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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정교모, 박원순 서울시장의 자살 사건에 대한 입장문 - "자살로 모든 걸 덮는 악순환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성명
  • 기사등록 2020-07-13 11: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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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의 자살 사건에 대한 입장문]


자살로 모든 걸 덮는 악순환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자살로 생을 마무리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식이 오늘 거행된다. 지상에서 누렸던 모든 영광, 모든 힘, 그 어떤 아름다움도 이 땅에서는 죽음과 함께 끝난다. 그래서 인간은 그 어떤 죽음 앞에서건 삶의 허무를 느끼게 된다. 그런 점에서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도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고 유족에게 위로의 뜻을 표한다


그러나 오늘 국민과 서울시민의 우려와 반대 속에서 거행된 시민장의 형식, 고인의 죽음의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여비서에 대한 성추행 혐의가 “공소권없음”으로 처리된 사실, 그리고 고소인에 대한 공격성 비난 등을 놓고, 남은 자들이 성찰해야 할 반성과 미완의 과제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더 이상 사회지도층, 유력인사들이 살신성인(殺身成仁)이 아니라 진실을 감추고, 사법적 정의를 무력화시키는 살신은닉(殺身隱匿)을 위해 생명을 버리는 현상이 드물지 않게 된 현실을 개탄한다. 지상에서 영광을 누렸다면, 하늘이 준 생명이 있는 한, 그 욕됨도 연약한 한 인간으로서 짊어지고 맞서고 진솔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타인을 위해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했던 사람들, 지도자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 그 언행이 만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명 경시의 풍조까지 조장할 수 있는 이런 개탄스러운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이면에는 죽음을 끝으로 모든 것을 함구할 뿐 아니라, 나아가 정략적으로 미화(美化)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정서와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이제는 단호하게 이 악습을 끊고, 자신과 타인의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 진실에 대한 예우, 사법적 정의의 엄정함을 보여줄 수 있는 전환이 필요하다. 이것은 남은 자들, 살아 있는 자들이 해야 할 시대적 상속 정리이기도 하다. 이에 우리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매듭지음과 동시에 남은 자들이 해야 할 일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국회는 가칭  <범죄연루자의 자살에 따른 수사 계속 및 장의 예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범죄연루자는 ‘공소권없음’에 구애되지 않고 수사를 계속토록 하고, 각종 공적 지위에 있는 자들의 자살은 예우의 대상이 되는 ‘사망’에서 제외하여야 한다. 


둘째, 각종 정황을 보면 박원순 시장이 자살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자신에 대한 고소사건의 진행과 그 정도를 상세하게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동기인 것으로 파악된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미 보고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청 수뇌부, 아니면 다른 쪽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고소사건의 전말을 전달하였다면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이 점에 관하여 검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한다. 


셋째, 정부는 익명 뒤에 숨어서 고인에 의해 성추행을 당한 피해 여성에 대한 집단적 2차 가해를 일삼는 자들을 색출하여 엄벌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라. 


우리는 이상의 요구들이 인간의 양심과 상식에 부합함은 물론 최소한 한국 사회 시민운동의 길에 앞장 서 왔던 고인의 유지에도 부합하는 길이라 믿는다.


2020. 7. 13.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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