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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미·중 무역전쟁 와중 ‘일대일로 적극 참여’ 밝힌 장하성대사 - "동맹 유지냐, 탈퇴냐?" 기로에 선 문재인 정부 - 일대일로, 중국식 천하주의가 사상적 배경, 중국몽으로 구체화 - 미, 인도-태평양전략에 한국 참여 강력 요구
  • 기사등록 2019-05-29 10:55:52
  • 수정 2019-05-29 18: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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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성 주중대사가 신임장을 제정받는 자리에서 `일대일로 적극 참여 의사`를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사진: 중국 CCTV 캡쳐]


[장하성 주중대사, “일대일로 건설 적극 참여” 의사 밝혀]


장하성 주중대사가 28일 시진핑 주석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인프라 투자 등을 통한 중국의 해외 경제영토 확장) 건설 적극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중국 관영 CCTV가 보도해 파문이 예상된다.


CCTV는 이날 장하성 대사를 포함해 스위스, 콜롬비아, 체코, 노르웨이, 스웨덴 등 7개국 대사들이 신임장을 제정 받는 자리에서 시 주석이 장 대사 등에게 “일대일로 건설에 함께하기를 원한다”고 말하자 장 대사 등이 “각국 대사들이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지난 4월 베이징 개최)의 성공적인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했고 한국을 포함한 각 국이 “일대일로 건설에 적극 참여해 상호 이익과 협력을 확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CCTV): 习近平接受七国新任驻华大使递交国书]


지난 3월 27일에도 이낙연 총리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회담 당시 중국정부는 “한국측이 일대일로 건설에 적극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발표했지만 한국 정부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또 장하성 대사가 ‘일대일로 적극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이다. 장하성 대사는 “한국이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장 대사에게 “최근 한중 관계가 한층 발전해 나가고 있다”며 “양국 정상 및 정부가 함께 노력해 중한 관계의 진일보한 발전 및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이뤄나가자”고 말했고, 이에 대해 장 대사는 시 주석에게 “한중 양국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모든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가속하고 발전시켜 양국이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면서 “주중 대사로서 한중 관계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의 야심, 일대일로 한반도 확대 전략]


원래 일대일로 계획에서는 한반도가 배제되었지만 지난해 9월 중국이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을 관문 삼아 일대일로를 한반도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처음 공개하면서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 본격화되었다.


일대일로 연선국가 64개국에 지난해 9월 한국이 추가된 것이다. 그러나 눈여겨 봐야 할 점은 한국 추가는 중국 중앙정부가 넣은 것이 아니라 랴오닝성의 발표로 추가된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상당히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낳는 배경이 된다.


중국의 랴오닝성 정부는 지난해 9월 “단둥을 관문으로 한반도 내륙으로 일대일로를 연결한다”면서 단둥∼평양∼서울∼부산을 철도와 도로, 통신망으로 상호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남부 항구로 직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일대일로를 태평양으로 확장하기 위해 부산까지 뻗어나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와 함께 신의주가 포함된 단둥∼평양 도로 건설 계획도 밝혔다.


그런데 중국의 일대일로 한반도 확장 계획은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는 한반도신경제지도의 서울∼평양∼신의주∼단둥 고속철도 연결 계획과 겹쳐 주목을 받았다.


당연히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반대할 소지가 줄어들지만 역으로 중국이 신경제지도를 일대일로에 흡수하려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낳았다.


▲ 수난당하는 일대일로 [일러스트: RFA]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을 강력히 비판하는 미국]


문제는 미국의 태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7일(현지시간)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은 세계 무역을 방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욕적이다", "그 나라(중국)에서 오는 거의 모든 학생은 스파이다"라며 중국을 향해 거침없는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맞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서태평양에서 인도양 서쪽 아프리카까지 자유롭고 열린 질서를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대일로에 대한 미국의 본심은 지난해 5월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개편한데서 분명히 드러난다. 당시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중국은 일대일로지만) 인도·태평양은 다대다로(many belts, many roads)”라고 선언한 바 있고, 2주 후에는 “중국 모델은 다른 나라들에 조공국이 되기를 요구하는 명(明) 왕조 같다”고 일갈한 바 있다. 중국이 다른 나라에 막대한 부채를 안기는 수탈적(predatory) 경제를 활용한다는 것이 일대일로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을 ‘전략적 종속(dependency)’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대해 미국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한국의 일대일로 참여에 대해 미국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일대일로의 본질을 알아야 제대로 된 대응도 가능하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일대일로를 대하는 관점은 남북관계 정상화를 통한 한반도 통일의 시각과 중국과의 경제적 유대를 통한 국가 이익이라는 관점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지난 2017년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중국 일대일로를 연계한 남·북·중 경제벨트를 구상한 바 있다. 이 구상의 일환으로 남북철도 연결을 통한 중국과 러시아 철도 연계 계획도 나온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이러한 구상은 일대일로의 본질은 보지 못하고 외견상 드러난 구상에만 천착한 단견이라 할 수 있다.


‘일대일로’의 본질은 한마디로 중국의 ‘천하주의(天下主義)가 사상적 바탕으로 깔려 있는 ’중국식 세계화‘ 전략이다.


이를 바탕으로 강했던 한(漢)나라와 융성했던 당(唐) 제국을 복원하자는 것이며 이를 ’중국몽(中國夢)‘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천하주의‘는 중국의 국가 목표로 구체화되었는데 곧 ‘두 개의 100년(兩個一百年)’인 2021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 2049년 중화인민공화국 100주년에 맞춰 2050년 ‘현대화된 사회주의 강국’ 건설로 정리한 것이다.


이러한 천하주의를 통한 세계화 전략을 일대일로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렇게 중국의 야심이 일대일로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지금 일대일로 참여 국가들에서 파열음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곧 일대일로가 미국이 추구하는 세계화 방식과는 달리 경제를 종속화하는 방식으로 귀결되다 보니 곳곳에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 복구를 위해 추진했던 ‘마샬플랜’과는 기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당시 미국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유럽 국가의 재건을 돕기 위해 아무 조건없이 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중국의 일대일로는 중화제국 부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하다보니 자국의 국유은행을 통해 자본을 빌려주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을 택했다. 결국 참여한 78개국 가운데 상당수가 ‘빚의 덫’에 걸려 허우적 거리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인프라 사업을 통한 경제발전을 기대했지만 정작 중국산 기자재만 쓰고 중국 건설회사가 건설을 하고 운영도 상당기간 중국이 하는 ‘차이나스탠다드’에 걸려 자국(自國)에 남는 것도 거의 없고, 여기에 중국이 제공한 자금을 중국이 다시 가져감으로 인해 자신들에게는 결국 부채만 남는 현실을 목도하게 된 것이다.


[관련기사: [돋보기]중국 '일대일로', 곳곳에서 파열음 이유는?(2018년 8월 19일)]


그 말은 한국 정부가 일대일로에 참여해 봤자 별 이득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랴오닝성이 한반도까지 그 범위를 넓힌 것은 북한 지역의 개발을 한국정부가 열어주면 그 프로젝트마저 중국이 독식하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도 불거지는 것이다.


[일대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라는 것을 안다면 한국 정부가 쉽게 참여를 원한다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를 너무 쉽게 보고 있다.


특히 장하성 대사는 외교적 관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그렇게 말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아마도 이낙연 총리 역시 단순하게 중국에게 립 서비스하는 차원에서 일대일로를 말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문재인 정부는 일대일로를 진정 한국의 국익 차원에서 심사숙고하여야만 한다.


이미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27일 “한국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일대일로를 견제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상당 부분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견제가 다시 시작된 셈이다.


미국은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사이에서 한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그저 입만 다물고 있으면 그만인가?


[문재인 정부의 선택, “한미동맹 지속이냐, 탈퇴냐”]


지금 문재인 정부는 화웨이 문제로 인해 중국의 압박에 직면해 있다. 미국이 화웨이를 걸고 넘어진 것은 중국이 5G 시대를 주도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앞으로의 기술 및 군사 경쟁을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이는 설사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미국의 핵심 정책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반(反) 화웨이 동맹에 영국과 호주, 캐나다 등이 동참했다. 지금 중국과 한창 관계 개선에 열중하고 있는 일본도 반 화웨이 동맹에 끼어들었다. 특히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 적극 참여했던 영국마저 반 화웨이 동맹에 참여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던져준다.


지금 국제정세에서 중간은 없다. 적당히 입 다물고 대충 넘기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에 대한 조치는 이미 세계가 ‘교류가 있는 신냉전 체제’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화웨이 문제나 일대일로 문제에 미국의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중국 편에 서야 하는가? 동맹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동맹에서 탈퇴할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사실 선택 자체가 필요 없는 것 아닌가?


답이 이미 나와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확실한 의사 표명없이 그저 입을 다물고 있으려 할 것이다.


그런데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침묵도 또 다른 의사표명이고, 이는 ‘동맹노선’에서 이탈하겠다는 표시로 미국이나 일본은 받아들일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 비핵화 관련은 물론이고 다른 외교적 사안까지도 한국 정부는 고립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외교적 갈라파고스’가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관련기사: [논평]미국과 일본에 의해 ‘용도폐기’당한 문재인 대통령(5월 28일)]


지금이야말로 진짜 국익 외교가 절실한데 지금 외교부는 한미정상간 통화 유출 사건에 온통 관심을 쏟고 있고 이 통화내용 유출이 마치 한미간 외교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것처럼 확대해석하는데 급급하고 있다.


큰 일이다.

정말 큰 일이다.

이렇게 국익외교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문외한들한테 나라를 맡겼다는 것이 정말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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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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