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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지금 남중국해는... 코너로 몰리는 중국 -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작심 비판한 필리핀 - 베트남도 대 중국 압박 강화, 사실상 반중으로 돌아서 - EU도 중국의 남중국해 행동에 찬물, 경제단절과 군함 파견도
  • 기사등록 2021-05-07 16:23:55
  • 수정 2021-05-08 07: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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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작심 비판한 필리핀]


결국 필리핀이 폭발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의 장관이 중국을 향해 “못생긴 멍청이, 꺼져”라고 말할 정도로 반중 정서를 여과없이 표출한 것이다. 이는 지금 필리핀의 반중정서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발언을 한 당사자는 테오도로 록신 외교부장관으로 지난 3일 트위터에 “중국, 내 친구여, 얼마나 정중하게 말해야 할까”라며 “어디 보자…꺼져 버려”라고 썼다. 그는 중국을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잘생긴 남자에게 관심을 쏟는 추악한 멍청이(oaf)”라고 표현하며 “우리 우정에 무슨 짓을 한 거냐? 우리는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록신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남중국해의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중국 선박이 무더기로 정박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행해진 것이다. 특히 지난 2월부터 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휫선리프(Whitsun Reef)에 중국 해양민병대 선박들이 200여척이 넘게 주둔하면서 인공구조물까지 만든 사실이 발각되면서 필리핀은 완전히 뒤집혔다.


필리핀 당국이 미국과 함께 강력하게 반발을 하자 일단 물러섰던 중국은 인공 구조물 조성이 탄로 나면서 다시 이 해역에 해양민병대 선박들을 보내 실질적 점유를 지속적으로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또한 티투섬(중국명 중예다오·필리핀명 파가사) 인근에도 해양민병대 선박을 보내 뭔가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필리핀의 군사전문가인 Granger가 트위터에 올렸다.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는 중국이 아직도 전방위적으로 남중국해의 남은 섬들과 암초들에 대한 지배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자 필리핀도 해양경비대 선박을 중국의 선박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보내고 이미 중국이 탈취해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스카보러 암초(Scaborough Shoal, 중국명 황옌다오·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에도 필리핀 해안 경비대의 함정을 보내 경비에 나서면서 양국간 충돌 위기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중국 베이징대학의 SCS Probing Initiative도 이 사실을 트위터에 공지하면서 “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고 코멘트했다.


필리핀은 또한 남중국해에 무더기로 정박중인 중국 선박들에 대해 계속해서 해상 초계 활동을 벌이겠다면서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리핀 델핀 로렌자나 국방장관은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서필리핀해(남중국해의 필리핀명)와 칼라얀 군도에서 해안경비대의 초계 활동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활동 구역은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200마일 안이다. 로렌자나 장관은 "다른 나라들에 다정하고 협력적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주권을 침해당한 경우는 예외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필리핀은 티투섬과 스카보러 암초 부근, 그리고 북쪽의 바탄 제도와 필리핀 동남쪽 해상에서도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이중 거대 어장으로 꼽히는 스카보러 암초 지역은 필리핀과 중국이 치열한 영유권 분쟁을 벌인 곳이다.


필리핀 해안경비대 아르만도 바릴로 대변인은 "해상 주권 수호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2일부터 23일까지는 미국과 함께 연례 합동 군사훈련인 '발리카탄'을 진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남중국해 인근 해역을 순찰하고 있는 해군과 해안경비대를 철수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해상 주권은 양보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렇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갈지자 행보는 필리핀 국민들마저 헷갈리게 만들기도 한다.


중국을 향해 강성 발언을 했다가도 록신 외교부장관이 거칠게 중국에 항의하면서 중국도 거세게 반발하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3일 “중국은 필리핀의 후원자이므로 무례하게 대하면 안 된다. 우리는 과거든 현재든 중국에 감사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코로나 백신 등에 있어서 중국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이 최근들어 필리핀이 실질 점유를 하고 있는 암초나 섬들에 대한 강탈을 중국이 시도하면서 필리핀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감정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필리핀 국민들의 반중정서가 어느 정도까지 확대되는가의 여부다.


이미 필리핀의 영토였던 스카보러 암초와 미스치프 암초 등을 중국에 사실상 빼앗긴 상태에서 휫선리프까지 중국에게 또 점유당하게 되면 그땐 진짜 필리핀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필리핀 자체가 완전한 반중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국은 친중파인 두테르테를 곤혹스럽게 만들면서 필리핀에 반중정서가 넘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금 필리핀과의 외교적 관계보다 중국내 여론, 곧 중국의 영토 확장을 통한 시진핑 치적 쌓기가 더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내년의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2016년부터 중국쪽에 급격히 기울기 시작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진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반 중국 여론이 급격하게 확산된다면 두테르테는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만 한다. 안정적 당선을 위해 확실하게 반중 노선을 걷든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중 노선을 유지하면서 어려운 선거를 치를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필리핀에서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등에서 ‘첵시트(Chexit)’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Brexit)’에 빗댄 표현으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필리핀 국민들 역시 반중정서가 팽배해지면서 이러한 국민적 감정이 앞으로 필리핀 외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된다.


[베트남도 대 중국 압박 강화]


필리핀 뿐만 아니라 베트남도 중국의 남중국해의 섬과 암초들에 대한 점유를 확대하려 하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에 해상민병대가 있다면 베트남도 이에 맞대응하기 위한 같은 개념의 해상민병대가 있다. 중국이 해상민병대를 통해 남중국해 섬과 암초들을 무력 점유하기 시작하자 베트남도 똑같은 방식으로 맞대응하면서 중국도 화들짝 놀라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26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월간지 '해군과 상선'은 최신호를 인용해 “베트남이 남중국해에서 해상 민병대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베트남 해상 민병대가 중국의 해양법 집행과 국방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월간지는 베트남의 해상 민병대 규모가 7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 뒤 베트남의 해상 민병대가 때때로 베트남 해군과 협력해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월간지는 더불어 “베트남 해상 민병대의 임무 가운데는 중국의 군사시설이나 선박에 대한 비밀 스파이 활동이 포함돼 있다”면서 “서방 언론 매체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간헐적으로 중국의 해양경비대 선박과 고의적인 충돌을 야기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베트남 해양민병대의 활동이 중국의 해양민병대와 너무나도 닮아 있다는 점이다. 중국 해양민병대가 하는 방식 그대로 베트남이 중국에게 되갚아 주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대학의 SCS Probing Initiative는 지난 5월 4일“ 베트남 해역과 남중국해에 퍼져있는 베트남의 해상민병대 및 선박들의 숫자가 8590척에 이른다”면서 “이는 지난 3월의 8771건과 별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5일에는 베트남이 스플래틀리 군도 인근에서 군사력 배치와 함께 모종의 건설 활동을 하고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사실 그동안 중국의 무력, 그리고 폭압적 방식의 남중국해 섬들 점유에 대해 강하게 대들지 못했지만 이젠 전략을 바꿔 중국이 하는 방식 그대로 되갚아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베트남은 남중국해에서의 강력한 대 중국 대응을 위해 자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섬과 암초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해상 민병대에게 순찰 및 감시활동, 영해를 침범한 외국 선박 구축 권한 등을 부여한 법률을 2009년 제정한 바 있다.


[EU도 중국의 남중국해 행동에 찬물]


중국의 남중국해에 대한 도발적 행동에 대해 EU도 인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적극 개입하겠다고 나서 중국의 고립은 가속화되고 있다.


EU는 지난 4월 24일(현지시간) “지역 안정과 국제 규칙 기반을 훼손할 수 있는 중국의 일방적인 행동을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중국은 지난 2016년 국제중재재판소가 남중국해에 대한 역사적 권리가 있다는 중국의 주장이 무효로 판정났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의 이러한 주장은 앞으로 그저 비난성 말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U는 지난 4월 중순 세계 무역의 1/3이 통과하는 남중국해를 포함한 이 지역의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안전한 해양 통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면서 ‘EU의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 등의 EU회원국들은 미국과 함께 항행의 자유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전함을 추가로 투입하거나 새롭게 보낼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EU는 지난해만해도 중국과 포괄적 투자협정을 진척시키는 등 관계 강화를 진행했지만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등에 대한 국제적 반감이 확산되면서 투자협정 비준을 하지 않기로 지난 4일(현지시간) 잠정 결정하면서 중국과 거리두기는 더욱 더 심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EU는 아예 남중국해 분쟁에 적극적으로 군사행동을 통해 참여하기로 하면서 중국을 압박한 것이다.


[사방에 적을 만들고 있는 중국]


중국은 지금 사방에 적을 만들고 있다. 완전한 친 미국정권이었던 필리핀이 두테르테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반대로 완전한 친중정권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필리핀의 영토들을 야금야금 침범해 가면서 결국 필리핀을 등돌리게 만들었다. 미국과의 군사협정 파기까지 윽박질렀던 두테르테는 다시 미국을 향해 손을 내밀면서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이다.


베트남은 또 어떠한가?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중국에 대해 당당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 4월말 중국의 웨이펑허(魏鳳和) 국방부장(장관)이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권력 서열 2위인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을 면담했다.


사실 웨이 부장의 베트남 방문은 미중충돌 상황에서 베트남이 미국 편에 서지 않도록 조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베트남의 푹 주석은 웨이부장에게 “베트남은 양국 간 관계를 훼손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저항하는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는 결연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베트남은 미중충돌 상황에서 대외적으로는 중립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미국 쪽에 가깝게 기운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하여 싱가포르의 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리홍립 연구원은 “베트남의 지도부 교체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의 외교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베트남은 중국과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관계를 원하지만, 남중국해 분쟁을 중국과의 전반적인 관계와 분리해서 다룬다"고 지적했다.


리 연구원은 이어 "남중국해는 베트남에는 주권과 영토적 통합성 이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국을 달래기 위해 핵심 이익을 희생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베트남은 미국과 관계를 심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것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지만, 중국이 분쟁 수역에서 공격적 행위를 계속한다면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영토 욕심이 동지였던 베트남마저 등을 돌리게 한 것이다. 이렇게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이웃들에게 마저 왕따 당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시진핑 주석이 국제회의 때마다 설파하는 ‘친선혜용(親善惠容)’이라는 말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웃 국가와 친하게 지내고 성실하게 대하며 혜택을 주고 포용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시진핑 외교의 핵심인 ‘친선혜용’은 ‘자국의 뜻과 이익에 해가 되지 않을 때 적용되는 조건부 외교정책’임이 다시 확인됐다. ‘겉과 속이 다른 나라’ 중국. 그럼에도 중국을 믿을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


하나만 더. 남중국해의 진짜 위기는 올 여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름부터 금어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때에도 중국 선박들이 남중국해 섬들에 정박한다면 그동안 중국이 주장했던 풍랑으로 인한 도피가 모두 거짓임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때 필리핀이나 베트남은 어떻게 대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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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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