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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8-15 10:30:18
  • 수정 2019-08-15 21: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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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김형석(역사학자, 안익태기념재단 연구위원장)박사가 쓴 것으로 광복절을 맞아 보내 왔다.
-김형석 교수는 최근 "안익태의 극일 스토리"라는 책을 저술,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 백범 김구 선생의 애국가 사랑은 남달랐다. 사진 좌측으로부터 백범 김구, 안익태 선생 [사진=Why Times DB]


학창시절 백범일지를 읽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성인이 된 나에게 그때의 감동을 재현시켜 준 책이 장준하의 돌베개이다. 조국이 광복된 지 석 달이 지나도록 중국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김구는 1945년 11월 23일 꿈에 그리던 귀국길에 올랐다. 이때 김구의 비서로 비행기에 동승한 장준하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누군가 조선 해안이 보인다고 소리쳤다. 누구의 지휘도 없이 애국가가 울려나와 합창으로 엄숙하게 흘러나왔다. 애국가는 우리들의 심장에 경련을 일으키면서 조국을 주먹 안에 움켜잡은 듯이 떨게 했다. 애국가는 끝까지 부르지 못하고 울음으로 끝을 흐렸다. 울음 섞인 합창, 그것이 그때의 나의 가슴 속에 새겨진 애국가다. 기체 안의 노 투사(김구)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자신을 달래지도 못했다. 어느 누가 이 애국가를 울지 않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그의 두꺼운 안경알도 뽀얀 김이 서리고 그 밑으로 두 줄기 눈물이 주르르 번져 흘렀다.”


김구 선생의 애국가 사랑은 남달랐다. 1940년 12월 20일 임정 국무회의에서 ‘올드랭 사인 곡조의 애국가’를 ‘안익태 곡의 애국가’로 대체하기로 의결한 후, 1941년 2월 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공보 제69호’로 고시하여 임시의정원과 광복군에서 부르게 하였고, 귀국을 열흘 앞둔 1945년 11월 12일 충칭에서 [한국 애국가]를 발행하였다. 애국가 보급운동을 펼치기 위한 사전준비였다.


마침내 귀국한 임시정부는 신익희 내무부장 명의로 대한민국을 국호로, 태극기를 국기로, 애국가를 국가로 사용할 것을 발표하였다. 이때부터 해방 공간에는 몽양 여운형이 주도한 조선인민공화국의 인민해방가와 백범 김구가 주도한 대한민국의 애국가가 맞서 싸우는 형국이 조성되었다. 당시 조선음악가동맹 회원들은 안익태의 애국가를 봉건적·종교적 잔재(적폐)로 주장하면서 폐기시키려다가 실패하고 월북하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74년이 지난 2019년 서울에서는 그때의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7월 19일 몽양72주기추모제에서 애국가를 거부한데 이어, 친일 청산을 명분 삼아 애국가를 바꾸자는 긴급 공청회가 8월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최근 안익태가 ‘친나치’라는 왜곡에 대한 엄중한 지적과 함께 1942년 9월 18일 만주국 공연도 친일이 아니라 극일이라는 시각에서 재조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마당에 국회 문화관광체육위원장 주최의 공청회는 찬반 의견 청취를 기본으로 하는 취지와는 달리 반대 측에는 반론할 기회조차 없었다. 한 마디로 애국가를 바꾸자는 선전만 반복하고 검증과 토론과 이해가 없는 전형적인 프로파간다였다. 그런 점에서 김구의 '한국 애국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애국가는 50년 전 한국의 어느 애국인사의 손에서 쓰였지만 그의 이름은 이미 잃어버렸다. 처음에는 서양의 명곡을 가져다 가사를 붙여 노래하였으나 10년 전, 한국 청년 음악가가 새 곡을 만든 것이 한국의 광복운동 중에 국가(國歌)를 대신하게 되었다. 안익태 군은 작곡가 겸 첼리스트로서 구미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김구가 말하는 애국인사는 윤치호이다. 그가 친일파로 변절한 것을 두고 김구는 “그의 이름을 잃어 버렸다”고 적었다. 그러고는 애국가를 보급하고 국가로 사용하도록 전력을 기울였다. 작사자 작곡가의 개인 행적보다 애국가가 갖는 역사성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1948년 9월 9일 북한은 정권 수립을 기념한 새 국가 사용을 선포하였고, 그날 열린 대한민국 국회 제61차 회의는 분단 상황에서 새로운 국가를 제정하는 것보다 통일될 때까지 기존의 애국가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 구축을 앞두고 안보와 외교와 경제가 맛물린 중대한 도전 앞에 위정자들은 물론 국민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온 국민이 태극기를 들고 애국가를 부르며 일치단결할 때이다. 이 국가적 위기에 애국가마저 부르지 말자고 선동하는 것은 외부의 적을 두고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이번 광복절에는 온 국민이 애국가를 부르면서 나라 사랑을 생각해보자. 그것이 대한민국을 하나 되게 하는 극일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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