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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두테르테에게도 버림받은 中 시진핑 - 두테르테, 美와 방문군 협정 완전 복원 결정, 中 치명타 - 두테르테, 친중반미 노선 버리고 결국 미국 손 들어준 셈 - 중국의 소탐대실 외교가 낳은 대참사
  • 기사등록 2021-07-31 21:35:01
  • 수정 2021-08-01 12: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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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핀을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의 VFA 종료 통보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사진=미 국방부]


[두테르테, 美와 방문군 협정 완전 복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결국 친중노선을 포기하고 미국과 더 이상 줄다리기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30일 지난해 초 제기했던 미국과의 방문군 협정(VFA) 종료 통보를 철회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필리핀을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됐다. 이에 대해 로렌자나 국방장관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측에 전달한 VFA 종료 통보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오스틴 장관도 “두테르테 대통령의 결정은 오랜기간 동맹인 양국의 국방 협력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러한 결정은 사실 전날 오스틴 장관이 두테르테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의 방문군 협정(VFA)이란 1998년 필리핀과 미국 사이에 체결된 군사협정으로, 훈련을 위해 입국하는 미군의 권리와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과 필리핀은 이 협정에 근거해 연례 합동 군사훈련인 '발리카탄' 등을 진행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VFA는 유사시 필리핀의 안보와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反美외치며 VFA종료 선언했던 두테르테]


앞서 반미친중(反美親中)을 외치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마약 전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두테르테의 전직 부하 로널드 델라 로사 상원 의원에 대한 미국의 비자발급 거부에 항의하며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VFA를 종료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따라 180일의 경과 기간이 끝나는 지난해 8월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두테르테는 일단 2차례에 걸쳐 협정 종료 시한을 연장했고, 지난 6월에는 올해 8월 종료 예정인 VFA를 6개월 추가로 연장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다가 결국 이번에 복원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자국의 전략상 핵심이익을 지키고 양국간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국의 책무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집권 초기부터 전통적인 동맹인 미국에 결별을 선언하고 중국에 공을 들여왔다. 취임 초기인 2016년 10월 중국을 방문해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그는 중국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중국인의 핏줄"이라며 "중-필리핀 관계가 경제 발전에 훈풍을 불어넣길 바란다"고 밝혔다.


동시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 방문 도중 미국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그는 필리핀 교민을 만나는 자리에서 "이제 미국에 결별을 고할 때다"며 "더 이상 미국의 간섭은 없다. 미국의 군사훈련도 없을 것이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노선'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 남중국해 분쟁이 지난 2012년부터 중-필리핀 관계를 급속하게 악화시킨 양국 협력의 최대 장애물이었기 때문에 국제 상설 중재재판소(PCA)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2016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 주었음에도 가능한 한 이 문제를 중국과의 외교 이슈로 만들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중국은 필리핀 영해에 침범해 지속적으로 필리핀의 이익을 침범했지만 이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두테르테는 중국과 맞서지 않고 오히려 중국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까지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히려 지난해 7월 코로나19 백신을 지원받는 대가로 남중국해 문제에서 양보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중국을 상전 모시듯 떠받쳤으나 시진핑의 중국에 의해 오히려 무시만 당했다. 두테르테-시진핑 정상회담에서 애초에 중국이 말했던 약속이 4년 지나도록 이루어진 것이 거의 없었고, 여기에 필리핀 영해까지 침범당하는 수모를 겪게 된 것이 두테르테가 변심하게 된 근본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은 두테르테와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일대일로를 필리핀에게까지 확대해 경제적 기반 조성에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실속은 전혀 없었다.


그레그 폴링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동남아시아 선임연구원은 CNBC에 "중국은 (필리핀에) 약속한 사회기반시설 건설 프로젝트 중 다리와 관개사업 각 1건만 착수했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군과 필리핀 민간인에 대한 공격도 멈추지 않고 있다"며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에 과한 저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러한 중국에 대해 필리핀 현지의 반중정서가 심각해지고 있고, 중국이 자신들의 고유영해라고 주장하는 서필리핀해 분쟁이 극심해지면서 두테르테의 생각도 많이 달라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지난 5월에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향해 “중국과 전쟁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역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시진핑과의 우정은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선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과 충돌이 있는 바로 그곳에 필리핀 군함을 보냈다”면서 “중국의 선박들이 물러날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중국 정부에 대해 영토 수호의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경고를 보낸 셈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과거 2016년 대선 당시 “만약 중국이 우리의 섬이나 해역들을 침범해 온다면 내가 직접 제트스키를 타고 그들을 막아낼 것”이라고 선거 유세때 말했음에도 “중국과의 관계, 특히 시진핑과의 관계 때문에 필리핀 영토 수호 의지가 없는 듯 하다. 선거 유세때 발언은 농담이었는가?”라는 비판 공세들이 폭주하자 이러한 여론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그렇게 말한 것이다.


물론 두테르테는 조석변개(朝夕變改)라서 그러다가도 또 중국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저변의 흐름은 이제 친중반미 노선을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필리핀 군부내의 반중정서는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7월 23일, “필리핀 군부는 중국에 대한 불신이 워낙 강해 미국과의 VFA 연장을 당연히 원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필리핀 군부는 미국의 지원없이 필리핀이 자체적으로 국토방위를 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두테르테 대통령도 군부의 이러한 현실 인식에 귀를 기울였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틈을 놓치지 않고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5월 3일(현지시간)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상 민병대의 압박에 맞서는 우리의 동맹인 필리핀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한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지난 3월 28일 발언을 재차 강조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지난 4월에는 미국과 필리핀이 지난해 취소했던 연례 합동 군사훈련을 재개하기도 했다.


[VFA 복원 결정의 의미]


VFA 복원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두테르테의 필리핀 정부의 외교방점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큰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에 실시될 대선에서도 자신의 세력이 승리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두테르테의 입장에서 중국에 대해 계속 미련을 갖고 있기보다 서서히 미국쪽으로 방향전환을 하면서 중국을 애태우게 하는 외교방식을 택했다고 보면 된다.


두테르테가 그렇게 친 중국노선을 펼쳤음에도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시진핑 주석에 대해 일단 강력한 경고의 의미와 함께 대단한 실망감을 미국과의 VFA복원으로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1차적으로 미국과의 VFA 복원은 중국이 자초한 외교의 대실패였다. 사실상 필리핀은 중국에게 있어서 미국의 대 중국 압박전선을 흐트릴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였음에도 두테르테가 알아서 먼저 중국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오히려 상전 대우를 하니 필리핀을 너무 쉽게 대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나친 영토확장 욕심에 사실상 준동맹 수준으로 까지 발전할 가능성도 있었던 필리핀과의 관계마저 허무는 결과를 낳았다. 중국의 외교적 단견이 낳은 대참사라 아니할 수가 없다.


중국의 외교는 그동안 강력하게 맞서는 국가에 대해서는 눈치도 보면서 제대로 나라 취급해 주지만 오히려 스스로 낮아지는 국가에 대해서는 아예 무시하고 하대하는 그러한 외교를 펼쳐왔었는데 그러한 행태가 필리핀에게 그대로 드러나면서 결국 소탐대실의 결과를 빚게 된 것이다.


미국과의 VFA 복원은 단순한 중국의 외교전 실패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고, 결국 미국과 필리핀간의 외교관계 격상으로 이어질 것이기에 중국 입장에서는 후회가 막심할 것이다.


SCMP는 지난 7월 23일, “VFA가 미군의 인력과 군사장비가 필리핀 영토를 드나드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이 조약 때문에 필리핀이 미국과의 합동작전이나 군사훈련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VFA 때문에 대 중국 방어망을 미국은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에 미국에게는 긴요한 협약이었다”면서 “VFA가 있기 때문에 필리핀 해양영토에 대한 중국의 침범을 억제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더더욱 “VFA는 미국과 필리핀이 지난 1951년 체결한 상호방위조약의 핵심인데 그 조약이 어느 쪽이든 외부의 공격을 받을 경우 서로 지원하기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VFA가 없는 상호방위조약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었다”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과 필리핀간의 VFA 복원은 미국의 대 중국 포위망에 있어 아주 중요한 포인트를 미국이 재정비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필리핀이 VFA 연장을 취소했다면 미국의 대 중국 방어선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었다.


또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완전히 개방하는 통로를 열어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미국은 필리핀을 달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으나 그동안 두테르테의 확고한 친중노선에 막혀 애를 먹어 왔다.


[앞으로의 전망은?]


이번 VFA가 완전 복원됨으로써 미국과 필리핀간의 관계도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전략국제연구센터의 그렉 폴링은 "이번 결정은 양국간 동맹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VFA의 완전 복원과 관련해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대학원 연구원인 콜린 코(Collin Koh)도 “협정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동기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 “중국의 침략에 대한 보험 역할을 하고, 내년 선거 기간 동안 정치적 위험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두테르테가 미국과의 VFA 복원 결정을 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필리핀내의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또 언제 중국의 유혹에 넘어갈지도 모른다. 미국도 이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미국은 우선 필리핀에 대한 경제적·보건적 지원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의 만성적 경제난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들도 필리핀에 제시하고 당장 필리핀의 코로나 팬데믹에 대처할 수 있도록 백신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후 최고위급인 이번 오스틴 장관의 필리핀 방문에서도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필리핀과 미국과의 교류 전반에 걸쳐 논의를 했으며 위상도 대폭 격상시킬 것을 논의했다”면서 “앞으로 양국간에 본격적인 협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일본의 닛케이가 7월 30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필리핀의 로렌자나 국방장관도 “코로나 팬데믹 대응과 해양영토 문제, 미국과의 무역 및 투자 확대 등에 대해 깊은 논의를 했으며, 앞으로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확대될 것”이라 말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한편 오스틴 장관은 그의 부친이 과거 필리핀에서 미 육군 상병으로 복무했던 적이 있어 상당한 연대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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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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