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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탈레반에게 항복한 아프간, 대통령은 국민을 버렸다! - 아프간 정부의 무능과 부패, 결국 국가가 국민을 포기한 것 - 美, "스스로 지킬 힘과 의지가 없다면 동맹이라도 '손절'” - 탈레반, 새 국호를 ‘이슬람 에미레이트(Islamic Emirate)’로 결정
  • 기사등록 2021-08-16 16:29:49
  • 수정 2021-08-16 20: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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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간 미국 대사관에서 철수하는 미 헬리콥터 [사진=Pakistan Strategic Forum]


[아프간, 탈레반세력에게 항복]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이 결국 탈레반 세력에게 나라를 헌납했다. 아예 싸울 의지도 없었고 그럴 능력도 없었다. 그동안 미군에 의해 겨우겨우 지탱해 왔지만 미군이 철수하기로 결정하자 아프간 정부가 얼마나 무능하고 또 부패했는지 그 실체들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탈레반 반군에게 별다른 교전도 없이 항복하고 만 것이다.


아프간 정부는 15일(현지 시각)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에 항복했고, 곧바로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에게 정권 이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카불 공항에서 타지키스탄으로 도망치듯 망명길을 떠났다.


그리고 “탈레반은 과도 정부 수반에 알리 아흐마드 잘랄리 전 아프간 내무장관을 임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주요 도시를 모두 점령한 뒤 수도인 카불에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외신들은 압둘 사타르 미작왈 아프간 내무장관 대행이 이날 “현 행정부를 ‘과도 정부’로 전환하고 이후 평화롭게 탈레반에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말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CNN방송은 또한 탈레반의 정권 인수 협상팀이 카불의 대통령궁에 들어가 과도 내각 구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군 병사들에겐 “귀향이 허용될 것”이라며 군대의 해산을 지시했으며, “수도 카불 내 외국인은 원할 경우 떠나거나 새 탈레반 정부에 등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왜 이렇게 쉽게 무너졌나?]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탈레반 세력이 파죽지세로 아프간 전역을 휩쓸고 있을 때 최소한 아프간의 중요 거점 지역인 주도들은 건재했고 또 아프간 정부 당국도 이들 중요 지역은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불과 며칠 사이에 수도 카불만 남겨두고 순식간에 점령당했으며 수도 카불에서도 정부군은 탈레반 세력과 싸울 의지도 없이 쉽사리 무너져 내렸다.


아프간 정부군의 방어 태세에 미군이 오히려 당황할 정도였다는 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사실 아프간 정부군은 미군의 최신 장비로 무장해 표면 전력은 탈레반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무기만 좋았지 그 무기를 운용할 아프간 정부군이 ‘당나라군’이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인구 4000만 명인 아프간의 정부군 숫자, 구체적으로 월급을 받는 아프간 정부군의 숫자는 무려 30만 699명에 달한다. 미국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이 지난달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의 내용상 그렇다. 그들은 미국이 지원한 최신의 무기를 가지고 있으며 월급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탈레반 반군의 핵심 전투대원은 6만명으로 추산되고, 각 지역에 퍼져 있는 대원과 지지자들을 다 포함해도 20만명을 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러한 탈레반 앞에 맥을 못 춘 이유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월급을 받으려고 정부에만 이름을 올린 ‘유령 병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30만명 군인 중에 실제 군복무를 하는 숫자는 불과 5만 명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나머지 인원들은 그저 월급받기 위해 이름만 올려놓은 이들이었다. 이러한 일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만큼 정부관리들이 부패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군이 지원한 무기들을 탈레반 세력들에 돈 받고 파는 행위까지 일어났고, 그러다가 일부 주도에서 끝까지 방어를 하던 정예부대들은 탄약이 없어 결국 투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특히 군부 지도층들의 탈선은 극에 달했다. 심지어 탈레반 세력에 항복을 거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일들 때문에 지난 7월에는 병사 1600여명이 타지키스탄으로 도망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뿐 아니다. 아프간 정부군은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연간 50억~60억달러(약 5조8000억원~7조140억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받아 사용한다. 미국이 ‘아프간군 기금’(ASFF)으로 지원한 자금만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750억2000만달러(약 87조6983억원)에 달한다. 무기와 장비, 훈련비 등을 모두 합치면 미국이 지난 20년간 아프간군에 쏟아부은 돈은 830억달러(약 97조270억원)라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아프간 군은 탈레반 세력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 시각) “아프간 정부군을 독자적으로 싸울 수 있는 강한 군대로 키우려 한 미국의 노력이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아프간 정부를 믿고 엄청난 지원을 해줬는데 대통령부터 고위 관료들이 미국을 속이고 중간에서 돈 빼먹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치권의 무능과 분열도 심각했다. 나라가 위기 상황인데도 대통령은 세력 다툼에만 몰두했다. 대통령은 군에 대한 통솔력을 높인다면서 측근들을 앉히기 위해 국방부장관에 경험 많은 군사 전략가를 임명하지 않고 10개월 동안 미뤘다.


전시에 국방부장관이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아프간은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한마디로 대통령마저도 나라를 지킬 생각이 별로 없었고, 미군이 아프간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고 오직 권력다툼에만 집중했던 것이다.


결국 막강할 수 있었던 아프간 정부군은 대통령과 지도층들이 당나라 군대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들의 욕심과 부패로 인해 결국 나라를 통째로 탈레반 세력에게 고스란히 헌납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되었다.


이런 아프간을 당나라군대라 표현한 것은 원래는 강군이었으나 권력의 개입으로 오합지졸이 된 당나라 군대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당나라의 측천무후는 엘리트 군부가 왕권을 위협하는 적폐 세력이라 몰아붙이면서 전문성 있는 군인 대신 자신의 문벌 측근에게 군 인사권을 넘겼다. 그러면서 ‘최대 강군’이었던 당나라 군대는 순식간에 ‘허수아비군’으로 변해버렸다. 미군이 제공한 첨단 무기와 그 군대를 지탱할 엄청난 자원까지 지원해 주었음에도 자신들의 탐욕만 앞세운 권력자들 때문에 나라가 저 지경이 된 아프간과 너무나도 유사하다.


사실 미군도 아프간 정부군이 이렇게까지 부패하고 무능한 줄을 몰랐다. 그래서 아프간의 주요 도시들인 주도만큼은 당분간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8월말까지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도 빠르게 아프간 정부군이 무너지면서 미국도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미국은 자국 국민들의 탈출작전을 서두르게 되었고, 결국 미국은 카불의 대사관에서 성조기를 내리면서 헬리콥터로 마지막 탈출까지 하게 된 것이다. 미국은 16일까지 소수 핵심 인력을 제외하고 주아프간 대사관 직원의 대피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CBS방송은 이날 전했다. 국무부 외교경호실(DSS) 특수요원, 대사 등 최고위 정책 결정자들만 남게 된다.


[아프간, 국가가 국민을 버렸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그 국가를 자신들의 소유물인양 마음대로 농락하고 또 부를 탐한다면 그런 나라는 미래가 없다. 아프간의 멸망은 새삼 국가의 존재 이유, 그리고 그 국가를 지탱해 주는 군대의 사명을 다시한번 깨닫게 한다.


한마디로 아프간은 국가가 국민을 버린 나라다. 그러한 아프간을 미국은 결국 포기했다. 국가를 지킬 의사가 전혀 없는 아프간을 미국이 보호해줄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수를 결정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동기 중의 하나는 이미 언급했던 대로 아프간 정권의 부패 때문이다. 과거 베트남 전쟁에서의 남 베트남 정권이 그러했듯 그동안의 아프간 정권은 너무나도 부패해 아무리 경제 원조를 해 줘도 그를 통해 국민들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배를 채우는데 급급했다.


실제로 미국이 지난 20년간 아프간에 쏟아부은 돈은 무려 2조4000억달러(약 2758조원)에 이른다. 그중에는 전 세계 아편 공급량의 70~80%를 차지하는 이 나라 농토를 밀 농장으로 바꾸기 위해 농민들에게 지급한 보조금 등 국가 재건 비용 1300억달러도 포함되어 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오히려 미국이 지원한 자금들이 탈레반 수중에 들어가 미군을 죽이는 무기 구매 자금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미국내에서 “왜 이런 나라에 돈을 쓰느냐”며 여론이 비등했다.


여기에 아프간 정권 안에 탈레반 측과 내통하는 자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중요한 기밀을 아프간 정부와 공유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아프간 정권을 불신하기에 이른다. 당연히 미군과 아프간 정부군과의 합동작전은 상상도 못했다. 오히려 그런 훈련을 하다간 미군이 역습 당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아프간 정부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부패와 정권의 무능 때문에 더 이상 미군이 아프간에 주둔할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미군이 아프간을 떠나는 두 번째 이유는 아프간 국민들 때문이다. 미국은 아프간 국민들을 도대체 믿을 수가 없었다. 탈레반 반군들이 주민들 속에 숨어 있다가 언제 튀어나와 미군에 역습을 가할지 모르는 상황이 연일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아프간은 국민들부터 스스로를 지킬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여기에 정치 지도자들 역시 자신들의 부를 챙기는데 급급했지 아프간을 바로 세울 의지도, 욕심도 없었다. 그렇게 부패하고도 무능한 친미정권을 미국은 보호해 줄 아무런 명분도, 의미도 없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미련없이 아프간을 떠난 것이다.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그 이후]


아무리 미국의 국익을 위해 아프간에서 철수했다 하더라도 탈레반 세력이 아프간을 점령하면서 후유증들이 생겨나게 되면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상당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아직도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 결정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만약 탈레반이 테러세력으로 변신한다든지 아니면 아프간내에서 학살 등의 범죄 행위들이 벌어진다면 이에 대한 책임론을 거론할 가능성도 나온다.


당장 야당인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아프간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들의 대피 결정이 내려지자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으로 우리는 치욕적인 1975년 사이공 함락의 속편으로 나아가게 됐고, 심지어 상황이 그때보다 나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실패하지 않았으며, 미군 철수 결정은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CNN방송에서도 “아프가니스탄에 남는 것은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에 대한 공격을 막는 임무는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백악관이 조사한 폴리티코 모닝컨설트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행정부의 철군 결정에 대한 미국 내 지지도는 지난 4월 69%에서 7월 59%로 10%p 떨어졌다. 한때 철군 결정이 초당파적 지지를 받았지만, 탈레반의 급속한 세력 확산에 부정적 여론이 늘었다고 FT는 보도했다.


중국도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일단 탈레반 세력의 지도부들을 중국으로 초청해 달래고는 있지만 이들이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대책들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15일 카불 함락 직후 중국 중앙(CC)TV 인터넷매체인 앙시망(央視網)을 통해 현지의 상황만 타전하며 특별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사실 아프간이 일대일로 사업의 지정학적 요충지라는 점에서 탈레반의 아프간이 중국에게 협조한다면 중앙아시아 전체로의 영향력 확대도 쉬워진다.


그러나 과연 탈레반의 아프간이 중국 뜻대로 움직여 줄지는 미지수다. 그간 아프간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중앙아시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막아주었기 때문에 아프간과 중국의 국경이 안전했는데, 이젠 부활한 탈레반이 중국 신장 지역의 독립을 내건 이슬람 테러 단체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을 지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면서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진짜 긴장하는 것은 미군이 탈레반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철군을 앞두고 탈레반 세력과 협상까지 했던 것이다. 그런 탈레반이 신장 위구르의 독립을 지원한다면 중국으로선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탈레반과 신장 위구르족 모두 수니파다.


만약 신장 위구르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는 신장 위구르의 독립 시도에 기름을 붓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티베트를 비롯한 다른 소수 민족에게도 중국 이탈의 동기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제국들의 무덤(아프간)이 이제 중국을 부른다”고 진단했다.


한편, 탈레반 세력은 아프간을 접수하면서 국호를 ‘이슬람 에미레이트(Islamic Emirate)’로 부르기로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5일 보도했다.


*사족(蛇足):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가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 하나.


“제 아무리 동맹이나 동반자라도 스스로 지킬 힘과 의지가 없다면 미국은 동맹이라도 '손절'하고 미국의 국익을 추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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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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