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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美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왜 한국에 왔을까? - 미북간 실무대화 논의 있었지만 북한이 바람 맞혀 - 대화 결렬 보고받은 트럼프, 다시 ‘화염과 분노’로... - 中 미북간 중재자 역할 자임, 비건과 최선희 만남 주선할 듯
  • 기사등록 2019-12-18 10:54:51
  • 수정 2019-12-18 15: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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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한 일정을 마친 1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빈손으로 돌아간 스티븐 비건, 그는 왜 한국에 왔을까?]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한국에 왔다가 17일 2박 3일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향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왜 한국에 왔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에서의 일정을 관례상 갖는 외교부 방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면담, 청와대 방문 등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16일 오후 및 한국을 떠나기 직전인 17일 오전까지도 일정을 비워 두었다. 그리고 17일에도 곧바로 미국으로 향한 것이 아니라 일본으로 갔다.


그렇다면 그는 왜 한국에 왔을까?


중요한 포인트는 지난 달 21일(현지시간) 워싱턴을 방문한 국회 3당 원내대표들과의 회동에서도 그의 한국행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스티븐 비건의 한국행이 결정된 것은 12월 6~7일(현지시간) 경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의 한국행이 공식화된 것은 8일(현지시간)이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미국 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의 중대 시험 발표에 대해 언급하면서 비건 대표가 한국으로 갈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부터다.


바로 그 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은 너무 똑똑하다”면서 “김정은이 만약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건 대표의 한국행이 확정되면서 미국의 유엔 안보리 회의도 방향을 급선회했다. 10일 예정된 북한 인권 토의를 돌연 취소한 것이다. 당연히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압박을 통해 대북제재 강화까지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던 미국의 계획에 상당한 수정이 가해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Fact: 미북간 실무대화 논의가 있었다!]


이러한 일들의 배경에는 미국측과 북한측 간에 사전 교감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신문이 미국의 주요 관계자들에 대한 취재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북한이 7일(미국 시간 6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전략적 지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힌 직후 미국은 북한과의 핫라인을 통해 외교적 해결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중대한 시험’ 이전에 이미 낌새를 채고 북한을 집중 감시하던 미국은 북한이 ICBM과 관련된 시험을 본격화하자 긴급히 북한과의 핫라인을 연결해 연말안에 판문점에서 만나 외교적인 해결을 모색해 보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북측의 대화 상대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고 미국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사람은 일단 유엔 안보리 회의 직후 스티븐 비건이 한국에 와 판문점에서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는 것이다. 단, 북측은 일단 상부에 보고하고 그 뜻에 따라 만날 수도 있다고 답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상부란 당연히 김정은의 뜻을 묻고 나서 대화 제의에 응하겠다는 취지였던 것이다.

이에 따라 스티븐 비건 대표는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직후 한국으로 오게 된 것이다. 물론 이때까지 북측으로부터 회담 여부와 일시에 대해서는 최종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측 최선희와의 회담을 압박하기 위해 한국으로 왔지만 북측은 비건 대표가 한국에 도착한 15일까지도 회담 성사 여부를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모든 일정을 비우고 최선희를 기다리던 비건 대표가 그래서 16일 "우리는 여기(서울)에 있고 당신(북한)들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를 안다"면서 북한에 회동을 다시 한 번 촉구한 것이다.

더불어 비건 대표는 "북한의 카운터파트에게 직접적으로 말하겠다. 일을 할 때이고 일을 마무리 짓자"고도 했다.


비핵화 협상 문제에 대해 다시 본격적으로 논의해 보자는 제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끝내 아무런 응답도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비건 대표는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 방식을 기대하면서 일단 일본으로 17일 출국한 것이다.


유엔에서의 추가 대북제재도 미루고 인권 관련 논의까지 취소했지만 결국 김정은이 제시한 ‘연말시한’을 앞두고 외교적 해결 시도는 물 건너 간 것이다.


지난 해에도 연말인 12월 19~21일에 방한해 “북한에 대해 인도적 지원과 미국인의 여행 제한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북측에 당근을 공개적으로 제시했고 ‘나홀로’ 판문점을 방문하면서 미북간에는 김정은의 트럼프에 대한 친서, 2월 하노이회담 등으로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졌지만 2019년에는 끝내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대화 결렬 보고받은 트럼프, 다시 ‘화염과 분노’로...]


스티븐 비건 대표의 대북 접촉이 결렬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은 16일(현지시간) “북한이 무슨 일을 하는지 지켜 보겠다”면서 “만약 (북한에서) 어떤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다면 실망할 것이고, 북한의 많은 장소를 엄중히 감시하고 있는데, 무언가 일어난다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밝힌 지 8일 만에 나온 북한 관련 발언이다.


한마디로 북한이 끝내 ICBM이나 SLBM 도발, 또는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군사적 행동까지 갈 수 있다는 경고를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구체화라도 하듯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로 돌아가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윈·윈(상생)' 합의를 할 마지막 가장 좋은 기회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이 미국을 핵무기로 타격할 군사적 능력을 개발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도발하면) 충돌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그 (도발의) 길을 택한다면 이용할 수 있는 다리를 불태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찰스 브라운 미국 태평양공군사령관도 17일(현지시간) 북한의 연말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 "만약 외교적 노력이 무너지면 우리는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2017년에 했던 많은 것이 있어서 우리는 꽤 빨리 먼지를 털어내고 이용할 준비가 될 수 있다"며 "우리가 예전에 했던 모든 것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핵심은 외교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시도하겠지만 외교적 노력이 무너질 경우 2017년에 했던 것들, 곧 군사옵션에 대한 것들을 완벽하게 준비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2017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에 대해 '화염과 분노'를 거론하며 대북 군사옵션까지 고려했었다.


당시 미국이 대응하려 했던 우선적 조치는 해상 봉쇄와 북한으로의 유류 수출 제한 등 대북제재, 한미 연합 훈련 강화 등의 군사적 대응 등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외교적 해결 노력이 무산된 북핵 문제,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이겠냐는 질문에 "내 예상으로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일종이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브라운 사령관은 "그것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배달되느냐, 크리스마스 당일이냐, 신년 이후냐의 문제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여기에 대한 우리의 예상은 이렇다.


*북한의 대응은?


①12월 22~23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모라토리움 선언’


일단 22~23일경으로 예상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일단 북한이 스스로 했던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에 대한 모라토리엄(moratorium·일시 중지)선언을 파기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2018년 4월 자발적으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일시 중단을 선언했고, 이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대화를 시작하면서 단거리 미사일은 잇달아 발사했지만, 장거리 미사일은 발사하지 않아 왔었다.


그런데 김정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12월에 소집된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라는 점에서 ‘연말시한’과 연계된 것이고 이는 장거리탄도미사일과 핵실험에 대한 모라토리움 파기 선언일 가능성이 높고 이것이 미국에 대한 크리스마스 선물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통상 12월 한 달 내내 총화(결산)와 신년사 준비로 정치 행사를 할 여력이 없어 12월에 전원회의를 열지 않아 왔음에도 12월에 회의 소집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김정은이 지금의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날짜도 확실하게 잡지 않았다. 다만 크리스마스 이전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할 뿐이다. 이렇게 날짜를 확정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태도를 봐 가면서 회의를 열겠다는 심산이나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전혀 들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북한 역시 중대한 선언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지난 2018년 4월의 3차 전원회의에서는 비핵화 언급없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으며, 올 4월의 4차 전원회의에서는 ‘자력갱생’을 강조한 바 있다.


②1월 1일: 김정은 신년사, 대미항전 선언 가능성


김정은은 2018년 신년사에서 미국에 이렇게 경고했다.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


그랬던 김정은이 2019년에는 신년사에서 미국을 향해 이렇게 선언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해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2020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뭐라고 말할까?


만약 12월 하순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모라토리움 파기를 선언한다면 자신이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발언을 완전히 뒤집어야만 한다.


사실상 김정은 신년사는 이미 뒤집어진 것이나 다름없지만 이를 공식화하려면 분명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1차적 명분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격한 비난으로 공식화되었고 이젠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거쳐 모라토리움 파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2020년의 김정은 신년사는 다시 2018년 신년사 기조로 돌아가는 것이고 강도는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 대미항쟁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대미항쟁에는 자력갱생과 함께 미국이 굴복하지 않으면, 곧 미국이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③1월 중하순: 북한 ICBM 또는 SLBM 등의 도발 예상


김정은의 신년사 이후 미국의 대응 태도 등을 봐 가면서 ICBM 또는 SLBM 발사 등의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분명한 것은 김정은의 2020년 신년사 이후로는 또다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친서 정치는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강 대 강’ 격돌이다.


오는 12월 하순에 열리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예고편이다.


*미국의 대응은?


①12월 크리스마스 전후: 미국, 한반도 주변에 대한 군사적 경계 강화


북한의 도발 움직임에 대해 미국은 일단 성탄절을 전후해 대북 경계 태세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항공모함 3척 이상 대기시키면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강화와 함께 B-52폭격기 등 전략무기들을 수시로 한반도 주변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②1월 1일 김정은 신년사 이후; 군사적 대응 본격화


미국의 본격적 군사적 대응은 1월 1일의 김정은 신년사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모함을 동원한 사실상의 해안봉쇄와 함께 핵잠수함 투입도 이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군사적 대응은 미국 홀로가 아닌 연합군 형태로 할 가능성이 높다.


분명한 것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그러한 부적절한 타협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미국은 끝까지 외교적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곧 군사적 압박을 하면서도 외교적 해결을 위한 대화 시도를 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국을 떠난 후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일본으로 갔으며 또 19~20일에 중국을 방문한다는 계획이 바로 북한과의 외교적 해결을 끝까지 추진하려는 의도를 엿보이게 한다.


이는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면서 미북간 대화를 시도해 보려는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면에서 2020년 새해는 벽두부터 그야말로 '외교'와 '군사'가 함께 하는 최대 긴장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 해결이냐, 아니면 군사적 충돌이냐?

그 답은 김정은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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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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