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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이란 최대 군함 화재로 침몰, 도대체 무슨 일이? -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 국영 정유시설서도 대규모 화재 -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는 이란 함정 침몰 사건, 이란 조사 착수 - 네타냐후, "미국과 관계 희생하더라도 이란 핵개발 저지" 공언
  • 기사등록 2021-06-03 10:52:01
  • 수정 2021-06-03 16: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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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재로 침몰한 이란 해군의 함정 하르크함 [사진=Marineschepen]


[이란 해군 최대 함정, '원인 미상' 화재로 침몰]


이란 해군이 보유한 군함 중 최대 규모인 '하르크(Kharg)'호가 2일 오전 2시 25분경 걸프 해역 공해를 운항하던 중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나자 하르크호는 인근 자스크항으로 뱃머리를 돌렸고, 선원들과 함께 긴급 출동한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였지만 실패해 결국 오전 8시경 테헤란에서 동남쪽으로 1,270 km 떨어진 자스크항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화재 직후 구조팀이 현장으로 출동해 인명 구조활동을 벌였으며 화재로 인해 배에 타고 있던 400여명의 선원과 해군 수습생도들 가운데 33 명이 가벼운 화상 등을 입었으며 나머지는 무사히 탈출했다”고 이란 당국은 설명했다.


이란 해군은 침몰한 하르크호를 인양해 반다르 압바스 항구로 옮겨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국영 IRNA통신을 인용해 “화재가 기관실에서 시작되어 전체로 번지면서 선박의 일부가 바다로 떨어졌다”고 화재 경위를 밝혔다.


배흐자드 자하니안 해군 공보과장은 "불이 난 배는 이란에서 가장 진보한 선박 중 하나이며 헬기 운반선으로 쓰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1977년 영국이 건조했고 1984년부터 이란 해군이 연료 보급과 헬리콥터 모함으로 운용하고 있던 하르크호는 중량톤수가 약 9천500t으로 이란 해군이 보유한 함정 가운데 최대 규모다.


최근 하르크호가 워낙 노후화된 점을 감안해 이보다 약간 더 큰 함정이 추가로 도입된 바 있다. ‘막란(Makran)’이라 불리는 이 함정은 상업용 유조선에 헬리콥터 이착륙을 위한 플랫폼을 추가해 개조됐다.


그러나 ‘막란’ 함정에 대해 미국 해군분석센터의 마이크 코넬은 “하르크함에 비해 다른 선박에 대한 지원 능력이 더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하르크호는 수에즈운하를 지나 지중해와 남아시아로도 항해가 가능할 정도로 성능이 뛰어났으나 막란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이란 해군에게 값진 함정인 하르크호가 사라짐으로써 이란 해군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하르크호는 왜 침몰했을까?]


그렇다면 하르크호는 왜 침몰했을까? 이에 대해 WSJ은 “하르크호 화재와 침몰 사건 이후 이란 당국이 외부의 공격 가능성을 전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이러한 사건이 이스라엘 같은 외부의 공격에 의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어서 귀추가 주목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핵 협상 복원을 반대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이란 민병대를 포함해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군사적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적극적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 이스라엘은 2019년 말부터 이란의 선박들을 겨냥한 해성공격을 최소 12차례 이상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란의 극단주의 지원을 받는 유조선 등에 대해 이스라엘은 은밀하게 공격을 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당연히 이스라엘은 이러한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한다.


지난해 7월에도 이란 남부 반다르 압바스 항에서 일어난 화재로 선박 7척이 파손된 적도 있었으며, 지난해 4월과 7월의 이란 나탄즈 핵시설 화재와 폭발 사건, 그리고 11월의 이란 최고 핵 과학자 살해에도 이스라엘이 관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전례를 들어 이번 하르크호의 화재와 침몰도 이스라엘의 모사드가 공작했을 가능성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하르크호의 화재와 침몰 이후의 정황들이 참으로 기묘하기 때문이다.


[이란 국방 "팔레스타인 미사일이 악몽처럼 이스라엘 괴롭힐 것"]


우선 지난 1일에는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미사일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한 사실이 이란의 언론들을 통해 보도되면서 이스라엘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4월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 공격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한 이란은 최근 이스라엘군과 무력 충돌을 빚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런데 아미르 하타미 국방장관이 전날 지휘관 회의에서 "앞으로 팔레스타인의 미사일과 무인기가 악몽처럼 강탈자(이스라엘)들을 괴롭힐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와 함께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지난달 테헤란에서 열린 반이스라엘 집회에 참석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영원히 패배할 것"이라면서 팔레스타인을 확실히 돕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네타냐후, "미국과 관계 희생하더라도 이란 핵개발 저지"]


이란 국방장관의 발언이 알려진 바로 그 다음 날인 2일,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이 이란 핵합의를 복원하는 것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미국과 관계가 틀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란 핵 개발을 저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혀 주목을 끌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모사드의 신임 국장 취임식에 참석해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핵무기를 가지려는 이란의 시도”라면서 "만약 미국과의 마찰과 실존하는 위협 제거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실존하는 위협 제거를 선택하는 게 낫다"고 언급한 것이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의 이러한 발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미신고 핵 시설에서 우라늄 흔적이 발견돼 이란 측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 불타는 이란 정유시설 [사진=Aurora Intel Twitter]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 국영 정유시설서도 대규모 화재]


이렇게 이란과 이스라엘간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또 이란의 최대 함정이 화재로 침몰되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 이란의 수도 테헤란 남부 국영 정유시설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테헤란 위기 대응팀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18분께 테헤란 도심에서 약 20㎞ 떨어진 국영 석유회사 톤드구얀의 정유시설에서 불이 났다.


소방 당국은 "(정유시설의) 액화 석유 가스 관로가 파손되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하면서 진화를 마치는 대로 화재 경위를 파악해 발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 화재가 얼마나 컸던지 불이 난 정유시설에서 약 29㎞ 떨어진 테헤란 북부 지역에서도 화재로 인한 검은 연기가 보일 정도였다.


물론 이 화재 역시 아직까지 외부의 공격에 의한 화재인지 여부는 즉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이란 석유 당국은 외부 공격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을 부인했다.


AP 통신은 과거 이란의 뜨거운 날씨가 화재의 주요 원인이 됐었다고 전했다. 이날 테헤란의 낮 최고기온은 40도에 육박했다.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는 이란 함정 침몰 사건]


이란 해군의 최대 함정의 화재와 침몰 사건, 그리고 이란 정유시설의 화재. 이러한 사건을 그저 이란의 단순한 실수로 넘기기에는 뭔가 의심쩍은 부분들이 존재한다.


일단 이스라엘 당국은 이번 하르크호의 화재 및 침몰 사건에 대한 논평 요구에 전혀 응답하지 않았으며, 미 국방부의 존 커비 대변인 역시 “지금은 말할 자료가 없다”라며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미국의 폭스뉴스는 2일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과거 이스라엘과 이란간의 ‘그림자전쟁’을 예를 들면서 이번 사건 역시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벌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란도 미국 국적을 포함한 선박들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고 이스라엘은 또 같은 방식으로 보복하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에도 예멘 앞바다 홍해에 정박해 있던 'MV 사비즈'라는 이란 선박이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은 바가 있었는데 이번 이란 해군 함정의 화재와 침몰은 그런 측면에서 만약 이스라엘 등의 외부 공격에 의한 것이라면 파장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란 당국은 하르크호를 인양해 화재 원인을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어찌되었건 하르크호의 화재와 침몰은 이란에게는 엄청난 충격이다. 해군 최대급의 함정이 손실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중동 정국에 또 어떤 파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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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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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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