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20-04-16 16:09:58
  • 수정 2020-04-17 10:40:14
기사수정


▲ 이화동주민센터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인근 예술의 집에서 벽에 부착된 제21대 국회의원 종로구 후보자들의 선거 벽보를 제거하고 있다.[서울=뉴시스]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보수우파의 참패로 끝났다. 그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사회주의 체제로 향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국민들의 무책임을 탓하는 견해도 있고, 황교안대표가 우파 태극기 세력을 배척한 데 대한 책임론도 등장한다. 막판에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영입한 꼼수가 먹히지 않고 반감만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선거 막판에 터진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관련 막말 발언이 수도권 민심을 등지게 했고, 코로나 19 사태 관련 여론전과 집권세력의 현금살포 정책에 원인을 돌리는 견해도 있다. 이 판국에도 보수우파 결집을 다시 외쳐대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런 단편적 분석 말고 종합적 시각이 필요하다. 교훈부터 도출해야 한다. 국민의 개혁의지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항상 뒷북만 칠뿐이라는 사실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좌우이념의 시대는 30년 전부터 이미 저물었다. “빨갱이 프레임”은 더 이상 먹히지 않고, 이걸 들먹이는 주체가 꼴통 우파라는 이미지만 각인시킨다. 진보 대 보수 프레임도 적어도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먹히지 않는다. 소위 보수라고 자신을 부르는 사람들과 진영이 이미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 버린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가 입증한 것이다.


지금 정권이 얼마나 많은 정책실패를 했고, 거짓 정책들로 국민을 속이기까지 하면서 연극정치에 몰두했는지 알만한 국민들은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세력에 압승을 가져다준 국민의 눈높이를 깨달아야 한다.


역사상 가장 빠른 자본주의화와 경제성장을 거둔 한국이다. 그에 따른 부작용도 크게 발생했다. 이제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과 사회 안전망을 갖추려는 노력을 본격적으로 기울여야 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그동안 보수우파의 연합체제 속에서 기득권을 누려왔던 세력의 근본적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보수우파진영은 지금 진행 중인 적폐청산이 부당하니 자신들이 집권하면 이를 되돌려주고 시장경제 질서를 회복하겠다는 메시지만 외쳐댔다. 과거 복귀적 시각과 대안으로 미래를 재단하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했다.


좌우이념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고, 인간성 회복과 문제해결의 시대가 펼쳐져 있다. 그럼에도 과거의 정치논리를 갖고 미래세대를 설득시키려했던 것 자체가 패착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지 못하는 정치집단의 말로다.


이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앞장섰던 진보진영 스스로가 민주주의를 30년 뒤로 후퇴시켜서라도 개혁을 완성하라는 국민적 명령을 접수하게 됐다.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져오던 진보의 양심과 진정성이 지금 정권하에서 한꺼번에 무너졌는데도 말이다.


거짓과 허위정치, 조국스러운 위선의 정치로 인해 자기 진영 내부에서조차 치유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권위주의를 무너뜨리고 보통사람과 소통하겠다는 진보 정치가 이제는 권위주의를 오히려 높이고 반대진영을 문화혁명과 같은 집단 포퓰리즘의 완력으로 적폐로 몰아가서 죽여 버리는 정치가 되어버렸다. 자신들이 그렇게 비판하던 군사독재에 버금가는 권위주의적 전체주의 체제를 구축하면서까지 말이다. 괴물을 잡겠다며 스스로가 괴물이 되어버린 걸 합리화했다. 그런데도 지금 국민은 보수의 아성을 철저히 무너뜨려 개혁을 완성하라고 주문한다. 개혁 자체를 추진하는 게 중요하니, 실제로 개혁목표를 달성하게 될지 여부는 뒷전이다.


자주외교, 자주국방, 소득불평등 개선, 재벌개혁, 국민과의 소통, 한반도 비핵화.... 그동안 꼴통 보수우파에 막혀 외칠 엄두도 못났던 구호들을 마음껏 외쳐대는 것만으로도 국민은 행복하다. 실제로 부의 불평등이 오히려 심화되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또 다른 외세에 굴종하는 외교와 국방이 기다리고 있고, 비핵화는 점점 더 물 건너가더라도 지금은 진보적 외침이 중요하단다.


이제 권위주의적 전체주의 바이러스가 러시아의 푸틴, 중국 시진핑, 한국의 문재인과 조국으로 연결되어 퍼질 것이다. 이미 사법부, 검찰, 경찰을 비롯한 권력기관과 언론, 외교, 교육분야는 청와대의 상명하달식 권위주의와 전체주의적 문화통제 메커니즘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제 입법부마저 장악했으니 공고한 법제화의 길로 치닫게 된다.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로 가는 한국사회, “진보진영이 구축하는 권위주의적 전체주의” 하에서 공권력은 끊임없이 반대자들을 색출해내며 자신의 존재의 당위성을 재창출해낼 것이다. 친미•반미, 친일•반일, 반인권•인권, 재벌•서민, 원자력•탈원전, 경제성장•분배, 반조국•조국수호 프레임들은 이미 친숙하다.


진보적 권위주의의 철저한 지배는 경제성장의 저하와 재정파탄으로 연결되고, 때때로 던져주는 사탕발림에 국민들 다수가 유린당하면서도 “더불어 사는 사회”의 심리적 안정감은 상당한 정치적 시간을 벌어주게 된다. 진보적 전체주의의 정책성과가 지속가능성이 결여된 일시적 안정임이 드러나고, 그런데도 이를 계속 추진하는 것이 자신들의 진영강화와 영구집권을 위해서라는 점이 명백해질 때까지 말이다.


이미 조국 반대 여론은 한국의 시민사회가 깨어있다는 걸 입증했다. 아무리 언론과 권력기관을 장악하고 개혁의 논리를 확대재생산해낸다고 하더라도, 한국인의 자유시민 의식은 깨어나기 마련이다.


나는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이 완전히 사회주의화 된다”, “중국에 종속된다”는 등의 이야기는 믿지 않는다. 좀 더 길게 보면, 꼴통 보수우파 정치가 막을 내리고 진정한 보수의 가치가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일 뿐이다.


거짓과 허위 정치 시대를 보내고, 진정성 있는 책임정치만이 국민의 표를 얻는 시대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꼴통 보수와 사이비 진보는 공히 철저히 무너져야 한다. 이제 그 반만 달성됐을 뿐이다.


*최원목 객원 논설위원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592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