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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北 접촉 시도’ 공개한 美, ‘김정은 제거’ 명분 만드나? - 美 대북정책에 韓 끼어들 여지 완전히 사라져 - 美, '北 비핵화'에 인권문제까지 거론한다면 김정은 위기 - 北 대화 거부, 김정은 체제 제거 명분 줄 수도
  • 기사등록 2021-03-15 14:12:36
  • 수정 2021-03-16 03: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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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과 접촉 시도”…바이든 행정부 이례적 공개]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지난달 중순부터 북한에 접촉을 시도했지만 답이 없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혀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로이터통신 등의 일부 언론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뉴욕의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등 다양한 경로로 북한에 대화를 시도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 보도 직후 바이든 행정부는 이례적으로 “보도에 나온대로 대북 접촉 시도가 있었다”면서 "이는 긴장 고조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국은 지난 1년 이상 북한에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적극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실 그동안 관례를 보면 이렇게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시도했다는 보도가 나오더라도 공식적으로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미북대화 같은 민감한 사안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기 일쑤인데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이를 시인했고 더불어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결정적 사실까지 공지를 했다.


그래서 미 행정부가 이렇게 미북접촉 사실을 밝힌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과 대북접촉 사실 공개]


우선적으로 미국이 대북 접촉을 시도했다는 것은 미 행정부가 언급한대로 ‘긴장 고조 완화’라는 목적 외에도 미국이 수립한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 측의 의사를 타진해 보기 위함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북한 측과 접촉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 행정부 또한 나름대로 북한 측과 대화를 할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이 완성되지 않았으며 곧 정리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이번 대북접촉 사실이 확인되면서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아니더라도 큰 그림은 이미 완성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미 그러한 윤곽들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적으로 12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의 쿼드 정상회의 뒤 공동성명에서 “우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8년 6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거론된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비핵화의 범위를 명확하게 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단어에 대해 북한과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미국 핵우산 제거와 심지어 괌 등의 핵무기 제거까지 거론할 정도로 비핵화 범위가 명확하지 않았는데 이번 쿼드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것을 명확하게 규정했다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대북정책 방향이 이미 확실하게 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앞으로의 미국 대북정책이 ‘북한의 선(先)비핵화 조치’에 무게를 싣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연히 북한 입장에서는 결코 수용할 수 없는 방향이다. 북한은 지난 2016년 7월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조선반도 비핵화'의 선결 조건이라며 주한미군 철수와 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을 요구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의 미국 대북정책이 트럼프 정부가 행해왔던 방식이 아니라 미국의 요구를 관철하는 강력한 대북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2월 2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 화상연설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한반도의 비핵화' 대신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오는 17일과 18일의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인 2+2대화에서도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우리 측에 설명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 바이든 행정부가 진행 중인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 대해 "정부와 민간 전문가, 싱크탱크 인사 등의 의견을 종합하고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이는 최종적인 발표를 앞두고 의견을 듣는 수준이지 미국의 대북정책 큰 그림을 바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의 대북정책·대북접촉과 한국]


그렇다면 이번 미국의 대북접촉과 관련해 한국정부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우리 정부는 미국의 대북접촉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대북 접촉 시도를 공유 받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그런(대북 접촉) 내용에 대해 다 공유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비핵화 협상 등의 제안보다는 북한에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관여(engagement) 의사를 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뉴욕 유엔본부의 미-북 채널뿐 아니라 미-북 공관이 개설된 다른 국가를 통해서도 미국의 대북 접촉 시도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미국의 대북접촉에 한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개입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시말해 우리 정부가 미국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북한과 직접 대화채널을 가지고 있다고 했던 그동안의 정부 주장은 어떻게 된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북한이 우리 측과의 대화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떠한 대화 채널도 가동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사실 북한과의 대화라면 우리 정부가 제일 원하는 바이다. 이인영 통일부장관 같은 경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북한과 대화를 나눠보려 시도하지만 북한은 쳐다보지도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이번 미북대화 채널 가동에 우리 정부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오히려 미국정부만 쳐다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의 대북정책이다. 특히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제1 명제로 내걸고 있다는 점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는 완전히 엇나가는 것이어서 당연히 우리 정부의 구상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 정부는 정의용 외교부장관이 말한 대로 “싱가포르 회담에서의 합의 사항을 바이든 정부도 이어가야 한다”며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두둔하면서 미·북 대화 재개를 강조하는 외교적 프레임을 가지고 있었다.


다시말해 ‘김정은의 선의(善意)를 믿는 햇볕정책 낙관론’과 ‘미북대화를 기반으로 한 남북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바이든 정부의 정책과 너무나도 엇갈리면서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대북제재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최근 발언들은 미 행정부에 의해 완전히 무시당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미 오바마와 트럼프 정부에서 대북협상을 담당했던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금 북한에서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나 미국이 원하는 방향의 행동이 나오지 않으면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확실하게 대못을 박은 셈이다.


더더욱 큰 문제는 이번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의 접촉 사실을 공개한 배경에 관한 것이다.


이는 우리 정부가 미 바이든 행정부에 지속적으로 ‘대화를 통한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더불어 ‘선(先) 제재 해제후 비핵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강력한 대북 선제조치를 하더라도 한국 정부는 할 말이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미국의 대 북한 대화 시도 공개가 오는 17~18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열리는 한ㆍ미 외교ㆍ국방 당국 간 '2+2 회담'을 사흘 앞두고 나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사실상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쐐기를 박는 것으로 “더 이상 대북 유화조치를 미국에 요구할 생각을 하지말라”는 경고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한국 정부가 선(先) 대화를 요구해서 그대로 북한과 대화를 시도했는데 북한측이 거부했다는 이유를 들면서 “제재와 압박은 유지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둔다는 기존의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함과 아울러 미국의 대북정책에 벗어나는 제안을 하더라도 미국이 당당하게 거부할 명분이 생겼다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북한과 직접 대화도 불가능하고 미국의 대화 시도에도 문을 닫고 있는 북한을 그저 멍하게 쳐다 보고만 있을 뿐 아무런 대책도 없는 막다른 상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왜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했을까?]


그렇다면 북한은 왜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했을까?


우리 측은 북한측의 대화 거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끝날 때까지 우선 기다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한다.


다시말해 일단 외부 문제를 후순위로 돌리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내부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자세라는 해석이다.


특히 미국과의 대화에 있어 중국과의 의견 조율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든다. 즉 오는 19일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미ㆍ중 고위급 회담에서도 북한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 후 중국과 협의 후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물론 그렇게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과의 대화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해 김정은 조차도 아직 뚜렷한 방안이 서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과의 대화를 일단 거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이미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도 아닌 ‘북한 비핵화’로 대북정책의 큰 틀을 잡았다. 더구나 트럼프 정부 때와 같이 김정은이 직접 나서 미국과 문제를 풀 여지도 전혀 없다. 그렇다고 북한 비핵화 문제를 실무진에서 나서서 풀 수도 없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때와 같은 ‘탑-다운’이 아니라 ‘바텀-업’ 방식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을 이미 세웠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진퇴양난이다.


지금 바이든 정부의 대 중국 정책도 트럼프 때와는 접근방식도 다르고 수준도 다르다는 점 역시 김정은의 대미접촉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협상을 하는데 있어 그야말로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중국에 단순한 무역 문제뿐 아니라 세계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같은 방식으로 미국은 북한에 대해 비핵화 이슈 뿐 아니라 인권문제까지 더해 압박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북한으로서는 혹을 하나 더 붙인 상태에서 대화를 해야 하는 국면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미북대화에서 인권 문제가 거론된다는 것은 한마디로 북한의 뜻이 반영될 여지가 전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북한 측의 입장을 상당히 대변해 주는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가 ”미북협상에서 인권 문제는 제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들어설 생각도 없고 인권 문제에 대한 개선도 없는 상황에 다다르게 되었을 때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것이다.


이렇게 미북간 대화가 완전히 교착 국면에 다다르게 되면, 특히 대북제재 등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지게 되면 김정은의 선택은 당연히 도발로 밖에 갈데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상황은 미국으로 하여금 강력한 대북 군사행동을 일으키는 명분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인민들을 위해서라도 김정은 체제의 교체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미국의 이러한 작전이 북한 붕괴가 아니라 김정은 정권 교체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중국이나 러시아 또한 강력하게 반발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면서도 북한 김정은 정권의 붕괴는 중국에게도 엄청난 위협이자 도전이 될 것이다. 시진핑 체제의 3연임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에게 2021년은 김정은에게는 최대의 위기의 해가 될 것이지만 북한 인민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시기로 색칠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김정은은 어떤 선택을 할까? 그리고 미국의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이를 지켜보는 한국과 중국에는 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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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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