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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의 무모한 인질외교, “세계를 정글로 만들고 있다!” - 中 인질외교, "세계를 정글로 회귀", 우발적 충돌 가능성 높여 - 中, 자의적 구금으로 강압적 외교술 사용 - 中의 인질외교, 평판 악화와 위상 격하로 고립 자초
  • 기사등록 2021-08-17 14:04:34
  • 수정 2021-08-17 16: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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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외교’를 통해 상대를 압박하는 중국]


일본의 닛케이(Nikkei)가 지난 14일,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스티븐 나기(Stephen Nagy)의 기고를 통해 “중국의 무모한 인질외교가 전쟁 가능성을 높인다”고 주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중국에서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펼쳐왔는데 이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에서 한참 벗어난 전략이었다”고 지적하면서 “그 예로 캐나다인 마이클 스패버(Michael Spavor, 발음에 따라 스패이버로 표기할 수도 있음)에 대한 예상치 못한 11년형과 로버트 셸렌버그(Robert Schellenberg)에 대한 사형 선고”를 들면서 “중국의 이러한 조치가 전 세계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티븐 나기는 이어 “중국의 이러한 재판은 화웨이 테크놀로지스 임원 멍완저우(孟晩舟, Meng Wanzhou)를 석방하도록 캐나다에게 압력을 가하는 미묘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여진다”면서 “전 캐나다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Michael Kovrig)도 간첩 혐의로 중국에서 구금된 상황에서 중국이 다른 국가의 법적 절차에 개입하기 위해 인질 외교를 사용하는 것은 중국의 장기적인 안보 이익에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이러한 인질외교가 우발적 충돌 가능성까지 높인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한 것이다.


스티븐 나기가 언급한 마이클 스패버는 지난 2013년 북한의 김정은을 직접 인터뷰해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캐나다인 ‘절친’이라고 말할 정도로 친분도 두터웠다. 그도 그럴것이 김정은이 아주 좋아하는 ‘농구 코트의 악동’인 미국 NBA의 데니스 로드맨 선수를 북한으로 부르는데 다리 역할을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일명 ‘조선어’로 불리는 북한식 우리말에도 능통한 스패버는 김정은의 별장인 원산 특각(별장)에서 제트스키도 타고, 여동생 김여정, 부인 이설주 역시 만나 깊은 교제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북한과 교류가 많던 스패버는 북한에 언제든지 갈 수 있도록 북ㆍ중 접경 도시인 단둥(丹東)에 살며 북한 관광 사업 등을 해왔었는데, 그런 그가 돌연 2018년 12월, 중국에서 체포된 것이다. 당시에 또다른 대북사업가인 로버트 셸런버그도 체포됐다.


그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외국을 위해 중국을 정탐하고 국가기밀을 불법 제공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지난 11일, 중국 단둥시 중급인민법원은 스패버에게 11년형과 함께 그의 재산 5만위안(약 890만원)의 몰수 및 국외 추방을 명했다. 더불어 로버트 셸런버그에게는 사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기는 것이 하나 있다. 스패버는 그동안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10년 가까이 살아 왔었는데 왜 하필 이 시점에 중국은 그를 스파이라는 명목으로 체포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것도 중국이 동맹으로 여기는 김정은의 절친이고 대북사업을 하는 그를 도대체 중국은 왜 체포하고 징역형까지 부여한 것일까?


이에 대해 국제사회의 중국전문가들은 그가 바로 캐나다인이었기 때문에 그런 형벌을 당한 것이라 판단한다. 그렇다면 왜 하필 캐나다인인가? 바로 중국의 핵심기업 화웨이의 창업자의 딸이자, 부회장인 멍완저우(孟晩舟)와 연계되어 있다.


▲ 캐나다에서 미국의 요청으로 체포되어 미국 인도 재판을 받고 있는 화웨이 창업자의 딸 멍완저우 [사진=Global National]


2018년 12월 캐나다는 미국측 요청으로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를 받는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재무책임자(CFO)를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해 전자발찌를 채우고 가택연금시켰다.


바로 멍안저우 체포 직후 스패버와 로버트 셸런버그가 중국에서 체포되었으니 그 인과관게를 짐작할만 하다. 한마디로 인질외교를 한 것이다.


지난 4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캐나다가 멍완저우를 미국에 인도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이 열린다. 중국은 강력하게 석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캐나다가 그를 미국으로 송환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바로 이런 시점에 중국은 또 스버와 로버트 셸런버그에 대해 11년형과 사형 선고를 각각 내리면서 캐나다를 압박한 것이다.


중국은 이들 두 명 외에도 캐나다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도 체포해 재판을 진행중이다. 아마도 코브릭에 대해서는 멍완저우 인도 재판 결과를 보고 처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중국이 '멍완저우 구출 작전'을 위해 캐나다인들을 구금하고 재판을 통해 압박을 가하려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인질외교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캐나다와 미국]


캐나다인들에 대한 중국 재판부의 판결이 나오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절대 수용할 수 없는 부당한 판결”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역시 중국을 겨냥해 11일 발표한 성명에서 “외국 정부에 지렛대를 행사하기 위해 개인을 임의 구금하는 것은 완전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중국에 스페버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2년 반이 넘는 임의구금 기간에 최소한의 절차적 보호도 제공되지 않았다”며 “캐나다 정부 측의 영사적 지원과 재판 참여가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도 지난 7월말 중국 톈진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왕이 외교부장에게 구금되거나 출국 금지를 당한 중국 내 미국인과 캐나다인 사례를 거론하며 “사람은 협상 카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트위터에 “임의적인 구금은 국제관계에서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미국과 캐나다의 반발에 대해 중국도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캐나다 주재 중국대사관은 12일, “사법 주권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면서 “비합리적이고 오만한 비난을 강력 규탄한다”고 한 것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12일 “중국은 범죄자의 국적에 상관없이 법에 따라 차별 없이 대한다”며 “외국인 신분은 (범죄 혐의를 피할 수 있는) ‘부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인질외교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멍완저우는 미국으로 인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캐나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8년 이후 미국이 청구한 범죄인 인도 요청 건수는 798건으로, 이 중 캐나다가 기각 혹은 취하한 것은 고작 8건뿐이다. 블룸버그는 "멍완저우가 미국으로 인도되지 않을 가능성은 1%"라고 지적했다.


멍완저우에 대한 재판의 본질은 범죄인 인도 절차의 적법성 여부다. 캐나다 법원은 멍완저우가 대이란 제재 위반이라는 범죄를 저질렀는지 판단할 권한은 없다. 단지 멍완저우 인도 여부에 대해서만 판결을 내릴 뿐이다. 영국 BBC는 재판이 향후 5년 넘게 장기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인질외교, 이미 오래된 외교전술]


중국의 외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인질외교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관행처럼 굳어진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더구나 중국은 인질외교를 대놓고 협박하기도 한다. 지난해 홍콩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캐나다가 홍콩 민주주의 운동가의 망명을 허용하자 충페이우 캐나다 주재 중국 대사는 지난 3월 15일 “홍콩에 있는 30만명의 캐나다인의 건강과 안전이 걱정된다면 캐나다는 베이징의 홍콩 국가보안법 채택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위협을 하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건 당신의 해석”이라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인 지난해 10월에도 미국이 중국 인민해방군에 소속됐다는 사실을 숨기고 미국에 입국한 학자를 기소하자 중국은 “기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중국 내 미국인이 범법자의 신분이 될 수도 있다”고 미국에 선전포고했다. 미국인을 인질로 억류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해 10월 17일(현지시간)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이같은 사실을 복수의 대화 채널을 통해 수차례 전달해왔다”고 보도했다.


WSJ는 “중국은 종종 외교적 보복의 수단으로 외국인을 억류하는 ‘인질 외교’를 펼쳐왔다”면서 “이미 미국 캐나다 호주 스웨덴 등 국적을 가진 시민들이 중국에서 출국 금지를 당한 선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계 호주인인 청레이는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중국에서 1년째 구금 중이다. 이와 관련해 마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호주 정부는 1년째 구금 중인 청레이의 건강과 복지를 우려한다”며 “국제규범에 따라 절차적 공정성과 인간적 대우 등이 충족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레이가 주목을 받는 것은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중국중앙(CC)TV의 영어채널 CGTN의 간판 앵커로 활동하다 지난해 8월 중국 당국에 체포됐기 때문이다. 호주 ABC방송은 “청레이가 외국 정보기관과 첩보요원에게 중국의 국가기밀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고 전했다.


중국 국가안전부 정보요원 출신으로 2000년 호주로 귀화한 뒤 TV 등에서 중국 공산당을 신랄하게 비난했던 중국계 호주인인 시사평론가 양헝쥔도 간첩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2019년 1월 해외 출장 당시 환승을 위해 중국 공항에 들렀다가 체포됐다. 중국 정부는 “국가 안전을 해치는 범죄 활동 혐의”라고 밝히며 그에 대한 재판 방청을 불허하고 있다.


중국이 이렇게 호주인들에 대해 잇달아 체포를 한 것은 호주와의 갈등이 심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 싱크탱크인 맥도널드-로리에의 찰스 버튼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외국인에 대한 구금을 외교 전술로 활용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법을 준수하는 서방 국가에서는 무고한 중국 시민을 자의적으로 구금하는 '맞대응 보복'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자의적 구금 앞에서 서방 국가들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호주 라트로브대 아시아 전문가 벡 스트레이팅도 "중국 공산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자의적 구금을 포함해 강압적인 외교술을 쓰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가 지난해 9월 1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부터 유럽연합(EU)과 27개국을 상대로 무역, 투자, 관광 분야에서 152건의 강압적인 외교전술을 구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의 인질 외교, 앞으로 더 확대될 것]


문제는 중국의 인질 외교가 앞으로도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핫 포인트가 홍콩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대만은 지난해 7월,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인질 외교'에 활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보안법은 홍콩이나 중국 본토 밖에서 법 위반 행위가 이뤄졌거나 외국인이 이 법을 위반했을 경우에도 기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체제를 비판하는 외국인이 홍콩으로 여행을 하거나 홍콩을 경유할 때 이 법에 따라 중국 사법 당국에 의해 기소되거나 중국으로 송환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인질 외교가 자신들이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에서 관광객 오토 웜비어를 인질 외교용으로 체포했다가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하면서 북한은 전 세계의 비난을 받았고, 이로 인해 북한도 인질 외교의 효용성을 포기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가의 이미지만 나쁘게 만들고 위상도 격하되면서 바라던 외교효과도 얻지 못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지금 중국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이미지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미국인들의 3/4이상이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최근의 퓨리서치(Pew Research Center) 조사결과가 그렇다.


그렇게 중국에 대한 이미지들이 나빠지면 중국이 꿈꾸는 중국몽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 갈수록 세계인들로부터 고립될 것이고 외교관계 또한 나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멀리 볼 것도 없다. 김정은의 절친인 스패버가 중국에 의해 체포됐다. 여기에 대해 북한은 아무런 말이 없다. 김정은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의 속마음은 어떠할까? 자신의 절친을 다른 나라도 아닌 중국이 체포해 구금한 것을 말이다.


중국은 깨달아야 한다. 인질 외교가 불길한 전조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로버트 케이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인질 외교가 세계를 정글로 회귀시키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정글은 질서도 규칙도 없는 혼란스런 세계로 세계대전 직전 상황을 비유한다.


그는 “지금 세계는 중국으로 인해 정글의 질서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분쟁 해결 수단은 폭력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저 그의 경고가 현실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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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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