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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2-02 16:58:22
  • 수정 2018-02-03 15: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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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자들은 촛불시위를 촛불혁명으로 높이면서 선거에 의해 성립한 정권을 촛불혁명정권이라고 말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결코 혁명정부가 아니다
-촛불시위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지만 전교조나 민노총, 통합진보당 잔존세력들이 꿈꾸는 국가건설노선에 동조해서 촛불시위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탈미 자주(脫美自主)의 꿈을 이루기 위해 촛불시위에 동조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의 문제점은 박근혜 대통령의 범법사실을 유죄로 확정짓지 않은 상황 속에서 탄핵절차가 완료되는 특이한 상황(선 탄핵 후 보완)이 나타났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범법확인 작업이 적폐청산과 얽히므로 말미암아 과도기적 정의이론과 어울리지 않는 문제들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1.


요즈음 지난 정권의 요직에 있던 인물들이 적폐청산의 이름하에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고 구속영장이 떨어져서 투옥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정계(政界)나 관계(官界) 인물들만이 아니라 사회의 다른 분야로까지도 적폐청산대상이 확대되어 갈 것 같다. 정권이 교체되면 어느 나라에서나 전 정권에서 저질러진 비리나 부정을 척결하는 조치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새 정권의 정당성을 과시할 필요 때문일 것이다. 또 어느 면에서는 그러한 비리의 척결이나 적폐의 청산이 정권교체를 지지한 유권자들에게 보답하는 수순일 수도 있다.


이러한 과거청산작업을 뒷받침하는 정치이론으로 최근 각광을 받는 학문분야가 Transitional justice이론(우리말로 옮기면 과도기적 정의:過渡期的 正義 또는 전환기적 정의:轉換期的 正義)이다. 과도기적 정의는 한마디로 요약되기 힘들만큼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과도기적 정의이론의 핵심은 혁명이나 교체대상이 된 정권들이 공분을 살만한 인권의 억압이나 유린 같은 인권 범죄를 가장 중시하면서 이러한 인권억압이나 유린의 실상을 밝히고 그것을 바로잡는데 정의이론(正義理論)의 칼날을 세운다. 물론 나라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인권문제이외에도 정권교체에 의하지 않고는 바로 잡을 수 없었던 비리나 부패문제역시 과도기적 정의가 시정하고자 하는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과도기적 정의이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개혁하기가 힘든 요인들이 너무 많다. 우선 2017년 봄 한국에서 이루어진 정권교체의 성격이다. 문재인 정권의 탄생은 모든 정황에 비추어볼 때 혁명에 의한 정권교체는 아니었다. 국회의 탄핵의결,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해 현직 대통령이 물러난 후 실시된 합헌적인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집권자들은 촛불시위를 촛불혁명으로 높이면서 선거에 의해 성립한 정권을 촛불혁명정권이라고 말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결코 혁명정부가 아니다. 따라서 사법적 내지 비사법적 조치를 통해 과도기적 정의를 실현해야 할 명분이 그렇게 뚜렷하다고 볼 수 없다. 정권을 장악한 사람들은 적폐청산을 촛불혁명의 요구라고 하지만 그것은 정치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적발된 모든 비리는 죄형법정주의에 입각, 무리나 왜곡 없이 의법 처리해야 할 것이다.


촛불시위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지만 참여시민들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교조나 민노총, 통합진보당 잔존세력들이 꿈꾸는 국가건설노선에 동조해서 촛불시위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탈미 자주(脫美自主)의 꿈을 이루기 위해 촛불시위에 동조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이라는 부실한 인간에게 국정을 농단 당했다는 선동에 분개한 국민들이 그러한 농단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표시하기위해 촛불시위에 가세했던 것이다. 이것이 촛불시위에 대한 올바른 평가일 것이다. 더불어 민주당도 촛불시위를 주도한 것이 아니라 시위대에 편승한 여러 사회세력의 일부였다.



촛불시위와 태극기 시위가 맞선 갈등상황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2회에 걸친 대국민 사과와 국회의 탄핵의결,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한 정권퇴진, 그에 뒤이어 실시된 대통령선거는 결코 혁명과정이 아니었고 절차적 민주주의의 성숙한 전개과정이었다. 이점에서 나는 문재인 정권을 혁명정권으로 규정짓지 않는다. 유권자 유효투표의 42%지지를 받은 더불어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2.


대개의 경우 과도기적 정의를 앞세워 개혁을 단행할 때는 특별법의 제정이 뒤따랐다. 해방직후에는 반민족행위자처벌특별법이 제정되었고 4.19혁명 후에는 반민주행위자 특별법이, 5.16혁명 뒤에는 부정축재자처리특별법이나 정치활동정화법이 제정되었고 이를 통해 혁명세력들이 구정권의 적폐척결에 나섰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등장한 후에도 진실위원회를 통한 과거사 청산조치가 행해졌다.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만들어진 것도 과도기적 정의이론이 적용된 선례일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의 문제점은 박근혜 대통령의 범법사실을 유죄로 확정짓지 않은 상황 속에서 탄핵절차가 완료되는 특이한 상황(선 탄핵 후 보완)이 나타났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범법확인 작업이 적폐청산과 얽히므로 말미암아 과도기적 정의이론과 어울리지 않는 문제들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즉 박근혜 대통령정부의 잘못을 파헤쳐 탄핵의 정당성을 법률적으로 보완, 객관적 정당성을 입증하는 작업가운데서 적폐로 불릴 요소들을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정원의 댓글 사건을 재론(再論)하고 보안사가 주도한 사이버 댓글이 대통령선거에 간여한 사실을 들추는 것이다. 결국 박근혜 정권의 성립이 국가기관들의 댓글공작을 통한 불법 관권선거의 산물인 것으로 결론지으려는 것 같다.


또 국정원이 확보한 정보예산이 사적 치부의 수단으로서가 아니고 통치를 위한 윤활유로 전용, 활용 되었다면 그것은 ‘부당한 예산전용’으로 감찰기관이 지적할 사항은 되지만 국정원이 상급기관에 상납한 뇌물비리로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이러한 항목들은 국민들의 기본인권의 유린이나 억압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정당성이 인정되는 과도기적 정의이론에 맞지 않는다.


국정원의 댓글이나 사이버 댓글들은 한국에서 선거가 있을 때마다 북한이 사이버공간을 통해 악성루머를 뿌리는 심리전공세를 벌여왔다는 사실에 비추어 국가기관이 상응한 대처에 나선 것으로 보면 큰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인터넷이나 사이버공간의 주도권은 컴퓨터가 활용되기 시작한 당초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좌파세력들에게 선점된 상태였으며 이런 상황에서 대공차원의 댓글과 선거용 댓글이 혼재되었는데 과연 이러한 활동을 일률적으로 선거부정으로만 규정할 수 있을까.

더욱이 국정원의 지난 60여 년 동안의 관행과 역사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검찰을 통해 예산전용을 부패비리로 간주, 국정원장들을 구속하고 국정원에 배정된 예산을 상급기관의 통치자금으로 전용한 사실을 뇌물수수로 다스리려한다. 이명박 정권이 벌인 자원외교나 4대강 개발사업 등 주요국책사업들을 놓고서도 예산집행과정이나 실적의 문제점을 들추면서 이를 부패와 연관시키고 있다.


3.


그러나 이상 예시한 조치들은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에 비추어 국민의 권리와 인권을 유린하거나 압박한 것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 따라서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이상의 조치들은 국제적으로 그 정당성이 인정받는 과도기적 정의이론의 범주에 포함시키기 힘든 조치들이다. 이 때문에 요즈음의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국가안보위기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국가안보기관의 장들을 줄줄이 구속시켜 국정원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무력화시키는 일을 올바른 조치라고 박수칠 국민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저의를 의심하는 국민들이 늘어날 것이다.


또 요즘 화재거리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에 그분의 동상을 건립하는 사업을 서울특별시가 허가를 유보하고 또 동상건립을 반대하는 시위꾼들이 건립활동을 극열하게 반대, 저지했다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어떤 의미에서는 동상이 필요 없는 인물이다. 1961년의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한 오늘이 현실이 그분의 동상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국가지도자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항상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웅변한다.


어떠한 정권도 국민들 다수의 지지와 공감을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 국민다수가 아닌 소수가 성군작당(成群作黨), 시위를 벌이고 소요를 일으켜서 정당하고 필요한 일을 방해하는 행위야말로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적폐의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빈으로 초청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서울 한복판에서 화형식을 하고 화염병을 투척하는 행위야말로 반드시 처단해야 할 적폐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국력배양을 외치면서 잘살아 보자고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대통령이 추구하는 목표는 그 내용이 무엇이건 간에 언제나 국민들에게 터놓고 말할 수 있는 목표이어야 하며 국민들이 폭넓게 공감하는 것이어야 한다. 통일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국민적공감이 더 필요한 과제다. 그런 공감된 목표를 가질 때 비로소 국민 모두가 참여하고 힘과 지혜가 모일 것이다. 국민들에게 정치보복으로 비칠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정치보복은 반드시 보복의 악순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에서 넬슨 만델라가 보여준 리더십이나 프랑코 통치 이후 스페인에서 성공한 국민통합의 리더십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월간 헌정회 2017년 12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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