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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남북 통신선 복구에도 미국이 시큰둥한 이유? - 본질은 남북전화선 복원이 아닌 김정은의 비핵화 결단 - 첫 고비는 8월의 한미군사훈련, 김정은 본심 드러날 수도 - 남북미 정상회담? “실현 불가능한 얘기”
  • 기사등록 2021-07-30 15:58:10
  • 수정 2021-07-31 09: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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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월 만에 전격 복원된 남북 통신연락선]


우리 정부와 북한이 27일 오전 10시 그동안 끊겼던 남북 통신 연락선을 복원하고 통화했다. 북한이 지난해 6월 9일 대북 전단을 이유로 “대남 사업을 대적(對敵) 사업으로 전환하겠다”며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한 지 413일 만이다.


청와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남북 양 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친서를 교환했다”면서 “남북관계 회복 문제로 소통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끊어진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북한도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양 정상은 남북간에 하루속히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다시 진전시켜 나가자는데도 뜻을 같이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통신련락선들의 복원은 북남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은 왜 통신선 복원을 합의했을까?]


남북이 끊어졌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전격 복원하게 된 것은 결국 북한이 처해있는 극심한 식량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외부의 지원 없이 몇 달을 더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 중국에서의 대대적인 식량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결국 남쪽에 손을 내미는 상황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방역과 관련된 한국정부의 지원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의 지원에 대해서 북한이 선뜻 지원요청을 하기에는 난감한 부분들이 존재한다.


우선 북한은 그동안 코로나 청정지역이라고 대외적으로 선포해 왔으나 북한내에 코로나가 만연되어 있으며 이를 대처할 능력조차 없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일단 평양시내까지 코로나가 퍼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Harry Kazianis) 한반도 담당국장도 28일, 미국 국가이익센터(CNI)가 주최한 화상회의에서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를 통해 북한에 코로나19 발병 사례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북한도 예외일 순 없다”고 우려했다.


김정은도 공개적으로 ‘보건 위기’를 말했다는 점에서 북한 내부의 코로나 감염은 전국적으로 상당히 퍼져 있으며 북한 당국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한국 정부가 직접 코로나 백신을 지원해주는 방식이 아닌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를 통해 북한에 백신을 지원해 주기를 원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코로나 백신을 북한에 넘겨 준다하더라도 또 문제가 있다. 당장 코로나 백신을 보관하고 이를 투여할 전문 시설과 인력들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백신의 안전한 보관을 위한 시설과 의료인력까지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것인데 북한이 과연 그러한 시설과 인력의 북한내 진입을 허락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일단 코로나 백신은 둘째로 하고 식량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식량난 지원을 매개로 하여 대북제재 완화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Bruce Bennett) 선임연구원은 28일 미국 국가이익센터(CNI)가 주최한 화상회의에서 “북한은 남북 소통창구 재개에 동의했다”며 “이는 일단 한국의 인도적 지원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한국 측과의 대화에서 한국이 미국을 압박하길 촉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정부가 ‘미국은 북한을 더 유연하게 대하고 인도적 지원에도 나서야 한다’”며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강하게 설득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한국을 고리로 미국과의 대화를 재개하면서 적극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할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대북지원 서두르는 한국]


남북간 통신선이 복구되자 마자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물자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통일부는 복원된 전화채널을 통해 북측에 남북 영상 회담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또 지난해 9월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 이후 전면 중단됐던 민간 차원의 대북 물자 반출도 재개하기로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30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 "어제(29일) 우리 측은 영상회담 시스템 구축 문제를 협의하자고 연락 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제의했고 북측이 문건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우선적으로 7월 30일을 기해 대북 민간단체의 인도적 목적의 물자 반출을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시큰둥한 미국. 도대체 왜?]


이렇게 급격한 남북관계 해빙 무드에 대해 정작 미국은 시큰둥하다. 물론 미국 국무부는 27일(현지 시각)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긍정적 조처라고 평가하며 환영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아시아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도 같은 날 남북 관계 개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남북간 통신선 복원 이후 대북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가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곧바로 제기된다.


우선 미국의 속내는 28일(현지시간)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부차관보로부터 터져 나왔다. 그는 남북 통신망 복원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8주년 기념일에 이뤄진 흥미로운 진전이라는 것일 뿐”이라면서 의미를 축소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이어 “북한의 무기 개발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위반, 지속적인 주민 학대 등을 도발이라고 고려한다면 사실상 도발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남북 통신선 복원이라는 하나의 해프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문제인 비핵화와 인권 문제가 진짜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대북제재는 지속될 것이라 말한 것이다.


젤리나 포터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27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남북 통신선 복원이 긍정적 조치라고 믿는다”면서도 “외교와 대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성취와 항구적 평화 건설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방점을 통신선이 아닌 비핵화에 둔 것이다.


결국 아무리 남북간 통신선이 복원되었다 하더라도 이것은 겨우 남북간, 그리고 미북간 소통을 위한 첫걸음일뿐 그 사실 자체가 북한이 비핵화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나설 것이라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남북간 공식 통신선 복원이 그리 큰 의미를 가진 것은 아니다. 유엔사의 통신선은 계속 살아 있었고, 북한군과의 직통전화는 지금도 언제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엔사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31일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2020년 한 해 동안 총 86건의 통지문을 북한군에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도 27일(현지시간) VOA에 “남북한이 동시에 통신연락선 복원을 통해 남북 양측이 정기적인 연락을 복원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 일이 남북관계나 미-북 비핵화 대화에 주는 영향을 분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 CIA 출신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도 “이번 사안을 미-북 대화 재개에 대한 김정은의 청신호로 읽기보다는, 단발성 사안으로 봐야 한다”고 VOA에 말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비핵화 대화 재개를 너무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앞으로 몇 주 안에 북한이 관여 의지를 나타낼 것 같지 않다”며 “바이든 정부도 북한에 일방적인 양보는 없다는 방침이 변하지 않았다”고 VOA에 말했다.


이렇게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겉모습과 다르게 속내는 아직 시큰둥하다. 남북간 통신선 복원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전개될 그 다음 스토리가 훨씬 의미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김정은의 비핵화에 관련된 태도 변화가 직접적으로 표출되지 않는다면 당장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에서 강력하게 주장하는 북한의 인권 개선 문제도 북한에게는 부담이다. 이러한 비핵화와 인권 개선 관련 조치가 없는 미북간 해빙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 연방하원 외교위원회의 마이클 맥카울 공화당(공화∙캘리포니아) 간사도 27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측의 합리적 행동은 항상 신중한 낙관론의 근거가 되지만,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인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역사는 김정은 정권이 실질적인 협상보다는 전투적 묘기나 도발을 위해 남북 간 ‘핫라인’ 및 연락사무소 등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남북 소통창구 복원에 동의한 북한 측의 의도에 회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한국 정부의 대북지원 역시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한미간에 워킹그룹은 사실상 해체되었지만 그렇다고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의없는 일방적인 대북지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의 제재도 무시하면서 일방적으로 대북지원을 했다간 당장 제재 위반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북한이 지금의 심각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북한 김정은이 분명한 비핵화, 곧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표명하면서 구체적인 행동 절차에 들어가고, 더불어 북한내의 인권에 관련된 진지한 개선 조치들이 취해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결코 대북제재 완화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미 국무부는 줄곧 “대화의 창은 이미 열려 있으며 공은 김정은에게 넘어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27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국제전략연구소의 세미나에서 “우리는 북한에 외교의 문을 열어놓았다”면서 “미국은 유엔안보리의 의지를 지키도록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 고비는 8월의 한미군사훈련]


결국 남북통신선 복원과 관련된 김정은의 본심은 8월에 진행될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올해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차 당대회를 통해 직접 제시한 남북 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에 훈련 유예 등을 설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한미군사훈련 실시 자체가 남북간 또는 미북간 협상의 결과로서 결정되어야 할 문제이지 북한의 선의를 믿고 선행적으로 결정될 일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26일(현지시간) 발표한 한국전쟁 정전기념일 포고문에서 “우리 해외 병력은 한국군과 나란히 훈련하면서 앞서 헌신한 자들의 유산을 자랑스럽게 지키며 태세 유지를 도와주고 있다”며 연합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을 방문했던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도 23일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을 별도로 제공할 의향이 없다”고 분명히 말한 바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어떤 방식으로든 한미군사훈련은 진행하되 축소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러한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김정은이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앞으로 전개될 남북관계, 그리고 미북관계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맥스웰 연구원은 VOA에 “이번에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것은 북한의 정치적 전략, 협박외교로 미-한 동맹에 균열을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북미 정상회담? “실현 불가능한 얘기”]


이번 남북간 통신선 복원을 통한 한국 정부의 최종 목표는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여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일단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의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은 아예 배제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지금 현재로서는 베이징 올림픽에 미국이 참가할 것인지의 문제가 우선 거론되어야 하고, 설혹 참가한다 하더라도 정치적 보이콧을 꼭 할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바이든 대통령이 베이징으로 갈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미 정상회담을 꿈꾸는 것 자체가 몽상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남북정상회담이다. 그러나 이 역시 비핵화라든지 북한의 인권문제 개선없는 보여주기식 정상회담은 아무 의미도 없고 그로인해 오히려 한미간 갈등만 야기할 우려도 있다.


강조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은 북한 비핵화 등의 실질적인 김정은의 조치가 선행되어야만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남북간 관계 증진 여부는 지금부터가 시작이고 결국 그 모든 키는 김정은이 쥐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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