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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2-04 09: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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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귀순하다 총상 입은 군인을 왜 국군병원 아닌, 거리도 먼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이송했을까
-군 의료에 사명감 갖고 군의관을 업으로 선택하는 전문 군의관 늘어나야 군 의료 바로 세울 수 있다
-군의관에 종사할 이들을 사관학교처럼 별도로 선발해 양성하는 국방의학전문대학원 설립 필요하다

얼마 전 판문점으로 북한 군인이 귀순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총상을 입었다. 해당 군인은 유엔사 헬기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이송되어 여러 차례 수술을 받은 상태다. 이 사건을 접하며 ‘북한에서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군인을 왜 국군병원이 아닌, 판문점에서 거리도 먼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이송했느냐?’는 의문을 느낀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 `남으로 향한 절박한 귀순`, 2017년 11월 22일.


당연한 얘기지만, 그 이유는 총상환자를 제대로 치료할만한 능력이 우리 군 병원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서 총상환자를 접하는 것 자체가 군과 민간 모두 드문 일이다. 그러나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군이 존재하듯 군의료 체계 역시 전쟁과 같은 상황을 대처할 능력을 갖춰야 함은 당연하다.

 

군의료에 총상치료 능력은 꼭 필요하지만, 이를 갖추는 건 쉽지 않다. 몇 년 전 영국 군의관들이 돼지를 대상으로 치료 실습을 하다가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영국군 외과 군의관들은 아프간 현지 야전병원에 파병되기에 앞서 덴마크와 공조하에 코펜하겐 근교 NATO군 훈련캠프에서 돼지를 대상으로 총상환자 실습을 했다. 마취제를 투여한 돼지를 숲에 옮긴 후 저격수가 특정 부위에 사격을 하고 이를 치료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돼지 18마리가 폐사했고 동물보호단체의 극렬한 항의를 받은 바 있다.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한국보다 훨씬 높은 덴마크와 영국이 이러한 방법을 은밀히 사용할 정도로 총상환자 치료 임상경험은 군의료에 절박한 역량이다.

 

총상 치료 사안을 차지하고서라도 일단 우리나라 군의료의 고질적 문제는 군에 복무 중인 거의 모든 군의관이 일반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징병되어 온 인력이란 점이다. 병사들이 하루빨리 제대하고 싶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군의관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 사회에서 고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의사들의 눈높이에 군대 월급은 박봉일 테고, 성취감도 부족한 시스템이기에 더 그러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군 장교 경험은 취업이나 사회생활에 상당 부분 도움이 되고 장교나 부사관은 선호 받는 직업이지만, 민간에서 높은 처우를 받는 의사에게 군 복무는 결코 매력적이지 않고 경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10만 원이 조금 넘는 월급을 받으며 고생하는 병사들 입장에선 편히 군 생활하며 장교 월급 받는 군의관이 부럽겠지만, 막상 상당수 당사자에겐 그저 아까운 기회비용일 뿐이다.

 

총상환자 문제를 비롯해 군 의료체계 개혁을 위해 필요한 핵심 과제는 바로 인력 구조의 변화이다. 군 의료에 사명감을 갖고 군의관을 업으로 선택하는 전문 군의관이 늘어나야 군 의료 바로 세우기를 시작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방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제안한다.

 

군의관에 종사할 이들을 사관학교처럼 별도로 선발해 양성하자. 그 형태가 국방의학전문대학원 같은 ‘의전원’ 체제냐, 각 군 사관학교식의 학부냐는 형식은 면밀히 검토해 결정하면 될 것이다. 신설되는 국방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정원은 최소 100명 이상 되어야 한다. 왜냐면 의과대학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진료와 임상경험을 갖춘 교수진을 바탕으로 다수의 과목이 운영되어야 하며, 원활한 교육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 정원은 필수이다.

 

또한 군의료 특성상 다수의 역량 있는 외상외과 전문의 양성을 위해 수련의 과정은 외상센터가 특화된 주요 대학병원이나 총상환자를 자주 접할 수 있는 미국 병원 등에서도 가능하도록 다방면의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국방의학전문대학원이 설립된다고 해서 군의료 수준이 당장 높아지진 않을 것이다. 수련 기간을 감안해 최소 10년 이상 시간은 지나야 조금씩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인력뿐 아니라 전반적 시스템 개선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가장 빠른 시점이다. 하루빨리 국방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의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군의료 인력 양성체계의 혁신에 나서자. 의대 정원 증가를 수반하므로 의사협회 등의 반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논리적 대비도 필요하다.

 

국방의학전문대학원을 통해 사명감을 가진 군의관이 배출된다면 군의료 전반의 개선뿐 아니라 여러 긍정적 파급효과도 예상된다.

 

첫째, 공보의 확보가 좀 더 수월해진다. 군필자들이 다수 진학하는 의학전문대학원 신설과 의사면허 소지자 중 여성 비율이 늘면서 군의관과 공보의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방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은 그 숫자만큼 군의관 대신 공보의를 배치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므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는 농어촌 지역 공중보건의 확보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둘째, 외상외과 분야 전문인력 확대이다. 꼭 총상뿐만 아니라 각종 재난과 사고 시 이를 치료할 역량을 갖춘 외상외과 전문의가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국종 교수로 유명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도 이 교수 외 중증외상치료 전문의가 없다(함께 근무하는 의사는 응급의학전문의). 군의료 특성을 반영해 국방의학전문대학원은 실력 있는 외상외과 전문의를 양성하고, 향후 민간인이라 할지라도 중대 외상이나 총상 등을 당한 긴급 환자 치료를 지역별 국군병원이 수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 주치의 제도에 대해 언급하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에서 대통령의 주치의와 일부 민간의원 의사가 연관되어 큰 논란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선 직후인 지난 5월 양방분야는 분당서울대병원 송인성 명예교수, 한방분야는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김성수 원장을 선임했다.

 

참고로 미국 대통령은 대학병원 교수가 주치의를 맡지 않는다. 현직 군의관을 대통령 담당 의사로 임명할 뿐이다.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가까운 존스홉킨스대학병원이 아닌 육군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물론 미국을 꼭 따라하자는 건 아니지만, 대통령 담당의사에서 보여주는 미국의 시스템은 군 통수권자로서 배울만한 모습이다.

 

군의료에 대한 신뢰회복은 민간 대학병원에서 대통령 주치의를 선정하는 관례를 깨는 것부터 시작하자. 이를 통해 군 통수권자로서 위상을 확립하고 군의료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키워가자.

 

<알림>

이 글은 11월 21일 <프레시안>에 게재된 [북한 귀순병은 왜 국군병원으로 이송되지 않았을까] 기사를 필자의 허락을 얻고 일부 표현을 수정하여 전재한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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