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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3-11 15: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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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나 선거제도를 바꾸는 운동에 참여하자는 지식인들의 유혹을 슬기롭게 물리쳐야 한다
-야권의 헤게모니, 패권을 쥐어야. 패권투쟁의 상대는 자유한국당. 그들과 사생결단해야 한다
-바른미래당 역시 과잉정치화된 50대 주축. 그들의 발언은 비주류의 주류 비판 정도로 들려


◊이 글은 3월 6일 씽크탱크미래와 사회디자인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바른미래당의 길을 묻는다’ 토론회에서 필자가 발제한 내용이다.



1. 진영(陣營)은 둘로 나뉘고, 중도(中道) 또는 ‘제3의 길‘은 재야(在野) 지식인 사회에서조차 미약하고, 정치의 영역에서는 안정적으로 존속하기 어렵다.


선거철마다 우리가 경험하는 소선거구제의 힘이다.

이른바 뒤베르제의 법칙, 그것은 중력과 같아서 이를 거역하려는 노력은 항상 도로(徒勞)에 그친다. 지금 우리는 다시 한 번 좌절을 맛보고 있다.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

우선 지방선거라는 언덕을 넘어서는 것이 급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2. 먼저 ‘다당제’라는 단어는 쓰지 말아야 한다.


다당제라는 제도는 존재한 적이 없다. 다당제가 우리의 목표는 더욱 아니다.

다만 선거제도에 따라 정당 체제는 변한다. 나라마다 역사와 전통이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매우 큰 민주정체는 벌써 나름의 짧지 않은 역사 – 소선거구제와 대통령 중심제를 주축으로 하는 – 를 가지고 있고, 이 역사와 전통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시해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헌법이나 선거제도를 바꾸는 운동에 참여하자는 주변의, 지식인들(!)의 유혹을 슬기롭게 물리쳐야 한다. 룰(rule)에 대해 불평하는 것은 선수, 리얼리스트의 자세가 아니다.


3. 다음으로 어느 진영으로 치고 들어갈지를 정해야 한다.


강력한 집권 여당이 수십만의 ‘깨시민’을 중심으로 잘 조직되어 있고, 문화 권력을 장악하고, 조직노동의 지지까지 받고 있는 지금, 여권에는 우리가 치고 들어갈 여지가 없고, 지리멸렬한 야권(野圈)이야말로 도모해볼 만하다. 야권은 이른바 ‘보수진영’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선명 야당의 길을 가야 한다. 여당이 하는 일을 일일이 집요하게 비판하고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4. 그래서 우리는 야권의 헤게모니, 패권을 쥐어야 한다.


패권 투쟁의 상대는 자유한국당이다.

그들과 사생결단을 내어야 한다. 하지만 ‘보수’라는 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보수의 뿌리인 이승만은 1948년 한민당이라는 거대한 지주 세력, ‘보수’와의 투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보수’가 되었고, 박정희는 1963년 민주당이라는 거대한 ‘보수’와의 투쟁에서 성공했기 때문에 ‘보수’가 되었다.

우리는 다시 1948년의 이승만과 1963년의 박정희가 섰던 그 자리에, 도전하는 자리에, 역사 발전을 선도하는 위치에 서야 한다.


5. 더불어민주당을 기득권, 보수로 규정하고, 우리가 그에 도전하는 진보라 주장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이길 수 있다. 다만 ‘보수’니 ‘진보’니 하는 단어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사상의 좌표가 변하고 정치판이 뒤집히는 이 시대의 청년들은 보수라고 규정한다고 좋아하지 않고, 진보라고 규정한다고 싫어하지 않는다.

마침 더불어민주당은 실제로 기득권이다.

가장 중요하게 집권 여당은 상위 10% 조직노동과 사회 모든 분야에서 실권을 쥐고 있는 586세대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들이 노동개혁과 연금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6. 더불어민주당은 며칠 전, 족보를 조작하여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바꿔치기(換父易祖)하기까지 하면서(자신의 진짜 할아버지 인촌 선생의 건국훈장 서훈을 취소하고, 후손 없는 남의 할아버지 백범을 족보에 올렸다) 스스로 주류(主流)가 되었음을 선언하였다.


우리는 반민특위의 조사 대상에 오른 적이 없고, 해방 된 지 10년도 되기 전에 부통령에 선출된 인촌을 새삼 모욕 주는 패륜 행위를 비난하고, 인촌 동상 앞에 화환을 바치고, 아울러 1965년 한일회담에 찬성한 DJ를 칭송함으로써 호남 보수의 원류를 되살려 내야 한다.


7. ‘개혁’이라는 단어도 습관적으로 쓰지는 말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타파하고, 공무원과 교사들에게 터무니없이 많은 연금을 세금으로 주는 연금체계를 혁파하는 구조개혁, 제2의 농지개혁을 주장해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대수술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예사로운, 흔히 볼 수 있는 개혁이 아니다. 상위 10% 기득권의 저항을 무너뜨려야 하는, 나머지 90% 국민의 구국운동이다.


8. 정직하지 못한 자들의 위선을 폭로할 필요가 있다.


상위 10%에 속하는 기득권의 위치에 있으면서, 자신이 가진 것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고 할 뿐만 아니라 솔직하게 자신이 바로 기득권임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정의를 부르짖는 그들을 위선자라고 불러야 한다. 때마침 미투운동이 그들의 위선을 폭로하고 있다. 일본 여행은 구석구석 다니면서 친일파를 공격하고, 자식은 미국 유학을 보내면서 반미를 소리높이 외치는 그들의 위선을 폭로해야 한다.


9. 철이 들지 않은 채 꼰대가 된 586세대, 집권여당의 핵심을 공격할 필요가 있다.


“니들 역사 공부 다시 해야 해, 니들 세상 공부 다시 해야 해. 니들 개념부터 챙겨 와야 해”라는 벌레소년의 노래 말은 통렬하다. 무식하고 세상물정을 모르고, 철이 들지 않았다. 촌스럽고. 글로벌 스탠더드와 멀다. 30대가 586세대를 이렇게 보고 있다. 바로 이 프레임으로 그들을 가두려고 나서면, 아마 40대의 일부가 지지하고 나설 것이고, 60대는 즐거워할 것이다.


10. 이런 프레임으로 그들을 가두는 것은 그들을 친북, 종북, 좌파로 모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어차피 그들을 친북, 종북, 좌파로 모는 일은 자유한국당이 해줄 것이다. 역할분담을 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일성 가면 논란 같은 것은 하태경 의원이 할 일이 아니었다고 본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아이디어를 넘겨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11. 북한 인권 이슈 등에서 집권 여당의 핵심 586세대가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멀다고 비웃는 것이 좋다. 경제에 대하여 무식하다는 점도 부각해야 한다.


집권 여당의 핵심 586세대가 정직하지 못하고, 위선적이며, 정의를 부르짖지만 자신의 기득권은 포기하지 않고, 무식하고 세상물정을 모르고 철이 없으며, 촌스럽고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멀다는 이런 관점은 누구의 것인가? 30대의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30대로 하여금 마음대로 떠들게 하는” 것이다.


12. 하지만 바른미래당의 간부진 역시 과잉정치화된 세대, 50대가 주축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패권 세력 비판은 근원적이지 못했다.

비주류의 주류 비판 정도로 들렸다.

보통 국민들에게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들렸다.


이제 30대로 하여금 집권 여당의 586 핵심을 마음껏 비판하게 하자. 50대는 모두 후보로, 지역 선거운동원, 소총수로 내려가고, 중앙당의 전략과 홍보를. 선거운동본부 전체를 30대에게 맡기자. 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13. 30대라고 다 같은 30대가 아니다.


생각은 없고 스펙만 좋은 청년들을 영입하여, 아이돌이나 마네킹처럼 앞장세운다고 바른미래당이 보통 청년들과 교감할 수 있겠는가?


지방 선거 후보 공천이든, 중앙당 간부 충원이든, 혁명의 주역이 될 청년들을 영입하여 권력을 넘겨주어야 한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 결국 스스로 내부를 바꾸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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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대환 '제3의 길' 대표 칼럼니스트 주대환 '제3의 길' 대표 칼럼니스트의 다른 기사 보기
  • 젊은 시절의 필명은 김철순. 1992년에 한국노동당 창당준비위원장, 2004년에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이라는 감투를 쓴 적도 있다. 2008년부터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2017년부터 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사회민주주의 연대 공동대표, 제3의 길 공동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좌파논어>, <시민을 위한 한국 현대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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