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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2-06 10: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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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 회장으로서 잘못 결정한 것과 그 때문에 회사가 얼마나 손실을 보았는지부터 설명
-한국 기업들, 진실보다 체면과 권위 우선 생각하는 사고방식과 문화 때문에 실수 인정 드물어
-영화 <대부>에 등장하는 마피아조차 “내 보스는 좋지 않은 소식은 즉각 듣기를 원한다” 발언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은 억만장자이면서도 정직(Integrity)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의 연례총회 연설은 다른 회장들의 연설과 시작부터 다르다. 다른 회장들은 보통 지난 일 년간 회사가 얼마나 공을 세웠는지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그러나 버핏은 서두에서 지난해에 그가 ‘회장으로서 잘못 결정한 것들이 무엇이고, 그 때문에 회사가 얼마의 손실을 보았다던지, 어떤 좋은 기회를 놓쳤는가’ 설명하기 시작한다. 다른 ‘지도자’들이 자신의 실책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거나 인지하는 일은 가뭄에 콩나기보다도 희귀한 일이다.

 

▲ “내 보스는 좋지 않은 소식은 즉각 듣기를 원한다.”


한국의 대학에서 가르치면서, 한영 언어센터(Bilingual Office) 책임을 맡은 적이 있었다. 당시 새로 세워진 어느 기관에서 번역 감수 요청이 들어왔는데, 기관의 영문 이름이 잘못되어 있었다. 그 점을 지적해주니,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바꿀 수는 없단다. 왜? 이미 그 이름을 사용해왔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이미 요청 받은 번역 감수는 물론 미래 요청도 모두 거절하겠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틀린 것을 고치겠다고 동의하였다.

 

한국의 유명한 대기업에 초청받아 갔는데, 나를 따로 불러 강당 같은 곳으로 데리고 가, 입구에 붙어있는 영문 이름을 가리키며, 맞는 표현인지 내게 물었다. 내가 “맞지 않은 표현이니 바꾸도록 하라”고 제안하니, 한숨을 내쉬면서 바꿀 수 없단다. 여러 해 그렇게 사용했기 때문이란다. 자신들도 미심스러워 내게 일부러 확인하고도, 고치려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진실보다 체면과 권위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과 사회 문화 때문이리라.

 

실수가 실수가 아니고, 실수를 개선하지 않는 것이 진짜 실수이다.

 

미국 사람들이 어떤 일의 결과를 보고할 때, 흔히 “좋은 소식부터 듣겠느냐, 나쁜 소식부터 듣겠는가?”고 묻는다. 사람들은 보통 좋은 소식부터 듣겠다고 응답한다. 좋은 소식듣기 좋아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지만, 훌륭한 지도자는 나쁜 소식부터 듣기 원해야 한다. 그래야 보다 신속하게 문제해결 방안을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피아 단의 두목도 그러하다. 영화 <대부(代父, The Godfather)>에서 마피아 두목의 손발인 변호사가 두목의 명을 받고 상대편 마피아와 만나 협상하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게 되자, 당장 가방을 싸서 떠나려 했다. 상대방이 잠시 더 있다 가라고 권하자, 변호사는 “내 보스는 좋지 않은 소식은 즉각 듣기를 원한다”고 대답하고 떠난다.

 

진실보다 체면과 권위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과 사회 문화를 훌훌 벗어 던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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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niel Suh '제3의 길' 칼럼니스트 Daniel Suh '제3의 길' 칼럼니스트의 다른 기사 보기
  • 한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1974년에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자녀들 키우고 재무경제학을 공부하였다. 미국 산업계와 학계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다가, 2010년부터 포항공대에서 가르치고 연구하고 2017년에 은퇴했다. 지금은 미국에서 경제를 비롯해 교육, 사회(governance, ethics, and leadership), 문화(culture), 혁신(social and technological innovation) 등 공부를 하면서 인생 ‘제2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 암행어사처럼 사회의 악행을 제거하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인본 중심의 사회문화 형성을 위한 어린 꿈을 향해 정진 중이다. 이를 위한 좌우명은 진리(목표), 사랑(동기), 양심(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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