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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2-08 12: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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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에 사상이 약해질 의심의 씨앗은 공산주의자였던 바로 그 시기에 자리를 잡았다
-자기들만의 정의에 따르지 않으면 파쇼… 그 논리가 파시즘의 정수라는 걸 본인들만 몰라
-중학교 때 ‘전교조 선생이라고 다 천사가 아니고 올바른 게 아니다’라는 인식은 하게 됐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청소년기에 사상이 약해질 수 있도록 한 의심의 씨앗은 바로 공산주의자였던 그 시기에 싹을 틔우지 못했을 뿐 자리를 잡았던 것 같다.

 

연재 시작할 때 언급했지만 나한테는 뿌리 깊은 텐선비 기질이 있다. 이런 선비병 환자들은 어떤 대상에 대한 지지와 존경과 무관하게 언제든지 그 대상에 대한 비판이 가능하다. 그 기질 때문에 나에게 공산주의를 심어줬던 교사들에게 영향을 받으면서도 바로 그들의 행태에서 당시에 인식한 부분도 인식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내재된 분노와 의심이 쌓여갔다.

 

말하자면 인간의 악한 본성을 무시한 공산주의가 생래적으로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시작부터 포함하고 있었듯이, 386 운동권 교사들의 본성이 나의 공산주의 사상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시작하게 만든 것 같다.

 

▲ 교사의 지위가 침해될 때 우리에게 돌아온 대가는 대개 단체벌이었다.


사실 6학년 때 담임은 나에게 한편으로는 멘토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성이 약한 부분에 실망한 것 외에도 실망을 줬는데, 그건 바로 극도의 권위주의와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이었던 전체주의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지위가 침해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당시 폭압적인 학교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에 사로잡혀 있던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 의식적으로도 불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지위가 침해될 때 우리에게 돌아온 대가는 대개 단체벌이었다. 그 해 받았던 단체벌이 학교를 다니던 어떤 다른 해보다 많았다. 보통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본인이 원하는 자백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꼭 지금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과정을 상기시키지 않아도 386 운동권 집단에게 ‘답정너’는 아주 당연한 사고다. 우리 집단만이 정의이고, 거기에 따르지 않으면 파쇼라는 게 수십년 동안 그들의 논리였다. 그런데 사실 그 논리가 바로 파쇼, 파시즘, 전체주의의 정수다. 본인들만 모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남산 대공분소와 똑같은 ‘답정너’ 논리를 통해 박근혜를 탄핵시켰다는 사실도 모른 채, 군사독재의 정신을 그대로 자신들이 계승했다는 것도 모른 채, 지금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뭐, 그래도 운동권 담임 교사는 좀 형편이 나았다. 당시에는 같이 생활했던 기간이 짧아 인상이 덜 강렬했고 명시적으로 인식하지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중학교 때 전교조 선생의 행태는 더 심각한 것이었다.

 

그녀는 젊은 여교사였는데, 당시에는 탈의실이 없고 더구나 남학교여서 아이들이 교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런데 그 장면을 그녀가 창문 너머로 보고 있다는 것을 어느 날 알게 됐다. 요즘 시각에서는 당연히 아동 성희롱이다. 철컹철컹 포돌이가 달려올 일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그냥 아이들이 부끄러워하고 말 일이었다.

 

물론 다소의 불쾌감은 동반했지만 사실 당시의 의식적으로는 이런 행위를 비도덕적 범죄 행위로까지는 여기지 못하고 그냥 좀 변태스럽다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도 그 이후 정진화 전교조 전 위원장이 성폭행 은폐를 할 때 ‘니들이 그러면 그렇지’라는 인식에는 영향을 준 일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이 양반은 체벌도 조금은 좋아하면서 했… 아, 아니다.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말자. 아무튼, 그녀의 비범한 성적 취향은 확실히 텐선비인 내게 거슬리는 감정이 일어나게 했던 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적어도 ‘전교조 선생이라고 다 천사가 아니고 올바른 게 아니구나’라는 인식은 하게 됐다.

 

그렇게 뿌리내린 의심의 씨앗이 싹트고 순수한 공산주의를 버린 것은 본격적으로 사회 변혁을 시도했던 중고등학교 시절이었는데, 질풍노도처럼 의식의 변화가 일어났던 그 시절의 기억을 이후 몇 회에 걸쳐 또 풀어보겠다.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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