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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3-02 05:39:08
  • 수정 2021-04-27 10: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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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함마메트 포스터와 스틸 컷


‘마니폴리테(깨끗한 손)’가 주제인 이탈리아 영화 “함마메트”가 유럽에서 연일 대성황이다.


이 영화는 27년전 세계를 진동시킨 부패사정의 영웅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검사와 정치거물 베니토 크락시전총리가 주역이다. 크락시는 부패사정을 피해 튀니지에 망명했다가 21세기초 객사했다.


튀니지의 소도시 ‘함마메트’에는 크락시의 묘가 있다. 그의 딸이 주연인 이 영화는 죽기전 “고향을 보게 해달라”는 청원을 단호하게 거부해 부패정치인에게는 사면이 없다는 디 피에트로검사의 수사과정이 묘사되어 ‘크락시’의 망령을 불렀다는 평이 나왔다.


최근 한국언론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디 피에트로와 비교하며 한국의 부패사정영웅으로 평하는 글이 등장하고 있다. ‘마니폴리테“를 직접 취재보도한 유럽특파원인 필자는 윤총장의 ’영웅화‘ 기류를 감지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의 진정한 수호자”이기 때문이다.


피에트로가 사정에 성공하자 이탈리아 국민으로부터 영웅으로 칭송되었다. 오늘 윤총장도 조국사태와 울산시장 선거의혹수사를 청와대의 온갖 압력과 방해에도 청와대 인사 3명을 포함 13명의 선거비리 공직자들을 기소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검찰은 수사를 포기하기 마련이었다.


윤총장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오직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적 질서수호를 위해 수사할 뿐“이라고 국회질의에서 답변했다. 윤총장은 “살아있는 권력을 헌법질서의 수호를 위해 수사하는 검찰영웅으로 국민적 촉망을 받은 것이다. 조국 전법무장관의 족벌비리 등 수사와 울산시장의 청와대 주도의 선거부정의혹을 청와대의 방해와 압력에도 불구, 수사를 종결 기소했던 것이다.


윤총장의 청와대 울산의혹수사는 우리정치사에 전무후무한 대통령의 몸통의혹을 밝히려는 지난(至難)의 수사로서 국제사회마저 주목하고 있다.

세계일보의 여론조사는 그를 정치지도자 2위로 끌어올렸다. 국민적 지지가 얼마나 큰지 충분히
보여준 것이다. 우리 유권자들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지키기 위한 윤총장의 고난의 수사’를 지원하면서 그를 미래의 지도자로 점찍은 것이 분명하다. 한국판 “마니폴리테 영웅”으로 언론에 뜬 이유이다.


1992년 2월, 2천만리라(약 4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치에사 사회당경리국장을 디 피에트로가 체포한 것이 ‘마니폴리테’수사의 시발점이었다. 피에트로는 밀라노법원 ‘마니폴리테‘ 부패사정팀 단장으로 부패청산의 칼을 휘둘렀다. 아마토총리가 즉각 사임하자 부패각료들이 줄줄이 수갑을 차 제1공화국이 붕괴되었다. 마르텔리 법무장관(사회당), 프랑코 노빌리 국영석유공사회장, 국영 IRI 회장, 베내디트 올리베티화장, 카를로 칼리가리 ENI회장 등이 줄줄이 수갑을 찼다. 기민당-사회당 연합정부는 자진해산했다. 최고의 정치거물 베니토 크락시 사회당수는 튀니지로 도주했다.


디 피에트로의 ‘마니폴리테’가 2차대전후 40여년 역사의 제1공화국 해체현장을 보면서 너무나 강력한 정치부패 소탕작전에 탄복했다. 장관, 국회의원, 기업회장과 시장, 도지사, 군수들이 밀라노형무소에 들어갈 때마다 시민들이 “도둑놈!” “사기꾼!”등 외치며 주먹질하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민주선진국인 이탈리아 시민의 분노와 규탄이 정치부패의 종말을 확인해 주었다. 카글리알리 ENI회장과 페루치재벌의 라울 가르디니회장, 몇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이 ‘탄젠토폴리’(뇌물)로 나라를 더럽힌 죄를 용서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부패사범들이 참회하는 모습이 신기하게 보였다. 한국의 비리공직자가 “아니요”라고 잡아떼는 모습과는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6차례 총리를 역임한 기민당 원로 안드레오티 종신상원의원 무기징역, 크락시전 총리 16년6개월 징역형을 받고 면책특권을 박탈당했다. ‘마니폴리테’는 4년여의 재판으로 2만5천여 사건을 수사해 4600여명의 고관 대작을 심판했다. 전수상 3명, 전현직 장관의 50%, 국회의원의 50%. 시장과 지방의원등 다수가 징역형을 받았다. 다만 이탈리아공산당만이 부패사슬의 밖에 있어 수사를 면했다.


1930년대 파시즘총수 무솔리니의 투옥으로 ‘옥중수고’를 쓴 그람시의 공산당은 뇌물카르텔에서 왕따당해 수사를 면했다. 공산당은 1991년, 소련공산당 해산 후, 전당대회를 열어 공산당해산과 자유, 민주, 시장경제, 복지사회의 좌파민주당으로 전향했다. 좌파민주당은 그래서 ‘마니폴리테 돌풍’을 피해 집권해 있었다.


1996년, 영웅 디 피에트로는 검사를 사직하고 좌파민주당정부의 산업장관이 되었다. 6개월 장관 경험후 90% 최다득표로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다. 그는 ‘이탈리아의 가치’라는 신당을 창당했다. 그는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새정치 기관차”로 기대를 모았으나, 정치리더의 명은 길지 않았다.


탁월한 천재검사의 영웅명성은 오늘에도 여전히 남았다.


1996년 5월 필자는 밀라노법원을 방문했다. 수사팀의 최고지성이라는 게라르도 코롱보검사와 대화했다. 그는 한국의 한보비리사건을 안다며, “한국이 정치청정국으로 갈까?”라고 반문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치부패는 자본주의국가들의 공통해결 과제다. 다행히 우리가 만족할만한 수준의 청소를 했다.
아마도 한국은 불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제도가 다른 것 같다. 유럽의 검찰은 대부분 사법부소속이다. 한국은 검찰이 행정부소속으로 알고 있다.“


디 피에트로 영웅의 탄생은 사법부소속 검사임으로 가능했다는 말이다. “행정부 소속검찰은 정치부패소탕이 어렵다. 행정부의 간섭 때문이다. 아시아국가들은 삼권분립의 의미를 과소평가하는데, 이는 자유민주체제의 핵심이다“ 삼권분립, 사법부소속 검찰청만이 “마니폴리테”는 가능하다는 단언이었다.


윤 총장은 문재인대통령이 “산 권력의 비리도 수사하라는” 지시를 받았음에도, 청와대의 압력과 방해, 수사팀해체, 검찰조직인사, 추미애법무장관의 무지막지한 방해와 간섭 윽박지르기로 검찰은 빈사상태다.

그럼에도 윤총장은 자리를 지키며 검사들을 지휘독려하고 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주장한 법무장관의 무법적 꼼수에도 “한덩어리”론으로 일축했다. 울산시장 선거부정혐의수사에서 공소장발표를 필사적으로 막은 추미애 장관을 언론이 보도함으로서 국민여론이 청와대의 몸통을 감지했다.

그럼에도 앞길은 멀다. 4.15총선 후 재판에서 이겨야 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순풍에도 재판이 4년여가 걸렸다. 과연 윤총장이 끝까지 재판에서 이겨낼 수 있을까? 디 피에트로의 ‘마니플리테’가 승라한 것은 정관재계가 국민을 나라의 주인임을 인식했기 때문에 자살하면서도 대국민사죄를 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정치질서를 이탈리아가 잘 수호한다는 증거이다.


여기서 한국판 ‘마니폴리테’의 성공해법은 검찰의 사법부와 통합에 있음을 알게 된다. 코롱보검사는 “우리도 검찰이 행정부소속이었다면 성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의 사법부통합개혁이 필수라는 말이다. 4.15총선 후 윤총장과 정치권이 협력하여 검찰의 사법부통합개혁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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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인/ 사회와 연대 회장
    정치학 박사
    전 중앙일보 파리특파원-국제문제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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