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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2-12 03: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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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호기심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배울 수 있다.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 온 우주를 마음 속 깊이 빨아들인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호기심은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지만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맹자에 적자지심(赤子之心)’이라는 말이 나온다. 갓난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이 대인이라는 의미이다. 이를 빗대 가야금 명인인 황병기는 권위가 생기고 지위가 높아질수록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린 아이 같은 마음을 가져야 배우고 싶어 하고 그것이 진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기심을 잃어버린 사람은 이미 마음이 굳어 있고, 인생도 재미없어진다. 호기심이 줄어드는 만큼 세상이 지루해지기 때문이다.


뭔가 일가를 이룬 이들을 보면 거의 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도 가장 위대한 업적은 라는 아이 같은 호기심에서 탄생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 속 어린아이를 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소위 꼰대가 된다고 한다. 왜 그렇게 변할까? 단적으로 호기심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생각이 굳지 않는다. 항상 (why?)’를 묻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적 탐구에 게을리 하지 않게 되고 새로운 세계에 도전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꼰대로 변할 수가 없다. 옷을 입는 것만 해도 꼰대꼰대답게 입는다.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사라지면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도 줄어들고 그래서 당연히 시도하는 것조차 사라진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없으니 인생이 그저 답답하게 흘러가는 것이다.

▲ 영화 인턴의 포스터. 로보트 드니로는 꼰대가 아닌 아재로 사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돈이 많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특히 호기심이 사라질 때 위험하게 변해간다. 주위를 돌아봐도 뭐 할 일이 없으니 딴 짓을 하는 것이다. 마음이 굳어진다는 것은 곧바로 머리 또한 굳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어찌 아재가 될 수 있겠는가?

 

1980년대 초에 천재 원숭이 칸지가 영어를 배우고 있다는 소식에 세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 언어연구소에서 20년 넘게 언어 훈련을 받은 칸지는 1천개 가량의 영어 단어에 그림문자까지 이해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당연히 인간과의 소통도 어느 정도 가능했다. 그런데 이 칸지가 인간과 다른 게 하나 있었다. 칸지는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 수많은 단어들을 말했지만 딱 한 단어, ‘(why)’를 묻지 않았다. 왜 존재하는지,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한 질문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칸지와 인간의 궁극적인 차이였다. 결국 라는 호기심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원천이 된다는 의미인 것이다.

 

불행한 것은 디지털 시대에 돌입하면서 라는 질문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뭐든지 쉽게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강 다리를 지나면서도 아치형 철교가 보이면 예전에는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를 생각했다. 그러면서 궁금해 했다. 가끔은 잠을 자다가 갑자기 그 답이 생각나서 아하!’를 외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하지 않는다. 인터넷 검색 포털에 들어가서 물어보면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날이 갈수록 현대인들은 단순해져간다. 다양성의 시대인데도 다양성이 사라진다. 인터넷 포털의 지식이나 자신도 모르게 마음 속, 그리고 머리 안을 지배하고 있는 광고, TV 등의 미디어가 심어준 그 무엇들이 를 생각할 여유도 주지 않고 답을 말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정치문화에도 반영된다. ‘그 정치인을 지지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좋아 한다. 또 남들이 다 그러니까 좋아하기도 하고, 요즘 트렌드에 따라서 선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줄서서 따라가기는 하지만 왜 자신이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사려가 없다. ‘를 묻지 않았으니 지식도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한 경박성이 지금 이 사회를 병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를 이끌어 온 수많은 과학의 발견은 우연의 사건에 지식과 호기심이 결합되면서 일어난 역사이다. ‘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생각하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바보로 살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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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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