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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2-22 16: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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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측이 문재인정부에 미국과의 대화를 요청할 때 미국의 우호적 분위기 조성을 요구했지만 이를 감지한 미국이 이를 거부하고 강력한 대북압박 모드로 나오자 미국과 만나봤자 이득이 없을 것임을 지레 짐작하고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로는 미국을 굴복시키려는 의도가 먹히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를 활용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러다가 미국이 진짜 결심을 하게 되면 문재인 정부의 앞날도 순탄치 않게 될 것이다. 


미국 펜스 부통령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등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비밀 회동을 하기로 했다가 회담 직전 북한측이 발을 빼 회담이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담은 북한이 먼저 “미국과 만나겠다”고 제의해 왔고, 우리 정부가 주선하여 어렵게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했던 것이고 문재인정부는 이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미북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어렵게 이루어진 미북대화가 미국측도 아닌 북한측이 걷어참으로써 불발되고 말았다. 

북한은 왜 그랬을까? 자신들이 먼저 회담을 하자고 해 놓고 왜 회담을 포기했을까?


몇가지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북한측이 문재인정부에 미국과의 대화를 요청할 때 미국의 우호적 분위기 조성을 요구했지만 이를 감지한 미국이 이를 거부하고 강력한 대북압박 모드로 나오자 미국과 만나봤자 이득이 없을 것임을 지레 짐작하고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측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문재인 정부를 통해 미국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 곧 언제든지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 과시를 함으로써 미국이 조금은 고개를 숙여 대화 모드로 나올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평창올림픽 개막 직전에 대규모의 열병식을 함으로써 미국에 겁을 줘 보자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올림픽 직전의 열병식이 오히려 미북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문재인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일부분 약화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북한은 열병식을 통해 보여줄 건 다 보여준 바 있다.


▲ 2월 9일 강원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위원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대화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문제는 이러한 북한의 태도에 대해 미국이 보인 반응은 강공 일변도였다. 

펜스부통령은 일본을 거쳐 한국에 오면서 강력한 대북압박 의지를 굳히지 않았고 비핵화가 없는 대화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보여 주었다. 

북한에 조금이라도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북한의 큰 오산이었다. 오히려 북한의 인권 문제를 더 강하게 제기했고 미국의 군사적 압박은 더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지한 북한이 미국과 만나봤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판단을 하고 발을 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 번째로는 미국을 굴복시키려는 의도가 먹히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를 활용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 입장에서는 일단 시간을 버는게 급선무다. 여기에 남쪽의 도움을 받아 경제적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극복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고자 했을 것이다.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문재인정권은 얼마든지 자신들의 수중에서 가지고 놀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른 시일 내에 평양에 오시라”고 남북정상회담 메시지를 쑥 던져놓고 떠난 것이다. 

북한은 아마도 이 카드를 제시하게 되면 남쪽이 무조건 응할 것이라고 봤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카드는 미국의 군사행동마저도 덮을 수 있는 최상의 카드로 생각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는 핑계로 화해무드 조성에 특사가 오고가는데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수 없지 않겠냐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한때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한미군사훈련의 재연기도 검토를 했고, 심지어 중국에서 건너온 식당 여종업원의 북송까지도 카드로 들고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국무총리의 국회답변에서 그렇게 요리조리 빼는 두루뭉실한 답변을 한 것이 아니겠는가?


문제는 미국의 강경한 태도에 이 카드의 출구가 막혀 버렸다. 

미국은 한미군사훈련을 한국이 연기하자고 나온다면 미국단독으로라도 진행하겠다는 통보를 해 왔다. 이 말인즉슨 한국 정부와 관계 없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괌주둔 미군, 본토 미군이 북한 공격훈련을 하겠다는 통보였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한미동맹은 끝장나는 사태가 올 수도 있고, 이렇게 하여 만약 북한을 공격하고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몰고 온다면 문재인 정부마저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지금 손도, 가슴도 떨리는 결정을 앞에 두고 만지막거리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북한과 미국 양쪽 사이에서 칼춤을 추고 있다. 그것도 아주 무딘 칼로 말이다. 그것도 서로에게 잘 보이려는 억지 웃음을 띄면서 말이다. 


어설픈 대북정책으로, 그것도 북한의 숨은 뜻을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억지 해석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가 위태롭기만 한다. 

이러다가 미국이 진짜 결심을 하게 되면 문재인 정부의 앞날도 순탄치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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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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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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