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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2-02 16:5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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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 “정직 없다면 에너지와 지성도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해악이 된다.”
-거짓 출장서 서명 거절, 해고 당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조직의 절대적 신임 얻어
-한국은 모두가 부정직하게 행동한다는 전제하에 규정들 만들어… 자업자득 자승자박 아닌가


내가 아는 외국 출신 미국의 국제경제학 교수는 자기가 자란 나라는 제외하고 다른 나라의 국제경제에 대한 연구만 한다. 왜 그럴까? 자기가 자란 나라의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 수치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에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가기 전에, 나는 사설 경제연구소의 말단 연구원으로 잠깐 일한 적이 있었다. 그 연구소는 당시 경제기획원과 상공부 연구 프로젝트들을 주로 수행하고 있었다.

 

하루는 내 부서의 부장이 내 앞으로 오더니, 서류 몇 장을 내밀었다. 뭔가 하고 들여다 보니, ‘출장명령서’라는 큰 제목이 보이지 않는가? ‘나더러 출장을 가라는 것인가’ 하고, 자세히 들여다 보니, 출장 날짜가 그 지난주였고, 출장도 이미 끝난 것으로 적혀 있었다. 그 뿐인가? 출장 비용도 자세히 적혀 있었고, 총 출장비까지 합산되어 있었다. 남은 절차는 출장인의 서명이었다. 내가 출장인으로 되어 있으니, 나보고 사인하라는 것이다.

 

내가 딱 잡아떼고 거절하자, 부장이 당황하면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더니, 자기 책상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떼 사회 초년생인 나는 처음으로 사회의 부패상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꿈속에서 ‘사회가 부패하다고 짐작은 했으나 너무하다. 너무하다’ 하면서 잠결에 주먹으로 벽을 치기도 했다..

 

내가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우리 학교에 미국의 억만 장자인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이 와서 연설을 했다. 그는 원칙을 지키고, 검소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연설 서두에서 그는 “성공적이고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세 개의 자질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워렌 버핏은 원칙을 지키고, 검소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첫째,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둘째, 지성(intelligence)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자질들이다. 그는 잠깐 멈추더니, “셋째 자질이 없으면, 처음 두 개의 자질이 당신을 잡아먹을 것이다”고 단언하였다.

 

“그것은 정직(integrity)이다”고 그는 선언했다.

 

그 이후 나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칠 때, 기회 있을 때마다 이 이야기를 나눈다. 학생들과 만나는 첫 강의 때 이 이야기를 간단히 하고 “여러분이 이번 학기에 배울 것들을 나중에 다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이 교훈만은 반드시 기억하고 실 생활에서 실천하기 바란다”고 부탁한다. 그러고 마지막 강의 때 이 이야기를 반복하고, “이번 학기에 배운 것들을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이 교훈만은 기억하고 실 생활에서 실천하기 바란다”고 다시 부탁한다.

 

우리 어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하나 더 하려고 한다. 어느 청년이 동네 가게에서 일하게 되었다. 첫날 출근하니, 주인이 어떻게 하면 손님들을 속여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는지, 부정직한 방법을 청년에게 가르쳐 주었다. 청년이 그 지시에 따르지 않겠다고 말하자, 주인은 그 자리에서 청년을 해고했다. 청년은 돌아가려고 가방을 챙기면서 주인 에게 말했다. “주인님 지시대로 하는 종업원은 주인님 등뒤에서 주인님도 속일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주인은 청년에게 사과하고, 가지 말고 여기서 자기와 함께 일해달라고 말했다.

 

거짓 출장서에 서명하기를 거절하고, 나는 속으로 ‘이제 나는 해고당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했던 것과 다른 일이 일어났다. 거짓 출장서에 서명하기를 거절한 덕분에 회사는 내 말은 거짓이라도 믿을 정도로 나를 신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내가 느낀 것은, 정직이 부족한 세상에서 정직은 높은 가치를 갖는다는 것이고, 세상이 부정직할수록 더욱 더 정직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한국 대학에서 가르치고 연구하면서, 한국은 모두가 부정직하게 행동한다는 전제하에 규정들(regulations)이 세워져 있음을 발견한다. 매우 비능률적이고 바람직하지 않은 관행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자업자득, 자승자박이다. 연구비가 흔히 정직하게 쓰여지지 않기 때문에 시시콜콜 감사가 필요하게 되었다.

 

정직(integrity) 하나만으로 성공하거나 행복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정직하지 않고서는 성공하지도 행복하지도 못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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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1974년에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자녀들 키우고 재무경제학을 공부하였다. 미국 산업계와 학계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다가, 2010년부터 포항공대에서 가르치고 연구하고 2017년에 은퇴했다. 지금은 미국에서 경제를 비롯해 교육, 사회(governance, ethics, and leadership), 문화(culture), 혁신(social and technological innovation) 등 공부를 하면서 인생 ‘제2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 암행어사처럼 사회의 악행을 제거하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인본 중심의 사회문화 형성을 위한 어린 꿈을 향해 정진 중이다. 이를 위한 좌우명은 진리(목표), 사랑(동기), 양심(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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