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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 칭화유니 파산, 무너지는 ‘반도체굴기’ - 무너지는 시진핑의 꿈, ‘중국 제조 2025’ - 원천기술의 부족, 미국의 대 중국 제재가 원인 - 中, 기어코 반도체 굴기 이루겠다는 의지 다지지만 어려울 것
  • 기사등록 2021-07-13 13:30:11
  • 수정 2021-07-13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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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굴기 상징' 칭화유니 파산]


중국에서 한때 ‘반도체 굴기(倔起: 우뚝 일어섬)’의 선봉으로 꼽히면서 엄청난 재정을 포함해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왔던 칭화유니그룹이 파산·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무너져 내린 것이다.


지난 11일 중국의 경제매체인 차이신은 “칭화유니의 채권자 중 하나인 휘상은행이 ‘칭화유니가 만기 채무를 상환할 수 없고 모든 부채를 갚기에 자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내용의 파산·중정(重整·법정관리) 신청을 베이징 제1중급인민법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13억 위안(약 2300억원)의 회사채를 갚지 못해 첫 디폴트를 기록했고, 이어 12월 4억5000만달러(약 4880억원)짜리 외화표시채권도 만기가 닥쳤지만 갚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년 이상 회사를 끌고 갔지만, 극적인 상황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현재 칭화유니의 총 채무는 2029억 위안(약 35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칭화유니 측은 “법원이 채권자의 신청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그룹 계열사의 일상적 생산경영활동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칭화유니가 갖는 상징성]


1988년에 설립되어 중국 반도체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칭화유니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졸업한 칭화대의 기술지주회사 칭화홀딩스가 51%의 지분을 보유한 종합반도체(IDM) 회사다. 나머지 49%는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자오웨이궈 회장 측이 가지고 있다.


칭화유니는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직접 관리하는 중앙기업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양쯔메모리(YMTC), 통신칩 설계전문업체 쯔광짠루이, 팹리스인 쯔광궈웨이를 계열사로 거느리면서 종합 반도체그룹으로 성장했다.


칭화유니는 2015년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공급하는 등 한때 중국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로 평가받았고, 2019년에는 “2022년 D램 양산에 돌입한다”고 선언하는 등 중국의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아 왔었지만 원천기술도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결국 고부가가치 반도체 영역에서 경쟁력을 잃었고, 수익성도 떨어지면서 좌초하게 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칭화유니의 파산은 상당한 의미를 던져준다. 반도체산업의 핵심은 결국 원천기술인데 지금 중국 자체가 반도체에 대한 원천기술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결국 중국 반도체의 미래를 칭화유니가 단도직입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칭화유니는 지난 2018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반도체 공장 시찰로는 처음으로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당시 시 주석은 “반도체 기술에서 중대 돌파구를 서둘러 마련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높은 봉우리에 올라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그렇게 의미가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 당국 입장에서는 더 난감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회사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중국 제조 2025’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칭화유니를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직접 관리했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 반도체의 미래 설계에서 축을 이루는 상징적인 기업이고 의미가 큰 기업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어마어마한 자금력을 동원해 칭화유니에 쏟아 부었던 것이다. 반도체 전공정 자급화를 위해 정부와 유관기관이 조성한 펀드는 1387억 위안(약 21조원)이었는데 그 중 무려 21%를 칭화유니에 쏟아 넣었을 정도로 중국의 반도체 미래에 중요한 회사였다.


이런 관점에서 칭화유니의 파산은 시진핑이 꿈꾸는 ‘중국 제조 2025’ 역시 산산조각 날 수밖에 없을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말한다.


[무너지는 시진핑의 꿈, ‘중국 제조 2025’]


‘중국 제조 2025’는 한마디로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이기도 하고 중국의 세계 패권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 제조 2025’의 붕괴는 제조업 고도화 전략 자체가 무너져 내린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시진핑의 중국몽이 달성되려면 ‘중국 제조 2025’가 반드시 성취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바로 그 ‘중국 제조 2025’의 핵심은 ‘반도체 자급률을 2020년 40%, 2025년 70%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목표를 지금 얼마나 달성하고 있으며 앞으로 달성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을까?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트가 2020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의 반도체 자급률은 15.7%로 집계됐다. 이래 가지고는 2020년 40% 목표 달성은 턱도 없다.


그런데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중국의 상황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그 15.7% 가운데 삼성·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공장을 둔 외국 기업이 생산한 물량이 10%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순수 중국기업이 달성한 자급율은 겨우 5.7%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40% 대 5.7%. 이것이 중국 반도체 굴기의 현실이다. 더 말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이렇게 주저 앉는 이유?]


그렇다면 중국의 반도체굴기가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째는 반도체 원천기술의 미확보 때문이다. 반도체는 중국이 그동안 해 왔던 대로 인력과 핵심 기술을 빼 온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디스플레이나 2차전지 사업은 그렇게 해서 세계를 주름잡았지만 반도체는 그런 식으로는 절대 추격이 불가능한 산업이다.


결국은 원천기술이다. 미국은 바로 이러한 특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설계와 제조 분야에서 중국을 향한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두 번째 이유다.


최근에도 화제가 되고 있는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은 5nm 이하 공정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생산한다. 그런데 EUV는 다른 회사에서 만들지도 않는다. 대체 불가능한 제품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미국은 ASML의 핵심 기술 원천이 미국으로부터 왔다면서 이 회사의 중국 수출을 차단시켰다. 중국이 강력 반발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뾰쪽한 수가 없다.


반도체 굴기에 있어서 필수적인 설계쪽도 마찬가지다. 전자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 EDA(Electronic Design Automation)가 대표적인데, 이는 반도체 설계 단계에서 필수적인 기술이다. 이 고급기술을 채용하지 못하면 반도체 기술은 그야말로 원시시대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런데 미국은 EDA가 중국쪽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로인해 중국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전문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은 화웨이의 휴대폰에 들어가는 칩 제조를 포기해야만 했다. EDA와 TSMC가 핵심고리였는데 미국이 이를 끊어버린 것이다.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반도체의 개발과 설계만 하는 회사이고, 이 설계를 기반으로 파운드리라는 안정된 설비와 기술을 갖춘 회사에게 생산을 맡긴다. 그렇게 하이실리콘의 파운드리가 바로 세계 1위 파운드리인 TSMC였는데 미중충돌 상황에서 미국이 TSMC를 틀어 쥐게 되었고, 결국 중국의 하이실리콘은 공중에 붕 떠버렸다. 그래서 화웨이가 지금 맥을 못추는 것이다.


미국은 이외에도 중국 반도체 관련 업체를 ‘수출 통제 기업 리스트’에 올려 철저하게 부품 공급을 차단했다. 푸젠진화‧화웨이‧SMIC 같은 중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들이 대부분 제재의 덫에 걸렸다. 아예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대한 꿈을 꾸지 못하도록 숨통을 죄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


반도체는 중국몽(中國夢)'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반도체가 없으면 중국 패권의 모든 꿈도 다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국은 결코 반도체 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말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는 와카바야시 히데키(若林秀樹) 도쿄이과대 대학원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의 반도체 야심을 가볍게 봐선 안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중국 정부는 지난해 '양신일중(兩新一重)'이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중국판 뉴딜'로도 불리는 ‘양신일중’은 기반 시설, 도시화, 교통 등 중대형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정책이다.


이 중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5G 기지국, 산업 사물인터넷(IoT), 고속철도, 전기차 충전소 등에 무려 1780억 달러(약 204조원)을 투입해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산업 모두가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지난 3월, 중국 당국은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 중장기 목표'에서 반도체를 7대 전략육성 산업으로 선정한 것이다. 반도체굴기 목표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특히 중국의 약점인 설계 소프트웨어와 주요 제조 장비·기술 확보, 첨단 메모리 기술 등 3세대 반도체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미국의 제재가 집중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자체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단 단기간에 핵심 원천기술 확보가 어려운 중국이 이러한 계획의 현실화를 위해 외국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대규모 M&A를 지속적으로 시도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실제로 지난 6일 미국의 CNBC는 “중국기업이 소유한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 넥스페리아가 영국 반도체 생산업체인 뉴포트 웨이퍼 팹을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의회에 출석해 “영국 기업이 중국 계열 기업에 팔려 실제적 안보 위협에 처할 우려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M&A를 한국의 반도체 소재와 장비업체들을 타깃으로 해 반도체 생태계에서 취약한 분야를 보완하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계략에 대해 미국도 철저하게 대응을 하고 있다. 일단 미국은 인수‧합병(M&A)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차단하고 있다. 또한 지난 6월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인이나 기업이 중국 59사에 직·간접 주식 투자를 못 하게 했는데, 이 중 7개사가 반도체 업체다.


[과연 반도체 굴기라는 중국몽 이룰 수 있을까?]


그렇다면 과연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반도체 굴기를 이뤄낼 수 있을까? 만약 중국이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라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산당 체제에서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 판단한다. 이미 반도체 산업 자체에 공산당의 부패와 계략들이 너무나도 깊이 파고들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가 바로 ‘우한홍신(武漢弘芯)’이다. 이 회사는 반도체 1000억위안 사기극으로 더 유명하다. 이 회사는 반도체 개발을 한다고 돈을 끌어 들이더니 결국 올해 2월 말 전체 직원을 해고하고 파산했다.


미국의소리(VOA)는 “지난 해 10월 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1년여 동안 100억급 이상의 반도체 프로젝트 6개(우한홍신, 난징더커마, 청두거신, 산시쿤둥, 구이저우화신퉁, 화이안더화이)가 휴업했다”고 보도했다.


왜 이런 일들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벌어지는 것일까? 중앙정부의 반도체 굴기에 맞춰 전문적인 지식도 없는 지방정부들이 너도 나도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일반적인 제조회사 하나 만들 듯이 뚝딱 공장을 세우고 또 천문학적인 돈들을 쏟아 붓는다. 여기에는 또 이권과 부패가 함께 엮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돈을 쏟아 붓는다고 제대로 된 반도체 굴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 자체가 이미 글로벌화 되어 있다. 어느 한 나라 홀로 이 산업을 지배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그 모든 체제를 일원화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과욕이고 오만한 발상이다.


결국 중국이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돌아오지 않는 한 반도체와 관련된 중국몽은 결코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시대는 중국이 꿈 꾼다고 모두 다 이루어지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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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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