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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 ‘시진핑 대 장쩌민’ 암투, 또 일촉즉발 - 최후의 결전 준비하는 장쩌민, 불안한 시진핑 - 마윈의 숙청, 장쩌민 일가 자금줄 차단이 목표 - 문제는 중국 인민들의 생각, 과연 뛰어 넘을 수 있을까?
  • 기사등록 2021-03-01 21:12:50
  • 수정 2021-03-01 22: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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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대 장쩌민’ 암투, 다시 표면으로...]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3월 4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을 시작으로 10여일간 양회에 돌입하는 것이다.


특히 2021년의 양회는 제20차 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발판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이번 양회를 ‘시진핑 충성’ 그리고 ‘시진핑 옹위’ 분위기를 다잡는데 모든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점에서 3연임을 넘어 장기집권을 노리는 시진핑 주석이 반대파로부터 다양한 공격을 당하면서 시진핑과 장쩌민의 다툼이 재현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마윈의 숙청, 장쩌민 일가 자금줄 차단이 목표]


시진핑 주석은 장쩌민 일파의 발호를 저지하기 위해 이미 마윈을 사실상 숙청하면서 앤트그룹의 상장을 저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알리바바그룹 산하 핀테크(금융 기술) 회사인 앤트그룹의 40조원대 증시 상장(上場) 계획을 전격 보류시킨 배경에 장쩌민 전 주석을 중심으로 한 ‘상하이방’(상하이를 기반으로 한 장쩌민 전 주석과 그 측근들) 관료 자녀가 앤트그룹에 투자했기 때문에 상장을 중단시켜 이들의 자금줄을 견제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당국이 앤트그룹의 지분 구조를 조사했고, 장쩌민 전 주석의 손자인 장쯔청(江志成)이 세운 사모펀드와 장 전 주석의 측근인 자칭린 전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사위가 운영하는 투자회사 등이 주주로 포함돼 있어서 만약 앤트그룹이 상장되면 이들이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고, 만약 상장에 성공하면 언제든 시진핑을 상대로 금융전을 벌여 퇴진을 압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앤트그룹의 배후에 시진핑 진영에 잠재적 도전을 하고 있는 정치 세가들이 포진되어 있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이 대노를 했고, 결국 중국의 국가이익 손상에도 불구하고 상장 보류라는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월 17일자에서도 알리바바그룹 산하 앤트그룹의 숨은 10대 투자자 중 하나로 ‘보위 캐피털’을 꼽았다.


더불어 중국의 전 정치국 상무위원 자칭린(賈慶林)의 사위 리보탄(李伯潭)이 지배하는 베이징쟈오더투자그룹(北京昭德投資集團) 역시 우회적으로 앤트그룹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칭린은 장쩌민이 발탁한 최측근으로, 시진핑과 권력투쟁을 벌여 왔다.


이외에도 장쩌민의 아들 장몐캉(江綿康)과 아주 밀접한 관계인 푸싱그룹의 궈광창(郭廣昌) 회장, 판하이그룹의 루즈창(盧志強) 회장, 쥐런그룹의 스위주(史玉柱) 회장같이 시진핑 주석이 이름을 들으면 불쾌할 이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결국 장쩌민 일가를 죽이기 위해 앤트그룹의 상장을 가로 막았다는 의미다.


[위기 감지한 장쩌민 일가]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2월 22일(현지시간), 장쩌민의 손자 장쯔청(江志成)이 자산을 빼돌린 내막도 폭로했다. 장쩌민의 손자 장쯔청이 싱가포르에 중국의 사모펀드회사 ‘보위 캐피탈’(Boyu Capital)을 설립했는데, 공동 설립자인 퉁샤오잉(童小幪)이 최근 싱가포르 영주권을 확보했으며, 현지에서 ‘보위’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기금관리회사의 최고 경영자를 맡았고, 장쩌민의 손자 장쯔청도 싱가포르로 이주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당시 시진핑이 은퇴한 당내 지도자들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하자 이를 눈치채고 2019년말부터 은밀하게 싱가포르로의 이전 작업을 시작했고 이를 2년만에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 내부 관계자의 말을 빌어 “보위 캐피탈의 싱가포르 이전은 95세인 장쩌민의 영향력 약화에 따른 가족, 동맹의 숙청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장쩌민 전 주석이 노령이어서 만약 사망이라도 한다면 시진핑 주석은 곧바로 당의 권력 구도를 더욱 더 시진핑 중심으로 교체하면서 장쩌민 일가의 숙청을 과감하게 단행할 수 있다고 봤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장쩌민 일가의 상당한 재산이 본토에서 홍콩으로 도피해 왔는데 홍콩이 사실상 본토화되면서 언제 장쩌민 일가에 대한 압박이 가해올지 몰라 이렇게 은밀하게 중국의 영향력이 훨씬 덜 미치는 안전한 싱가포르로 자산을 이전시켰다는 것이다.


2010년 홍콩에서 설립된 ‘보위 캐피탈’은 장쯔청, 퉁샤오잉, 장즈신(張子欣) 외에도 이미 세상을 떠난 장쉐증(張雪征)을 공동 설립자로 등재되어 있다. 여기에 홍콩 최고 부호인 리자청(李嘉誠)과 싱가포르 테마섹 홀딩스(Temasek Holdings)도 투자했다.


시진핑 주석이 이렇게 ‘보위 캐피탈’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 회사가 사실상 ‘태자당(太子黨) 펀드’라 불릴 정도로 힘도 막강하지만 사실상 시진핑의 반대파들의 자금줄로 이용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 시진핑 체제에서 베이징과 상하이 공항 면세점 지분을 인수할 정도니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장쯔청이 완전히 싱가포르로 이주해 가는 것은 아니다. 장쯔청은 과거에는 주로 홍콩에서 거주를 했으나 지금은 장쩌민 가족이 머물고 있는 상하이에 체류하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홍콩을 비우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최후의 결전 준비하는 장쩌민, 불안한 시진핑]


최대 반 시진핑 계파인 장쩌민 전 주석은 이미 95세다. 만약 2022년의 제20차 당대회까지 장쩌민이 생존할수만 있다면 시진핑과의 내부 투쟁이 어떤 양상으로 번져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역으로 제20차 당대회 이전에 장쩌민이 사망한다면 장쩌민 가문은 어떤 식으로 몰락하게 될지 역시 어느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이미 장쩌민 계파는 2012년 시진핑이 집권하기 직전 결사항전을 벌인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2년의 당대회가 장쩌민 파에게는 이론적으로 아주 유리한 국면이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의 관례대로라면 시진핑 주석은 물러나고 새로운 인물이 주석으로 추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이 이러한 ‘예측가능한 중국 정치의 순리’를 깨뜨리고 장기집권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명분은 장쩌민에게 있고, 권력은 시진핑에게 있는 그런 묘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 말은 사실 2022년이 시진핑 주석에게 있어서 가장 위험한 시기라는 말과도 통한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이 지난 1월에 열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 ‘정치적 부패’ 문제를 당내 최대 위협으로규정했고, 사실 부패를 명분 삼아 정적들을 제거하려 나선 것이다.


시진핑의 위기감은 인민일보가 시진핑의 말을 인용하면서 “일부 부패한 사람들이 당과 국가 권력을 훔치려 한다”고 주장한데서도 나타난다.


또한 지난 2월 10일의 공산당 단배식에서 그 자리에 참석한 중국 최고위직들을 감시하는 검은색 옷의 경호원들이 지금 시진핑 주석이 얼마나 불안해 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화궈펑 출생 100주년 기념좌담회에도 불참한 시진핑]


지금 시진핑 주석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또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지난 2월 20일 화궈펑(華國鋒) 출생 1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행사를 열었다.


그런데 그동안 관례를 보면 중국 최고 지도자의 탄생 100주년이 되면 현 총서기 외 모든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참석해 왔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 시진핑은 참석하지 않았고 대신 왕후닝(王滬寧), 한정(韓正)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2명과 천시(陳希), 쑨춘란(孫春蘭), 장여우샤(張又俠) 정치국 위원만 참석했다.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이 화궈펑(華國鋒) 출생 100주년 행사에 불참한 이유는 과연 뭘까?


한마디로 화궈펑(華國鋒)이 추진해 왔던 정치 노선과 맞지 않으며 더불어 화궈펑(華國鋒)과 자신을 동격에 놓기 싫다는 교만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화궈펑(華國鋒)은 마오쩌둥이 말년에 지명했지만, 사실 덩샤오핑이 내려 보냈다.


시진핑의 생각은 자신이 제2의 마오쩌둥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 출간된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 역사를 논하다’란 책을 보면 시진핑에게 있어 주제는 단 하나로, 시진핑의 말을 듣고 시진핑을 따르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한마디로 시진핑은 개혁개방파였던 덩샤오핑을 넘어 마오쩌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인데 어찌 아무리 중국 공산당 최고 자리를 지냈다고 화궈펑을 자신이 추앙하는 인물로 대우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에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치 지향성도 시진핑은 덩샤오핑과 다르다. 그러니 당연히 화궈펑(華國鋒)에 대해 뭐라 할 말도 없다는 의미다. 여기에다 화궈펑은 마오쩌둥이 임종 전 지명한 후계자였지만 마오쩌둥이 1976년 9월 사망한 지 한 달도 안 돼 예젠잉(葉劍英) 당시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왕둥싱(汪東興) 중앙위원회 사무국 주임 등과 함께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江青), 왕훙원(王洪文) 당 부주석 등, 마오쩌둥을 추종하는 정치국 위원들을 체포하는 ‘궁정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역시 시진핑 마음에는 내키지 않는 역사의 일부이다. 정리하자면 지금 시진핑은 자신이 과거의 주석들과는 차원이 다른 ‘역사적 인물’임을 내세운다. 중국의 역사를 새로 썼던 마오쩌둥에 이은 ‘제2의 마오’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10년의 임기를 뛰어 넘어 장기적으로 주석직에 앉아 공산당과 중국을 다스려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문제는 중국 인민들의 생각, 과연 뛰어 넘을 수 있을까?]


시진핑은 지금 두렵다. 3연임을 넘어 장기집권으로 가는 발판을 다 만들어 놓았는데도 불안하다.


자신이 중국의 모든 권력을 다 쥐고 있음에도 이렇게 자신의 최측근들조차도 못 믿고 중국 공산당의 최고위직들마저 불신하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시진핑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의 능력이나 세(勢)가 권력으로도 덮을 수 없을만큼 광대하고, 그것도 드러난 것보다 드러나지 않고 보이지도 않은 실체의 크기와 힘을 짐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마윈의 숙청과 앤트그룹의 상장 중단에서도 드러났지만 반 시진핑파의 세(勢)가 어느 정도인지는 다 알 것 같으면서도 누구도 모른다. 한 발자국만 실수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권부 내에서조차 반 시진핑파가 얼마나, 어떤 규모로 자리잡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 그러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인민들의 생각이다. 아무리 권력이 강고해도 인민들이 냉소적이라면 그 기세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데 중국 인민들의 시진핑에 대한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설날 명절을 맞아 리커창 총리가 2월 7일 산시(山西)성을 시찰했다. 리커창 총리는 마스크도 쓰지 않고 설 대목을 맞아 북적이는 운성(運城)시 시장을 돌아다녔777다. 리커창은 산시성의 운성시 시장에서 소박한 설음식을 직접 구입하며 코로나19 확산으로 냉랭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마침 근처에 있던 다른 노점상 주인이 “떡을 드셔보시라” 권하자 리커창 총리는 흔쾌히 떡도 몇 상자 구매했다. 지난해 6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 극복 방안으로 ‘노점상 경제’를 강조했던 리커창 총리의 발언이 곧바로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리커창은 이어 주변에 몰려든 대중을 향해 “소띠 해가 왔다”며 “소띠 해엔 농사가 잘된다는 속담도 있으니 새해에는 여러분 모두 좋은 수확이 있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경호도 거의 없었고 자연스럽게 인민들과 소통하고 따뜻하고도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반면 시진핑 주석의 설날 풍경은 어떠했을까? 시진핑은 지난 2월 3~5일 귀주(貴陽)성을 시찰했다. 마스크도 시진핑 뿐 아니라 수행원 모두가 확실하게 착용했다. 당시 관영 언론들에서는 시진핑의 귀주성 시찰을 보도하며, 귀양시 아파트단지와 시장에서 설을 준비하는 주민들의 분주하면서도 들뜬 모습을 비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에는 경계령이 발동되어 아무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아예 단지를 폐쇄한 것이다. 시진핑을 환영하는 거리의 인파와 시장의 주민들은 모두 관료들이 동원한 연기자들이었다. 시진핑 주위에 경호원으로 짐작되는 사람들만 40여명이었고 이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이것이 민심이다. 이런 중국 인민들의 마음을 아무리 강한 권력이라고 쉽게 덮을 수 있을까? 군주민수(君舟民水)라 했다. 임금은 배, 백성은 강물과 같아서 강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이 중국이라는 공산주의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 보는가?


그런 의미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있어서 2021년과 2022년은 그야말로 위기의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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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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