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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 송환된 北 문철명, 김정은 겨누는 비수되나? - 제2의 방코델타아시아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 농후 - 금융 제재로 이어질 경우 김정은 정권에겐 치명타 - 연이은 미사일 도발도 김정은의 초조감과 불안감 반영한 듯
  • 기사등록 2021-03-25 15:53:01
  • 수정 2021-03-25 21: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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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무부 “北 문철명은 정찰총국 소속”]


말레이시아에서 체포된 후 FBI의 요청으로 미국으로 넘겨진 북한인 문철명(55)이 22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의 법원에서 첫 재판을 받았다고 미 법무부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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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대북 제재를 회피해 총 150만달러(약 17억원) 상당의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문철명에 대해 미 법무부는 그가 북한의 공작기관인 정찰총국 소속이라고 밝혔다.


존 데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문철명은 미국법을 위반해 미국으로 인도된 첫 북한 공작원이며 외국 공작원으로는 두 번째”라고 말했다. 미국은 2018년 벨기에에서 체포된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 공작원 쉬옌쥔을 산업 스파이 혐의로 인도받아 미 법정에 세운 바 있다.


[법정에 선 문철명, 국선 변호인 선임]


문철명은 일단 지난 21일(현지시간) FBI에 의해 워싱턴DC에 구금됐다. 이와 관련해 채닝 필립스 워싱턴 DC 연방검사장 대행은 “워싱턴 DC 연방 검찰청은 미국의 금융체계를 보호하고, 우리 법을 위반하고자 하는 인물들이 어디에 숨든지 상관없이 좇을 준비가 항상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철명은 현재 미국 대배심에 의해 총 6개, 모두 돈세탁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미국 연방법은 돈세탁 관련 혐의에 최대 20년의 징역형과 벌금 50만 달러, 혹은 관련 자금의 2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철명에게 해당되는 기소내용을 볼 때 산술적으로 총 6개의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최대 12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혐의를 받고 있는 문철명에게 국선 변호인이 선임됐다. 법원기록시스템에 따르면 워싱턴 DC에서 활동하는 미셸 피터슨 변호사가 지난 22일 문철명의 국선 변호인(public defender)으로 공식 선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철명 공소장에 어떤 내용이 있길래?]


일단 22일(현지시간) 공개된 문철명의 미 대배심 공소장을 보면 문철명은 ‘돈세탁 공모’ 1건과 5건의 ‘돈세탁’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에 의하면 “미국은 일반 국민들로 구성된 대배심원들이 특정 사건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며, 문철명 사건 역시 지난 2018년에 구성된 대배심이 당국의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기소를 하는 형식을 취했다”고 전했다.


문철명이 받고 있는 혐의는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여러 위장 회사들을 이용해 미국 달러를 거래했고, 이런 행위들이 ‘돈세탁’과 ‘돈세탁 공모’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1) 돈세탁 관련 혐의


특히 ‘돈세탁’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선 총 18페이지를 할애해 문철명이 자금을 세탁한 사례 수십 건과 그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지난 2016년 10월 싱가포르의 한 회사로부터 북한의 경남무역회사로 운송할 상품 99만 달러어치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한 문철명이 구매금액 송금을 위해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조선무역은행(FTB)의 위장회사 2곳을 번갈아 이용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금융망과 연계된 은행이 사용됐다는 것이다.


(2) 돈세탁 공모 혐의


또 ‘돈세탁 공모’ 혐의 관련 사례에는 문철명과 이름이 공개가 안 된 또 다른 인물이 2014년 9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싱가포르 소재 ‘신사르 무역회사(Sinsar Trading)’에 총 8차례에 걸쳐 최소 2만 달러에서 최대 13만 달러를 결제한 내용이 적시됐다.


기소장은 이들 거래에서도 조선무역은행의 중국 선양 소재 위장회사인 ‘밍젱’과 그 외 다른 2개의 위장회사 등이 이용됐으며,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미국 달러를 사용했다고 적고 있다.


(3) 또 다른 피고의 등장


이번 기소장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 중의 하나는 문철명 말고도 이름이 가려진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에는 ‘피고(defendant)’라는 설명이 붙어 있고, 그리고 실명이 공개되지 않은 중국인과 중국 회사 등에는 ‘공모자’ 혹은 ‘공모회사’라는 표현이 붙어 있다는 점, 또 이 외에도 여러 회사들의 이름이 가려져 있다는 점은 이들이 이미 체포가 되어 추가로 기소 예정이거나 혹은 기소를 앞둔 상황이라고 판단될 수도 있어 파문이 얼마나 더 확산될지 주목된다.


(4) 북한 급소 찌를 또 하나의 파장, 불법자금 몰수


문철명에 대한 기소장에서 또 하나 주목을 받는 내용은 문철명의 돈세탁에 연루된 자금과 자산 등에 대한 몰수를 희망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만약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게 되면 북한 김정은에게 넘어갈 상당수의 금액이 미국에 의해 압류되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문철명 재판, 형량조정 가능성은?]


문철명에 대한 재판은 연방 형사사건의 전례로 볼 때, 최종 유무죄 판단과 형량 선고 등이 나오기까지는 1~2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VOA는 23일,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의 견해를 인용하면서 “일반적으로 검사 측은 문철명에게 ‘플리바겐’이라고 불리는 ‘사전형량조정’을 제안할 것이며, 이 결과에 따라 최종 형량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검사는 공범 등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문철명이 여기에 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정 선에서 유죄 인정이 이뤄지고 검사 측과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진다면 최종 선고까지 1년 정도가 걸리게 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재판까지 가게 돼 2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도 VOA에 “문철명이 유죄를 인정할 지 여부를 알기 전까진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긴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로선 국선 변호인의 조언을 받아들일지, 또 검사 측과 합의를 하고 그 내용을 받아들일지 여부도 모르는 상태”라면서, “북한에서 문철명의 가족들이 받게 될 위협 등을 고려해 검찰이 매우 조심하게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문철명이 검사 측과 합의를 통해 형량 조정을 시도할 지의 여부다. 북한도 문철명의 형량 조절 시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문철명이 형량 조절을 위해 검사측과 합의를 시도하게 되면 북한의 김정은 관련 해외자금 루트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지역의 공작 루트들이 모두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정치적 파장도 커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또한 초조해 하고 있는 부분 중의 하나는 이번 사건이 과연 문철명 하나로 끝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지금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문철명에 대한 공소장 가운데 문철명 말고도 또다른 인물과 회사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에 대해 구체적 사항을 전혀 노출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문철명에 대한 파장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현재로서는 도저히 추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 이유는?]


문철명의 미국 송환과 곧바로 개시된 재판에 대해 북한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으로의 송환을 결정한 말레이시아와 단교를 선언하고 말레이시아 정부의 요구에 의해 대사관까지 철수한 북한은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 어디로, 얼마나, 어떤 상황으로 전개될지 긴장과 초조함으로 가득하다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21일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던 북한이 나흘 뒤인 25일 이번에는 UN안보리의 제재 대상인 탄도미사일을 또 두 발 발사했다. 이러한 사실을 우리 군사당국보다 먼저 발표한 일본 정부는 스가 총리가 직접 나서 "작년 3월 29일 이후 약 1년 만의 미사일 발사는 우리나라와 지역의 평화 및 안전을 위협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으로, 엄중히 항의하고 비난한다"고 밝혔다.


지난 21일에는 서해상에서 이루어졌지만 25일의 발사가 동해상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일본 정부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인 일본 열도를 넘기는 궤적을 보이지는 않아 미국과 일본은 일단 관망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조용하던 북한 당국이 이렇게 갑자기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분명 지금 북한이 미국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고, 이러한 북한의 도발이 문철명의 재판 개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물론 북한 국적자가 미국 법원에 선 사례는 과거에도 한 번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와 차원이 다르다.


지난 2015년 캄보디아에 거주하던 북한인 김성일은 미국에서 군사용 야간투시경을 구입해 중국으로 밀반출하려던 혐의로 체포돼 미 법정에 선 바 있었다.


당시 김성일은 위장작전을 수행 중이던 미 국토안보부 소속 요원에게 접근해 야간투시경을 구매하려 했고, 이후 물건을 받기 위해 하와이로 향했다가 체포돼 3년 4개월의 실형이 선고됐었다.


그때는 이렇게 아주 단순한 사건이어서 파장이 크지는 않았지만 이번 문철명의 사건은 지난 2005년 9월 일어났던 BDA(방코델타아시아) 사건의 2021년판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제2의 방코델타아시아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도...]


방코델타아시아 사건은 북한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 줬다. 당시 방코델타아시아 관련 제재로 말미암아 당시 북한의 김계관 외무상은 북한의 자금줄이 완전히 막히면서 "피가 얼어붙는 느낌이 든다“고 말할 정도였다.


미국이 북한의 위조지폐 유통과정을 추적하던 중 BDA 계좌를 포착하고 마카오 소재 중국계 은행 BDA를 북한의 '돈세탁' 창구로 지목하면서 시작된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금융사들까지도 BDA와의 거래를 끊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BDA에 개설돼 있던 북한 당국의 계좌 50여 개도 동결되고 말았다.


당시 북한의 BDA 계좌 예치금은 총 2500만~2700만달러(약 280~300억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금 문철명 사건이 제2의 BDA사건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해외공관 말고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페이퍼컴퍼니 같은 유령회사를 통해 '통치자금'을 조달해왔는데, 문철명이 미국에 송환되고 120년이라는 형량을 부과한 것은 결국 문철명과 형량거래를 통해 북한의 자금줄 파악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안해도 지금 김정은의 통치자금은 거의 바닥인데 문철명 사건으로 인해 해외의 통치자금 금고까지 막히게 된다면 김정은도 손을 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그래서 미국이 문철명을 통해 획득한 북한의 금융정보망을 통해 제2의 BDA사건처럼 돈줄 차단에 나서면서 동시에 세컨더리보이콧(유관 3자 제재)이라는 이름의 제재를 강화하게 되면 김정은도 결국 손들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는 분석도 나오는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통령 행정명령 13722호를 발동한 바 있다. 여기에는 운송과 광물, 에너지, 금융 등 북한 경제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제재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특히 북한을 대상으로 한 '세컨더리 보이콧'(유관 3자 제재) 개념이 처음 담겼다.


더불어 미국은 FBI를 통해 이미 획득한 북한의 금융정보망에 문철명 자료까지 합하여 대대적인 금융제재를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북한과 비핵화 관련 딜(deal)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연 북한인 문철명의 미국 송환과 재판이 앞으로 북한에게 어떠한 위협으로 다가갈지, 그 판이 얼마나 커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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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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