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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7-18 14:52:50
  • 수정 2019-07-18 15: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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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Rebecca Zisser via Axios ]]


내가 인터넷을 처음 사용한 것은 95년부터인가 그랬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빠른 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에도 언론사 사이트 댓글이나 이런저런 커뮤니티에 달리는 댓글 보면서 이상한 느낌을 받곤 했다. 비문인데, 무척 괴이한 느낌의 비문들. 교묘하게 한국내 영호남 갈등을 부추기는 댓글들이 많았는데 그 표현이나 어투가 이상한 경우가 많았다. 배우지 못하고, 책을 안 읽어서 나오는 비문과는 성격이 달랐다.


최근에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댓글들을 가끔 본다. 이번 한일 무역갈등이 격화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플랫폼에서 한국을 적극 옹호하고 일본을 배척하는 내용의 댓글이 자주 올라온다. 그런 댓글들 중에서 과거 영호남 갈등을 부추기는 댓글에서 받았던 느낌을 다시 받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일종의 데자뷰라고 할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는 그 댓글들은 속성으로 한국어를 배운 중국인이나 또는 조선족이 올리는 댓글이다.


나는 중국이 그런 행동을 할만한 충분한 배경이 있다고 본다. 한반도를 장악하는 것에 중국은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그 포인트가 서해의 내해화(內海化)라고 본다. 중국으로서는 서해가 동북아의 지중해 역할을 하게 만들 경우, 그리고 그런 서해의 변화를 자신들이 주도할 경우 거대한 경제적 정치적 사회문화적 이점을 갖게 된다.


미중수교 이후 중국의 주요 경제 및 산업 인프라는 거의 중국 동해안 지방으로 옮겨왔다. 그 이전에는 동북3성이 중국 경제의 중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차대했고, 모택동이 장개석과의 내전에서 승리하는 결정적인 계기도 바로 만주지방을 장악한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베이징부터 상하이까지 중세 이후 중국 역사에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인구가 밀집한 지역을 개발해야 했다.


미중수교는 중국에게 ‘해안지방을 개발해도 미국은 그 지역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언질이 되었다. 구체적인 미중 합의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비정상적으로 격앙된 반응도 그 배경에는 ‘미중수교 합의 위반’이라는 분노가 깔려있을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서해를 미국이나 일본에 내줄 경우 어마어마한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반도의 장악에 중국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것이다. 당연히 저 한반도에는 반도 남부도 포함된다.


미국이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정계 및 경제계, 언론계의 인물들에게 “한반도는 결국 중국의 영향력으로 흡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은근슬쩍 흘리는 것도 그런 지정학적 조건과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몇천년 동안 지속됐던 지정학적 조건, 중국을 포함해 동북아 지역의 여러 나라들이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여왔던 지정학적 조건은 이제 변화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동북아에서 중국 단극(單極) 체제는 영원히 되살릴 수 없고, 이제 모두가 영원히 다극(多極) 체제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 간단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일대일로를 포함한 모든 대내외적 갈등은 바로 여기에서 연원하고 있다. 즉, 객관적 조건은 중국의 단극(單極) 체제를 과거의 흘러간 유물로 만들고 있는데, 중국의 지도부나 지식인, 언론 등 전반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중국이 동북아 지역 단극(單極) 체제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중화사상 즉, 중국은 주변 모든 나라보다 우월하고 나머지 나라들은 당연히 중국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신하로 처신해야 한다는 세계관에서 단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더 심각한 것은, 중국 지도부와 지식인, 오피니언리더들이 자신의 이런 생각을 객관화하지 못하고 냉정하게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내심은 과거 중화사상의 포로가 되어 있으면서도 공식적으로는 그런 의견을 대내외적으로 표명하지 못한다. 전세계 인민과 정치를 이끌 지도자라는 명분 때문에 자신들이 중화사상의 포로라는 냉엄한 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서해의 지중해화는 동북아 전체를 봐서도 거대한 도약이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한반도를 장악할 경우는 결코 이룰 수 없는 목표가 된다. 즉, 서해의 지중해화는 중국이 가장 원하는 국가적 목표이지만 동시에 중국이 그걸 위해 뭔가 노력하고 역할을 하게 될 경우 그 목표는 결코 실현될 수 없고, 오히려 갈수록 중국의 눈앞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서해의 지중해화를 실현할 수 있는 절대적인 전제조건이 있다. 그건 Δ중국이 완전 자유화·민주화된 여러 나라로 분할되고 Δ한반도 전체가 자유무역 시장경제 체제로 흡수되고 Δ만주가 민주적인 정치 사회 체제를 갖춘 독립국화하며 Δ여기에 몽골, 러시아, 일본, 미국 등이 함께한다는 조건이다. 이런 조건이 실현된다면 그것이야말로 21세기 동아시아에 새로운 지중해 문화가 만들어지는 위대한 도약이 될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대전제가 실현되려면 일단 현재의 중국 체제, 시진핑 정권 정도가 아니라 중국공산당이 지배하는 전제정치 체제가 무너져야 한다. 이게 동북아시아의 모든 긍정적인 변화의 출발점이다. 이런 변화와, 서해의 지중해화가 이루어지면 당연히 홍콩, 마카오,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폴, 호주 등도 그 혜택을 보게 된다.


문제는 이런 과제를 대하는 우리의 준비 정도이다. 이런 큰 그림을 그리는, 최소한 그 가능성이라도 의식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만들어가는 정치인이 한국에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시대적 과제를 우리나라가 안하면 동북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이 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다시 한번 역사의 변방에 서고, 다른 나라가 주도하는 질서의 종속변수가 된다. 이런 현상을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우리 내부에 깊숙히 침투해 들어와 우리나라의 명줄과 우리 국민의 정신을 위협하는 중화 야만족과의 철저한 결별이다. 한반도가 자유무역 시장경제로 통일되고, 중국 전체가 완전 민주화, 시장경제 체제로 재정비되면, 중국의 분할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은 사실 하나의 정치시스템으로 통합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몇천 년 동안 단일한 정체성을 유지해왔으니, 앞으로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문제는 그리 쉽게 판단할 게 아니라고 본다.


원래 저렇게 땅덩어리도 넓고, 인종적 문화적 언어적으로도 다양하고 이질적인 요소가 뒤섞인 대륙이 하나의 정치시스템으로 통합되는 방법은 딱 하나다. 그것은 강력한 통합력을 갖는 정치이념이 확고하게 자리잡는 것이다. 미국이 그런 점에서는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소련은 그런 공산주의 이념으로 설계해 세운 나라지만, 역사적으로 이 무너져 사라졌다. 하지만, 러시아에는 소련의 그 이념적 영향력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다. 눈에 보이지 않게 소련 체제가 이룩한 성과가 강력한 구심력이 되어 여러 연방들의 이탈을 방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 러시아는 거대한 대륙이지만, 본질적으로 단극(單極) 체제이다. 러시아를 둘러싼 주변세력 가운데 러시아와 맞짱을 뜰만한 위협세력이 없다는 얘기이다. 중국이 가장 강력한 이웃이지만, 실제로는 러시아의 변방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이다. 러시아의 본토(우랄산맥 서쪽의 모스크바 등 동유럽 접경지역)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본질적인 위협이 아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이 러시아 국경과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는 것과는 근본적인 조건 차이가 있다.


그래서 강력한 정치이념의 통합력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러시아는 연방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중국은 유사 이래로 항상 단극(單極) 체제로 살아왔다. 이건 중화문명의 핵심이고, 중국인들의 정신적 DNA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20세기 들어와 중국의 단극(單極) 체제는 영원히 되돌릴 수 없게 됐다. 다극(多極) 체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러시아, 일본, 미국 등이 언제든 중국과 대등하거나 심지어 더 우월한 입장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강요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


중국이 앞으로도 강력한 단일 정체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일반적이지만, 나는 다른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결국 정치체제는 하부구조 즉 경제적 요구에 의해 재편될 수밖에 없다. 과연 만주나 중국 동해안 공업지대, 남부의 무역자유지대, 내륙의 농업지역 등이 단일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을까?


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 경제 내부의 요구보다 한반도, 남지나해, 일본, 러시아 등 동아시아 전체의 경제적 요구라는 점에서 봤울 때는 중국의 해체와 다극화가 훨씬 더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장기적으로는 이 요구가 중국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 더 크고 본질적인 요구가 더 작고 지엽적인 요구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게 실은 중화사상 사대주의의 원리였다. 중화사상과 사대주의의 원리로 보더라도 중국은 분할 해체가 답이고, 정의라고 본다.


한자의 변화도 중요하다. 언어가 다른 중국에서 한자가 강력한 문화적 동질성을 유지하는 무기였지만, 이제 한자는 그런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중국은 무너지고, 해체되고, 분열되고, 다극화되어야 한다. 이게 인류를 위해 바람직하다. 인류 역사는 개별 민족의 요구나 이해관계, 정서를 넘어 객관적인 필요에 따라 진전한다. 냉정하고 잔인해 보이지만, 실은 그게 정의인 것이다.


중국은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고 있다.


중국이 해체되고, 자유무역 시장경제 안에서 중국이 여러나라로 분할되고 한반도 역시 민주주의 시장경제로 흡수되면 서해와 동해가 거대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거듭난다. 전세계에서 오직 지중해문명만이 실현할 수 있었던, 역내의 다양한 국가와 문명들이 상호 교류 및 경쟁하며 다양성을 유지하면서도 거대한 유럽 문명 안에서 동질성을 갖는 거대한 금자탑이 세워지는 것이다.


서해에서는 만주와 중국 북부, 중국 남부, 대만, 베트남, 오키나와 등이 그 플레이어로 참여한다. 남해와 동해는 일본과 만주, 몽골, 러시아 등이 중요한 플레이어가 된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거대한 자유시장 무역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 구도가 각 플레이어들에게 주는 혜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리고, 한반도는 원하지 않아도 그 구도의 중심에 서게 된다. 물론, 김씨조선 백두돼지 일가의 철저한 척결은 당연한 전제조건이다.


역사의 진보는 바로 이런 모습으로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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