야, 비로소 북핵 문제 해결의 실타래가 풀릴 것이다.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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