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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대남 군사행동 보류, 김정은이 꼬리 내린 이유? - 항공모함 3척 전진 배치, 주일미군 F-35A 코끼리걸음 과시 - 군사적 압박에 이어 군사옵션 가능성 위기감, 결국 꼬리내려 - ‘핵전쟁 억제력’ 아닌 ‘전쟁억제력’으로 용어 사용한 것 주목할 필요
  • 기사등록 2020-06-24 13:27:43
  • 수정 2020-06-24 15:5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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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이 대남군사행동 계획을 전격적으로 보류시켰다. [사진=KCNA]


[김정은, “대남 군사행동계획 보류” 지시]


북한 김정은이 여동생 김여정 지시로 진행되던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전격적으로 보류시켰다.


김정은은 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 7기 5차 '예비회의'를 화상회의로 열면서 "조성된 최근정세를 평가하고, 총참모부가 제기한 대남군사행동계획들을 보류"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24일 보도했다.


▲ 6월 24일자 노동신문 1면 기사


노동당 중앙군사위 리병철 부위원장과 일부 위원들이 참여했다는 이 화상회의에서는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회의에 상정시킬 주요 군사정책 토의안들을 심의하였으며 본회의에 제출할 보고, 결정서들과 나라의 전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들을 반영한 여러 문건들을 연구”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이러한 결정은 김여정의 지시를 받은 북한군 총참모부가 지난 16일과 17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등의 대남 군사행동을 할 것이고, 구체적 계획을 세워 중앙군사위의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발표한 것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이날 발표로 인해 북한군의 군사행동은 당분간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회의를 연 사진이나 증거자료는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더불어 노동신문은 연일 대북전단과 관련해 대남 비방을 하던 것과는 달리 관련 기사가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조선중앙통신도 24일자 기사에는 노출되지 않았다. 특히 대남 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대남 비방 기사를 싣던 기사란을 아예 삭제해 버렸다. 단지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만 대북전단과 관련해 탈북자들을 비방하는 기사를 6꼭지 정도 실었을 뿐이다.


23일의 김정은 지시로 인한 북한의 국면 전환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김정은이 ‘대남 군사행동계획’ 보류를 지시하며 꼬리를 내린 이유?]


그렇다면 기세가 등등하던 북한이 왜 이렇게 갑자기 꼬리를 내리면서 국면전환을 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강경한 군사행동 때문이다.


▲ 현재 미국의 항공모함 위치 [사진=USNI]


*미국의 군사행동1: 항공모함 3척 전진 배치


사실 북한 김정은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 그리고 김정은이 자다가도 깜짝 놀랄 정도의 최대 위협은 항공모함 3척의 집결 소식일 것이다. 원래 항공모함 3척이 모이면 언제든지 전쟁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신호로 군사전문가들은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지난 2017년의 ‘화염과 분노’ 시기와 같이 미국의 항공모함 3척이 한반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집결했다는 것은 북한에게 엄청난 충격파로 다가왔을 것이다.


미국의 항공모함은 원래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해군기지가 모항인 로널드레이건함(CVN-76)만 배치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북한발 위기가 고조되고 미중 양국간 갈등도 고조되면서 2개의 항모타격단이 추가로 배치된 것이다.


이로써 미국이 보유한 해군 전력 106대 중에서 무려 63대가 7함대 소속으로 배치되면서 전력을 대폭 증강시킨 셈이 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로널드레이건함(CVN-76)은 제5항모비행단과 제15구축함대와 함께 제5항모타격단을 이루고 있으며, 루스벨트함(CVN-71)은 제23구축함대와 제11항모비행단과 함께 제9항모타격단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니미츠함(CVN-68)은 제9구축함대와 제17항모비행단과 함께 제11항모타격단을 구성하고 있다.


▲ 필리핀 인근에서 훈련중인 루스벨트 항모전단 [사진=미 해군]


제9항모타격단의 기함인 루스벨트(USS Theodore Roosvelt)함은 지난 1월에 작전 배치된 후 4월에 코로나19가 함내에서 발생하면서 괌으로 귀환했다가 이번에 다시 배치됐다.


또 11항모타격단의 기함인 니미츠(USS Nimitz)함은 지난 6월 8일 샌디에이고를 떠나 이번에 필리핀 인근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 항공모함들이 한반도 주변으로 몰려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특히 문재인 정권 등장 이후 미국에 전략자산의 전개를 반대해 왔기 때문에 미국은 아예 한반도 인근에 항공모함을 전개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번 7함대에 3개의 항모타격단 배치가 꼭 북한의 군사적 위협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단 이러한 그림 자체가 북한에게는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가 점점 불투명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난국 타개를 위한 군사옵션 카드도 검토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에게는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했을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투입된 루스벨트함과 니미츠함은 현재 필리핀 인근 해역에서 작전 활동 중인데, 북한의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17년 11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레이건, 루스벨트, 니미츠 등 항모 3척이 동해 한국작전구역(KTO)에 동시 진입해 우리 해군과 연합 훈련을 한 바 있다.


▲ 미 해군의 차세대 인디펜던스 급 연안전투함(LCS) 캔자스시티 호[사진=미 해군]

이러한 항모 3척의 활동과 별개로 미 해군이 22번째로 건조한 차세대 연안전투함(LCS)인 인디펜던스 급 '캔자스시티' 호를 태평양함대에 배치했다고 VOA가 23일 보도했다.


호위함으로 분류되는 연안전투함은 적성국 연안에서 디젤식 잠수함, 기뢰, 고속정에 대처하면서 합동군의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설계됐다.


이번 배치로 태평양함대는 총11척의 인디펜던스 급과 2척의 프리덤 급 연안전투함을 보유하게 됐다고 VOA는 전했다.


이 연안전투함은 다른 방공시스템이 요격에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최후의 근거리 방어수단으로 활용되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헬리콥터와 무인기, 그리고 대함미사일인 Block 1C 하푼 탑재 능력도 갖췄다.


이번 연안전투함의 한반도 인근 배치로 인해 북한의 해상 전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주일미군의 코끼리걸음 훈련 [사진=일본 방위성]


*미국의 군사행동2: 미군 항공기의 코끼리훈련 전격 공개


이러한 항공모함 3척의 전개와 함께 북한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 지난 22일 발생했다. 바로 일본의 미사와 기지에서 주일미군 제35전투항공단과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제302비행대와 함께 수 십대의 F-35A를 동원한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코끼리 걸음)’을 실시했는데 김정은더러 보라는 듯 이를 트위터를 통해 전격 공개한 것이다.


미군은 지난 4월 13일에도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B-52 폭격기를 비롯한 10여 기의 폭격기·공중급유기·무인정찰기들이 활주로에서 한 줄로 이동하는 ‘엘리펀트 워크’를 하는 무력을 과시하면서 그때도 사진을 공개했었다.


이번에 일본에서도 무력시위를 한 ‘엘리펀트 워크’는 전투기들이 짧은 간격을 두고 잇따라 이륙하기에 앞서 열을 지어 활주로를 이동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적국에게는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가는 효과를 갖는다.


지난 1월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The National Interest'는 미 공군이 F-35A 스텔스 전투기로 역대 최대 규모의 집단 시위를 벌였다고 사진을 공개하며 ‘이란과 북한에는 최악의 악몽'이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당시 사진에는 섬뜩한 모습의 F-35A 전투기 52대가 4대씩 13열로 줄줄이 출격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찍혔다. 당시 힐 공군기지에서 실시한 '코끼리 걸음' 훈련에 참가한 F-35A 전투기 52대는 약 30초 간격으로 잇따라 이륙해 30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완전한 전투 수행 능력을 과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북한 코 앞의 일본에서 김정은이 소스라치게 놀랄만큼의 위협적인 무력시위를 미군이 한 셈이다.


아마 김정은이나 북한 군부가 주일미군기지에서 실시한 F-35A의 ’코끼리걸음‘을 봤다면 ’대미항전(對美抗戰)‘ 따위의 망상은 순식간에 포기했을 것이다.


▲ 미군 전략사령부(USSTRATCOM)가 공개한 핵공중지휘기 E-4B의 훈련 장면[사진=미 전략사령부]


*미국의 군사행동3: 미군의 핵심 전략무기의 한반도 투입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핵공격을 위협한 날 미군 전략사령부(USSTRATCOM)가 핵공중지휘기 E-4B의 훈련 장면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나이트워치' 또는 '심판의 날 항공기(the doomsday plane)'란 이름으로도 불리는 E-4B는 핵전쟁 시 공중에서 전쟁을 지휘하기 위한 목적의 항공 지휘관제소 역할을 한다.


이 뉴스가 나오자 외교가에서는 “2018년 이후 좀처럼 보지 못할 것 같은 항공기가 다시 공개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만큼 위협적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과시는 결국 북한이 한국을 향한 ‘서울 불바다’ 공세는 물론이고, 미국을 겨냥한 핵 공격 가능성까지 꺼내들자 미국이 평양에 ‘더 이상 선을 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뿐 아니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현존 최고의 폭격기인 B-52도 시시때때로 북한 인근을 비행하며 위협하고 있다.


23일 군용기 추적 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스폿에 따르면 북한이 대남 확성기 재설치에 나선 다음 날인 22일 알래스카 아일슨 기지를 이륙한 B-52 전략폭격기 2대가 일본 열도 인근 태평양 상공을 거쳐 필리핀해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언제든지 한반도 상공으로 진입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16일) 직후인 17일과 19일에 이어 3번째다.


미군 정찰기의 한반도 상공 비행은 이젠 다반사가 됐다. 북한 전역 감시를 위해 심지어 미 공군이 단 2대를 보유한 컴뱃 센트(RC-135U) 정찰기까지 동원됐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전역을 샅샅이 훑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김정은, 미국 향한 도발 힘들 것]


결국 김정은이 꼬리를 내렸다. 그것도 얼굴도 보여주지 않은 뉴스를 통해 완전히 고개 숙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북한의 다른 매체도 아닌 전 인민들이 다 볼 수 있는 노동신문을 통해 그렇게도 설레발치면서 대남 보복 및 대미항전을 외쳤으면 당연히 뭔가 군사적 도발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아예 꼬리를 내려 버린 것이다.


심지어 대남전단 살포는 물론이고 이미 설치를 시작했던 대남 확성기마저도 다시 철수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김정은이 태도를 돌변해 고개를 숙인 가장 큰 요인은 역시 미국의 강력한 군사대응 때문이다. 또한 대남도발을 하게 될 경우 친북적이던 문재인정권이 어쩔 수 없이 다시 한미동맹 강화라는 카드를 통해 안전을 보장받으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한으로서는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문재인 정권더러 미국 눈치보지 말고 ‘우리민족끼리’ 교류차원에서 대북지원을 하라고 요구해 왔고, 이에 대해 집권세력도 호응했지만 결국 미국과의 공조 없는 대북지원 조치들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북한은 다시 확인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서의 승리가 희박해질수록 대북 강경책을 쓰게 될 가능성이 있고 결국 군사적 옵션까지 감행하는 빌미를 북한이 제공해 줄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하게 된 것이 김정은이 꼬리를 내리게 된 배경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 관점에서 노동신문이 24일 보도한 내용 가운데 그동안 대미항전을 말하며 써 오던 ‘핵전쟁 억제력’이 아닌 ‘전쟁억제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5월의 당중앙군사위에서 보인 초강경 자세보다 한층 완화된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핵무기를 통한 대미항전 의지를 슬며시 삭제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정은은 결국 일단 ‘대남군사행동계획들을 보류’했다. 물론 사소한 도발을 앞으로도 하기는 하겠지만 당분간 국제적 시선을 끌만큼의 도발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을 향한 SLBM도발 역시 함부로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지금의 대내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갈 수 있을까? 김여정을 내세워 강공 자세를 보여 주었지만 어쩔 수 없이 김정은 본인 이름으로 후퇴는 시켰는데 그렇다고 뾰쪽한 수가 없는 것이 지금의 김정은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은과 남쪽의 대통령 역시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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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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